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100일 챌린지

12일차

병든 청춘으로부터

 청춘을 다룬 작품들은 천진난만하고 찬란하다. 그들은 때로는 도전적이고 때로는 맑다. 사람들은 늘 청춘을 갈망하고 청춘을 부러워한다. 작품 속 그들은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종종 그들 사이에 섞이고 싶어진다. 그들 곁에 있으면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무수한 이야기들은 내게 도피처가 되어 준다. 그곳에는 내가 동경하는 세상이 담겨 있기에.

다른 한편, 청춘을 살아내고 있는 나는 찬란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아 괴리감에 몸부림치기도 한다. 겁 없이 도전하는 그들과 달리 나는 모든 것이 두렵고 막막하다. 작품의 청춘과 현실의 청춘은 이다지도 다름이 슬픈 것이다. 그래, 이것은 부러운 거다. 나도 겁 없이 도전하고 싶었다.

알고 있다. 작품 속 청춘이 빛나는 이유는 그 빛나는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삶을 동경하게 되는 것은 나는 그러지 못해서다. 언제 마지막으로 그렇게 겁 없이 살아봤는지도 잘 모르겠다. 오랫동안 두려운 것들 투성이였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내가 배운 것들이 낡은 것이 되는 날도 머지않았다. 멈추는 순간 한없이 뒤처지는 감각을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도 나의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한다. 내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이 조직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어필해야 한다. 적어도 그들 앞에서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실상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이 끊임없는 증명이 진절머리 난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내놓고 그럼에도 나와 함께해 줄 사람을 바란다. 기업은 자신을 잘 포장하여 이득이 될 지점을 제대로 어필한 사람을 선택한다. 적어도 그 기업에게 난 특별해야만 한다. 내게 필요한 건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아무리 나의 특별함을 어필하면 무엇하는가. 그 어떤 사람도 특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 게다가 내 속은 언제나 엉망진창이었다. 작품 속 청춘들은 어쩐지 특별한 존재로 보인다. 그들도 분명 비루한 속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위안을 얻고 싶다. 역시 몸의 상처는 원상복구가 가능하지만 마음에 입은 상처는 원상복구를 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이미 너무 많이 알아 그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나는 순수의 세계에서 쫓겨난 사람이다. 그렇다고 진창인 세계에서 견디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이도 저도 아닌 나도 분명 청춘이긴 할 것이다. 다만 병든 청춘이다. 도피에 성공해 상처를 추스르고 돌아온다면 나도 진창인 세계에서 견딜 수 있어지겠지. 그냥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는데 그게 나였을 뿐이다.

왜 하필 나일까, 그런 덧없는 질문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내 증명할 거다. 이런 보잘것없는 사람도 잘 살아낼 수 있다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람도 행복을 거머쥘 수 있다고. 나는 나라는 사람 자체로 어떤 증명이 되고자 한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