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

0603-1

아르네: 안녕, 아가. 잘 잤니.

샤르자드: (잠이 깨서 약간 멍하게 쳐다본다.) 아…… 일어나셨어요?

아르네: (대답 없이 웃는다.) 슬슬 움직이자.

샤르자드: 네……. (그 간극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 문지르더니 일어난다.)

군도발드: 자네가 쫓고 있는 '가면 쓴 남자'에 관해 우리가 아는 건 윌레드가 말한 게 전부일세. 여기서는 더 얻을 정보가 없겠지…….

군도발드: 이대로 헤어지자니 아쉽지만 조사를 계속하려면 다른 곳으로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 자네 동료와 한번 상의해보게나.

아르네: 이것 참……, 아씨엔이라.

아르네: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린 것 같구나.

샤르자드: 그렇네요…….

민필리아: 어서 와요! 당신이 무척 고생을 했을 거라고 하리베르트가 그러더군요.

민필리아: '가면 쓴 남자'에 대한 조사는 무사히 마쳤나요? 리틀 알라미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어요.

민필리아: 가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강신 의식을 알려주다니……. 재앙의 불씨를 뿌린 거나 마찬가지네요.

민필리아: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제7재해의 혼란이 가라앉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배후에 수상한 움직임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민필리아: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조사해보는 게 어떻겠어요? 야만신에 대한 보고도 요즘은 이렇다 할 것이 없으니까요.

타타루: 역시 민필리아 님, 사람 부려먹는 데는 일가견이……

민필리아: …… 지금 뭐라고 하셨죠?

타타루: 저, 저는 이만 가보겠어용!

민필리아: …… 으흠. 그럼 잠시 쉬고 나서, 다음 조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얘기하죠.

민필리아: 자, 그럼 아씨엔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해볼까요. 당신이 다날란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사이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어요.

민필리아: 실프족 정보망에 따르면, 검은장막 숲 북쪽에서 아씨엔으로 의심되는 '가면 쓴 남자'가 나타났다고 해요.

민필리아: 그리고 그 주변에서 괴이한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는군요……. 리틀 알라미고에서 일어난 상황과도 일치해요. 확실한 정보라고 봐도 되겠죠.

민필리아: 노라크시아가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요. 가서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가주세요. 이번에야말로 녀석들의 꼬리를 잡자고요!

노라크시아: 드디어 내가 나설 차례냣치? 내가 열심히 알아낸 '정보'니까 고맙게 들어랏치.

노라크시아: 나한테는 '잿빛왕관 상회'라고 하는 크리스탈을 파는 친구들이 있닷치. 그 애들한테 들은 얘기닷치.

노라크시아: 가을박 마을에 있는 '메드로드'라는 산길잡이가 가면을 뒤집어쓴 무서~운 사람을 만났다고 한닷치. 분명 네가 찾는 말썽쟁이일 거닷치!

아르네: 으음.

아르네: 가을박 마을…… 이면, 검은장막 숲이겠구나.

샤르자드: 숲이네요. 좋아요.

아르네: …… 비가 오는구나.

샤르자드: 괜찮으세요?

아르네: 괜찮아. 여기는 아직 땅이 말라 있다.

샤르자드: 아르네. 샤브디즈 고삐를 잡아 보고 싶어요.

아르네: 그럴래?

샤르자드: (끄덕끄덕)

아르네: 샤브디즈, 얌전히 가야 한다.

샤르자드: (입 꾹 다물고 집중한다.)

샤르자드: 휴우.

아르네: 잘했다. 그새 솜씨가 늘었구나.

샤르자드: (빙긋이 웃는다.)

아르네: (손을 뻗어 살살 쓰다듬는다.)

메드로드: 뭐야……. 난 지금 혼자 있고 싶다고……!

메드로드: 어차피 죽을 건데……! 저승사자를 봤으니 나도 그 여자처럼 살해당할 거야……!

샤르자드: …… 저승사자?

아르네: …….

메드로드: 흑흑흑, 너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 듣고 보니 누가 날 죽이러 올 이유가 없네? 그저 불길한 걸 봤을 뿐인데.

메드로드: 똑똑히 기억해. 채굴 작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렸을 때였지. 난 눈알처럼 생긴 괴물을 거느린 '가면 쓴 남자'를 봤어. 느낌이 싸해서 그놈이 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메드로드: 거기에는…… 끔찍하게 살해당한 여자 시체가 있었어어어!! 끼아아아악!!

메드로드: …… 눈알 괴물이 나타나면 그 뒤에 반드시 시체가 발견돼. 난 곧바로 알았어……. 괴물을 거느린 '가면 쓴 남자'는 저승사자가 틀림없다고!

메드로드: 뭐? 그 '가면 쓴 남자'를 쫓고 있다고!? …… 그러면 넌 요즘 가을박 마을에 일어나는 괴이한 사건에 관심이 있다는 거지!?

에이딘: 그래? 그럼 거기 좀 앉아봐, 우리가 다 말해줄게! 우리 산길잡이는 술이랑 수다 말고는 낙이 없거든.

이보로: 에이딘 말이 맞아요. 메드로드가 축 처져있는 동안 입이 근질거려서 죽을 뻔했다니까요.

메드로드: 헤헷, 이 녀석들…… 역시 너희밖에 없다니까! 우리가 이 친절한 모험가를 도와주자!!

에이딘: 그 괴이한 사건 말인데, 일단 내 말 좀 들어볼래? 사실은…… 시체로 발견된 사람들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 있어. …… 그건 바로 다들 얼굴이…… 히이이익!!

에이딘: 그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건 이 근방엔 지즈 뿐이야. 그래서 지즈가 사람들을 죽인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리고 있어…….

아르네: …… 저승사자…….

아르네: 있을 턱이 있나.

에이딘: 이 사건이 '가면 쓴 남자'와 관계가 있다고 단정 짓기 전에 우선 그 부분을 확인해보자! 지즈를 몇 마리 잡아서 증거를 찾는 거야!

샤르자드: 그렇죠.

아르네: 이번에도 잡아 볼래, 고삐.

샤르자드: 네, 좋아요.

아르네: 착하지, 샤브디즈.

샤르자드: (거미전갈 보고 움찔하더니 길을 틀어 왔다.)

샤르자드: 사람 잡는 게 아니라 다행이네요. 하하.

아르네: …….

아르네: 많이 힘들지.

샤르자드: 견딜 만 해요.

아르네: 정말?

샤르자드: 네.

아르네: …… 그래…….

에이딘: 우와, 지즈를 물리쳤구나! 그 무서운 손톱이랑 이빨을 보고도 꿈쩍도 안 하다니 대단해! …… 그래서, 지즈한테서 증거는 나왔어?

에이딘: 아무것도 없었어? 그럼 지즈 짓이 아닌가 보네. 그렇다면…… '가면 쓴 남자'랑 '눈알 괴물'이 역시 수상하지 않아!?

에이딘: 내가 괴이한 사건에 관한 소문을 하나 더 알고 있어. 사실 죽은 건 다…… 젊은 여자래!

에이딘: 남서쪽 암반 지대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살해당한 여자들의 원혼이 모인다지 뭐야……. 바위가 빛나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한다는 소문이 있어.

에이딘: 우리, 이참에 그 바위를 자세히 조사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일할 때 쓰는 채굴용 화약도 빌려줄 테니까 바위를 박살 내고 파편을 가져다줘!

샤르자드: 파편…….

아르네: …… 혐오살인인가…….

샤르자드: 혐오살인이 뭐예요?

아르네: 으음.

아르네: 죽은 사람이 모두 젊은 여자라고 하니까…….

아르네: 누군가 여성을 얕보고 시기하는 마음에서 살해했을까 하는 거다.

샤르자드: 아하…….

샤르자드: …… 그런 건 어떻게 예방해야 하지…….

에이딘: …… 여자의 원혼이 떠도는 바위라면서 으스스하다고 아무도 가까이 가질 않았는데 용감한 모험가가 그걸 속시원하게 박살 냈네!

에이딘: 엥? 뭐야, 이거. 편속성 크리스탈이잖아? 겉면이 지저분해서 눈치채지 못했던 건가? 크리스탈이 번개속성을 띠고 있어서 빛이나 소리가 난 것 같아.

에이딘: 으음, '가면 쓴 남자' 사건이랑은 상관이 없었네. 이런 편속성 크리스탈은 쓸모도 없고 돈도 안 되고. 괜히 헛수고한 게 되었어…….

아르네: 하하. 헛수고라고.

아르네: 장난하나.

샤르자드: …… 뭐, 어쩔 수 없죠.

이보로: 아아, 드디어 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됐네요. 메드로드가 더 겁먹을 것 같아서 조용히 있었습니다만 사실은…… 저도 그 '눈알 괴물'을 봤습니다!

이보로: 심지어 메드로드가 괴물을 본 것과 같은 시간에요……. 작업 종료 종소리를 듣고 집에 가려고 돌아섰는데 그때 제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어요.

이보로: 고개를 드니 부릅뜬 눈이 저를 노려보고 있지 뭡니까!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죠……. 서쪽 암반 지대에 아직 놈이 있는지 확인해주시면 안 될까요?

아르네: …… 가자.

샤르자드: 네에.

아르네: 눈 감아.

샤르자드: …… 안 돼요.

아르네: 샤르자드.

(기르타브 조우.)

샤르자드: (일순, 멈춘다.)

아르네: 이 정도는 괜찮아.

아르네: …… 샤르자드?

샤르자드: …….

아르네: (본능적으로 눈치챈다.)

아르네: 가지 마.

아르네: …… 가지 마.

샤르자드: (들리지 않는 것처럼, 멍하니 기르타브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르네: 아가.

아르네: (결국 손을 잡는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흠칫 놀라 손을 탁 쳐내려다가, 그와 눈이 마주친다. 샤르자드의 눈에 핏발이 섰다.)

샤르자드: …… 아. 아니. 저. …… 그 …….

아르네: …….

아르네: …… 가자.

샤르자드: 하지만…….

아르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끌어안고 방향을 돌린다.) 가자, 아가.

아르네: 부탁이다.

샤르자드: (자세히 살피면, 흉통이 부풀고 가라앉는 게 불규칙하다. 억지로 숨쉬는 것처럼.)

샤르자드: …… 못, 가겠어요…….

아르네: …….

샤르자드: 다리, 힘이 풀려서…….

샤르자드: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깐다.)

아르네: 그래.

아르네: (부드럽게 웃는다. 팔을 제 목에 두르게 하고 허리를 감쌌다.) 가자.

샤르자드: (그에게 기댄다. 키에 비해 마른 몸이 휘청하며 그를 따른다.)

아르네: 잡을 수 있겠니.

샤르자드: (비틀거리며 샤브디즈에 간신히 올라탄다. 어깨 너머로 자꾸 시선이 넘어가려는 것을 억지로 붙잡느라 그의 어깨에 머리 푹 처박아 버린다.) 신경 쓰지 마시고, 달려요…….

아르네: …… 그래.

아르네: 꽉 잡아라.

아르네: (먼저 내려서 손을 뻗는다.) 자아.

샤르자드: (그의 손을 잡고 내리려다가 휘청해서 그의 품에 거의 몸을 처박아 버린다.)

아르네: (팔로 받쳐 안는다.) 괜찮니.

샤르자드: 저…… 조금만…… 앉아 있어도…….

아르네: 그래, 쉬자.

아르네: (따뜻한 차를 주문해 앞으로 밀어준다.)

샤르자드: (덜덜 떨리는 손을 소매 아래에 숨긴다. 멍하니 일렁이는 차의 김을 내려다본다.)

샤르자드: (한참 침묵한다. 따뜻한 차가 다 식을 때까지. 그러다가.) 저 미친 걸까요?

아르네: 응?

아르네: 왜 그런 생각을 해?

샤르자드: 미친 것 같아서…….

아르네: 아가.

아르네: 나 좀 봐라, 응?

샤르자드: (간신히 초점 잡으려 애쓰는 눈으로 그를 본다.)

아르네: (부드럽게 팔을 뻗어 품에 안는다. 천천히 도닥인다.) 괜찮아.

아르네: 놀랄 만한 상황이었다. 어쩌면 내가 모르고 네가 잊은 누군가가 그것과 마주친 적이 있는지도 모르지.

아르네: 네 잘못이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샤르자드: 저는……

샤르자드: 당신이 벼려내려 하는 제가…… 사실 이미 날이 다 나간, 쓸모 없는 칼일 뿐일까 봐……

샤르자드: 제가 당신에게 짐이 되면…… 그렇다고 말하시겠다고, 약속해 주시면 안 돼요?

아르네: …….

아르네: 아가.

아르네: (아주 천천히 등을 쓸어내린다.) 그런 일 없을 거다.

샤르자드: …… 왜요?

아르네: 나는 처음에 고철도 아닌 흙이었으니까.

아르네: 그런데도 지금은 아직은 쓸 만한 검이지 않니.

아르네: 네가 설령 날이 나간 칼이더라도 상관 없다. 나는 벼려낼 자신이 있고 그래서 널 들인 거야.

샤르자드: …… 네.

아르네: 너를 못 믿겠거든 나를 믿어라. 정말 괜찮다.

아르네: 그리고 샤르자드.

아르네: 네 앞에서 싸우다 죽는 일은 없을 거야.

샤르자드: (시선이 다시 떨어진다. 당신이 나를 벼려낼 자신이 있어 날 들여 놓은 거라면, 당신은 내가 짐이 되어도 버리려고 하지 않겠구나. 내 망가진 날이 당신의 심장을 찌를 지경이 되어도 나는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샤르자드: ……. 약속해 주셔야 해요. 절대로…… 절대로.

샤르자드: 제 앞에서 죽으면 안 돼요…….

아르네: 그래.

아르네: 약속하마. 네 앞에서 피 흘리며 죽지 않겠다고.

샤르자드: (멍하니 생각한다. 자기가 쓰러뜨린 이들의 피부가 창백해지던 것을. 그런 자세와 그런 모양으로, 쓰러지는 그를 생각한다.)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네. (거의 반사적이다.)

아르네: (몸을 떼고는 이마를 검지로 톡 친다.)

아르네: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샤르자드: 아얏. (아프지 않지만 이것도 반사적이다.)

아르네: 아프지도 않으면서.

샤르자드: 잉.

아르네: 자, 마저 보고하자. 일어날 수 있겠니.

샤르자드: (테이블 잡고 몸 일으킨다. 몸에 힘은 없지만 일어설 수 있었다.)

이보로: 이럴 수가…… 서쪽 암반 지대에 덩치 큰 독거미전갈이 나타났다고요? 힘깨나 쓴다는 산길잡이들도 벌벌 떠는 흉악한 마물인데요!?

이보로: 세상에, 그걸 물리치시다니……. 모험가님은 역시 다르군요. 진짜 대단해요!

이보로: …… 그렇지만 좀 이상합니다. 저는 분명 '눈알 괴물'을 본 것 같은데…… 제가 잘못 본 걸까요?

메드로드: 음~ 이렇다 할 정보는 안 나오는군. 이래서야 어느 세월에 이 괴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겠어?

메드로드: …… 근데 이보로, 너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야?

이보로: ……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잘못 본 게 아니에요! 제가 본 건 덩치 큰 독거미전갈이 아니라 분명 '눈알 괴물'이었다구요!

메드로드: 하지만 내가 작업하러 갔던 곳이랑 네가 있던 곳은 거리가 너무 멀잖아. 같은 괴물이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 나타날 리가 있어?

메드로드: 그리고 여기 이 형씨가 가서 확인도 해줬잖아? 거기 나타난 건 거미 마물이었다고.

이보로: 정말 봤어요! 커다란 눈알에 날개가 달린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고요. 오늘 저녁밥에 나올 사과 타르트도 걸 수 있어요!

에이딘: 헉. 그걸 걸다니 너 진심이구나. 하긴, '눈알 괴물'이 꼭 한 마리만 있을 거란 보장은 없잖아. 이보로 쪽에도 한 마리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

아르네: …….

에이딘: …… 잠깐. 그렇다면 이보로가 있던 서쪽 암반 지대에 아직 발견 안 된 시체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산길잡이 세 사람: …….

메드로드: 이, 이제부터는 전문가한테 맡기는 게 좋겠어! 우리는 그, 그냥 평범한 산길잡이잖아! …… 흑흑.

에이딘: 그, 그래 맞아~! 모험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어!

이보로: 사건의 진실이 뭔지 무척 궁금하긴 하지만…… 그, 왜,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서쪽 암반 지대 조사는 모험가님한테 맡길게요.

이보로: 혹시 뭔가 발견하면 '쌍사당' 대기소로 가세요……. 우리는 나중에 무슨 일이었는지만 살짝 듣고 술안주 삼아서 수다나 떨 테니까요.

샤르자드: …… 가요.

아르네: 그래.

아르네: …….

샤르자드: 웃……

샤르자드: (조심스럽게 시신을 수습한다.)

아르네: …… 괜찮니?

샤르자드: (그를 보지 않고 답한다.) 괜찮아요.

아르네: 아가.

샤르자드: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아르네: …….

아르네: …… 그래.

아르네: 돌아가자.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쌍사당'에 볼일이 있다면 나한테 말하게. …… 무슨 사건이라도 터졌나?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 그랬군. 사람을 찾다 보니 괴이한 사건과 얽혀있었고 그걸 조사하다 이 시체를 찾았다고.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정말 끔찍한 일이야……. 이런 시체가 얼마 전 중부삼림에서도 발견됐네.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가면 쓴 남자'에 대한 말은 없었지만 '눈알 괴물'은 자주 나타나고 있지. 아무래도 그놈들이 시체를 옮기는 것 같군.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시체는 모두 젊은 여성이었어. 이 상태로는 누군지 알아보기도 힘드니 우리도 고생 좀 하겠…… 음?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흰 백합이 새겨진 단추……. 전에 발견된 시체에도 똑같은 게 달려있었네. 보기 드문 디자인이라 똑똑히 기억해.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무슨 조직이나 가문에서 쓰는 문양인 건가……? 아무튼 이건 큰 성과야, 샤르자드. 자네 덕분에 이번 사건을 풀 실마리를 잡은 것 같군.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시체에서 나온 백합무늬 단추를 자네한테 맡기지. 이 사건을 쫓다 보면 언젠가 자네가 찾는 '가면 쓴 남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르네.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자네도 목적이 있어서 한 일이라지만 그래도 자네 덕에 이 일대의 마물 수가 꽤 줄었어. 중요한 증거물이지만 이번엔 특별히 자네에게 주겠네.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 그래, 우선 이 단추를 가지고 그리다니아 모험가 길드로 가서 물어보는 게 어떻겠나? 모험가들 사이에만 도는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일세.

샤르자드: …… 가요.

아르네: 그리다니아로 돌아가야겠구나.

뮨: 오, 이슈타브랑 블라우 아니야! 내가 만든 허브 티를 마시러 온…… 건 아닌 것 같네. 무슨 일 있어?

뮨: 예쁜 단추구나. 이건 꽤 값이 나가겠는데……. 하얀 백합 문양이라.

뮨: 미안하지만 나는 짚이는 게 없어. 에테라이트 광장을 지키는 '베르나데트'가 어쩌면 비슷한 걸 봤을지도 모르겠군.

베르나데트: 단추의 주인을 찾고 있다고요? 글쎄요, 여길 드나드는 모험가는 거의 다 기억합니다만. …… 어떻게 생긴 단추입니까?

베르나데트: 흠, 이건 장식용 단추로군요……. 미안합니다. 저는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흰 백합은 그리다니아 시민들이 좋아하는 문양이지요.

베르나데트: 그리다니아 시민에 대한 일이라면 구시가지 경비를 맡은 '세인귤드'가 잘 알 겁니다. 귀곡부대 주둔소 앞에 있을 테니 가서 물어보는 게 어떠신지요?

세인귤드: 베르나데트가 나한테 물어보라고 했다고? 허어…… 그래, 무슨 일이지? 일단 난 그녀처럼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건 알아두게.

세인귤드: 이렇게 사치스러운 장신구는 평범한 그리다니아 시민하고는 거리가 먼 물건일세. 이런 걸 달고 다닐 정도면 '명사 주거지'에 있는……

세인귤드: 어, 그러고 보니 명사 주거지 들어가는 길에 이와 비슷한 단추를 단 남자가 있었지. 어디인지 알고 있나? 다리 건너 삼거리에서 북쪽일세.

우르산델: 뉘신지요……? 이 늙은이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우르산델: 아니…… 이건……! 분명 틀림없습니다! 이 고고한 흰 백합. '다르탕쿠르 가'의 문양입니다!

우르산델: 이걸 어디에서 찾으셨습니까? …… 끔찍하게 살해된 시체에서라고요? 제발 그 대답만은 아니길 바랐건만!

우르산델: 이제 더는 모르는 척 할 수도 없게 되었군요……. 가여운 여인들의 죽음 뒤에 있는 진상…… 다르탕쿠르 가의 아망딘 아씨께 일어난 비극에 대해서 이야기하지요.

우르산델: 저는 그리다니아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 다르탕쿠르 가에서 일하던 하인이었습니다.

우르산델: 현 가주, 아망딘 아씨는 실로 아름답고 총명하신 분. 하지만 제7재해 당시 얼굴을 크게 다치신 후 저택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오지 않게 되셨습니다.

우르산델: 어느 날 가면을 쓴 수상한 남자들이 나타나더니 아씨의 상처를 낫게 해준다며 기이한 의식을 벌였습니다. 나날이 의식은 잔혹해졌고, 아가씨도 광기에 휩싸여갔지요.

우르산델: 그 이후의 일은 마치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아씨께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하인들을 못살게 굴고 얼굴이 고운 하녀들은 잔인하게 고문하여 죽였습니다.

우르산델: 저는 시체를 내다 버리라는 명령을 받고 그대로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뒤돌아보지도, 떠올리지도 말라고 저 자신을 타이르며…….

우르산델: 당신은 모험가님이시지요. 진실을 좇아 여기까지 온 당신의 손으로…… 제발 이 끔찍한 비극에 종지부를 찍어주십시오!

우르산델: 아가씨가 계신 저택은 중부삼림 서쪽 끝…… '하우케타 별궁'이라는 곳입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빌겠습니다!

아르네: 음.

아르네: 오늘은 이쯤에서 잠시 쉬자.

샤르자드: 네, 그래요.

샤르자드: 저도 피곤해서.

아르네: 그래…….

아르네: 고생했다, 아가. 한숨 자자.

샤르자드: 하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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