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100일 챌린지

1일차

시작에 관하여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살아왔다면 몇 번은 들어봤을 법한 아주 유명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작은 정말 시작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

100일을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러나 단지 시작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살아오며 무수히 많은 생각에 잠긴 나날들이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견딘 무수한 시간들이 있었다. 설령 자신이 타인에게 영향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들 그동안 살아온 삶에는 영향을 받는다. 인간이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은,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감당하는 것이고, 삶에 자신의 색을 칠하기 위해 무수히 선택하는 것이다. 인생은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었다.

선택이란 어떻게 하게 됐을까.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것들은 천차만별이다. 처음부터 무엇이든 쉽게 배울 수 있는 위치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있고, 시작부터 살아남으려면 불법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내몰려 있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의 사람에겐 세상은 넓고 배울 것 많은 아름다운 세상이다. 후자의 사람에겐 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정말이지 자비롭지 못한 세상이다. 이렇게 형성되어 버린 시선이 선택에 영향을 주고 마는 것이다. 온전히 혼자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모두 복잡하게 뒤엉켜 있을 뿐인 세계에서 각자에게 가까운 세계를 보며 관점을 만들게 된다.

그렇다고 주어진 세상에 안주하거나 굴복할 필요는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말로써 확정 지어보고 싶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세상의 밝음만을 아는 사람도 어둠을 선택하기 마련이고, 어둠만을 아는 사람도 빛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살아온 삶은 그 사람을 설명할 뿐, 그 사람을 확정 지을 수는 없다. 사람이란 다채롭게 타고나기도 하여 같은 걸 보고도 전혀 새로운 길을 만들기도 한다. 고난이 닥치면 쉬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어려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살아있음은 그 자체로 가능성이니까. 다른 얘기지만 나는 이런 이유로 어둠이 가득한 세상에서 다정을 선택하는 이야기가 좋다.

단지 다정하기만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도 분명 살아가는데 있어 좋은 원동력이 되곤 한다. 좋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다정한 이야기 같은 곳이 아니라서 금방 또 실망해버리고 만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세상의 이면이 분명 존재하고 인지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을 선택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외국어를 번역하며 생긴 표현이라지만 이보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간결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다정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강한 사람들이다. 나는 확신한다.

다시 돌아가서, 그동안 했던 선택들이 당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 낸다. 이것을 했기 때문에 저것을 할 수 있게 되는 일, 꽤 많지 않은가. 100일을 시작하는데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그런 이유를 가지게 된 이유는 각자의 삶으로부터 왔다. 그렇다면 시작은 단지 시작이 아니다. 시작만으로 이미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녹아들어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인 것이 아닐까. 나머지 절반을 채워 완성하기 위해 더 계속해서 걸어나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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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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