16일차
낙오된 전공생 이야기
파리 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평소에도 방송을 챙겨보는 사람은 아니라 스포츠 대회도 따로 보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느 종목에서 메달을 따고 어떤 일이 있었는가 정도는 들어서 조금은 파악하는 편이다. 그중 내가 특히 귀 기울여 듣는 종목이라면 역시 양궁이다. 명실상부 한국이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종목, 매번 신기록을 경신하는 종목, 그것이 한국의 양궁이다. 잘하는 분야에 더 눈길이 간다고 하지만 내가 양궁에 관심을 두는 건 좀 다른 이유다. 초등학교 시절, 4년 정도 내가 했던 운동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괜히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아마 나는 그들이 그 대회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체육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양궁을 그만둔 이유도 그 노력과 관련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모든 일정이 훈련에 맞춰져 있었다. 양궁장은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7시에 등교를 하여 아침 훈련을 한다. 그러다가 학교 수업 시간에 맞춰 교실로 들어간다. 이 시점에서 수업에 집중은 잘 못했다. 방과 후에는 다시 양궁장으로 가서 훈련한다. 그러다가 7시에 하교를 했다. 방학 때는 수업을 할 시간에도 훈련을 할 뿐이지 학교에 있는 시간은 같았다. 이것이 초등부와 중등부의 훈련량이면 성인에게는 얼마나 요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선수로서 성공하려면 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이 전부다. 실업팀에 들어가면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를 계속 잡고 있을 이유는 없다. 그에 반해 4년 동안 만들어낸 내 성적은 단체전뿐이었다. 팀원들이 채워줄 수 있는 종목 말이다. 나는 실력은 안되지만 그저 양궁이 재밌었을 뿐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맞이할 결말은 뻔했다. 나는 다른 길을 찾아야 했고, 그 선택을 위해서 양궁을 그만두는 것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오히려 길을 잃고 말았다. 실력을 떠나서 내 스케줄은 언제나 거기에 맞춰져 있어 그게 사라지니 망망대해에 버려진 기분이었다. 코치님께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나온 날 학교 구석에서 홀로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남들은 열심히 공부를 할 시간에 운동을 한 내게 공부 습관이란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학업에도 집중하지 못해 수업 시간에 자주 잠들어 있는 학생이었다. 그나마 공부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교과서를 받으면 일단 읽어보는 학생이라 성적이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물론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 어중간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도 겨우 들어갔다.
사실 바로 대학에 들어갈 마음은 없었다.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진학을 미루고 싶었다. 이 상태로는 학교에서 잘 해낼 자신이 없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길 때 가고 싶었다. 대학을 간 이유는 어머니가 바랐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는 학업에 한을 가진 사람이며 고졸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아는 사람이었다. 결과는 내가 예상한 대로였다. 1학년에 학사경고를 받았었다.
양궁을 한 기간은 내 인생에서 일부지만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래도 양궁을 시작한 걸 후회하진 않는다. 양궁을 시작한 것도, 그만둔 것도 내 선택이었다. 훈련 중 좋지 않은 기억도 많지만 그 시절의 나는 분명 즐거웠다. 나중에 일본의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보며 생각하긴 했다. 내가 양궁을 생활체육으로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양궁을 그만두고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다. 종일 운동한 기간이 길어 놓아버렸다. 그 결과 내 몸은 사소하게 많이 망가졌다. 이 이상 망가지는 걸 막기 위해 최근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나는 역시 운동도 좋아한다. 그저 이르게 과부하에 걸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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