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후 분서갱유

Can't we give ourselves one more chance?

Under pressure

커뮤 b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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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함. 불확실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가 잃은 것들에 대해서, 어쩌면 잃을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짧게 생각에 잠긴다. 라모나, 애석하게도 자신은 그 불확실한 부분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냥 어디 한 군데 묶여있다고 할 만한 인간이 못 되었다. 그래서 그 상냥함이 때론 두려웠고, 그 실망이 자신이 될까봐 불안했다…. 그러나 알아버린 이상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정해지지 않은 것들 사이의 지표가. 잃어버리지 않을 무언가가 되기 위하여.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되리라고 믿는다.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기더라도. 그러니 상대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모르겠어. 더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더 나빠질지도 몰라.

짧게 내뱉는다.

그렇지만 위로 정도는 받아도 괜찮지 않겠어. 마음은 조금 더 편해져도 상관 없잖아. 감정적으로 시달린다고 해서 무언가가 더 나아지는 건 아니잖아…

소매로 눈가 벅벅 문지르고 차분하게 내려앉은 시선을 마주하면 그 너머에 제 은빛 눈동자가 비친다. 피하고 싶은 심정을 애써 눌러두고 한참을 바라본다. 너는 네게 단 한번의 기회를 더 줄 순 없을까. 사랑한 것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줄 수는 없는 걸까… 따위의 의문을 속으로만 남긴다. 흔들리고 있지만 분명 확실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잊어버릴 일 없을 말들이다.

늘 네 목소리가 닿는 곳에 있어줄게. 몇 번이고 들어줄게. 네가 무언갈 더 포기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너도 약속 하나만 해줄 수 있을까.

양 손 붙잡는다.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겨우 내뱉는다. 신경쓸게 많은 네게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듣고 싶었던 말이 있다.

너도, 내가 어떤 인간이 되든. 떠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줘.

말만이라도 좋으니까. 늘 경계선상에 서 아무것도 되지 못했던 내가 마음 둘 곳이 되어달라고. 기어코 그렇게 부탁을 하고 만다…….

(*편하게 받아주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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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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