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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2

샤르자드: 좀 주무셨어요?

아르네: 음.

아르네: (그냥 웃는다.) 너는 좀 쉬었니.

샤르자드: (마찬가지로 웃기만 했다.) 이 분이 말하는 별궁까지 가 봐야 할 거 같은데, 오늘도 샤브디즈 고삐를 빌려도 될까요?

아르네: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르네: …… 그래, 그러자.

샤르자드: 네. 일단 갈까요.

아르네: 샤브디즈가 널 좋아하더구나.

샤르자드: 당신이 계속 제어해 주셔서 그런가 봐요.

아르네: …….

아르네: 힘들면 얘기해도 돼.

샤르자드: 안 힘들어요.

아르네: …….

샤르자드: 음.

샤르자드: 근처까진 들여다본 적 있는데, 여긴 처음 와요…….

아르네: 별궁이 꽤 크구나.

샤르자드: 꽤 유력한 가문…… 이었던 것 같은데.

아르네: 그래…….

(하우케타 별궁 진입. 지하의 감옥에 진입한다. 곳곳에 고문 기구가 즐비하다.)

샤르자드: (힐끗힐끗, 아르네를 살핀다.)

아르네: (담담해 보인다. 겉으로는.)

아르네: (손끝을 숨긴다.) 분위기가 영 나쁘구나.

샤르자드: 느낌이, 수상하다고 해야 하나…….

아르네: …….

아르네: (입가를 가렸다.) 그러네.

아르네: …… 나가자.

???: …… 이 저택에 어둠이 가득 들어찼군.

???: 우리가 살짝 물꼬를 터준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어둠을 키워낼 줄이야!

???: 여주인의 집념이 보통 강했던 게 아닌 모양이군. …… 감탄할 만한 악의야.

열두 지팡이의 아씨엔: 네가 그 모험가인가. …… 사제님이 말씀하신 그대로군. '계시공간'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싸우다니.

열두 검의 아씨엔: 벌써 빛의 크리스탈을 3개나 손에 넣었는가. 네놈은 우리가 상상한 이상의 힘을 가진 것 같군.

열두 검의 아씨엔: 그래. 크리스탈을 하나씩 손에 넣으며 네놈은 점점 강해지고 그 힘 속에서 빛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열두 지팡이의 아씨엔: 역시 빛의 사도라 할 만하군. …… 하이델린이 왜 너한테 집착하는지 알겠는걸.

열두 검의 아씨엔: 그러나 우리에게는 썩 달갑지 않은 힘이다. 이 이상 하이델린이 제멋대로 굴게 둘 수는 없어.

열두 지팡이의 아씨엔: 이런, 우린 싸우려고 온 게 아니야. 네 힘을 알아보고 그걸 우리 지도자…… 심연의 사제 라하브레아 님께 전하려고 온 것뿐이야.

열두 검의 아씨엔: 우리는 하늘사도 아씨엔……. …… 이 별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기 위해 어둠으로 빛을 지우는 존재…….

(전투 종료.)

아르네: …… 잠깐만…….

샤르자드: 아르네?

아르네: 괜찮아.

샤르자드: 창백한 거 알죠?

아르네: (신물이 올라오는 걸 참아낸다.) 어두워서 그래. 돌아가자.

샤르자드: …… 일단 그런 걸로 해요.

아르네: (몸을 꼿꼿하게 편다.) 정말 괜찮다니까.

샤르자드: (눈은 그의 손끝에 닿아 있다.)

아르네: (왼손을 살짝 숨긴다.) 샤르자드.

아르네: …… 내게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샤르자드: 그래요. 제가 괜찮은 것처럼 당신도 괜찮다는 거죠.

샤르자드: 그러니까 저도 괜찮은 거예요, 아셨죠.

아르네: …….

우르산델: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저택은…… 그리고 아씨는 어찌 되셨습니까!?

우르산델: …… 이럴 수가, 그런 참혹한 일이……. 아씨께서는 요마에게 기댈 정도로 슬픔이 깊으셨군요……. 아씨께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정말 한이 됩니다.

우르산델: …… 당신도 보셨다시피 저택에 드나들던 '가면 쓴 남자'는 두 사람입니다. 하지만 늘 같은 인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르산델: 언젠가 기필코 놈들을 응징해주십시오……! 저는 귀곡부대로 가서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털어놓고 무섭다는 핑계로 입을 다물어버린 죗값을 치르려 합니다.

아르네: 네가 힘든 티를 안 내는데 어떻게 내가 싫은 소리를 하니.

샤르자드: (묵묵.)

아르네: …….

아르네: …… 샤르자드.

샤르자드: (모래의 집에 들어가고서야 대답한다. 거의 중얼거리는 소리다.)

샤르자드: 저는 제가 뭘 힘들어하는지도 모르잖아요. 이건 '제' 힘듦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당신한테 말할 필요 없는 거예요…….

샤르자드: 하지만 당신은…….

아르네: …….

샤르자드: (또 입 꾹 닫더니,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다.)

아르네: (입술만 달싹인다.)

민필리아: 어서 와요! 당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요?

민필리아: 아씨엔 라하브레아의 부하로 의심되는 두 사람의 아씨엔…….

민필리아: 그렇다면 그자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일까요……?

민필리아: 그건 그렇고,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조사였는데, 설마 아씨엔과 직접 마주칠 줄은 몰랐네요. 뜻밖의 큰 수확인걸요.

민필리아: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성가신 일이 되었네요. 실체도 파악하지 못한 적에게서 지키기엔 이 에오르제아가 너무 넓으니까요.

민필리아: 안타깝게도 우리 힘만 가지고 맞설 수는 없겠어요. 이번 조사 결과를 각 나라에 알려서 경계를 강화하도록 하죠.

민필리아: 세상에는 슬픈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요. 아씨엔이 파고들 수 있는 빈틈이 그만큼 많다는 거예요…….

민필리아: …… 하지만 틀림없이 당신의 활약에 힘입어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강한 마음씨를 믿자구요.

민필리아: 그럼 '가면 쓴 남자'에 대한 조사는 이걸로 마치겠어요. 수고했어요, 이슈타브!

민필리아: 당분간은 야만신을 물리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거예요. 수상한 움직임이 보고되었거든요……. 준비가 되면 모두 불러서 얘기하죠.

아르네: …… 입 밖으로 내면 정말 와닿아서 그래…….

민필리아: 림사 로민사의 총사령부 '흑와단'에서 연락이 왔어요…….

야슈톨라: 코볼드족 조사 결과가 나왔군요.

민필리아: 네, 그래요. 정확히 말하면…… 조사 결과에 따른 의뢰가 들어왔죠.

야슈톨라: 의뢰요?

민필리아: 놀라지 말고 들어요. 림사 로민사의 코볼드족이 야만신 '타이탄'을 다시 소환했다고 해요…….

민필리아: 그래서 타이탄을 물리치기 위해…… 흑와단 토벌대와 같이 작전에 참가해달라더군요.

민필리아: 흑와단은 예전부터 코볼드족을 조사하고 있었어요.

야슈톨라: 흑와단이 세워지기 몇 년 전 야만신 '리바이어선'과 '타이탄'이 동시에 나타난 적이 있었죠.

야슈톨라: 이때 멜위브 제독은 '바다영웅단'이라는 용병단을 고용해 야만신을 물리쳤어요.

야슈톨라: 하지만 두 야만족은 얼마 후 다시 야만신을 불러내기 시작했어요

민필리아: 다행히 이때는 둘 다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서 큰 피해가 없었지만요.

민필리아: 하지만 신도들의 '기도'가 야만신을 불러내는 이상, 야만신을 완전히 물리치기는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죠.

야슈톨라: 그래서 흑와단은 야만족을 감시했어요……. 특히 움직임이 활발한 코볼드족을 주의깊게 봤고요.

야슈톨라: 그리고 결국 이렇게 된 거군요.

민필리아: 문제는 야만신 '이프리트' 때와 달리 정보가 너무 적다는 거예요.

민필리아: 유일하게 '타이탄'을 물리친 용병단 '바다영웅단'도 5년 전 해산했거든요. 전투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죠.

야슈톨라: …… 힘든 싸움이 되겠네요.

야슈톨라: 흑와단이 함께 가긴 해도, 상대는 야만신이에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야슈톨라: 그리고 코볼드족은 실프족이랑 달리 아주 폐쇄적인 야만족이죠. 대화로 해결하긴 어렵겠네요.

야슈톨라: 이번엔 당신이 가진 '초월하는 힘' 대신 모험가로서의 역량을 시험받게 되겠죠.

야슈톨라: 아무리 에오르제아를 위해서라지만 너무 위험해요. 그러니 이번 일은 거절해도 괜찮아요…….

민필리아: 도와줄 건가요……?

민필리아: 고마워요…….

산크레드: 림사 로민사라면…… 야슈톨라가 같이 가는 게 좋겠네요. 마침 이번 일에 대해서도 잘 알고. 그렇죠, 민필리아?

민필리아: 야슈톨라, 부탁해도 될까요?

야슈톨라: 당연히 그래야죠.

민필리아: 고마워요, 야슈톨라.

민필리아: 좋아요! 이렇게 되었으니 제대로 해보자고요!

민필리아: 다른 임무가 있으니 함께 갈 수는 없지만 '새벽의 혈맹' 전원이 도울 거예요.

민필리아: 각자 자기 자리에서 든든하게 받쳐줘야죠!

민필리아: 산크레드, 이다. 각자 담당 국가 총사령부로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하세요.

민필리아: 위리앙제 씨는 발데시온 위원회에 연락해주세요. 가능하면 알피노한테도요.

민필리아: 파파리모, '타이탄'에 대해 조사해줘요. 사소한 단서라도 좋아요.

민필리아: 자세한 내용은 흑와단 작전본부에서 알려줄 거예요. 그곳으로 가주세요.

민필리아: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세요. 여러분에게 크리스탈의 인도가 있기를…….

샤르자드: …… 그러면 그냥 옆에 있어 달라고 해 주시면 안 돼요?

아르네: …….

민필리아: 야만신 '타이탄' 토벌 의뢰를 받아들여 줘서 고마워요. …… 힘든 싸움이 될 거예요. 단단히 준비하세요.

민필리아: 에오르제아의 영웅에게 매료된 걸까요? 모래의 집에 많은 동지가 모이고 있어요. 야만신을 무사히 쓰러뜨리고 모두 함께 승리를 축하해요!

아르네: …… 가자. (갈라지는 목소리다.)

샤르자드: …… 네에.

흑와단 대령 르아샤: 여기는 총사령부 '흑와단'의 군령부. 자네도 흑와단에 들어올 생각인가? 그럼 인사 담당관한테 가서…….

흑와단 대령 르아샤: 앗…… 혹시 아까 연락했던 '새벽' 사람인가? 얼마나 기다렸다고! 야만신 '타이탄'에 관해 할 얘기가 있어.

흑와단 대령 르아샤: '새벽'에 의뢰한 일이니 벌써 들었을지 모르지만 이 지역에 서식하는 야만족…… 코볼드족이 야만신 '타이탄'을 소환했어.

흑와단 대령 르아샤: 지금까지 코볼드족은 북쪽에 있는 오고모로 산에 살았는데, 최근 들어 갑자기 산에서 내려와 남하하기 시작했지.

흑와단 대령 르아샤: 그래서 조사해본 결과, 야만신 '타이탄'의 소환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크리스탈을 채굴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고.

멜위브: 그다음부터는 내가 설명하겠다.

멜위브: 오랜만이로군, 모험가. 자네 이야기는 귀가 아프도록 들었네! 정말로 대단한 활약이야.

야슈톨라: 야만신 토벌은 아주 중요한 의뢰예요. 그래서 멜위브 제독님에게 직접 말씀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멜위브: 알다시피 이 림사 로민사는 바다에 사하긴족, 육지에 코볼드족…… 그리고 국내에는 해적 문제를 안고 있네.

멜위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7재해 이후 우리는 그 문제들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상황일세.

멜위브: 그리고 림사 로민사는 거듭되는 야만신 토벌과 제7재해로 인해 야만신에 대항할 비장의 카드였던 바다영웅단마저 잃고 말았지.

멜위브: …… 그래서, 이렇게 자네들, '새벽의 혈맹'에 야만신 '타이탄' 토벌을 의뢰하게 된 것이네.

야슈톨라: …… 바다에서 나는 것은 인간이, 육지에서 나는 것은 코볼드가 가지는 것으로 예전에 그들과 협정을 맺지 않았나요?

야슈톨라: 그런데 인간이 그 협정을 깨고 육지를 침략했고요. 그러니 코볼드족은 인간에 대항하기 위해서 야만신 '타이탄'을 소환했을 뿐이에요.

야슈톨라: 그러고서 뒤처리만 우리에게 해달라니 이기적이라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흑와단 대령 르아샤: 야슈톨라 님! 말씀이 지나치시지 않습니까!?

멜위브: …… 됐네. 야슈톨라 양의 말이 맞아.

멜위브: 하지만 이기적이라 해도 나는 림사 로민사의 평화를 유지하며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네. …… 이해해주게.

야슈톨라: 죄송합니다…… 저도 말이 좀 지나쳤어요. 제독님이 고민하시는 건 저도 알아요.

멜위브: 야만신 '타이탄'이 에테르를 먹어치우기 시작한 탓에 내륙부에는 벌써 영향이 나타나고 있네. 림사 로민사의 도시 지역에도 피해가 생기는 건 시간 문제지.

멜위브: 이기적인 부탁이라는 건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부디 우리 림사 로민사를 구해주게.

멜위브: …… 고맙네. 흑와단도 다른 일들에 쫓겨 쉽게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거든. 자네들을 믿겠네.

야슈톨라: 한때는 협정을 맺은 적도 있지만 야만신 '타이탄'까지 소환한 상황에서 대화로 해결하는 건 어렵겠지요.

야슈톨라: 우선 정보를 모으는 게 좋겠어요. 타이탄 토벌 전적이 있는 '바다영웅단'을 찾아봐요. 해산은 했지만 아직 살아있는 단원이 있을 거예요.

흑와단 대령 르아샤: 으, 해산한 뒤에 단원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우리도 잘 몰라. 일전에 들은 바로는…… '회색함대 풍차마을'인가에 바다영웅단 출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야슈톨라: 회색함대 풍차마을…… 저지 라노시아 북부 지역이군요. 가요, 확인을 해야죠.

아르네: …….

아르네: 네가 잡을래, 고삐.

샤르자드: 네.

아르네: …….

아르네: (달마스카어로 속삭인다. 조금만 천천히 가자, 샤브디즈…….)

샤르자드: (그 말을 들은 샤브디즈는 뭔가 알아들었는지 속도를 늦춘다.)

샤르자드: 어…… 샤브디즈?

아르네: …….

아르네: 아냐, 괜찮아, 샤브디즈. 달려도 된다.

샤르자드: (꾸엑, 하고 운 샤브디즈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샤르자드: …… 둘이 대화가 된다거나?

아르네: 말을 잘 알아듣거든…….

샤르자드: 방금은 무슨 말 한 거예요? 걸으라고?

아르네: (조금, 어쩌면 오래 망설이다가 다 와 갈 즈음에야 등에 살짝 기댄다.) 응.

샤르자드: (샤브디즈를 멈췄지만, 내리지 않는다.)

아르네: …….

샤르자드: ……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샤르자드: 저도 그렇게 할 테니까…… 당신도요.

아르네: 어려운 일을 시키는구나.

샤르자드: 어려운 일이니까요.

아르네: (대꾸가 없다. 등에 이마를 기댄 채 잠시 깊은 숨을 고른다.)

아르네: …… 이제 됐어. 가자.

샤르자드: …… 네에.

야슈톨라: 에오르제아에서 가장 이름난 용병단이라 불리던 그 전설의 '바다영웅단'……. 단원을 만나는 건 나도 처음이에요.

야슈톨라: 야만신 '타이탄'과 '리바이어선'을 쓰러뜨렸다기에 어떤 강인한 전사일까 했는데…… 아주 평화로운 곳에서 은거하고 있네요.

트라흐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밥 먹는 시간♪ 나는 정말 좋다네 쉬는 시간도♪ 랄라라 룰루루 랄라라라라~♪

트라흐툼: 앙? 뭐야, 넌? 확 풍차에 묶어 죽일까 보다. 으응……? 바다영웅단 단원을 찾는다고?

트라흐툼: 나 이거 참, 이런 데까지 쫓아오고 싶냐? 하여튼 유명인사는 이래서 괴롭다니까!!

트라흐툼: 에헴,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다. 이 몸이 바로 바다영웅단의 으뜸가는 실력자…… '트라흐툼' 님이시다!!

트라흐툼: 응? 너는 뭐야? 이 어르신의 무용담이라도 듣고 싶은 거냐? 아하, 너도 그 야만신과의 대결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지!?

트라흐툼: 에헤이, 말 안 해도 다 알아! 야만신 '타고탄' 얘기잖아?

트라흐툼: '타고탄'…… 그놈과의 대결은 정말 치열했지. 나 같은 역전의 용사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만큼 대단한 싸움이었어!

트라흐툼: 지축을 뒤흔드는 타고탄의 웅장하고 멋있는…… 주먹 한 방! 완전 빠르고 멋있는…… 발차기!

트라흐툼: 그러나! 거기에 당당하게 맞선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바다영웅단의 바로 나!!

트라흐툼: 이 어르신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휘두른 도끼에 뭉쳐있던 아기 타고탄들이 글쎄 파닥파닥파닥…….

트라흐툼: 뭐야? 이 어르신의 무용담을 들으러 온 것 아냐? …… 그게 아니라 타고탄 토벌대에 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트라흐툼: …… 허! 그런 귀한 정보를 맨입으로 알려줄 순 없지! 이 근처에 둥지를 튼 쥐 놈들을 퇴치하고 와라. 그리하면 알려주도록 하마!

아르네: …… 귀찮은 일을 시키는구나.

샤르자드: …… 식인 쥐인가 봐요.

아르네: (조금 지친 얼굴이다. 가볍게 마른세수한다.)

샤르자드: …… 쥐…… 네요.

샤르자드: 그냥 쥐…….

아르네: 쥐는 이제 별로인데.

샤르자드: 하하. 전 차라리 쥐가 좋아요.

아르네: (짤막하게 웃는다. 웃는 시늉은 했다.)

트라흐툼: 쥐를 무사히 퇴치하고 온 모양이군. 바다영웅단 출신인 이 트라흐툼 님께서 칭찬해주마! 잘했다!

트라흐툼: 아, 진짜. 귀찮아서 잠깐 내버려뒀더니 우후죽순처럼 막 늘어나가지고……. …… 어, 아무것도 아냐. 신경 쓰지 마.

트라흐툼: …… 뭐야? 빨리 타고탄에 대해 가르쳐달라고? 흥! 바다영웅단 출신인 이 어르신이 보시기에 고작 쥐떼 좀 없앤 건 일 축에도 못 낀다고. 이것만으론 안 돼!

트라흐툼: 무려 타고탄에 대한 정보인데 말야! 나도 알려주고 싶지! 알려주고 싶은데! 이게 맨입으로는 곤란하다 이거지!

트라흐툼: …… 아, 그렇지. 이번엔 구부 농부를 해치워봐라. 그럼 진짜로 알려준다니까.

트라흐툼: 구부 농부가 가끔 이 근처에 나타나는데 밀가루 빻아놓은 걸 죄다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바람에 아주 골치가 아파.

트라흐툼: 뭐, 바다영웅단 출신인 이 몸이 나서면 3초 만에 쓸어버리겠지만……. 너한테는 상대하기도 좀 버겁지 않을까? 하하하!

트라흐툼: 할 수 있으면 어디 해보라고. 그 구부는 이 근방을 좀 둘러보고 있으면 곧 모습을 드러낼 거다!

샤르자드: (속삭인다. 사기꾼인데요.)

아르네: …….

아르네: (이마를 문지른다.) 이 짓을 해야 하나.

트라흐툼: 엥…… 지, 진짜야? 진짜 구부 농부, 그놈을 물리쳤다고? …… 설마 정말 해낼 줄이야.

트라흐툼: …… 제, 제법인데 그래? 그, 그래도 내가 갔다면 훨씬 손쉽게 잡았겠지만 말이야…….

트라흐툼: 어, 그, 뭐냐……. 구부 농부 물리치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던 것 같아…… 그, 그럼 이번엔…….

회색함대 풍차지기: 트라흐툼 씨. 구부 농부 퇴치는 끝났수? 자꾸 게으름 피우면 계약도 다시 생각할…….

트라흐툼: 이…… 이게 누구신가, 풍차지기 양반! 그 마물은 내, 내가 벌써 물리쳤지. 암!!

회색함대 풍차지기: …… 응? 그렇게 애를 먹더니, 이리도 갑작스럽게……. 진짜 댁이 물리친 거 맞아?

트라흐툼: 지지지, 지지지지지…… 진짜지 그럼! 이, 이봐. 그렇지!?

회색함대 풍차지기: …… 아니, 이 모험가님은 힘깨나 쓰게 생겼는데. 혹시 이 양반한테 부탁해서 대신 물리쳐달라고 한 거 아니야?

트라흐툼: 아, 아니 이 양반이 속고만 살았나! 내가 야만신 '타고탄'을 물리친 몸이라니까? 바다영웅단에서도 실력으로 으뜸이던 트라흐툼 님이라고!

회색함대 풍차지기: …… 거 참, 내 전부터 말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야만신 '타고탄'이 대체 뭐야! 뭘 자꾸 타고 다녀! 코볼드족이 섬기는 야만신은 '타이탄'이겠지!!

트라흐툼: 오, 오잉!? 아니…… 그게…… 타고탄이 뭐냐 하면…… 바다영웅단끼리 부르던 별명인데…….

회색함대 풍차지기: 변명은 그만하면 됐수다! 풍차 오두막을 지키라고 데려다 놨더니 맨날 처놀기나 하고!! 에잇, 이렇게 된 거 어디 제대로 한번 봅시다!

회색함대 풍차지기: 댁이 진짜로 구부를 물리쳤다면 거기 그 모험가랑 한 판 붙어보라고! 만약 못 이기면 그대로 모가지니까 그런 줄 아쇼!

아르네: …….

아르네: 아…… 귀찮아…….

샤르자드: ……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고 있어요.

아르네: …… 처음부터 말로 한 거야.

바다영웅 트라흐툼: 나, 나랑 진짜로 싸우면 넌 죽어! 그러면 안 되니까 바위를 먼저 부수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자고!

바다영웅 트라흐툼: 그러니까 날 때리면 절대 안 된다? 나를 때리면 네가 지는 거야!

샤르자드: …… 아르네, 당신 앞에 있는 바위가 훨씬 큰데요…….

회색함대 풍차지기: 음, 왠지 한쪽 바위가 사알짝 더 커 보이는데……? 뭐, 알아서들 할 문제이니…… 그럼 바위 깨기 대결, 시작!

아르네: 하아.

바다영웅 트라흐툼: 으억, 벌써 부서질락 말락 하잖아!? 할 수 없군…… '폭탄'으로 내 걸 한 방에 날려버려야겠어!

바다영웅 트라흐툼: 으으…… 부서져라…… 제발 부서져……!

트라흐툼: 죄죄죄, 죄송합니다~! 저, 실은 '바다영웅단 단원'이 아닙니다! 그냥 허접스럽고 이름도 없는 용병 나부랭이예요!

회색함대 풍차지기: …… 허허, 그래. 전부터 수상하다는 생각은 했지. 경력이 거짓이니 일단 자넨 모가지야.

트라흐툼: 제, 제발요! 마음 고쳐먹고 열심히 할 테니 제발 자르지만 말아 주십시오!! 제가 나쁜 뜻으로 바다영웅단 출신을 사칭했던 건 아닙니다!

트라흐툼: 전에 '코스타 델 솔'에서 일하다가 거기 윗사람이 바다영웅단이라는 소릴 우연히 엿듣고……. 그래서! 처음엔 그냥 농담 삼아 그랬던 겁니다!

트라흐툼: 아니 그랬더니 신기하게 일이 들어오는 바람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요! 다시는 거짓말 안 하겠습니다요!!

트라흐툼: 자네, 타고타…… 아니, 타이탄에 대해 알고 싶댔지? 아까 내가 말한 윗사람, '와이스케트' 님을 찾아가게! 무지막지하게 센, 진짜 바다영웅단 출신이신 분이야!

트라흐툼: 내, 내가 바다영웅단 사람 이름하고 어디 있는지까지 알려줬잖아! 그러니까 자네도 내가 잘리지 않게 같이 좀 부탁해줘어어!

아르네: …….

아르네: 어이가 없어서 상태가 나아질 수 있는 거였나…….

샤르자드: 하하…….

아르네: …… 그래도 고삐는 네가 잡아라.

샤르자드: 네에.

아르네: …….

아르네: 잠깐만 쉬마. 잠깐만…….

샤르자드: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숨소리나 체온을 느끼면서 그의 상태를 가늠한다.)

샤르자드: 저한테 기대세요.

아르네: …… 하하.

아르네: 생전 제자에게 기대 본 적이 없는데…….

샤르자드: 이제 그러시게 된 걸로 해요.

와이스케트: 내가 '와이스케트'다. 무슨 일이지? …… 뭐? 너희가 야만신 '타이탄'을 퇴치하고자 한다고?

야슈톨라: 그래요. 실제로 림사 로민사에 피해가 나오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쳐야 해요…….

와이스케트: 흥. 너희처럼 영웅 놀이에 취한 애송이들이 처치하네 마네 할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

야슈톨라: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여기 이 이슈타브는 울다하 지역에서 소환된 야만신 '이프리트'를 이미 물리쳤어요.

야슈톨라: 게다가 야만신의 신도가 되지 않는 아주 특별한 '힘'을 지녔죠.

야슈톨라: ……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우리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 각오 하에 '바다영웅단' 부단장이었던 당신에게 야만신 '타이탄'이 있는 곳으로 갈 방법을 물어보러 온 거예요.

와이스케트: …… 대체 누구한테 그 이야기를…… 그래, 좋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정말 타이탄을 물리칠 힘이 있을지…….

와이스케트: 우리 '바다영웅단' 단원들은 날 때부터 두려움이라곤 몰랐다. 명예를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고 수많은 야만신이 우리 앞에 무릎을 꿇었지.

와이스케트: 하지만 '타이탄'은 다른 야만신과는 격이 달랐어. 놈의 손에 우리 동료가 몇이나 죽어 나갔는지 모른다…….

와이스케트: 야만신과 대적하겠다고 나선 걸 보면 너희들도 나름대로 힘에 자신이 있는 것이겠으나…… 그렇다고 내가 너희 말만 믿고 그 힘을 인정할 수는 없어.

야슈톨라: 당신이 우리 힘을 인정하건 하지 않건 상관없어요. 그래도 우리는 가야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야슈톨라: 림사 로민사를…… 아니, 에오르제아를 구하기 위해서요.

와이스케트: 나는 야만신과의 싸움과 제7재해로 수많은 부하를 잃었고, 나 역시도 크게 다쳤다.

와이스케트: 너희도 알다시피 바다영웅단은 이제 없지만 ……그래도 난 아직까지 용병짓을 하며 벌어먹고 살아.

와이스케트: 지금 나는 여기 코스타 델 솔의 주인 게게루주 어르신을 모시는 경비대장이다.

와이스케트: 너희 뜻이 정 그렇다면 어르신이 주는 의뢰를 해결하고 와.

야슈톨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야만신 '타이탄'이 당장 내일이라도 여길 덮칠지도 모르는데!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을 때가…….

와이스케트: 그럼 직접 찾아보든가. …… 오고모로 화산구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말이지.

와이스케트: 난 이미 조건을 제시했어. 내 조건을 따르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 어느 쪽이 더 빠를까? 그 판단은 너희 몫으로 남겨두마.

야슈톨라: …… 화가 치밀지만, 원하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 없겠어요. 다른 방법을 찾아볼 시간이 없어요.

야슈톨라: 당신은 정말로 강해요. 그걸 저 사람에게 보여줘요!

와이스케트: 그래, 해보겠다고? …… 어디 열심히 해봐라.

야슈톨라: 당신은 게게루주의 의뢰를 맡아서 처리해주세요. 전 그 외에도 괜찮은 정보가 없을지 찾아볼게요. 나중에 만나요.

와이스케트: 게게루주 어르신이 주는 의뢰는 쉽지 않을 거다.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우선 몸을 좀 풀어볼까.

와이스케트: 요즘 서쪽에서 흘러들어온 부풀어오른 닉스가 바닷고기를 자꾸 먹어치우는 통에 어르신이 우려하고 계신다.

와이스케트: 그러니 이 큼지막한 청어를 바닷가에 설치한 후 미끼에 부풀어오른 닉스가 걸려들면 그 자리에서 처치해버려라.

와이스케트: 그 후엔 네가 그 녀석을 물리쳤다는 증거로 두꺼비 다릿살을 가지고 오도록.

아르네: …….

샤르자드: 여기저기…… 자기 멋대로네요, 다들.

아르네: 그래, 그렇구나.

아르네: 싫어도 맞춰줘야지 어쩌겠니.

샤르자드: 그러게요…….

샤르자드: 가 볼까요?

아르네: (고개를 좀 기울인다.)

아르네: …… 아니.

아르네: 잠깐 쉬었다 갈까.

샤르자드: 그럴까요.

아르네: 응.

아르네: 여기는 공기가 습하니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겠다.

샤르자드: 날은 맑잖아요.

아르네: 그래도 싫어.

샤르자드: …… 그래요, 그러면.

아르네: 어디 가고 싶은 곳 있니.

샤르자드: 음…….

샤르자드: 글쎄요. 숲?

아르네: …… 한 잔 할래?

샤르자드: 네, 좋아요.

샤르자드: 간만에…… 좀 마시면 좋겠네요.

아르네: (술 한 병 주문하고선 조용히 테이블에 엎드린다. 잠시 망설이다 눈을 감는다.)

아르네: 이대로 조금만 쉬다 가자.

샤르자드: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준다.)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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