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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델 솔 - 타이탄 토벌전

아르네: …….

샤르자드: (한참 가만히 쉬다가, 술 기운이 좀 돌자 얼굴이 약간 발그레해지며 표정이 풀렸다.)

아르네: (그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부스스 눈 뜬다.)

샤르자드: (그를 보고 웃는다.) 잘 주무셨어요?

아르네: 아…….

아르네: (느리게 눈 깜빡인다.) …… 나 오래 잤니.

샤르자드: 음…… (손에 들고 있는 술잔 가볍게 돌리다가) 조금?

아르네: …… 취했어?

아르네: 너 뺨이 붉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에이.

샤르자드: 별로 안 마셨어요.

아르네: (술병 본다.)

샤르자드: (한 병이다.)

아르네: (다시 샤르자드 본다.)

샤르자드: (발그레하다.)

아르네: (취했네.)

샤르자드: (그 표정 읽는다.) 괜찮다니까요.

아르네: …… 바람 쏘이면 술이 좀 깨겠지. 가자. 이번엔 내가 고삐 잡으마.

샤르자드: 네에.

아르네: …… 중간에 떨어지면 안 된다.

샤르자드: 하하!

아르네: (난 진지한데.)

샤르자드: 여기서 기다리면 나와요?

아르네: 그렇다던데.

샤르자드: 아야.

샤르자드: (아르네 허리 꼭 잡고 그 등에 머리 잠시 묻는다.)

아르네: …….

아르네: (샤브디즈를 세운 채 내리지 않고 잠시 머무른다.)

샤르자드: 밤 되니까 낫네요.

샤르자드: (숨 길게 내쉬더니 내린다.)

아르네: 그래…… 다행이다.

와이스케트: 두꺼비 다릿살을 가지고 왔나?

와이스케트: …… 그래, 좋다. 적어도 말로만 강한 척하는 모험가 나부랭이는 아닌 모양이군.

와이스케트: 그러면 이제 게게루주 어르신의 의뢰를 전달하지. 이번처럼 쉬운 일은 아닐 거다. …… 겁난다고 지리고 도망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

와이스케트: 자, 그럼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바로 알려주지. …… 머지않아 이곳 코스타 델 솔에 아주 중요한 손님이 오신다.

와이스케트: 게게루주 어르신은 그 손님을 위해 '특별한 만찬'을 대접하려 하시고.

와이스케트: 특별한 만찬…… 그걸 만들려면 '에오르제아 삼대 진미'라고 불리는 재료가 있어야 해. 그러니 너는 에오르제아 곳곳을 돌면서 그 '진미'를 모아와라.

와이스케트: 그리고 만찬에 어울리는 최고급 포도주도 찾아줬으면 하는데…… 일단은 '삼대 진미'를 모은 다음에 말이지.

와이스케트: 내 예전 부하들이 어디 가면 진미를 구할 수 있는지 알 거야. 우선, 내 예전 부하 중에 '고요한 야영지'에 있는 '랑드넬'한테 가서 물어봐라.

와이스케트: 너는 에오르제아 각지를 누비는 모험가이자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야만신을 물리치겠다고 나선 녀석이지. …… 그러니 이 정도는 나보다 훨씬 빨리 처리할 거야. 안 그래?

와이스케트: 당연히…… 이제 와서 못 하겠단 소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

아르네: …….

아르네: 아…….

아르네: 피곤하게 하는군, 정말.

샤르자드: …… 심부름꾼이네요.

랑드넬: 모험가님이 이런 곳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귀곡부대에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신가요?

랑드넬: …… 아, 부단장님이 말씀하신 모험가로군요. '에오르제아 삼대 진미'를 모으신다지요? 연락은 받았습니다.

랑드넬: 그러니까 말이죠……. 삼대 진미 중 이 근처에서 나는 거라고 하면 바로 금강거북의 거대한 알을 말하는 건데요.

랑드넬: 이걸 품고 있는 건 아주 아주 사납고 커다란 금강거북입니다. 수많은 모험가가 이 녀석한테 덤볐다가 죽고 말았죠. 그래도 쳐들어갈 배짱이 있으시다면……

랑드넬: …… 크크크…… 크크크크큭……!! 내가 친히 도와주마, 이 자식아!!

아르네: …….

샤르자드: 어우.

아르네: …… 상종하지 마라. 미친놈이다.

샤르자드: 듣겠어요.

아르네: 자기도 알 걸.

랑드넬: 헤헤, 야! 준비는 다 됐냐!? 아, 그렇지! 아직 인사를 안 했네!? 난 귀곡부대 제6창병조장 랑드넬이라고 한다!

랑드넬: 바다영웅단이 해산하고 내 고향 그리다니아로 돌아왔지! 그리고 지금은 귀곡부대원이 돼서 완전 눈부신 활약을…… 아, 으흠.

랑드넬: …… 제가 바다영웅단 출신인 건 다른 동료들에겐 비밀입니다. 성실하고 예의 바른 귀곡부대 사람들한테 맞추려고 제 원래 성격을 숨기고 있으니까요.

랑드넬: 자, 그럼 진미 금강거북의 거대한 알에 대해 마저 얘기할까요. 금강거북은 상당히 사나운 마물이라서 사람이 알 근처에만 와도 무조건 덮치는 습성이 있습니다.

랑드넬: 그래서 더럽게 성실한 우리 귀곡부대 부하들이 알 근처를 철통같이 경비하고 있죠. 그런데…….

랑드넬: 놀랍게도 당신이 오기 직전 낮은길에서 귀찮은 마물이 발견되는 바람에 태평하게 경비를 서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랑드넬: 지금은 경비 인원 배치를 전환해서 낮은길에 나타난 마물을 처치하러 갔습니다. 즉, 알 부근에 아무도 없습니다…….

랑드넬: …… 크크크…… 크크크크크……!! 아무도 네놈을 방해할 수 없다는 뜻이야!!

랑드넬: 금강거북의 거대한 알은 '징검뿌리 늪지대' 북동쪽에 있어. 자기 알을 노리는 놈은 가차 없이 죽이려고 들걸? 네놈한테 그럴 배짱이 있다면 어디 가지고 와봐라!

샤르자드: …… 옆에 계신 부하는 다 알고 있는 건지…….

랑드넬: …… 크크크…… 캬하하하! 이걸 진짜로 가지고 오다니, 너 정말 물건이구나. 네놈이 간덩이가 단단히 부은 놈인 건 잘 알았다!

랑드넬: 이건 내가 부단장한테 보내놓으마. '특별한 만찬'에 필요한 '진미'는 이제 두 개 남았지. 그럼 당장 다음 진미를 찾으러 가라.

랑드넬: 남부 다날란에 있는 '잊힌 오아시스'로 가서…… 거기 있는 내 바다영웅단 동료 '우오드 눈'한테 물어보면 될 거다!

아르네: …… 날이 덥겠구나.

아르네: 얇게 입는 게 좋겠다, 아가.

샤르자드: 이런 심부름 하라고 3국 통행권을 주신 건 아닐 텐데…….

샤르자드: 아.

아르네: 음.

아르네: 혹시 길을 아니?

샤르자드: 네.

샤르자드: 당신과 처음 만난 길인 걸요.

아르네: 아, 그랬지…….

아르네: 네가 고삐 잡을래?

샤르자드: 그럴게요.

아르네: 그래.

아르네: 사막은 종종 그냥 보고 있고 싶더구나. 그래서.

샤르자드: 그리우세요?

아르네: …… 가끔.

아르네: 아니…… 가끔이 아닌가.

아르네: …… 나도 잘 모르겠다.

샤르자드: …… 사막을 보면서 가요, 그러면.

아르네: 길이 먼데.

샤르자드: 괜찮아요.

아르네: 편한 길로 가도 된다, 아가. 굳이 이렇게…….

아르네: …….

아르네: (모래가 보이자 말을 잃는다.)

샤르자드: …… 사구가 아름답네요.

아르네: …….

샤르자드: 아르네.

아르네: 아…… 미안하다. 잠깐 넋을 놓고 있었구나.

아르네: 응.

샤르자드: 아니에요. 들어가요.

아르네: 왜, 할 말 있으면 해라.

샤르자드: 그냥요.

아르네: ……?

샤르자드: (그리움은 자신에겐 특권 같은 것이다. 그냥 그의 얼굴을 기억에 담기로 했다.)

우오드 눈: 그래, 네가 부단장이 말한 그 모험가인가. '에오르제아 삼대 진미'를 모으러 왔다고?

우오드 눈: 여기까지 왔는데 미안하지만…… 내가 왜 널 도와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 방해는 안 할 테니 혼자 알아서 해.

우오드 눈: …… 흥. 아직도 안 갔나.

우오드 눈: 랑드넬 쪽 '진미'는 이미 얻었다고 했지. 그저 그런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라는 건가.

우오드 눈: 그래도 널 쉽게 도와줄 수는 없다. 난 이 '오아시스'를 이끄는 우씨족의 '눈'…… 다시 말해, 족장이니까 말이다.

우오드 눈: 우리 우씨족은 실력이 모든 걸 말하는 사회. 내가 바다영웅단에 들어간 것도 강해지기 위해서였지.

우오드 눈: 우씨족에서 가장 강하다고 하는 내가 옛 상관의 한마디에 군말 없이 외지인을 도와주면 아랫놈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

우오드 눈: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진미'를 얻어야겠다면 네 기량을 보이고 나를 설득해봐라.

우오드 눈: 어디…… 네 기량을 확인해봐야겠다. 아말쟈족과 싸우고 와라. 그것도 병장급인 돌날창의 타나드 가 정도는 되어야겠지.

우오드 눈: 이 피투성이가 된 갈고리창을 사막에 놓아두고 그 옆에 숨어서 돌날창의 타나드 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라. 이건 놈의 부하에게서 빼앗은 창이니 분명 찾으러 올 거다.

우오드 눈: 그놈을 덮쳐서 처치한 다음, 전리품으로 야만족풍 목걸이를 가져와라. 그걸 가지고 돌아오면 네 실력을 인정하고, '진미'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주지.

아르네: …….

아르네: (눈에 핏발이 섰다. 눈가를 꾹 누르다 웃는다.) 가자.

아르네: …… 내 고향도 이런 곳이었다.

아르네: 건너기 어려울 만큼 드넓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었지.

샤르자드: 그곳은 아름다웠나요?

아르네: 사막의 푸른 별이었다.

샤르자드: …… 푸른 별.

아르네: 아름다웠어. 잠시 들른 상인들이 떠나기 싫어할 만큼.

아르네: 지금은…….

아르네: …….

샤르자드: …… 아르네.

아르네: 응?

샤르자드: 언젠가 돌아가기로 해요.

아르네: …….

샤르자드: 모든 건 반드시 끝날 테니까…….

아르네: (웃었다.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다. 입꼬리가 굳어 올라가지 않는다. 그는 대신 고개를 숙인다.)

아르네: …… 언젠가는…….

샤르자드: (그 심경을 차마 감히 이해한다 할 수도 없어서, 샤르자드는 망설이다 그의 양손을 감싸쥐었다.)

아르네: (멈칫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빼려다 그만둔다.)

샤르자드: …… 이따가 놓을게요. 지금은 잠시만.

아르네: …….

아르네: …… 내가 필요할 때 위로를 받으려고…… 그러려고 너를 데려온 게 아니야.

아르네: 난…….

샤르자드: (희미하게 웃는다.) 그것만은 아니에요.

아르네: ……?

샤르자드: …… 당신이 신기루처럼 보여서…… 이대로, 당신 고향 어딘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붙잡은 거예요.

아르네: …….

샤르자드: 무섭진 않아요. 당신은 언젠가는 떠나가실 거라고 생각하니까…….

샤르자드: 그렇지만…… 아직은 당신을 더 쫓아가고 싶어요…….

아르네: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텐데, 하는 말을 삼켰다. 대신 조용히 숨을 삭인다.)

샤르자드: …… 역시 안 되겠죠? 저는.

아르네: …… 아니.

아르네: …… 별궁의 망령이 나를 쫓아다니는 모양이다. 별 생각이 다 드는구나.

아르네: 가자. 더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게.

샤르자드: …… 그래요.

우오드 눈: 야만족풍 목걸이를 가져오면 네 기량을 인정해 주마.

우오드 눈: …… 흥, 돌날창의 타나드 가를 물리치다니. 내가 너한테 줬던, 이 '마비의 물약'을 제대로 썼나보군. 놈들은 특성상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진 않는다. 그래서……

우오드 눈: …… 응? 얼레? 왜 이 '마비의 물약'이 아직 나한테 있지……? 혹시 내가 깜빡하고 안 줬나?

우오드 눈: 그럼, 서, 설마 너…… 이 물약도 없이 돌날창의 타나드 가를……?

아르네: …… 정신을 어디다 빼놓는 거야?

우오드 눈: …… 후후…… 하하하하! 너 정말 대단한 녀석이로구나. 마음에 들었어! 네놈의 기량을 인정하마!!

우오드 눈: 이런, 이거 아무래도 대단한 모험가가 찾아온 것 같군. '바다영웅단'이 아직 있었다면 널 영입했을 거야.

우오드 눈: 자, 그럼 네가 그렇게 알고 싶어 하던 걸 알려주지. 이 근처에서 나는 '에오르제아 삼대 진미'는 바로 웰윅 지렁이 고기다.

우오드 눈: 웰윅 지렁이는 암컷 모래지렁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놈들은 개체 수가 적고 모습을 잘 드러내지도 않아. 이 근처에 나타나는 놈들도 다 수컷이고.

우오드 눈: 웰윅 지렁이를 불러내려면 미끼를 써서 낚는 수밖에 없어.

우오드 눈: 놈의 영역 근처에 놈이 좋아하는 민물아귀 시체를 놓아둬라. 어딘지는 지도에 표시해놨다.

우오드 눈: 민물아귀 시체는 민물아귀를 물리치면 얻을 수 있을 거다.

우오드 눈: 굶주린 웰윅 지렁이는 무척 사납지만…… 네가 가진 기량이라면 문제없겠지.

샤르자드: 하하.

아르네: …… 가자. 낚시하러.

샤르자드: …… 민물……

샤르자드: …… 여기……?

아르네: …….

아르네: …… 오아시스?

샤르자드: …… 오아시스?

아르네: …….

아르네: 몰라. 달마스카에는 이런 거 없었어.

샤르자드: (이 녀석을 어떻게 암컷 수컷 구분하는 거지…… 생각 중.)

우오드 눈: 그래. 잘 돼가나? 웰윅 지렁이 고기는 얻었고?

우오드 눈: …… 이거 정말 놀랍군. 아니, 너라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네 기량은 이제 확실히 알았어.

우오드 눈: 웰윅 지렁이 고기는 금방 상하니까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훈제해서 와이스케트 부단장 앞으로 보내두지.

우오드 눈: 자, 그럼 남은 마지막 '진미' 말인데…… 미안하지만 그게 어디 있는지는 나도 잘 몰라. '코스타 델 솔'로 돌아가서 부단장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군.

우오드 눈: …… 아, 그래. 어차피 코스타 델 솔로 돌아갈 거라면 부단장한테 줄 선물도 같이 가지고 가주겠나?

우오드 눈: 이 줄마노 브랜디를 '코스타 델 솔'에 있는 '와이스케트' 부단장한테 가져다주겠나?

우오드 눈: 부단장한테는 옛날에 이래저래 신세를 졌거든. 내가 어리고 혈기왕성했을 때는 부단장한테 반항을 못 해서 안달이었으니까.

우오드 눈: 하지만 부단장은 내가 아무리 건방진 소리를 해도 내 '실력'만은 항상 인정해주셨다. …… 철없는 날 데리고 계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지.

우오드 눈: 자, 이제 '삼대 진미' 중 남은 것은 마지막 하나……. 이 물건을 갖다주면서 그에 대해서도 부단장한테 물어보도록 해라!

아르네: 그래…… 심부름꾼 노릇도 하는데 전령이야 못 할 것도 없지.

샤르자드: 그러게요…… 뭐든 하는 거지……

와이스케트: …… 우오드 눈하고 같이 있다가 돌아온 건가. '진미'도 잘 모으고 있는 것 같군.

와이스케트: 내가 좋아하는 줄마노 브랜디……. 이걸 널 통해서 나한테 보냈단 말이지? …… 그래, 우오드 그 녀석도 네가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군.

와이스케트: 자, 이제 '에오르제아 삼대 진미'는 마지막 하나만 남았다. 준비가 다 되면 시작하자고.

와이스케트: '특별한 만찬'에 쓸 마지막 '진미'가 어디 있는지는 예전에 군수 물자를 담당하던 고블린족 '브레이플록스'가 알고 있을 텐데…….

와이스케트: 아무래도 그 브레이플록스에게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와이스케트: 곧바로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라. ‘선착장: 숨겨진 폭포'에 있는 '오즌 나즌'한테 얘기하면 '브레이플록스의 야영지'로 가는 길을 알려줄 거다.

아르네: …….

아르네: (피곤한 한숨을 삼킨다.) 가자.

샤르자드: 아…… 브레이플록스. 아주 아름다운 분이라는 얘길 들었는데…….

아르네: …… 그래?

샤르자드: 네. 어떤 분이 그 분에게 남긴 절절한 연시를 들은 적 있어요.

아르네: 이름을 보면 고블린족 같은데. 고블린족이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기도 하는군…….

샤르자드: …… 고블린 족 이름이에요?

오즌 나즌: 와이스케트 님 소개로 왔다고? 아아…… '브레이플록스의 야영지'로 가려는 거로군.

오즌 나즌: 그럼 저쪽에 있는 선장에게 가서 말해봐. '브레이플록스의 야영지'가 있는 '빗물받이 숲'까지 태워다 줄 거야.

선장: '빗물받이 숲'으로 가는 배야. 탈 거냐?

아르네: 대개 고블린 족이 그런 이름을 많이들 쓰더구나.

샤르자드: 아하.

아르네: …….

샤르자드: …… 화약 냄새가 나네요, 여기.

아르네: 제국어가 들리는구나.

샤르자드: 전선이 이렇게 가까웠구나…….

브레이플록스: 슈우우…… 슈우우……. 와이스케트가 말한 놈 너냐고브? 고브 준비했다 마지막 진~미.

브레이플록스: 그런데 쫓아왔다 크~고 무서~운 놈! 도와줘라 다들 위험하다! 도와줘라! 너도 함께 가자고브! 야영지 탈환작전고브!

샤르자드: …… 으응?

아르네: …… 뭘 어떻게 하라고?

샤르자드: 아니, 그, 자세히……

브레이플록스: 고브 친구들 도망쳤다 급하게~! 그런데 두고 왔다 중요한 물건! 그래서 찾으러 간다 야영지~!

아르네: …….

아르네: 아, 몰라. 까라면 까야지.

샤르자드: …… 치즈가 저 안에 있나 본데요.

(브레이플록스의 야영지 진입.)

아르네: …… 음.

아르네: 용족……, 인가?

샤르자드: 그런가본데요……

샤르자드: …… 음.

아르네: 다친 곳 없니, 아가.

샤르자드: 그럼요.

아르네: 정말?

샤르자드: 진짜로요.

아르네: …… 그래.

샤르자드: 괜찮아요. 당신이 시선을 끌어 주셔서.

아르네: 돌아가자.

샤르자드: 가요…….

아르네: 여기엔 그리 오래 있고 싶지 않구나.

브레이플록스: 슈우우, 슈우우……. 고맙다~ 고맙다~!

브레이플록스: 드래곤 공격해서 갑자기 쿵쾅! 너 제법 재치 있더라~! 네 '재치' 제대로 봤다~!

브레이플록스: 이제 야영지 원래대로다! 너 고브고브 진미 가지고 가라고브!

브레이플록스: 제조비법 유출엄금 고블린 치즈! 진짜진짜 맛있고 진짜진짜 냄새나! 엄청엄청 귀한 고블린 치즈~!

브레이플록스: 삼대 진미 마지막 하나! 코스타 델 솔 '와이스케트'한테 가져가라고브~!

샤르자드: …… 우와.

샤르자드: 이거, 젖뿌리 냄새 같기도…….

와이스케트: 돌아왔나. 브레이플록스는 괜찮던가?

와이스케트: 우욱. 이 어마어마한 냄새는 여전하군……. 이 냄새는 분명 마지막 남은 '삼대 진미'인 고블린 치즈가 틀림없어.

와이스케트: 냄새는 코를 찌르지만, 그만큼 감칠맛이 대단하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맛이라더군.

와이스케트: 아, 뭘로 만드는지는 굳이 알려고 들지 마라. …… 알고 나면 밥맛이 뚝 떨어질 테니까.

와이스케트: 이제 '에오르제아 삼대 진미'인…… 금강거북의 거대한 알, 웰윅 지렁이 고기, 고블린 치즈가 다 모였군.

와이스케트: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처음에도 말했듯이 만찬에 어울리는 최고급 포도주를 찾아주길 바란다.

와이스케트: 우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내 예전 부하를 만나주길 바란다. 만나야 할 예전 부하의 이름은 '샤마니 로마니'…… 포도주 항구에서 양조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와이스케트: 이 '식전주 주문서'를 가져가. 녀석에게 건네면 얘기가 통할 거다.

와이스케트: …… 오랫동안 물건을 찾아오라고 해서 불만일지 모르겠지만 이건 야만신 토벌에 너무나도 중요한 임무다. 불만을 참고 최고급 포도주를 찾아와라.

샤르자드: …… 이게 왜 중요해.

아르네: …….

아르네: (고개를 슬쩍 젓는다. 넌더리를 내는 것 같기도 하다.)

샤마니 로마니: 햇살과 흙이 축복을 내린 냄새와…… 수많은 격전의 냄새라. …… 당신은 모험가님이시군요?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으십니까?

샤마니 로마니: …… 포도주 주문서군요. 아, 봉투는 열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저는 눈이 안 보여서 읽을 수 없거든요.

샤마니 로마니: 주문하시려는 건…… 최고급 포도주로군요. 후후후,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요?

샤마니 로마니: 봉투에서 '바닷물 냄새'가 나니 코스타 델 솔에서 오셨을 것이고……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한 이 치즈 냄새로 보아……

샤마니 로마니: 의뢰주는 와이스케트 부단장이십니까? 그렇다면 '삼대 진미'를 사용한 만찬에 어울릴 만한 식전주용 최고급 포도주……를 주문하시려는 거군요?

샤마니 로마니: 후후후, 저는 눈이 안 보이는 대신 다른 감각을 예민하게 키웠으니까요. 지금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답니다.

샤르자드: (초롱초롱 눈 빛내며 샤마니 로마니를 본다.)

아르네: 최고급 포도주?

아르네: 그게 뭔데? 발렌스?

샤마니 로마니: 저는 전투에서 시력을 잃고 '바다영웅단'을 나왔습니다. …… 이제는 이곳 포도주 항구에 자리 잡고 포도주를 만들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하고 있어요.

샤마니 로마니: 후후후, 다른 사람도 아닌 와이스케트 부단장이 하는 부탁인데 당연히 그에 걸맞은 '최고급 포도주'를 내드려야지요!

샤마니 로마니: …… 하고 말씀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실은 지금 저한테 있는 포도주는 모두 다 세컨드 라벨…… 등급이 좀 떨어지는 것들뿐입니다.

샤마니 로마니: 최고급인 퍼스트 라벨은 양조기술자이자, 이 양조장의 소유주이기도 한…… '뷔어글렌트'라는 남자가 독차지하고 있죠.

샤마니 로마니: 그다지 만나는 걸 권유드리고 싶진 않은 자입니다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가 없군요. 뷔어글렌트한테 가서 한번 상의해보시겠습니까?

샤르자드: …… 맛있는 포도주?

아르네: 발렌스는 라바나스터에서도 씨가 마른 지 오래인데 무얼……

아르네: …… 그래. 그래도 맛있는 포도주 한 병 얻어간다면 좋긴 하겠구나.

아르네: 끓여서 마시면 통증 줄이는 데에도 좋지…….

샤르자드: (물끄러미……)

아르네: …… 왜?

샤르자드: …… 통증?

아르네: …….

샤르자드: …… 잘 알아들었어요.

아르네: 지금 아프다는 게 아니라…….

샤르자드: 그럼요.

뷔어글렌트: 이 포도주는 대체 뭔가요!? 완전히 쉬어서, 도저히 마실 게 못 되네요! 이건 포도주에 대한 모독입니다! 관계자를 당장 해고하세요!

뷔어글렌트: …… 응? 당신은 누구신가요? 샤마니 로마니한테서 얘기를 듣고 왔다고요? 흥, 그 초짜 양조장이 말인가요?

뷔어글렌트: 다짜고짜 최고급 포도주를 내달라니…… 음하하, 농담이시죠? 제가 왜, 어디서 굴러먹던 초코보 뼈다귀인지도 모를 인간한테 그런 좋은 포도주를 내드려야만 하는 건가요?

뷔어글렌트: 진정한 맛의 아름다움도 못 느낄 둔한 혀를 가진 열등종자에게 그런 건 사치입니다! 가서 흙탕물이나 마시도록 해요. 음하하하! 자, 당장 나가주시죠!

아르네: …… 여기나 저기나 인성들이 왜…….

아르네: 아…… 머리야.

샤마니 로마니: …… 역시 쫓겨났군요. 그 사람은 이곳 포도주 항구를 쥐락펴락하는 양조기술자예요. 그래서 림사 로민사의 포도주왕이라고도 불리죠…….

샤마니 로마니: 포도주에 쏟는 열정은 정말 대단하지만…… 성격에 좀 문제가 있어서요. 게다가 다들 그 사람 말이라면 꼼짝을 못 하고요.

샤마니 로마니: …… 이렇게 되었으니, 모험가님이 저를 위한 빛이 되어 당분간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뒤어스트바이츠에게 줄 최고급 포도주를 마련해봅시다.

샤르자드: …… 초짜가 끼어도 돼요? 이런 거에?

아르네: ……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아르네: 아니…… 아니다. 그래.

아르네: 시험을 보는 입장이면 최선을 다해야지. 그래.

샤르자드: 음?

샤르자드: 아…… 그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샤마니 로마니: 지금 이 양조장에서 쓰는 포도는 대부분 '저지대 포도'라는 품종입니다. 품질도 절대 나쁜 편은 아니죠.

샤마니 로마니: 하지만 제가 구하고자 하는 '최고급 포도주'는 이 품종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샤마니 로마니: 재해가 일어나기 전에, 저지대 포도 품종의 개량 시도가 있었는데, 그때 신의 장난으로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기적과도 같은 포도가 바로 '바커스 포도'……!

샤마니 로마니: 그리고 이 포도주 항구의 기름진 땅에서만 열매를 맺는다는 알이 큰 '바커스 포도' 품종을 가지고 초일류 양조기술자가 혼을 실어 빚어낸 포도주…….

샤마니 로마니: 그게 바로 제가 찾고자 하는 궁극의 포도주…… 바커스 포도주입니다!!

샤마니 로마니: …… 죄송합니다. 얘기하다 보니 좀 들뜨고 말았군요. 저는 바다영웅단에서 은퇴하고 나서 딱 한 번 그 맛을 음미한 적이 있습니다.

샤마니 로마니: …… 그건 마치 하늘에 계신 열두 신이 내린 것 같은 맛이었죠. 눈이 안 보이는 제게, 혀 끝에서부터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듯한 맛이었어요…….

샤마니 로마니: 그런데 '바커스 포도'가 열리는 나무는 5년 전 재해로 모두 다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제 더는 '바커스 포도주'를 못 만든다는 거예요.

샤마니 로마니: 하지만 '특별한 만찬'에 어울릴 포도주는 그것밖에 없어요. 어쩌면 이곳 양조기술자가 남몰래 숨겨둔 게 있을지도 모르니, 혹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융그파어: '바커스 포도주'라……. 그 좋은 술을 한번 맛보고 싶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진짜로 없는 걸 낸들 어쩌겠나.

투림 후림: 뭐? 바커스 포도주? 그건 제7재해 때문에 벌써 다 없어진 지 오래야. 술 저장고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으니까.

샤마니 로마니: …… 그렇군요. 그래도 1병 정도는 남아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쉽지만,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샤마니 로마니: 사실 저는 바로 그 '바커스 포도주' 때문에 양조기술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거거든요.

샤마니 로마니: 야만신 '타이탄'과 격전을 벌이다 시력을 잃고 깊은 절망에 빠져있던 저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 준 게 그 포도주였습니다.

샤마니 로마니: 아직 이렇게 풍성하고 근사하며 아름다운 것이 있다고……. 그리고, 나는 그걸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고. 눈이 안 보여도 느낄 수 있으면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샤마니 로마니: 그때 마신 그 '바커스 포도주'가 저에게 살아갈 희망과 의지를 준 거예요…….

샤마니 로마니: 그래요, 살아갈 희망……. 그 포도주가 사라졌다고 해서 희망까지 사라진 건 아니죠.

샤마니 로마니: 저를 믿고 이 일을 부탁한 친구를 위해 저는 당신의 도움을 받아, 반드시 지금 이 세상에 있는 가장 좋은 술을 마련해내고 말겠습니다…….

샤마니 로마니: 그 전설의 포도주만큼은 아니겠지만 '특별한 만찬'에 어울릴 만한 술을 꼭 찾아내겠어요. 다른 수가 없는지 생각해 볼 테니,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샤마니 로마니: 그리고 그 사이에…… 괜찮으시다면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샤마니 로마니: 2년 전, 제가 포도주 항구로 오기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시력을 잃고 절망에 빠진 채 여기저기 떠돌던 저는 '드레스트'라는 은인을 만나 목숨을 건진 적이 있습니다.

샤마니 로마니: 그 사람에게 제가 만든 포도주를 주고 싶어요. 처음으로 만든 거라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제 새로운 삶을 보여주는 포도주니, 그 사람도 맛봤으면 해서요.

샤마니 로마니: 드레스트 씨는 지금 '빗물받이 숲 선착장'에서 일한다고 해요. 선착장에 있는 선장 '리츠퀼트'한테 그가 어디 있는지 확인해서 이 로마니의 포도주를 가져다주시겠습니까?

아르네: …….

아르네: (뒤에 앉아 손가락을 허벅지 위로 톡톡 두드린다.) 음.

아르네: …… 느낌이 안 좋아.

리츠퀼트: 드레스트라고? 아아, 그 유랑민 말이지. 가끔 짐 나르는 일을 맡기고 품삯을 주고는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별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리츠퀼트: 음침한 데다 왠지 섬뜩하니 이상한 녀석이거든. 얼굴도 흉터투성이인 걸 보면 평범한 사람은 절대 아니야. 지금은 '끊어진 가죽끈 주막'에 방을 빌려 살고 있는 것 같더군.

샤르자드: …… 그러게요.

(드레스트 조우.)

아르네: …… 잠깐만.

아르네: 낯이 익어…….

샤르자드: …… 에?

아르네: …….

샤르자드: …… '저'처럼요?

아르네: …… 모르겠다.

아르네: …….

드레스트: …… 무슨 일이지…….

드레스트: …… 그 앞 못 보는 남자가, 나한테 술을? 흥, 괜한 짓을 하는군. 이런다고 내가 고마워할 것 같나……. …… 응? 또…… 이 소리가…… 으으…… 으으으으!

드레스트: …… 으으으, 시…… 시끄러워……. 시끄러워……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시끄러워시시시시끄럽다고!!

드레스트: 또 이러는군…… 머릿속에서, 날벌레가 윙윙거려……. …… 전쟁터에서 탈출한지 3년이나 지났는데……. 제발 그만해…… 이제 나는…… 싸우기 싫다고!

드레스트: 누가 좀! 이 벌레를 없애줘…… 윽! 오물각다귀 떼를 잡아줘……. 이 소리…… 소리를 없애줘…… 으아아아아악!!

드레스트: …… 으…… 나…… 난……. 언젠가…… 바, 반드시…… 돌아갈 테다……!

샤르자드: …… 일단 도와주면 안 될까요.

아르네: …….

아르네: 그래야겠다.

드레스트: 네가 그 벌레 놈들을…… 없애주었군……. …… 고마워, 귀울림이 조금 진정됐어. 나는 갈레말 제국 병사였지…… 너희 에오르제아의 원수 말이야.

드레스트: 정찰대에 있었는데, 흑와단의 기습으로 부대가 전멸했어. 끔찍한 악몽 같은…… 아니, 악몽 그 자체였지. 흙탕물과 벌레로 연명하며, 살아남은 건 결국 나 혼자…….

드레스트: 뭘 위해 그래야 했지? 나는 제국 사람도 아닌데! 내 고향 달마스카는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나라야! 나는 에오르제아에 요만큼도 원한이 없다고……!

아르네: …….

샤르자드: (달마스카, 란 말에 멈칫한다.)

드레스트: 서로 미워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끼리 죽고 죽이는…… 그게 바로 전쟁이라는 거야! 다들 정신이 나갔어……!

드레스트: 나는…… 살 거야……! 고향에 있는 애들 얼굴을 다시 볼 때까지 이 악물고 버틸 거야! 이런 곳에서는…… 절대 죽을 수 없다고!!

아르네: 아…… 그래.

샤르자드: …… 기억나세요?

드레스트: 신세를 졌군. 네 덕분에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 그래, 떠나기 전에 그자에게 앞서 받은 포도주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은데…….

드레스트: '붉은사마귀 폭포' 계곡 물에 차갑게 하려고 담가놓은 야자술이 있어. 그걸 그 앞 못 보는 남자한테…… 가져다주지 않겠나?

드레스트: 그리고 이 말도 같이 전해줘……. 나는 그 녀석에게 "살아라", 그렇게 말했지. 그 말의 무게를 나도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이야.

아르네: 그래…… 얼핏 기억이 난다.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아르네: …… 강제로 징집된 자 중 한 명이었지.

아르네: 그 때 끌려가던 이 중 몇은 구하고 또다른 몇은 구하지 못했다. 이 자는 후자인 모양이다.

아르네: (천장을 노려본다.)

샤르자드: …….

아르네: (엿같네, 하고 중얼거린다. 이방의 언어다.)

샤르자드: 죄책감, 갖는 거 아니죠.

아르네: …….

아르네: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내 자식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자에게 죄책감을 가질 정도로 선량한 사람이 아니다.

샤르자드: 아니, 당신은 그런 사람이에요.

아르네: 아니야.

샤르자드: 그래요. 그런 셈 쳐요.

아르네: 너는 왜 자꾸…….

샤마니 로마니: 다녀오셨군요, 모험가님. 드레스트는 잘 있던가요?

샤마니 로마니: …… 드레스트 씨가 저한테요? 아니, 이건. 야자수 열매를 그릇으로 쓰면서 그 즙으로 안에 술을 담갔네요. 자연을 이용한 기발한 생각이에요. 감동했어요!

샤마니 로마니: …… 그때 드레스트 씨가 한 말이 제 마음을 움직인 건 그가 자기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기에…… 그만큼 진심이 담겨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샤마니 로마니: "삶"이란 것이 무겁게 우릴 짓누를지라도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줄 사람이 있다면 우린 충분히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지요.

샤마니 로마니: 그때 제 버팀목이 되어준 건 드레스트 씨였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제가 그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요.

아르네: …….

샤르자드: (샤마니 로마니의 말을 들으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르네: (버팀목이라.)

샤르자드: 당신은 제게 버팀목이에요. 새삼스럽지도 않은 이야기지만.

아르네: …….

샤르자드: 그러니까…… 저도 당신의 버팀목이 될 거예요.

샤르자드: 이건 소망이 아니에요.

아르네: 그러면?

샤르자드: 방향이죠.

아르네: …….

아르네: …… 그러지 않아도 돼. (꺼질 듯한 목소리다.)

샤르자드: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데요?

아르네: 네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으니까…….

샤르자드: …….

샤르자드: …… 이게 짐일 거라고 생각해요?

아르네: 내게 너는 짐이 아니지만…….

샤르자드: 당신이, 제게, 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르네: …… 샤르자드, 나는 오래 살았고 네게는 헤아려야 할 것이 많다.

샤르자드: …….

아르네: 굳이 그 많은 생각 사이에 나를 더 집어넣을 필요는 없어.

샤르자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하늘을 노려본다.)

아르네: …….

아르네: 네가 부족하다는 게 아니야. 나는…….

아르네: …… 원래 그런 사람이다, 샤르자드. 나는 버팀목이 되는 법은 알아도 누구에게 기대는 법은 몰라.

샤르자드: (한참이나 그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눈 떨어뜨린다.)

샤르자드: 닻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샤르자드: 무거우니 떨어뜨리고 영영 헤매라고 말씀하시는군요.

아르네: …….

아르네: 샤르자드.

아르네: 그런 뜻이 아니라…….

샤르자드: 당신이 제게 주시는 것은 그저 잠시 머물다 떠나갈 것이라고……

아르네: 잠깐, 샤르자드…….

샤르자드: 그러니 너는 상처 받은 적도 닻 내린 적도 없는 듯이……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고 수평선 너머로 훌훌 떠나라고.

샤르자드: 왜냐면 당신이 느끼기에 당신은…… 오래 머물 사람이 아니니까?

아르네: 샤르자드!

아르네: (언성을 높이고서도 멈칫했다. 막막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샤르자드: (눈 들지도 않는다. 귀가 약간 처진다.)

샤르자드: …… 생각 좀 정리하고 돌아올게요. 기다리지 마세요.

아르네: …….

아르네: 잠깐만.

아르네: 샤르자드.

아르네: 샤…….

아르네: …….

샤르자드: (아무리 귀가 예민하고 감각이 섬세한 이라도 자길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바위 그림자까지 가서야 주저앉는다. 소리내서 울기라도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목구멍에 턱 막힌 숨이 얹혀서 신음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샤르자드: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눈을 식히면서, 샤르자드는 한참이나 별을 바라보았다. 문득, 저기 어딘가에 자기 자리가 있다면, 수많은 별 사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뿐이리라는 생각을 한다. 닻이 없다면, 머물 곳도 없는 거라면……)

샤르자드: (터덜터덜 돌아온다. 입구가 보이는 의자에 앉아 있는 아르네를 보고, 샤르자드는 미소지었다.)

샤르자드: 기다리지 마시라니까.

아르네: (고개를 양손에 묻고 정신 나간 다신교도처럼 중얼거리던 참이다.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다.)

아르네: …….

샤르자드: (말짱한 얼굴이다. 눈물 자국도 없고, 눈이 붓지도 않았다. 눈밑이 조금 붉을 뿐이다- 언제나처럼. 미소지으며 손 내민다.) 가요. 고삐 제가 잡을게요. 일해야죠.

아르네: (입을 떼기가 막막하다. 그저 묵묵히 쳐다보다가 한참 늦게서야 말문을 연다.) 나는.

아르네: …… 너를 떠나려는 게 아니야.

아르네: 그냥…….

샤르자드: 알아요. 당신이 절 왜 떠나요. 이 지긋지긋한 시험을 그럼 혼자 치러요?

아르네: (시선이 떨어졌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다.) 앉아.

샤르자드: 왜요?

아르네: 이리 와서 앉아 봐라.

아르네: …… 이야기 좀 하자.

샤르자드: 하하.

샤르자드: 할 얘기 없잖아요.

아르네: 샤르자드.

아르네: …… 할 이야기를 피하고 미루면서 묻어두다 보면…….

아르네: 언젠가는 누군가가 땅에 묻혀 영영 할 수 없게 된다.

샤르자드: 그렇군요.

아르네: (유령처럼 무게 없는 목소리가 샌다.) 그래도 그냥 갈래?

샤르자드: (한결같이, 지나칠 정도로 한결같이 얹혀 있던 말간 미소가 약간 깨진다.) …… 이야기하면요? 달라져요?

아르네: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남아.

아르네: 그 때 어떻게든 이야기해야 했다는 풀지 못할 한 대신 그 사실만 남는다.

샤르자드: 아하.

샤르자드: 저는 곧 잊을 사실 말이군요.

아르네: …….

샤르자드: 아르네.

샤르자드: (한참 그를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돌린다.)

샤르자드: 아니에요. 됐어요.

아르네: (핏발 선 눈으로 올려다본다.)

샤르자드: 얘기해요. 무슨 얘길 하든지.

아르네: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

샤르자드: 없어요, 할 말.

아르네: 삼키거나 피하지 말고 그냥…….

아르네: …….

아르네: (폐부 깊숙한 곳부터 흐르려던 한숨을 억지로 삼켜낸다. 거친 손으로 마른세수했다.)

샤르자드: …… 말하면 달라져요?

아르네: …….

샤르자드: 당신에게 말했다는 사실이 남으니 됐나요?

샤르자드: 저는 그걸 잊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일지도 모르고 몇 년 후일지도 모르는데, 그걸로 됐나요.

아르네: 내가 기억하잖아.

아르네: 네가 무슨 말을 하든…… 그게 죄의 고백이든 쏟아내는 원망의 말이든 그걸 내가 기억하는데.

아르네: 그러면 적어도 네게 같은 비수를 꽂는 일은 피할 게 아니냐.

샤르자드: …… 나는 오래 살았고 네게는 헤아려야 할 것이 많다고. 그 생각 사이에 나를 더 집어넣을 필요는 없다고.

샤르자드: 알아요. 한 '주기'짜리라는 거.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 그냥, 그뿐인 거라고 생각해서 화가 났어요. 그거뿐이에요.

샤르자드: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맞더라고요. 화가 날 것도 아니고…… 그냥. 담백한 사실.

아르네: 그런 뜻이 아니야.

아르네: 나는…….

아르네: (눈을 질끈 감는다. 머릿속을 벌레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채운다. 퍼지는 불꽃이나 화약의 냄새와 함께.)

아르네: …… 지킬 것이 너무 많아 스스로를 버려야 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아르네: 내가 그렇게 키웠어. 그래서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아르네: 생은 고난인데 네 힘겨운 순례에 내 무게까지 얹고 싶지는 않았어.

샤르자드: (벌레가 우는 소리, 바람 소리, 풀이 눕고 뒤채며 서로 부딪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그냥 소리일 뿐이다. 그 어떤 추억도, 기억도, 감정도 끌어올리지 못하는, 지극히 단순한 소리.)

아르네: …….

아르네: (결국 깊은 한숨이 샜다. 그는 다시 얼굴을 양손에 묻는다.) 내가 실언했다. 미안하다.

아르네: 이만 가자.

샤르자드: 언젠가 잠이 들면 죽어 있길 바랐어요. 한 몇 년 정도요.

아르네: …….

샤르자드: 전 그냥…… 불구덩이에 걸어 들어갈 용기가 없었을 뿐이에요. 게다가 운도 좋았죠.

샤르자드: (자기 가슴을 어루만진다. 흉터가 얹힌 곳이다.)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았죠.

샤르자드: 아니지, 이건 운이 없는 건가?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제가 들떴나 봐요.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고, 함께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돼서.

아르네: …….

샤르자드: 제 나침반은 늘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요. 사는 것만이 방향이었고…… 그건 사실 방향이 아니니까……

샤르자드: 그래서…… 당신을 방향으로 삼고 싶었던 거 같아요. 당신이 어떻게 바라든지 상관없이…….

샤르자드: 언젠가 당신을 잃어버리고, 그 사실조차 잊어버려도…… 계속 그렇게 나아가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냥 떠돌이인 것만은 그만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샤르자드: ……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제가 잘못했어요. 당신이 그걸 원하지 않으면, 전 하지 않아야 하는 게 맞아요.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이제 그런 건 그만할게요. 죄송해요.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해요.

아르네: …….

아르네: (빗물 사이로 식은땀이 났다. 저도 모르게 손을 붙잡고 고개를 숙인다.)

샤르자드: 비가 와요. 실내에 들어가요.

아르네: …… 네게 너무 기대게 될까 겁이 나서 그래…….

샤르자드: 그러면 안 돼요?

아르네: 내가 지나치게 기대서 상냥한 네가 무겁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할까 봐…….

샤르자드: …… 그렇게 기댈 만해지면 화들짝 일어나실 거면서.

아르네: …….

샤르자드: 기대지 않으셨잖아요. 왜 벌써 걱정해요, 그런 걸?

아르네: (어깨에 이마를 툭 기댄다.) 늘 최악을 생각하는 게 버릇이라.

샤르자드: (어깨의 무게를 가만히 느끼다가, 팔을 둘러 그의 등을 감싼다.)

아르네: …… 미숙한 건 늘 내 쪽이구나. 미안하다.

샤르자드: 일단 들어가요. 비가 많이 와요.

아르네: …… 아니…….

아르네: …… 가던 길을 가는 게 좋겠다.

샤르자드: …… 그러면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요.

아르네: …… 그래.

아르네: (아주 가늘게 숨을 내쉰다. 더는 말이 없다.)

샤르자드: (쏟아붓는 우중, 팔 안에 닿는 이의 체온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샤르자드는, 눈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샤르자드: …… 고삐 제가 잡을게요.

아르네: …… 그래, 그게 좋겠다.

아르네: (조심스럽게 등에 기댄다.)

샤르자드: (조심스럽게 샤브디즈를 몬다. 너무 흔들리지도, 울리지도 않게.)

샤마니 로마니: 이, 이것 좀 보세요. 모험가님! 드레스트 씨가 구멍을 뚫어서 그릇으로 쓴 이 야자수 열매…… 바로 그 구멍을 막는 데 사용한 잎이 아주 엄청난 거였어요!

샤마니 로마니: 만져보면 알 수 있는 이 남다른 모양……! 재해로 모조리 사라진 줄 알았던 '바커스 포도'의 잎입니다! 아직 어딘가에 나무가 남아있는 게 분명해요!

샤마니 로마니: 포도나무는 접붙이기가 가능합니다……. 즉 '나뭇가지' 하나라도 구한다면 궁극의 포도주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샤마니 로마니: 모험가님, 이 잎을 드릴게요. 드레스트 씨에게 어디서 찾은 건지 물어봐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드레스트: 어…… 또 왔군. …… 이번엔 왜?

드레스트: 아아…… 이 잎사귀. 마개로 쓰기 딱 좋은 크기여서 집어다 쓴 것뿐인데. 뭐야, 그렇게 귀한 잎이었어……?

드레스트: …… 이걸 어디서…… 찾았냐고? 요 앞에 있는 늪에 떨어져 있던데……. 찾으러 가려고? …… 그만두는 게 좋을 걸…….

드레스트: 이 잎은 '빗물받이 숲' 깊숙한 곳에 사는 마물이 지나간 길에 떨어져 있던 거야……. 그 녀석 머리에 잎이 무성한 식물이 자라고 있더라고.

드레스트: 그 마물은…… 셰스무 구부라고 하는데…… 이 숲의 주인 행세를 하는 아주 위험한 마물이라고. 목숨만큼 귀한 게 어디 있어…… 섣부른 짓은 하지 마…….

샤르자드: 괜찮겠어요?

아르네: …… 괜찮아.

샤마니 로마니: 오셨군요, 모험가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샤마니 로마니: 이 향기는…… 틀림없습니다! 바로 이 가지예요! 이걸 키우면 분명 되살릴 수 있을 겁니다! 신의 포도 '바커스 포도'를 말이죠!!

뷔어글렌트: 다 들었습니다! 지, 지금 하신 말씀이 사실인가요!? 저조차 찾는 걸 포기했던 '바커스 포도' 나뭇가지를 아직 초짜인 샤마니 로마니하고 모험가가 찾으셨다는 말씀!?

뷔어글렌트: …… 그, 그래요. 그 나뭇가지는 '바커스 포도'가 맞군요! 지금까지 초짜라고 깔봤던 당신들이 찾아낼 줄이야……. 이제는 그 대단한 열정과 지식을 인정해야겠군요.

뷔어글렌트: …… 뭐, 뭐라고요!? 당신, 나한테 이 나뭇가지를 주겠다는 건가요!?

샤마니 로마니: 여기서 가장 뛰어난 솜씨를 가진 건 뷔어글렌트 당신이니까요. 함께 '바커스 포도'를…… 그리고 '바커스 포도주'를 되살립시다!

뷔어글렌트: 당신의 이런 뜨거운 열정을 지금껏 몰라보다니…… 알겠습니다. 이 나무는 함께 키우시죠. 그리고 '바커스 포도주'를 다시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는 거예요!

샤마니 로마니: 아, 아니…… 라벨의 이 감촉은……. 설마 바커스 포도주!?

샤마니 로마니: 게다가…… 라벨에서 풍기는 이 냄새……. 전설로 내려오는 1547년산 최고급 빈티지가 아닙니까!? …… 모조리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뷔어글렌트: 제가 몰래 가지고 있던 한 병이에요. …… 사람에게 운명이 있듯이, 포도주에게도 운명이 있죠. 이 포도주는 당신들을 만나고자 재해에서도 살아남은 것 같군요.

샤마니 로마니: …… 모험가님, 이건 당신이 구하신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이 가지고 온 '바커스 포도'의 나뭇가지 덕분이니까요…….

샤마니 로마니: 눈이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제게는 보입니다…… 당신이 수많은 사람을 구해왔다는 것이요. 당신의 '마음', 제게도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샤마니 로마니: 자, 어서 '코스타 델 솔'로 가세요. 이 '특별한 만찬'에 어울리는 '궁극의 포도주'와 함께요. '와이스케트' 부단장도 애타게 기다릴 겁니다.

샤마니 로마니: …… 저요? 괜찮습니다. 후후후, 몇 년 뒤엔 우리가 직접 만든 '바커스 포도주'를 얼마든지 마실 수 있을 테니까요!

아르네: …… 가자. 슬슬 춥다.

샤르자드: 네, 따뜻한 불가가 있으면 좋을 텐데.

야슈톨라: …… 고생이 많아요. 이만 합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지금까지 힘들었지요, 정말 고마워요.

와이스케트: 어, 그래. 돌아왔군. '특별한 만찬에 어울리는 좋은 술'은 손에 넣었나?

와이스케트: …… 이건 바커스 포도주 아닌가!? 정말 엄청난 보물을 가지고 왔군!

와이스케트: 이렇게나 빨리 모든 일을 처리할 줄이야. 그래. 네 '힘'은 이제 확실히 알았다. 정말 놀라워!

와이스케트: 그런데, 기억하나? 네가 모아준 '삼대 진미'와 최고급 포도주는 어떤 인물을 환대하기 위한 '특별한 만찬'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와이스케트: 그 환대를 받아야 할 사람인…… '미인 여학자'와 '솜씨 좋은 모험가'가 방금 도착한 모양이다. …… 여기에서 마지막 의뢰를 하도록 하지.

와이스케트: 저기 있는 '미인 여학자'에게 '특별한 만찬'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해주게!

샤르자드: …… 모험가…….

아르네: …….

아르네: 아…….

샤르자드: (아르네와 자신을 가리킨다.) 설마?

아르네: 비가 와서 다행이다, 그렇지.

아르네: 비가 와서…… 내가 검을 뽑을 수 없으니까…….

아르네: 정말 다행이야…….

샤르자드: ……. (조용히 그의 오른팔을 자기 가슴으로 꼭 안는다…….)

샤르자드: 큰일나요……

샤르자드: 그건 진짜 큰일 나요……

야슈톨라: 그래요. 손님이라는 그 '여학자'는 바로 저예요. 그나저나 당신이 너무 고생을 한 것 같아요……. …… 무슨 고생이냐니, 이 잔치 말이에요!

야슈톨라: 당신이 바로 대접받아야 할 '솜씨 좋은 모험가'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를 도운 거잖아요.

야슈톨라: 게게루주도 어쩜 그런 착각을 한 건지……. 그 사람한테 가서 불평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오세요.

게게루주: 으아아아!! 부디 너그러이 봐주시게나~~!

게게루주: 이이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닐세에에! 하도 부지런히 일하기에 새로 온 하인인 줄 알았지 뭔가~ …… 미안해, 내 이렇게 사과함세!!!

???: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서 있어? 주인공이 그러고 있으면 잔치에 흥이 안 나지!

와이스케트: 어르신하고 너희만 있으면 분위기가 썰렁할 것 같아서 불렀다.

야슈톨라: 초대장을 돌려주신 건가요? 고마워요, 바다영웅단 전 부단장님. …… 그렇지만 분위기를 띄우려면 우선 본인한테 설명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와이스케트: 그렇지. 우선 너한테 설명부터 해야겠군. …… 우리 바다영웅단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었다.

와이스케트: 단장이 뽑은 단원 5명……. 우리 '오인방'의 허락 없이는 야만신에게 도전할 수 없다는 것. 동료들의 헛된 죽음을 막기 위해 굳게 지켜온 규칙이다.

와이스케트: 늠름한 '배짱'을 보는 랑드넬. 갈고닦은 '기량'을 보는 우오드 눈.

와이스케트: 빠르게 대처하는 '재치'를 보는 브레이플록스.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보는 샤마니 로마니.

와이스케트: 그리고 강인한 '힘'을 보는 게 바로 나……. 부단장 와이스케트가 맡은 일이었다.

와이스케트: 야만신과 싸우려면 어느 것 하나 없어선 안 될 요소지. 압도적인 힘을 지닌 야만신에게 이기려면 우리는 함께 목숨을 걸 동료를 직접 보고 가려내야 했어.

야슈톨라: 어머. 괜히 고생만 시킨 건 아니라는 말이군요. ……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지요? 합격인가요?

랑드넬: 거 참, 잔치 준비를 시킨 거 보면 모르겠냐?

우오드 눈: 여기에 차려진 요리 재료는 다 어중간한 모험가라면 모으지 못할 것들이지.

샤마니 로마니: 그렇기에 당신을 향한 우리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브레이플록스: 슈우우, 슈우우……. 너는 안 질 거다고브! 타이탄 물리~친다!

와이스케트: …… 결과는 들은 대로다, 이슈타브. 바다영웅단은 타이탄 퇴치에 나서는 널 적극적으로 돕겠다.

와이스케트: 넌 우릴 대신해 새로운 영웅이 되는 거야.

아르네: 그래.

와이스케트: 자, 잔치를 즐겨라! 무희들은 준비됐나? 뒤어스트바이츠가 만든 요리는 로타노 해에서 제일 맛있다고!

와이스케트: 야만신 '타이탄'을 퇴치할 영웅을 배웅하는 게 얼마 만인지. 모처럼 열린 잔치다. 점잔빼지 말고 즐겨라!

전직 바다영웅단 단원들: 오오오오!

아르네: 날이 갰구나. 그새 신기하게 날이 갰어.

샤르자드: …….

샤르자드: (조용히 크의 팔을 꼭. 안는다.)

늘여름 무용수: 우후후, 내 춤은 어때? 꿀처럼 달콤한 꿈을 꾸게 해줄게.

아르네: …… 안 죽여.

샤르자드: …… 안 뽑아, 라고 해 주세요!

브레이플록스: 진미 맛있~다! 경치 예쁘~다!

샤마니 로마니: 바람이 기분 좋게 부는군요. 오늘은 멋진 하루가 될 겁니다.

샤마니 로마니: 타이탄은 아주 무서운 야만신입니다. 쉽게 이길 수는 없겠죠.

샤마니 로마니: 하지만 제게는 보입니다. 당신이 굳센 '마음'으로 타이탄에게 도전해 승리하는 모습이. …… 잘 싸우시리라 믿습니다.

샤르자드: ……. (포도주는 꼴깍꼴깍 마셨다.)

브레이플록스: 너 제법 가능성 있다고브! 네 '재치' 살려서 물리쳐라 타이탄~!

랑드넬: 헤헷, 네놈 같은 '배짱'이 있으면 말이야, 타이탄을 앞에 두고도 겁먹을 일은 없을 거라고! 화끈하게 한 방 먹이고 와!

와이스케트: 너는 정말로 강한 '힘'을 가졌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야만신 '타이탄'을 물리칠 수 있겠지. 좋은 소식 기다리마.

우오드 눈: 너라면 정말 타이탄한테 이길지도 모르겠군. 넌 내가 인정한 '기량'의 소유자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아!

야슈톨라: 바다영웅단 사람들은 정말 짓궂군요. 어쨌든 이젠 타이탄이 있는 곳으로 갈 방법을 알려주겠죠.

야슈톨라: 자, 와이스케트에게 이야기를 들으러 가요. 그리고 반드시 야만신 '타이탄'을 물리치는 거예요…….

와이스케트: 우리 '오인방'이 모두 널 인정했으니, 약속대로 야만신 '타이탄'에게 가는 방법을 알려주지.

와이스케트: 오고모로 화산구에 들어가려면 '어떤 장치'를 찾아야만 한다. 걱정 마. 전에 내 부하였던 '리올'이 지금 찾고 있으니까.

와이스케트: '청동호수' 이곳저곳에서 '휘파람'을 불어라. 휘파람 세 번…… 그게 '바다영웅단'에서 쓰는 신호니까 말이야. 그러면 청동호수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리올이 올 거야.

와이스케트: 청동호수는 포도주 항구에서 북쪽으로 나가면 된다. 조심하고.

아르네: …… 피곤하다.

샤르자드: …… 그러게요. 좀 쉴까요.

아르네: 아니…… 이렇게 된 거 끝장을 봐야겠어.

샤르자드: 그으래요…….

아르네: 오늘따라 고생을 시키는구나, 샤브디즈. 조금만 더 가자.

리올: 네가 부단장이 말한 그 모험가로군. 연락은 이미 와이스케트 부단장에게 받았어. 휘파람 세 번을 듣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리올: 오고모로 화산구로 들어갈 수단이 필요한 거지? 걱정 마라. 이미 '그 장치'의 조사는 마쳐두었으니까 말이다.

리올: 전에 '바다영웅단'에 있을 때는 내가 코볼드족 조사를 도맡아 했지. '야만족 에테라이트'가 어디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어.

리올: 뭐? 야만족 에테라이트가 뭔지 모른다고?

야슈톨라: 야만족들이 만든 에테라이트를 말하는 거예요. 우리가 쓰는 에테라이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물건이죠. 작동하는 원리는 아마도 같겠지만.

리올: 안녕, 누님. 잘 다녀왔어?

야슈톨라: 마침 야만족 에테라이트에 대해 알아보던 참이었어요.

야슈톨라: 코볼드족이 사는 오고모로 산은 아주 험난한 바위산이죠. 그곳에 들어간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분명 뭔가 특별한 이동 수단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리올: 코볼드족이 파놓은 땅굴은 미로처럼 복잡하니까. 그걸 하나하나 다 뒤지려면 한세월 걸리겠지.

리올: 게다가 섣불리 통로를 조사한다고 들어갔다간 눈 깜짝할 사이에 퇴로가 막혀서 독 안에 든 쥐 꼴이 돼.

리올: 너희가 노리는 건 야만신 '타이탄'아니야? 타이탄을 물리치려면, 코볼드 놈들 에테라이트를 써서 화산구에 있는 신전으로 바로 날아가는 게 지름길이라고.

야슈톨라: 하지만 우리가 야만족 에테라이트를 쓸 방법이 있을까요? 그건 야만족을 대상으로만 교감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물건이잖아요.

리올: 바다영웅단이 아직 건재했을 때 우리는 샬레이안 출신 마도사에게 도움을 받아서 야만족 에테라이트를 사용했어.

리올: 누님도 샬레이안 출신이지? 그럼 뭐 비슷하게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야슈톨라: …… 그렇네요. 지맥을 이용한다는 원리는 같으니 에테라이트와 사람을 잇는 징검다리를 만들어서 흐름을 안정시킨다면…….

야슈톨라: 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테라이트 기술하면 우리 샬레이안이니까요. 분명 해낼 수 있을 거예요!

리올: 헤헷, 그럼 문제없겠군.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젤마 계곡'에 잘 안 써서 경비가 허술해진 야만족 에테라이트가 하나 있어.

리올: 하지만 그 근처에는 마물이 우글거리지. 야만신 '타이탄'을 물리치기도 전에 죽지 않게 조심하라고!

아르네: …… 같이 갈 거지?

샤르자드: 당연히요.

샤르자드: 그보다.

아르네: 응?

샤르자드: 아르네, 온천에 잠시 들어갔다 가요. 향료 넣은 포도주도 마시고요.

아르네: 온천?

샤르자드: (머리 끄덕인다.)

아르네: 아니…… 괜찮아. 비도 그쳤고 이제는 움직일 수 있다.

샤르자드: 만전을 기해야죠.

아르네: …….

아르네: …… 그래, 가자.

샤르자드: 저도 쉴 거예요. 당신만 쉬는 거 아니에요.

샤르자드: 전 춥단 말이에요.

아르네: …… 더운 것 같은데, 너.

샤르자드: 아아아아니거든요.

아르네: 알았다, 알았어.

샤르자드: 아, 맞다.

샤르자드: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르네: 응?

아르네: …… 너 어디 가니?

(샤르자드, 뛰어와서 따뜻한 음식 건넨다.)

아르네: …….

아르네: (뭔가 말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만둔다.)

아르네: …… 고맙다. 오늘도 잘 먹으마.

샤르자드: 저도 배고파서요.

샤르자드: (보란듯이, 자기도 향차부터 한 모금 마신다.)

아르네: 그래.

아르네: (따뜻한 향차부터 홀짝인다. 금세 얼굴에 피로가 묻는다.)

샤르자드: 여기 온천은 얕아서 아예 누워도 코에 물 안 들어가요.

아르네: 그래?

샤르자드: (드러눕는다. 정말로 딱 턱까지만 물이 찬다.)

샤르자드: 따뜻하다아.

아르네: (머뭇거리다가 옆에 눕는다. 눈을 깜빡이며 하늘만 올려다본다.)

아르네: …… 이러다 잠들 것 같은데.

샤르자드: 조금 자요. 깨워 드릴게요.

아르네: …… 그래.

아르네: (군말 없이 눈을 감는다. 이번에는 악몽을 꾸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샤르자드: (자기도 그의 옆에서 잠시 눈을 감는다. 솔직히 덥고, 물의 무게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라 답답하지만, ……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아르네: …….

샤르자드: (물에 누워서 몇 시간 정도, 저만치에서 번개 치는 소리에 돌아본다. 깨겠네.)

아르네: (예상대로 눈을 떴다. 한숨이 샌다.)

아르네: …… 가자, 일하러.

샤르자드: (벌써 깼나? 돌아보고 씁쓸하게 웃는다. 더 자면 좋았을 걸.) 네, 가요.

샤르자드: (샤브디즈 고삐 잡고, 묻는다.) 몸은 좀 어때요?

아르네: 훨씬 나아. 네 덕이다.

샤르자드: 다행이에요. 자주 와요.

(몸을 추스르고 이동한다.)

야슈톨라: 이게 바로 야만신 '타이탄'의 신전으로 가는 야만족 에테라이트군요.

야슈톨라: …… 역시. 파파리모가 알려준 대로예요.

야슈톨라: 오랫동안 제대로 손질을 안 해서 그런지 계속해서 에테르를 흘려보내지 않으면 안 움직이는 것 같아요.

야슈톨라: 저는 여기 남아서 야만족 에테라이트가 잘 움직이도록 에테르를 계속 주입할게요. 당신은 먼저 신전으로 가세요.

야슈톨라: 걱정해주는 건가요? 고마워요. 전 괜찮을 거예요. 흑와단이 이 주변을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야슈톨라: …… 싸움이 시작되면 에테르가 크게 요동치겠지요. 저도 그 흐름을 따라서, 나중에 합류할게요.

야슈톨라: …… 자, 이제 가세요!

야슈톨라: 정보가 맞다면 당신은 적진 한가운데에 떨어질 거예요. …… 조심하세요!

아르네: …….

샤르자드: …… 같이…… 갈 수 있을까요?

아르네: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아르네: 여기서 저이를 좀 도와다오. 다녀오마.

샤르자드: …… 다녀오세요.

샤르자드: …… 가기만 하고, 안 오면 안 돼요.

아르네: 그럼.

아르네: 너를 믿고 가는 거니까, 샤르자드.

아르네: 잘 지켜야 한다. 저 사람들도, 너도.

샤르자드: 당신은 누구보다 당신을.

아르네: …… 그래.

겁먹은 코볼드족: 이익, 인간이다! 인간 쳐드러와따! 우리 에테라이트 쓴 거냐!

화난 코볼드족: 나쁜 인간! 대지 코볼드족 거다! 침략짜! 타이탄 님 성역 드러오지 마라!

코볼드족 무리: 나가라! 나가라! 대지 코볼드족 거다! 우리 거다! 인간 나가라!

제02단 단장 자 다: 조용히! 조용히! 타이탄 님 납신다! 조용히!

제02단 단장 자 다: 우리 성역에서 길 이른 인간! 우리 타이탄 님 불럿따! 오래된 협정 인간 깨뜨렸다. 벌 바다라!

제02단 단장 자 다: 우선 너다! 너 타이탄 님 제물로 받친다! 그리고 인간들 도시 쳐드러갈 거다!

제02단 단장 자 다: 대지를 다스리는 우리 아버지! 나와주소서! 나와주소서! 바위신 타이탄이여 나와주소서!

코볼드족 무리: 타이탄 니임! 타이탄 니임!

타이탄: 내 성역에 흙발로 들어온 인간이여……. 코볼드족…… 사랑하는 내 아이들의 탄식이 들리는도다…….

타이탄: 욕망에 사로잡혀 대지를 침범하고 내 아이들을 죽인 네놈들을…… 결코 용서치 않으리니!

타이탄: …… 이 느낌은…… 너, 설마 화염신 '이프리트'를 물리쳤느냐!?

타이탄: 으으음. 만만히 볼 놈은 아니로구나, 인간이여! 그러나 내 안에 펄펄 끓는 대지의 분노는 감히 막을 수 없으리니. 이 자리에서 뭉개 죽여주마아!!

타이탄: 교만한 인간이여…… 내 너를 도륙하여 내 아이들의 한탄을 위로하리라!

타이탄: 포효하라, 약동하는 대지여! 네놈을 나락으로 보내주마!

타이탄: 끓어오른다! 용솟음친다! 분노의 피가 내 심장에 흘러들어온다!

타이탄: '대지의 분노'로 산산이 부서져라아아아아아!

타이탄: 이걸 견뎌내는 기백은 훌륭하구나! 그 의지를 내 주먹으로 처절히 깨뜨려주마!

(전투 종료.)

타이탄: 그으으윽…… 원통하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의 비탄은, 언젠가 반드시…….

코볼드족 무리: 아아아~ 타이탄 니임……. 업써지지 마요 타이탄 니임…….

제02단 단장 자 다: 타이탄 님의 원수 인간! 복수하고 말겟다!

제02단 단장 자 다: 너네 맹약 안 어겨쓰면 우리 산에서 내려갈 일 업써따!

제02단 단장 자 다: 너네 대지 자꾸 침략하면 우리도 저항할꺼다! 두고 바라!

네로: 이게 야만신 '타이탄'이 가진 힘인가. 대단한 수치가 나왔잖아.

네로: 음, 좋아. 데이터는 충분히 얻었어. 드디어 마무리에 들어갈 수 있겠군.

???: 네가 만드는 그 장난감……. 정말로 네 말만큼 힘이 있는 것이겠지?

네로: 리트아틴, 날 못 믿는 거야? 이 정도 야만신은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아주 위협적인 존재를 만들고 있다고.

네로: 게다가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에오르제아를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을 거야. …… 안 그래, 대장님?

아씨엔 라하브레아: 물론이다마다……. 위협적인 존재는 이윽고 궁극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리트아틴: 전쟁은 결국 머릿수 싸움……. 하나의 힘이 전쟁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니, 믿을 수 없다.

네로: 이게 있으면 된다니까. 내 '장난감' 말이야.

리트아틴: 흥…….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드는군.

아씨엔 라하브레아: 천한 놈들…….

아씨엔 라하브레아: 이제 네 번째 속성을 가진 빛의 크리스탈을 손에 넣었는가. …… 재미있군.

아씨엔 라하브레아: 하이델린의 사도여……. 앞으로도 너를 이용해주마.

야슈톨라: 에테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어!? …… 설마 '에스케프'를 쓴 건가?

야슈톨라: 시공간 이동 마법을 저렇게 간단히 쓸 수 있다니. ……저건 '아씨엔'이 틀림없어.

야슈톨라: …… 그리고 여기에도 제국의 마수가 뻗쳤단 말이지. 설마 제국과 아씨엔이 손을 잡았을 줄이야…….

야슈톨라: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걸까. 어서 알아보는 게 좋겠어…….

야슈톨라: 야만신 '타이탄'을 물리쳤군요! 별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야슈톨라: 여기 오면서 덫을 몇 가지 설치했어요. 코볼드족은 한동안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거예요. 이 틈에 어서 빠져나가요.

야슈톨라: 야만신 '타이탄'이 사라지면서 방출한 에테르가 있으니, 지금이라면 여기 올 때 쓴 야만족 에테라이트로 되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야슈톨라: 저는 알아보고 싶은 게 좀 있으니까, 지금부터는 따로 움직여요. ……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그럼 '청동호수 야영지'에서 다시 만나요.

샤르자드: (야슈톨라 뒤에서 두 손 모으고 아르네를 바라보고 있다.)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일단 가요! 나가서 얘기해요. 여기 위험해요.

아르네: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아르네: 그래…….

샤르자드: 걱정하지 마세요. 야슈톨라 씨는 아주 실력이 좋은 분이더라고요…….

아르네: 그래? 많이 배웠니?

샤르자드: 네!

아르네: 잘 된 일이구나.

아르네: 항상 누구에게든 뭔가 배우기를 잊지 말고.

샤르자드: 그럼요.

야슈톨라: …… 무사히 다시 만나서 다행이에요.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안전할 거예요. 수고 많이 하셨어요.

야슈톨라: 이제 타이탄을 토벌했다고 보고만 하면 되겠네요. …… 어쩌죠. 전 아직 조사할 게 남아있어요.

야슈톨라: '림사 로민사'에 있는 '흑와단 대령 르아샤'에게 타이탄을 토벌했다고 보고해주시겠어요? 소식을 들으면 뛸 듯이 기뻐할 거예요. 부탁해요.

샤르자드: 팔은 괜찮으세요?

아르네: 응, 괜찮아.

샤르자드: 좀 더 쉬다 가시는 건요? 이제 바쁜 일은 없으니까.

아르네: …… 글쎄.

아르네: 침략자에게 반란을 친히 제압해 드렸다고 보고는 해야겠지.

샤르자드: …… 번견이 된 거 같죠?

아르네: 왕국의 번견에서 이제는 이방의 번견 노릇까지 하는구나.

샤르자드: 멍멍.

아르네: 난 고양이가 더 좋은데.

샤르자드: …… 야옹?

아르네: 하하하!

흑와단 대령 르아샤: 저, 정말인가!? 정말로 야만신 '타이탄'을 쓰러뜨리다니…… 당장 멜위브 제독님한테 전령을 보내야지!!

흑와단 대령 르아샤: 이프리트에 이어 타이탄까지 토벌하다니, 자넨 정말 대단한 모험가로군! 에오르제아의 영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흑와단 대령 르아샤: 타이탄을 토벌하고 보고까지 하느라 고생했어! '새벽' 사람들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주게나!

민필리아: …… 들려요? 나예요, 민필리아예요.

민필리아: 야슈톨라한테 보고받았어요. 야만신 '타이탄'을 쓰러뜨리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민필리아: 당신이랑 야슈톨라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정말 걱정 많이 했다니까요!

민필리아: 일단 '모래의 집'으로 와줄래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해봐야죠. …… 기다릴게요!

아르네: …… 맹주가 부르는구나.

샤르자드: 가야겠죠.

아르네: 얼굴은 보여야지. 걱정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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