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

0601

아르네: 잘 잤니, 아가.

샤르자드: 네에, 잘 잤어요. (눈밑 약간 퀭하다.)

쌍사당 대령 보르셀: 이번 일은 정말 잘해주었네. 조화와 협력을 바라는 카느 에 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걸세.

쌍사당 대령 보르셀: 야만신 '라무'의 신도가 된 실프족도 카느 에 님이라면 임시 주거지에 있는 실프족과 함께 방법을 찾아서 해방시켜 주실지도 모르지.

쌍사당 대령 보르셀: '새벽의 혈맹'이여, 그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맹주이신 민필리아 님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전해다오.

민필리아: …… 들려요? 나예요, 민필리아예요.

민필리아: 이다와 파파리모한테 보고받았어요. 실프족과의 대담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면서요?

민필리아: 실프족이 야만신 '라무'를 소환하지 않는다면 쌍사당과 서로 싸울 일도 없을 테고…… 정말 다행이에요.

민필리아: 그럼 일단 '모래의 집'으로 다시 와줄래요? 이쯤에서 한 번 상황을 정리해보도록 하죠. …… 기다릴게요!

아르네: …… 눈밑이 퀭한데.

아르네: 피곤하면 쉬어도 된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으응, 싫어요.

아르네: 왜.

샤르자드: 안녕하세요, 보르셀 씨! (슬쩍 피한다.)

아르네: …….

아르네: (발 탁탁 구르며 기다린다.)

샤르자드: 음, 모래의 집에 가 봐야겠어요.

샤르자드: 갈까요?

아르네: …… 그래, 가 보자.

아르네: 다음부터는 못 자겠거든 링크펄로 연락해라. 재우러 가마.

샤르자드: 어떻게 그래요.

타타루: 어서 오세용! 야만신 '라무' 임무 마치느라 고생하셨어용!

타타루: 민필리아 님은 안에 계시와용. 나중에 보고하러 가주세용.

아르네: 왜 못 해.

샤르자드: 내내 곁에 계셨으면서…….

아르네: 그러라고 있는 거다, 나는. 괜찮아…….

알피노: 야만신 '라무' 건은 잘 마무리된 것 같군.

민필리아: 네,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당분간은 문제없을 거예요.

알피노: 좋아.

아르네: …… 그 때 그 쌍둥이로군. (소리를 낮춘다.)

민필리아: 그건 그렇고, 지난번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알피노: 그건 산크레드가 하고 있어.

알피노: 놈들은 개인이면서 개인이 아니야. 아마 자네가 예상한 대로인 것 같아. …… 목적이 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민필리아: 그렇군요…….

민필리아: 참, 알리제는 잘 있어요? 요새 통 안 보이던데.

알피노: 그 애는 따로 행동하고 있어. …… 서로 떨어져 있어도 목적은 같으니까. 마음이 이어져 있으면 괜찮아.

알피노: 여기 위원회가 보낸 보고서도 전달했으니 난 이만 실례하겠네.

민필리아: 그 이야기, 추진해도 되는 거죠?

알피노: …… 좋을 대로.

민필리아: 어서 와요! 이번에는 정말 고생 많았어요.

민필리아: 분쟁을 피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고마워요. 당신이 잘 해결해줘서…….

파파리모: 이제 야만신 '이프리트'와 '라무'에 대해서는 당분간 안심해도 될 것 같아.

이다: 실프족이랑 말이 잘 통해서 다행이야! …… 이제 남은 건 라노시아의 사하긴족인가?

파파리모: 사하긴족의 야만신인 '리바이어선'은 요 근래 상당 기간 동안 소환 의식에 응하지 않고 있는 듯해. 사하긴족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지만.

파파리모: '리바이어선'은 아주 많은 크리스탈을 먹는 신……. 사하긴족에게는 아직 크리스탈이 충분하지 않은 걸 거야. 그렇다면 '라무'처럼, 당분간 지켜보면 되겠지.

야슈톨라: 지금 당장은…… 말이죠.

파파리모: 야만신 '라무'나 '리바이어선'이나,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존재야. 언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어.

파파리모: 그들이 얌전히 있는 틈에 미리미리 대비를 철저히 해두는 편이 좋겠지. 어차피 그들과 부딪치는 것도 시간문제라 봐야 할 거야.

이다: 그럼 코볼드족의 야만신 '타이탄'은?

야슈톨라: 코볼드족의 동향에 대해서는 현재 림사 로민사의 '흑와단'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야슈톨라: 머지않아 보고가 들어올 테니 기다려 보죠.

파파리모: 옛적에는 '수호신'이라고도 불렸던 '야만신'……. 지금까지 발견된 야만신 중에서 마저 확인이 필요한 건…….

이다: 그리다니아! 이크살족의 야만신 '가루다' 하나만 남았어!

민필리아: 새삼 생각해보니 에오르제아가 넓긴 넓군요. 여기저기 조사하러 다니는 부담을 줄여줄 괜찮은 방법이 뭐 없을까…….

민필리아: 이럴 때 그가 있었더라면, 아이디어 하나쯤 내줄 텐데 말이죠…….

빅스: 시드 대장님은 어디로 사라지신 걸까…….

민필리아: 어쨌든 이번 조사는 이것으로 끝!

민필리아: 실프족에 대한 일은 쌍사당과 그리다니아의 최고기관인 '정령 평의회'가 처리해줄 거예요.

민필리아: 다들 수고했어요! 각자 편히들 쉬세요.

민필리아: …… 어머, 혹시 더 할 말이 있나요?

민필리아: 검은 옷에 붉은 가면을 쓴 남자……? 그리고 그 남자가 자기를 가리켜 '아씨엔 라하브레아'라고 했다고요!?

민필리아: 맙소사……. 제7재해까지는 표면적인 활동은 없었는데 왜 하필 지금 같은 시기에…….

민필리아: …… 총사령부에서 의뢰가 올 때까지 우리끼리 먼저 조사를 시작하죠.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타타루: 끼야아아아아아악!!

민필리아: 이 비명은!?

민필리아: …… 실프?

노라크시아: 겨우 찾았닷치!

노라크시아: 장로님이 나한테 모험가랑 같이 '새벽의 혈맹'을 도우라고 말씀하셨닷치! 이제 나만 믿고 든든하게 의지하랏치!

아르네: …….

노라크시아: 놀라도 좀 적당히 놀라랏치! 앞으로 잘 지내잣치!

아르네: 많이 놀라는군.

샤르자드: 와아, 노라크시아 씨, 안녕하세요!

타타루: …… 자, 잘 부탁해용.

산크레드: …… 아, 무슨 일 있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지금 하고 있는 조사가 아주…… 흥미로워서 말이야.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을 뿐이야.

아르네: …….

아르네: (산크레드 쪽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 한다.)

아르네: …….

아르네: 뭔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린다.)

민필리아: 후훗, 타타루 씨가 비명을 너무 요란하게 지르길래 깜짝 놀랐잖아요. 그래도 '새벽'에 새로운 동료가 와줘서 기분이 좋네요!

민필리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인간과 야만족 사이의 인연……. 당신을 중심으로 조금씩 에오르제아가 하나가 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민필리아: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존재가 있죠……. 아씨엔, 그림자 없는 어둠……. 햇빛 아래로 나올 작정일까요? 앞으로 주의 깊게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어요.

민필리아: 계속 부탁만 해서 미안하지만……. 다음 의뢰가 들어오기 전에 조사해두고 싶은 게 있어요.

민필리아: 당신이 '토토라크 감옥'에서 만났다는 '가면 쓴 남자'…… 아씨엔 라하브레아. 그에 대한 정보를 모아야 해요.

민필리아: 아씨엔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요. …… 확실한 건, 아씨엔이라 불리는 존재는 혼돈과 전쟁을 부른다는 사실이죠.

민필리아: 에오르제아가 안고 있는 문제 하나하나도 아씨엔이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어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우리가 그걸 밝혀내야만 해요.

민필리아: 각국의 총사령부에 협조를 요청했더니 '불멸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가면 쓴 남자'를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요. 우선 작전본부를 찾아가 행방을 물어보죠.

민필리아: 상대는 미지의 존재임을 명심하세요. …… 부디 몸조심하시고요.

아르네: 인사 다 했니, 아가.

샤르자드: 네에!

아르네: 그러면 가자. …… 다시 더운 곳으로 가야겠구나.

샤르자드: 네에, 가요.

아르네: …… 혼돈과 전쟁이라…….

불멸대 대령 스위프트: …… 왔군. 새벽에서 온 사람인가? '가면 쓴 남자'를 목격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불멸대 대령 스위프트: '새벽의 혈맹'이 알려준 정보와 생김새가 아주 닮은 인물을 '하늘다리'에 주둔하는 구리칼날단 소속 용병이 목격했다고 하네.

불멸대 대령 스위프트: 용병에게 알아낸 건 그게 다지만, 그곳엔 비공정 발착장도 있고 상인들도 다수 드나드니 현지에서 조사해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불멸대 대령 스위프트: 자, 동부 다날란에 있는 하늘다리로 가서 우선 '히히바루'라는 상인부터 만나보게. 손님에 굶주린 자이니 매정하게 대하지는 않을 거야.

아르네: 동부 다날란…… 지난번 마른뼈 야영지와 가까운 곳이겠구나.

아르네: 아가.

샤르자드: 그렇네요. 다리…… 거기에 다리가 있던가? 아, 하나 있던가?

샤르자드: 으응?

아르네: (마실 것과 얼음샤드를 함께 쥐여준다.)

(샤르자드, 음식을 한가득 건네준다.)

아르네: ……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

샤르자드: 헤헤.

아르네: 어차피 다 못 먹는대도.

샤르자드: 먹을 수 있어요.

아르네: …….

샤르자드: 다 안 드시면…… 제가 한참 슬프게 쳐다보고 있을 거니까…….

아르네: …….

아르네: …….

아르네: 어른을 놀려?

(아르네, 은화 잔뜩 쥐여준다.)

아르네: 용돈 해라.

샤르자드: 잉!

샤르자드: …… 이이잉!

아르네: 왜.

아르네: 뭐.

샤르자드: 우웃.

아르네: 왜 그러는데.

샤르자드: (두고보자! 하는 중.)

샤르자드: …… 아, 비가.

아르네: …… 음.

아르네: 샤브디즈, 비 오는 날 불러서 미안하다.

샤르자드: 저도 죄송해요. 비 오는 날에…… 조금 천천히 올 걸 그랬나.

아르네: …… 괜찮아. 신경 쓰지 마라.

아르네: 이렇게 뚫린 곳에서는…… 그래도 괜찮아.

샤르자드: …… 우.

히히바루: 하늘다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보아하니 모험가님이신 것 같은데 잠시 쉬었다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의뢰라도 받고 오신 겁니까? 혹 야만족 처치라든가……!

히히바루: 아하, 사람을 찾고 계시다고요! 흠, '가면 쓴 남자' 말씀이십니까? 어디서 소문은 들은 것 같은데…….

히히바루: 일단 숨 좀 돌리시고, 천천히 알아봅시다. …… 네, 천천히 말이죠.

아르네: …….

아르네: 상인이랄 때 알아봤는데. (눈을 질끈 감는다.)

히히바루: 정말 큰일이에요. 야만족들이 자꾸 쳐들어오는 바람에 순례자가 줄었지 뭡니까. 여기서 대박 치려고 왔는데 오히려 쪽박 차게 생겼습니다.

히히바루: 날달 교단이 유적 조사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해서 나름 순례자가 많이 지나다닐 거라고 기대했건만……. 완전히 빗나간 꼴이 됐죠.

히히바루: 모험가님, 혹시 갈 길을 서두르시는 게 아니라면 우리 하늘다리 상인들을 도와주는 셈 치고…… …… 네? '가면 쓴 남자'에 대한 얘기를 하자고요?

샤르자드: 뭐라도 좀 사야 하나……

히히바루: 나 참, 성급하시기는! 정 궁금하시면 이 부근에 있는 상인들한테 이것저것 한번 물어봐 보시지요.

아르네: …….

아르네: 너는…….

샤르자드: 우아아. (바위에서 찍! 미끄러진다.)

아르네: …….

샤르자드: …… 괜찮아요!

아르네: 내가 뛰어내린다고 너도 그럴 필요는 없다, 샤르자드. 돌아 내려와도 돼.

말하기 좋아하는 상인: 수상한 가면을 쓴 남자 말이지? 아, 알고말고. 그냥 봤다는 얘기 정도라면 요즘엔 다른 사람들도 자주 하던데.

말하기 좋아하는 상인: 근데 그냥 외모가 수상해서 그런 거지, 어디 사는 누군지는 나도 몰라. 누구한테 물어봐도 다 거기서 거기일걸.

샤르자드: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걸요.

아르네: …….

아르네: …… 알았다. 같이 걸어 내려가자.

샤르자드: 헤헤.

한가해 보이는 상인: '가면 쓴 남자'라…….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그런 놈을 봤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

한가해 보이는 상인: 후드를 뒤집어쓰고 딱 봐도 수상해보이는 그런 남자 말이지? 그런데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니니…….

멍하니 있는 상인: 후드에 가면까지 쓴 수상한 남자? 그렇게 희한한 놈이 있으면 좀 나타났으면 좋겠군. 손님 불러모으는 데 안성맞춤이겠어.

멍하니 있는 상인: 요즘에는 키키룬족이 무서워서 그런지 순례자도 가뭄에 콩 나듯 한단 말이야…….

샤르자드: 여기저기…… 손님이 없어서 난리네요.

아르네: …….

아르네: (한숨을 삼킨다.) …… 일단 가자.

아르네: 정보가 헛소문은 아닐지 걱정되는구나.

샤르자드: 으으음.

샤르자드: 사실 가면이야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건데……. 들어야 할 정보의 폭이 너무 넓어요.

히히바루: 안색을 보니 쓸만한 정보는 없었나 보군요. …… 솔직히 저희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그런 소문에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답니다.

히히바루: 키키룬족의 습격이 거세지는 바람에 장사 다 망쳤으니 말입니다. 누군가가 뒤에서 놈들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우리끼리 쑥덕거릴 정도로 절박하다니까요.

히히바루: 그리고…… '가면 쓴 남자'였던가요? 혹시라도 제가 보면 기억해두겠습니다.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아르네: …….

아르네: (이마를 문지른다.) 시간 낭비는 질색인데.

히히바루: 모험가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전부터 찾으시던 '가면 쓴 남자'에 대해 아주 쓸만한 정보를 얻었지 뭡니까?

히히바루: 글쎄 틀림없다니까요!? 왜냐면 저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요!

히히바루: 그 남자는 말이죠, '달 사당' 근처 언덕에서 '봉화'를 써서 야만족하고 연락을 주고받고 있더군요. 무슨 내용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히히바루: 그 순간 번개처럼 머리를 스친 생각! '가면 쓴 남자'가 한 것처럼, 이 작은 불씨를 써서 봉화를 올리면 그자의 연락을 기다리는 어떤 놈이 낚이지 않겠습니까!?

히히바루: 어때요, 쓸만한 정보 아닙니까!? …… 그래서 말입니다, 딱히 정보의 대가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만 이번 일이 끝나면 한동안 여기에 머물러 주실 순 없으신지……?

샤르자드: 그래도 해 봐야죠.

아르네: …… 날씨가 이러지 않았다면 꽤 괜찮은 방법이었을 텐데 말이다.

샤르자드: …… 비가 멈출 때까지 조금 기다려 볼까요? 이런 날씨에 봉화가…… 보이나.

아르네: …….

아르네: 아니, 움직이자. 어떻게든 되겠지.

아르네: …… 잡아주마. 뛰어내려.

샤르자드: …… 야만족이 아닌데?

샤르자드: 네에엡.

샤르자드: (홀짝!)

아르네: (한 팔로 훌쩍 받는다.)

샤르자드: 우아아!

(해골단과 전투.)

아르네: …… 방금 그 문양…… 어디선가 봤는데.

샤르자드: (갸웃.)

아르네: 제국군, 아냐……. 본국의 부대는 아니고…….

아르네: …… 아니다. 잘못 생각한 거겠지.

샤르자드: 왜요? (갸웃.)

아르네: …… 제국군이 여기에 들어와 있으면 정말 기분이 나쁠 것 같아서.

히히바루: 아이고, 오셨습니까. 모험가님. 찾고 계신…… '가면 쓴 남자'에 관한 실마리는 좀 잡으셨습니까?

히히바루: 설마…… 아니, 틀림없습니다. 모험가님, 이건 '파괴신 랄거'의 부적입니다!

히히바루: '파괴신 랄거'로 말하자면 지금은 제국한테 점령당한 도시 '알라미고'의 수호신!

히히바루: 그 부적을 가지고 있다니 이건 말 다했습니다. 알라미고 사람은 애국심이 강해서 누구나 이 부적을 가지고 있거든요!

히히바루: 그런 걸 가진 녀석이 거래 장소에 얼굴을 들이밀었다는 건 '가면 쓴 남자'는 야만족은 물론이고 알라미고 사람하고도 무슨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요……?

히히바루: …… 아무튼,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모험가님이 찾는 사람은 뒤가 구려도 보통 구린 게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요.

아르네: …… 알라미고라고…….

아르네: 그러면…… 그래, 그러면 착각이 아닐지도…….

히히바루: …… 음, 아무리 생각해도 알라미고 사람이 나타난 것이 그때부터 영 마음에 걸립니다.

히히바루: 모험가님, 그 '가면 쓴 남자'에 대해 알아보시려거든 '리틀 알라미고'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알라미고 사람이라면 거기 가서 알아보는 게 빠를 겁니다.

히히바루: …… 다만 그곳은 알라미고 유랑민 가운데서도 울다하에 적응 못 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거든요. 사람들의 마음도 땅도 삭막해요. 무법지대가 따로 없습니다.

히히바루: 유랑민들끼리 똘똘 뭉쳐서 밖에서 온 사람을 싫어한다더군요. 아무리 모험가라도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니까요!

히히바루: ……. '히히라'라는 아이를 찾아가십시오. 제 딸아이입니다. 어느 날 집을 뛰쳐나가더니 글쎄, '리틀 알라미고'에 살고 있다지 뭡니까?

히히바루: 못난 딸이지만 뭐라도 도움이 될 겁니다. 가시는 김에 제가 걱정하고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히히바루: 원래는 당신을 여기 하늘다리에 머물게 하면서 지갑을 싹 털어먹을 작정이었는데 말이죠. …… 이거 참, 제가 봐도 저는 장사할 그릇이 못 된다니까요.

샤르자드: …… 히히바루 씨, 정말로 장사 접으세요…….

아르네: …….

아르네: 정 많은 사람이군. …… 가자.

샤르자드: (주섬주섬 제 몫의 음식 좀 꺼내준다.) 여기서 계속 손님 찾으시느라 식사도 못 하시지 마시고. 다녀와서 소식 알려 드릴게요.

샤르자드: 히히바루 씨, 안녕!

아르네: …….

아르네: 저이도 속이 말이 아니겠구나.

샤르자드: 음- 아무래도 그렇죠.

아르네: …….

샤르자드: 아, 사보텐더다.

아르네: …… 그래, 알라미고의 문양이구나.

샤르자드: 아하……?

아르네: 울다하가 알라미고 난민들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르네: …… 이것 참, 구색만 맞춘 꼴이군. 무슨 치욕이란 말인가.

샤르자드: 뭔가 …… 열악하네요.

아르네: …… 이 정도면 상황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아르네: 어디, 늙은 아비 홀로 두고 간 무정한 이는 어디 있나…….

히히라: 네, 제가 히히라인데요? …… 그러셨구나. 아버지가 그런 말을……. 아버지를 도와주셨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히히라: ……. '가면 쓴 남자'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여기 대표를 맡고 계신 군도발드 님이시라면 뭔가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샤르자드: 아, 닮으셨어요.

군도발드: 자네는…… 모험가인가. 타지 사람이 이 리틀 알라미고에는 무슨 일로 왔나?

군도발드: '가면 쓴 남자'를 쫓고 있다고? …… 나는 아무것도 할 말이 없네.

군도발드: 제국의 침략으로 조국에서 내쫓긴 우리 알라미고 사람들이 언젠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굴욕의 시간을 견디는 곳…… 그것이 바로 이곳 리틀 알라미고일세.

군도발드: 타지 사람이 드나드는 건 탐탁지 않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물론 가면 쓴 남자에 대해 알려줄 것도 없어. …… 당장 여기서 떠나게.

아르네: …… 그래.

아르네: 치욕스럽지 않을 리가 있나.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아르네: 잘 알고 있어…….

샤르자드: …… 어떡하죠?

아르네: …… 어떡하긴.

샤르자드: (따라가면서 묵묵히 생각한다. 타향살이…… 굴욕……)

아르네: 휘지 못하겠다면 꺾인 채로도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직 배워가는 중인 거겠지.

아르네: 그러면 우리는 우리 일을 하면 돼.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나는 지질베어트라고 하오. 이곳 경비를 맡고 있지. 군도발드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소?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 흠, 수상쩍은 '가면 쓴 남자'를 쫓고 있다고? 하필이면 이 리틀 알라미고에서 사람을 찾아야 한다니 여간 고생스러운 일이 아니겠구려.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여기 알라미고 사람들은 타지 사람들에게 무척 배타적이라오. 우리 '불멸대'도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계약만 없었으면 자는 사이에 꽁꽁 묶어서 허허벌판에 내다 버릴지도 모르지.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자네나 나나 비슷한 처지이니 어떻게 도와주고 싶은데……. 흠, 남쪽 야영지에서 아말쟈족을 감시하던 부하들이라면 어쩌면 그 남자를 봤을지도 모르겠군.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마침 녀석들에게 이 다날란 홍차를 가져다주려던 참이라오. 이걸 건네주면서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아르네: …… 가자, 아가.

샤르자드: 네에.

불멸대 일병 오스릭: 당신 뭐야? 미안하지만 쓸데없이 수다 떨 기운은 없어.

불멸대 일병 오스릭: 뭘 좀 아는 친구구만! …… 응? 수상한 놈을 찾고 있다고? 어쩌면 여기 알라미고 사람들 중 한 명일지도 모르지.

불멸대 일병 오스릭: 여기 사람들은 죄다 송장 같은 낯짝을 하고 있거든. 특히 요새 이상하게 어수선한 것이…… 어디 모여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대도 놀랄 일이 아니야.

아르네: …….

아르네: (이방의 말로 뭔가 중얼거린다.)

샤르자드: …… 범죄라뇨, 그렇게 말씀하시면…….

불멸대 상병 성난 강물: 뭐야, 아말쟈족도 아닌 게…… 왜 이 부근에서 얼쩡거려? 당장 썩 꺼지지 못해!?

불멸대 상병 성난 강물: 우어어엇!! 간식을 들고 왔다면 얘기가 다르지! 어서 오시라!

불멸대 상병 성난 강물: 가면 쓴 남자!? 몰라, 우리가 감시하는 건 그 못돼먹고 까무잡잡한 아말쟈족이거든!!

샤르자드: 하아.

아르네: …… 종족 차별하는 모양새가 참.

불멸대 이병 야야즈케: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 중요한 감시 업무를…….

불멸대 이병 야야즈케: 오, 이런…… 감사합니다. 가면 쓴 사람이라면 순찰하다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요.

불멸대 이병 야야즈케: 알라미고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길래 얼굴을 가리고 도망 나온 유랑민인가 싶었는데…… 아닙니까?

샤르자드: …… 집단의 물을 덜 먹어야 하는 건가?

아르네: 샤르자드.

아르네: 혹시라도, 웬만하면 그러진 않겠지만.

샤르자드: 네?

아르네: 내가 너무 기분이 나빠 보이더라도 신경 쓰지 마라.

샤르자드: 아, 괜찮아요. 저도 조금 기분 나빠서.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어디, 부하들이 아는 게 좀 있었소? …… 그다지 쓸만한 얘기는 없었나 보군. 역시 알라미고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나.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리틀 알라미고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낸다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닐 거요. 그래도 조사를 계속하겠다면 내 몇 마디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잘 생각해보구려.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그래, 계속 찾아보겠다고……. 그렇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 하나뿐이오.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알라미고 사람한테는 돈보다 고향 땅이 잘 먹힌다오. 즉 여기 사는 알라미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려면 알라미고 사람에게 부탁해 다리를 놔달라고 하는 게 좋을 거요.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당연히 여기 있는 녀석들은 들은 척도 안 할 테고, 다른 곳에 있는…… 아아, 그렇지. 군도발드랑 같은 '알라미고 해방군' 사람을 찾으면 되겠군.

불멸대 소령 지질베어트: 혹시 아는 이 중에 알라미고 사람은 없소? 동료 중에 연줄 닿는 사람이 없는지 한번 알아보게나.

아르네: 그래…….

아르네: …… 내가 알기로는 맹주도 알라미고계인데.

샤르자드: 모래의 집에…… 알라미고 출신이신 분이, 두 분은 계시는데…….

아르네: 하지만 이럴 때는 군과 직접 연이 닿아 있는 편이 좋지…….

아르네: …… 둘 다 어리니 일이 어찌 될지 모르겠구나.

샤르자드: 하리베르트 씨와 아렌발드 씨…… 로는 안 될까요……

민필리아: 어서 와요! '가면 쓴 남자'에 대해서 좀 알아낸 게 있어요?

민필리아: …… 그렇군요. 그것 때문에 조사에 진척이 없다고요. 알라미고 사람들이 다른 민족을 못 받아들이는 건 슬프지만 이해는 가요.

민필리아: 알라미고는 20년쯤 전에 '갈레말 제국'의 침략을 받아 아직도 식민지 신세이니…….

민필리아: 유랑민들은 죽을 각오로 고향을 떠나왔죠. 하지만 어떤 나라도 그들을 받아줄 여유는 없었어요. 고단한 생활, 편견과 차별…… 나날이 힘들어질 뿐이에요.

민필리아: 우리가 그걸 진심으로 이해해준다면 화합의 날은 언젠가 반드시 오리라 믿지만 그래도 '마음의 벽'이라는 건 참 어려운 문제예요…….

민필리아: 참, '새벽의 혈맹'에도 알라미고 출신인 사람이 있어요. 어쩌면 그 사람이 '알라미고 해방군'에 대해 알지도 모르죠. 그 사람을 한번 만나보세요!

민필리아: 당신한테 알라미고 출신 동료를 소개해줄게요. '하리베르트'라는 사람이에요.

민필리아: 하리베르트는 알라미고 독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어요. 무슨 일인지 얘기하면 분명 힘이 되어줄 거예요.

민필리아: 최근엔 여기 모래의 집에서 대기하고 있으니까…… 창고 쪽으로 가보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샤르자드: 하리베르트 씨이이이이이.

하리베르트: 어허, 이게 누구야. 우리 고수님께서 나 같은 놈한테 무슨 볼일이실까?

하리베르트: …… 뭐라고? 진심이야? 알라미고 사람하고 힘을 합치고 싶다고……?

하리베르트: 하하…… 설마 당신 입에서 내 조국 이름이 나올 줄이야! 그런데 왜 하필 '알라미고 해방군'이야……. 다른 부탁이라면 불구덩이에 뛰어들라고 해도 기꺼이 듣겠는데!

하리베르트: 난 예전에 해방군을 뛰쳐나온 몸이야. 해방군들 사이에서 하리베르트는 뜻을 달리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이름일 뿐이지…….

하리베르트: 하지만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내가 알아. 검은장막 숲 남부삼림의 '채석공방'에 '알브레다'라고, 알라미고 유랑민의 중개인 노릇을 하는 여자가 있거든.

하리베르트: 가서 해방군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해봐. 선택한 길은 다르지만, 같은 고향 친구들이니……. 해방군이 분명 당신을 도와줄 거야.

아르네: 뜻을 달리했다, 라…….

아르네: …… 궁금해지는데.

샤르자드: …… 그래도 어떻게든 하고 계시는 거 아닌가요?

아르네: 때로는 서로 이해하면서도 멀리할 수밖에 없는 때가 생긴다.

알브레다: 그래, 내가 알브레다인데……. '알라미고 해방군'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너, 누구 앞잡이야?

알브레다: 하리베르트!? 멍청한 놈. 변한 게 하나도 없네. 옛 여자한테 부탁을 해? …… 뭐, 그놈이 보냈다니 쓸데없는 의심은 안 해도 되겠군.

샤르자드: (헉, 옛 여자. 하는 표정이다)

알브레다: 해방군을 만나고 싶다고…… 그러면 저기 찌그러져있는 '메프리드'한테 가봐. 일단 유랑민의 기분을 이해하고 나서 시작해야지.

아르네: …….

아르네: (왼손 소지의 반지를 멍하니 매만진다.)

샤르자드: (부르려고 입을 열었다가, 반응 보고 입 닫는다.)

아르네: …… 아.

아르네: …… 미안하다, 조금 멍해서. 가자.

샤르자드: …… 오렌지 주스 드실래요?

아르네: …… 응?

아르네: 괜찮다, 너 마시라고 산…….

아르네: …….

샤르자드: (손에 쥐여준다. 얼음처럼 차가운 오렌지주스.) 드세요. 쭉 들이켜요.

아르네: (머뭇거리다가 결국 받는다.)

아르네: …… 고맙다.

샤르자드: 마시는 거 지켜볼 거예요.

아르네: …….

샤르자드: 헤헤.

아르네: …… 됐지.

아르네: 가자. …… 일하자.

메프리드: 자네, 모험가인가? 나는 명예로운 알라미고 해방군의 메프리드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고향에서 내쫓긴 비참한 패잔병이지…….

메프리드: 모험가 양반이 무슨 일로 나를 찾았나?

허둥대는 알라미고인: 메, 메프리드 대장! 갈리엔이 열이 펄펄 끓습니다. 상처가 곪아서……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메프리드: 젠장! 치료를 부탁한다고 그렇게나 빌었건만! 이 마을 놈들은 우리가 도움을 청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아…….

메프리드: 모험가 양반, 부탁이야. 내 부하가 죽게 생겼어! 알브레다한테 가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달라고 해줘. 내 부하는 치료를 받아야 해. 제발!!

아르네: …….

아르네: 왜 치유를 해 주지 않는다는 거지?

샤르자드: 제가…… 제가 보면……. (머뭇거린다.) …… 저는 아직……

아르네: …….

아르네: 외상이 심하면 실력이 좋은 치유사도 상황을 타개하지 못할 때가 있다. 너무 근심하지 마라.

아르네: 일단 시키는 대로 해 보자꾸나.

샤르자드: …… 네에.

알브레다: 뭐라고? 메프리드의 부하가!? …… 미안해.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알브레다: 나도 같은 알라미고 사람을 못 본 체하고 싶진 않아.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도와주고 싶지. 하지만 그들을 돕는 건 숲의 규율을 어기는 일이야…….

아르네: …… 숲의 규율?

알브레다: 규율을 어기면 우리 채석공방 사람들도 이 숲에서 쫓겨나고 말 거야. 나 혼자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까지 말려들게 할 순 없어.

알브레다: …… 이 마을의 도사 '샤를린'한테 직접 얘기해봐. 다른 곳에서 온 네 말이라면 어쩌면 들어줄지도 모르니까.

아르네: 그게 뭔데?

샤르자드: …… 정령이 허락해 주지 않으면 못 들어가요.

아르네: 뭐가 뭘 해?

샤르자드: 저도…… 음, 아마 7재해 이후에 한 번 더 정령의 허락을 받았던 거 같아요…….

아르네: ……?

샤르자드: ……?

아르네: …… 도대체 무슨 숲이 그렇게 생겨먹었어?

아르네: 나는 허락을 받은 거냐.

샤르자드: …… 원래 이런 거 아니에요?

샤르자드: 받으셨을걸요.

아르네: 골모어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수호자들이 사흘 밤낮을 비웃을걸.

샤르자드: (끔벅.)

아르네: …… 아무튼 알겠다. 가자.

샤를린: 흠, 알라미고의 메프리드 님을 도와주고 싶다……. …… 그 부탁은 들어주기 힘들 것 같군요. 이건 제가 아니라 정령의 뜻입니다.

샤를린: 검은장막 숲으로 흘러들어온 이방인은 여기 채석공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정령의 심판을 받습니다. 만일 정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자는 숲에서 살 수 없지요.

샤를린: 심판을 거쳐 거부당한 자는 숲의 은총을 받을 자격이 없다……. 그것이 이 숲의 오랜 규율이니까요.

아르네: …… 그러니까…….

아르네: 여기에 계속 있고 싶다면 죽어가는 사람도 모른 척해라?

샤르자드: …… 숲이 아닌 곳의 은총을 받으면 안 되나.

아르네: 숲이 아닌 곳…….

아르네: …… 일단 가자. 소식은 빨리 전해야 할 것 같구나.

샤르자드: …… 네에.

파라문드: 부하들이 마을 밖에서 대기 중이다. 다들 익숙지 않은 숲 속 야영에 극도로 지쳤어. 빨리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메프리드: 웃기고 있네…… '정령의 뜻'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해! 그딴 건 개나 주라지!

메프리드: 이 숲에서 나가라고 해도 무서울 건 없어! 하지만 부하들은 힘든 여정 때문에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니라고.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 같으니!!

메프리드: 나는 부대를 이끌고 이곳 채석공방을 찾아왔어. 마을에 들어오지 못한 부하들은 밖에서 야영하며 기다리고 있지. 다들 지칠 대로 지쳤어. 당장은 여길 뜨고 싶어도 못 뜬다고!

메프리드: 자네도 봤지? 여기 놈들은 우리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없어. …… 그러니 모험가인 자네에게 부탁 하나 하지.

메프리드: 영양의 큰뿔을 구해다 주겠나? 우리 고향 알라미고에서 그건 만병통치약으로 통하거든.

샤르자드: 빨리 가요.

아르네: 영양의 큰뿔이라.

메프리드: 영양의 큰뿔을 구해온 건가?

메프리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하지만 이건 고향에 있던 것과 종이 좀 다른 모양이야. 약 짓는 방법을 여기 사람한테 물어야 할 것 같은데…….

메프리드: 혹시 자네 '버스카론'이라는 사내를 아나? 듣자하니 그 남자는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타지 사람이라도 차별하지 않고 도와준다고 하는군.

메프리드: 자꾸 미안하지만 버스카론이라는 남자에게 이걸 가져다주고 약을 좀 지어달라고 부탁해주겠나? 혹시 약을 얻게 되면 내 부하 파라문드에게 가져다줘.

아르네: 가자.

샤르자드: …… 버스카론 씨, 온갖 걸 다 하는구나.

아르네: ……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버스카론: 오, 안녕? 요새 먹고사는 건 좀 어때? 경기가 좋으면 우리 가게에서 돈 좀 쓰고 가!

버스카론: 응? 이 영양의 큰뿔로 약을 지어달라고? …… 흠, 채석공방에 있는 알라미고 사람의 부탁이란 말이지?

버스카론: 그래, 알았어. 그런데 약을 만들고 있을 시간은 없겠군. 다행히 미리 만들어둔 수제 염증약이 있으니까 이걸 가지고 가.

버스카론: 에이, 고맙긴. 지금까지 너한테 진 빚이 얼만데. 다음번에 오면 술이나 한잔하자고.

샤르자드: 다음에 술 많이 팔아 드릴게요!

아르네: 다시 봐도 좋은 사람이구나.

아르네: 꽉 잡아.

샤르자드: 버스카론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여기서 술에 취해서 강도당할 뻔했을 때도 도와주셨어요.

아르네: …… 그래.

샤르자드: …… 엣?

아르네: 그러면 나도 그에게 은혜를 진 셈이구나…….

메프리드: …… 제길! 고향을 버리고 간신히 여기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이유도 없이 쫓아내는 건 너무하잖아!

메프리드: 우리가 파괴신 랄거를 믿는 알라미고 백성이라서? 그리다니아 놈들은 출신과 사상으로 생명의 가치를 재는 건가!?

파라문드: 메프리드 대장의 부탁으로 오신 모험가님이시죠? 야, 약은 구하셨습니까?

파라문드: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동료들을 헛되이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겠군요!

파라문드: ……메프리드 대장도 덕분에 한결 어깨가 가벼워지겠지요.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메프리드: 이보게, 자네! 혹시 내 부하 갈리엔 못 봤나!? 잠깐 눈을 뗀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졌어!

메프리드: 갈리엔은 부하들 중에서도 특히 상처가 깊었어. 당장 약을 안 먹으면 녀석은 죽어……! 제길, 겨우 약을 구했는데!

메프리드: 그래, '알브레다'가 들은 게 있을지도 몰라. 부탁이야. 알브레다에게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줘!

아르네: …… 이런.

알브레다: 얘기는 들었어. 메프리드의 부하가 실종됐다면서? …… 사실 얼마 전에 이런 편지를 받았어.

알브레다: "저 한 사람으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보는 건 원치 않습니다. 그러니 저는 부대에서 빠지겠습니다. 제 걱정은 마시고 어서 리틀 알라미고로 떠나세요."

알브레다: 맞아, 당신이 찾는 그 남자가 남긴 편지야. 부대를 위해 희생하겠다니 멍청한 놈. 의리며 정에 목숨 거는 알라미고 사람 아니랄까 봐.

알브레다: …… 하지만. 다친 몸으로 숲을 빠져나가겠다니 터무니없는 짓이야…….

메프리드: …… 뭐라고!? 그 몸으로 혼자 숲을 나가겠다고 했단 말이야? 갈리엔…… 이 멍청한 놈이 무모한 짓을!

메프리드: 우리는 지금부터 흩어져서 녀석을 찾아야겠어. 자네도 좀 도와주게, 부탁하네!

샤르자드: 빨리 가 봐요!

샤르자드: 몸이 안 좋으니까…… 위로 가긴 힘들었을 거예요. 물이 있는 데가 낮으니까…… 아마…… 조금 더 앞으로 가면…….

아르네: 찾았다.

갈리엔: 하아, 하아, 젠장……. 저, 적이다! 조심해!!

메프리드: 갈리엔!!

갈리엔: 대, 대장님…… 전 괜찮습니다……. 그러니 전 내버려두고 어서 리틀 알라미고로…….

메프리드: 바보 자식아! 세상에 부하를 버리고 가는 대장이 어디 있어! 알라미고 사람은 절대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배척당한다 해도, 어떤 고난이 닥친다 해도!

메프리드: 우리는 같이 조국을 일으키자고 맹세한 '동지'잖아! 우리만 살겠다고 널 버리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죽으려거든 같이 알라미고 땅을 밟은 다음에 죽어!

갈리엔: 메프리드 대장님…….

메프리드: 빨리 따라와, 이 멍청한 놈아. 엄하게 처벌할 테니 각오해! …… 상처가 다 나으면 말이지.

아르네: …….

메프리드: …… 자네한텐 정말 고맙다고 해야겠군. 자네가 갈리엔을 살린 거야. 우리는 우선 '채석공방'으로 돌아갈 테니 나중에 다시 만나지.

샤르자드: …… 흐아아. 다행이야…….

아르네: (땅을 가만히 바라본다.)

샤르자드: 아르네?

아르네: 음, 아니.

아르네: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살아있을 때 찾아서.

아르네: 가자.

샤르자드: (아직, 이라는 말이 무겁다.)

메프리드: 다행히 갈리엔은 별 탈 없었어. 당분간 우리는 이 마을에 머물러야 할 것 같군. …… 가시방석이긴 하지만.

메프리드: 정말 여러모로 고맙네. 우리는 고국에서부터 활동하던 '알라미고 해방군'이야. 어쩌다 보니 이런 벽촌까지 떠내려오고 말았지만.

메프리드: 알브레다한테 들었는데 자네, 우리 해방군을 찾고 있었다면서? 그래, 알라미고인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메프리드: 자네에게는 큰 빚을 졌으니 내가 소개장을 써주겠네. '리틀 알라미고'에 있는 '군도발드'라는 남자한테 가지고 가면 될 거야.

메프리드: 내가 신입 병사 시절에 상관으로 모시던 사람이야. 리틀 알라미고에서 조사를 하려면 그의 도움이 필요할 걸세.

아르네: (피곤한 한숨을 삼킨다.) 가자.

샤르자드: …… 사람을 도와서 연이 되돌아오는 건 좋지만.

샤르자드: 가요.

아르네: 좋지만?

샤르자드: 그냥…… 이런 식으로밖에 엮일 수 없단 게…… 슬퍼서요.

아르네: …… 그래.

군도발드: 또 왔군……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나. 리틀 알라미고에 타지 사람은 필요 없어. 당장 여길 떠나는 게 좋을 거야…….

군도발드: 메프리드…… 그리운 이름이군……. 전쟁통에 그와 헤어진 것이 벌써 언제인지. 하지만 그 이름은 고향의 노래와 술과 함께 가슴에 새겨져 있네.

군도발드: 녀석이 너를 믿고 여기로 보낸 거라면 나도 믿도록 하지. '가면 쓴 남자'를 찾는다고 했나? 짚이는 것이 있어……. 우리 동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넬 돕겠네.

군도발드: '가면 쓴 남자'를 찾는다고 했지……. 우리 젊은 놈들이 그 비슷한 타지 사람을 만난다는 것 같네.

군도발드: 내 이름을 대면 순순히 입을 열 거야. 젊은 혈기에 좀 무례하게 굴지도 모르지만…… 너그러이 봐주게나.

아르네: 말을 잘 듣지 않는 젊은이들인가 보지.

아르네: 아니지…… 그건 그냥 젊은이라는 뜻이지.

샤르자드: 젊은이들은 원래 말 잘 안 듣는단 소리죠?

아르네: 응.

아달린드: ……! 난 말렸어. 위험할 것 같으니까 하지 말자고! 근데 그 사람은 그 남자를 믿겠다고…….

아달린드: 아, 뭐야. 아무것도 모르고 온 거잖아? 군도발드 님을 통해서 왔다고 해서 괜히 겁먹었잖아!

샤르자드: …… 어라.

샤르자드: 저 말 잘 듣지 않아요?

아르네: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건 맞는 모양이구나.

왈드하르: 가면 쓴 남자? 내, 내가 왜 그런 수상한 인간을 만나? 난 아무 죄도 없어!!

아르네: 너는…….

샤르자드: (쪼르르 가서 귀 쫑긋하고 듣는다.)

아르네: ……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샤르자드: …… 에!

샤르자드: 이슈타브으으으.

샤르자드: 이잉!

아르네: (간만에 새어나온 웃음을 꾹 누른다.)

테일봇: …… 나한테 할 질문이 아닌 것 같은데? 모여서 작당질을 하는 놈들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내 눈엔 쓸데없는 짓으로밖에 안 보여.

시프리드: 가면 쓴 남자라…… 글쎄, 모르겠는데. 그런 건 왜 묻지?

시프리드: …… 흐음. 당신이 사람을 찾는다고 내 친구들한테도 일단 얘기는 해놓을게.

아르네: …….

아르네: (이마와 눈가를 차례로 문지른다.) 뻔한 거짓말을 하는구나.

샤르자드: (대화해보고 나선 가까이 와서 비에라들에게만 들릴 소리로 속삭인다.) 이쪽이 가장 수상해요.

아르네: …… 젊은 혈기엔 못 할 일이 없지.

아르네: 제 목숨도 한철 꽃처럼 내던지는 이들이 젊은이다만…….

아르네: …… 나는 싫구나.

군도발드: 뭐라고 하던가? …… 그렇군.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다니는 건지…….

군도발드: 자네가 쫓는 그 남자와도 관계가 있는 것 같아. 나름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두고 보았으나…… 아무래도 하는 짓이 수상하네.

군도발드: 그 젊은이들 눈은 자기 신세에 대한 억울함으로 불타고 있어. 그 옛날, 고국에서 폭군을 쫓아내기 위해 들고일어났던 우리의 눈이 떠오르네.

샤르자드: (입 꾹 닫는다.)

군도발드: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우리의 혁명은 제국에게 이용당해 고국을 멸망으로 이끌었지. 분노는 눈을 멀게 하는 법…….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군도발드: ……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지. 혹시 그들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게 되거든 내게도 알려주게나.

아르네: 예감이 좋지 않아.

렘핑: 그래, 군도발드 님과 이야기는 마쳤나? '윌레드'라는 녀석이 자네한테 말을 좀 전해달라고 하던데.

렘핑: 북쪽 암반 지대로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 단둘이 나누고픈 얘기가 있다나?

렘핑: 그 녀석은 여기 젊은이들의 대장 같은 놈인데 깐깐한 군도발드 님이 모험가를 받아준 게 신기해서 말을 좀 섞어보고 싶은 거 아닌가 싶구만.

아르네: 단둘은 얼어죽을.

윌레드: 기다렸어. 모험가 선생. 당신은 믿을 만한 사람인 것 같아서 한 가지 물어보려고 하는데…….

윌레드: 당신 말야……. 뭐 때문에 우리 뒤를 캐고 다니는 거야!?

윌레드: 제국에서 보낸 첩자냐? 아니면 납치범의 앞잡이? 어느 쪽이든 끼어들면 재미없어! 다들 나와! 단단히 혼내주자!

샤르자드: 앗, 잠깐만요, 진정하세요!

아르네: 자기는 안 덤비면서.

샤르자드: 미안해요……!

아르네: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윌레드: 큭, 뭐야. 왜 이렇게 강해……! 그래, 좀 한다 이거지……. 제기랄!!

윌레드: 하지만 '작전'은 진행할 거다! 조금 얻어맞았다고 포기할까보냐……. 컴컴한 동굴 속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 순 없다고!

윌레드: 제국만 무너뜨리면 이런 생활은 끝이야. 힘을 얻고 말 거야. 우리 적을 죄다 쓸어버릴 거라고!

샤르자드: 윌레드 씨!

샤르자드: …… 어떡해요?

아르네: 쫓아가자.

아르네: 정신머리를 단단히 고쳐놓겠어.

샤르자드: 으아아…….

군도발드: …… 그게 정말인가? 윌레드가 그런 짓을……. 수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폭력을 행사할 줄이야.

군도발드: 그나저나 자네한테는 미안하게 됐군. 젊은이들이 그렇게나 과격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내 미처 몰랐네…….

군도발드: 윌레드는 제국을 쓰러뜨리겠다고 벼르고 있다는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베르틀리아나: 군도발드…… 님………….

아르네: 어디 달린 목숨이 저 하나란 말이냐?

군도발드: 베르틀리아나……!? 이게 무슨 꼴이냐. 사흘 동안 도대체 어디에 가 있었지……!?

베르틀리아나: 마을 밖에서 먹을 걸 찾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해골단에게 붙잡혀서 놈들의 은신처로 끌려갔고…… 으흐흑…….

베르틀리아나: 그자들은 저를 비웃었어요. 그 잘난 자존심 때문에 이런 비참한 꼴을 겪는 거라고. 해골단은 제국 휘하로 들어갈 생각도 있대요…….

베르틀리아나: 다 함께 고향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알라미고 사람이라고 떳떳이 말하고 싶다는 것이…… 그리 우스운 일인가요?

군도발드: 어떻게 이런 일이……. 베르틀리아나, 너는 우선 따뜻한 곳에서 좀 쉬도록 하거라. 우리 말고 또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있느냐?

베르틀리아나: 네. 여기 들어오는 길에 윌레드와도 마주쳤어요. 사정을 들은 윌레드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어딘가로…….

군도발드: 나는 이 아이를 데려다주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야겠네. 자네는 마을 안 젊은이들이 어쩌고 있는지 좀 알아봐 주겠나? ……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군. 부탁하네.

아르네: …….

아르네: (눈앞이 핑 도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눈을 질끈 감는다.)

샤르자드: …….

샤르자드: 토할 것 같아요…… (중얼거린다)

베르틀리아나: 저는 이제 괜찮아요……. 아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타지 사람이 보기엔 못난 이들끼리 서로 위로해주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윌레드: 파괴신 랄거…… 알라미고를 지키는 신이시여……. 부디 우리에게 그 힘을 빌려주소서……!

윌레드: 우릴 막으려고 왔다면 늦었어. 우리 패거리는 이미 거의 다 여길 떴거든.

윌레드: 이제 친구들이 크리스탈을 가지고 오고 '그자'가 일러준 대로 의식을 거행하면 아무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힘을 얻을 수 있어……!

아르네: 아…….

아르네: 말 좀…… 들어…….

열 받은 젊은이: 이번 작전만 성공하면 우린 엄청난 힘을 손에 넣을 거야. 그러면 제국 놈들을 때려눕히고 세상이 우릴 다시 보게 해주겠어!

열 받은 젊은이: 이빨 빠진 영감의 앞잡이한테 알려줄 건 없어. 자, 나도 가봐야지……. 근데 작전 지도를 어디에 뒀더라…….

화나서 부들거리는 소녀: 베르틀리아나…… 불쌍해서 어쩌지……. 그런 짐승 같은 놈들에게 수치를 당하다니…… 언제까지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야 해!? 더는 못 참겠어!!

화나서 부들거리는 소녀: 나는 윌레드의 '작전'을 돕겠어. 상대가 누군지 듣고 겁을 집어먹은 겁쟁이 녀석들도 있지만……. 이대로 구차하게 살아봤자 무슨 의미가 있냔 말이야!

군도발드: 그래,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고 있던가. 아까부터 안 보이는 자들이 좀 있는 듯한데 혹시…….

군도발드: 사냥용 단검에, 잔라크의 아말쟈족 요새 내부 지도라니……. 설마 여기서 크리스탈을 훔쳐올 셈인가!?

군도발드: 바보 같은 놈들! 크리스탈을 보기도 전에 모두 죽고 말 거다. 무슨 이유로 이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녀석들은 아말쟈족이 얼마나 강한지 꿈에도 몰라……!

군도발드: 모험가여, 한 번만 더 힘을 빌려주게. 그들이 간 곳은 동쪽이야. 지금 바로 쫓아가면 어쩌면……!

아르네: 전속력으로 간다. 꽉 잡아.

샤르자드: 네!

샤르자드: (아르네를 꽉 껴안는다.)

샤르자드: 윌레드 씨!

군도발드: …… 윌레드. 목숨을 부지한 건 너희뿐이냐?

윌레드: 이게 아냐…… 아니라고……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우리는 크리스탈을 손에 넣어서…… 제국 놈들을…….

군도발드: 윌레드!!

윌레드: 히, 힘을 얻고 싶으면 크리스탈을 바치고 기도를 올려서 '파괴신 랄거'를 이 땅에 부르라고 했어요……!

윌레드: 그래서 아말쟈족 요새에 몰래 들어가서 크리스탈을 훔쳐오려고 한 거예요……. 근데 바로 들키는 바람에……!

용맹한 아말쟈족: 도망치게 놔둘 성싶으냐, 후안무치한 인간들이여! 우리 신에게 바칠 성스러운 공물을 노린 죄…… 그 영혼으로 갚을지어다!

군도발드: 우리 쪽 젊은이들이 저지른 실수는 사과하겠네. 허나 영혼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들어줄 수 없군…….

군도발드: 모자란 놈들이지만, 나라를 잃은 우리에게 그들은 희망일세. 미래를 위해 애쓰다 실수한 것이니, 나도 함께 책임을 지겠네!

찰나의 윌레드: 군도발드 님……. 우리는 단지 제국을 쓰러뜨리고 싶어서……!

불굴의 군도발드: 변명은 나중에 들으마. 지금은 목숨을 부지할 생각부터 하거라……!

아르네: 정신 바짝 차려!

용암이빨 헤모즈 테: 방심은 금물……! 죄인들이여, 여기서 그 명을 다하리라!

불굴의 군도발드: 젊은 동포의 목숨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 더는 내줄 수 없다!

불굴의 군도발드: 모험가여, 자네가 윌레드를 지켜주게나!

용암이빨 헤모즈 테: 사면초가로다. 이리 된 이상…… 나와라, 성스러운 불꽃의 축복을 받은 신도들이여!

샤르자드: 아, 안 돼…… (급하게 치유한다)

불굴의 군도발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강하게 밀고 나가세……!

군도발드: 이렇게 강할 줄이야……. 우리 젊은이들이 상대가 안 되는 것도 당연하군.

군도발드: 우선 리틀 알라미고로 돌아가세. 또 적이 뒤쫓아올지도 모르는 일…… 여긴 너무 위험하네.

윌레드: 자, 잠깐만요! 크리스탈을 가져가야 해요……. 두 분이 도와주시면 분명 가지고 올 수 있을 거예요!

군도발드: 윌레드…… 아말쟈족에게 끌려가서 '화염 신도'가 된 자를 너도 본 적이 있겠지.

군도발드: 그리고 울다하의 '불멸대'에선 어떻게든 감추려 하고 있지만 그런 자들이 어떤 최후를 맞게 되는지도 알고 있을 테고……. 너도…… 그렇게 되고 싶으냐?

윌레드: 그, 그럴 리가 없어요……! '가면 쓴 남자'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요! 제국을 무찌르려면 신을 불러야 한다고만…….

군도발드: 윌레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 모험가와 함께, 차분히…….

아르네: …….

아르네: (피로를 꾹꾹 누른다.) 고생했다.

샤르자드: (어쩐지 우울하고 피로해 보인다. 별안간 '제 나이'처럼 보인다.) …… 당신이야말로 고생하셨어요.

아르네: …….

아르네: 잘했어. 네 덕분에 더 죽지 않은 거다.

군도발드: 윌레드, 전부 털어놓아라. 네가 벌인 짓은 전부 '가면 쓴 남자'가 알려준 계획이냐……?

윌레드: …… 네.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놈이 갑자기 나타났어요. 힘을 얻고자 한다면 좋은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윌레드: 그때 딱 한 번 본 거예요. 그자는 연기처럼 사라졌고 어디로 갔는지도 몰라요.

윌레드: 제가 속은 거군요……. 왜 믿었을까요. 왜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이대로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이 알라미고 사람의 운명인데…….

군도발드: 윌레드. 우리는 알라미고 출신이지만 그게 네 전부는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너 하기 나름이야.

군도발드: 무엇을 하려 하건 수없는 난관에 부딪히겠지. 허나 네 목숨을 구해준 것이 이국의 모험가라는 사실……. 부디 잊지 말아라.

윌레드: …… 생각을 좀 하고 싶어요.

윌레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군도발드: 나도 자네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자네를 보니 내일을 살아갈 희망이 생기네. 정말 크게 신세를 졌군.

샤르자드: …… 모르겠어요.

샤르자드: 저 피곤해요…….

아르네: …… 그래.

아르네: 오늘은 이쯤에서 쉬자. 자리 하나쯤 내어달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아르네: 좀…… 자야겠어, 나도.

샤르자드: 그런 건 괜찮아요. 당신은 어디 들어가서 쉬세요…….

아르네: 아가.

샤르자드: (대충 아무 풀숲에나 털썩 기댄다.)

샤르자드: 들어가서 주무세요.

아르네: (옆에 앉아 팔을 끌어당기더니 무릎에 눕힌다.)

아르네: 잘 자라.

샤르자드: …… 네에.

샤르자드: (거부할 만한 여력도, 거부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얌전히 그의 무릎에 누워 잠든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