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차
그깟 돈이 뭐라고
빌어먹을 자본주의 사회, 대체 돈이란 무엇이기에 이렇게 갈망하게 될까. 뭔갈 하려고 하면 모두 돈이 필요하다. 나중엔 숨 쉬는 것조차 돈이 될까 봐 무서울 지경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이다.
사실 돈이 무엇인지 아예 모르진 않는다. 무언가를 얻기 위한 일종의 교환권임을 안다. 그깟 교환권 따위가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지금을 그다지 이해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취미활동에도 돈이 필요하고 건강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돈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으니 돈에 휩쓸리는 것이다. 딱히 좋은 사회체제는 아니다. 그러나 참 명료한 체제다. 뒤에 따라오는 의무와 책임을 배제하면 돈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명제만 이해하면 전부인 체제다.
이 사회체제 자체를 바꾸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까 질문한다면 대답할 말이 없다.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답이 될 수 없었다. 개인보다 사회가 우선되는 사회도, 모두가 똑같이 배분되는 것도 완벽하게 실현될 수 없다. 완벽하게 실현된다 해도 개인은 배제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보다 사회가 우선되는 사회주의를 만들려면 구성원 개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이기적이다. 이기심이 나쁜 건 아니지만 사회주의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기심이 있어 문명이 여기까지 발달한 것이다.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이기심, 안락한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이기심, 추위나 더위에 시달리지 않겠다는 이기심이 사회를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사회주의에서는 이기심이 배제되면서 발전은 멈출 것이다.
개개인이 모두 균등하게 분배되는 공산주의도 마찬가지다. 이기심과 향상심이 문명의 발달을 만들어 왔다. 공산주의도 이기심이 억압되는 세상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롤스가 무지의 베일을 주장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모든 정보를 차단한 채 정책을 짜고자 하면 내가 어디에 있든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이기심을 존중한 채로 가장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이론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언제나 정보를 원천 차단할 방법은 없었으므로, 애초에 실행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워지기도 한다.
어떤 사회체제를 선택해도 생기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회복지가 존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부족해 배제 당하고 돈을 벌지 못해 배제 당한 사람들을 구해낸다. 사회복지는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 하나하나의 행복을 설계한다. 그런데 그들을 구하는 것도 돈이다.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두를 구할 수 없다. 모두를 구하고 싶어도 만들 수 있는 구명정이 너무 부족하다.
나는 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는데, 희망을 가지기엔 너무 닳아 버려 사회에 대한 냉소가 많이 늘어나 버렸다.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은 능력 부족이 아니라 사람들의 악의와 이기심 탓이 커서 그런다. 내가 올라가기 위해 적당히 무시하는 것도 사회복지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만다. 다정한 세상을 바라고 있는 나조차 악의를 가지고 있고 이기적인 사람이니 아마 나는 오랫동안 고통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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