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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집 - 성 아다마 란다마 교회

(모래의 집으로 이동. 주위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아르네: ……?

샤르자드: …… 어?

걱정하는 시민: 아까 이 건물 안에서 엄청 큰 소리가 들렸어……. 누가 비명도 지르는 것 같았는데……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건 아닌지…….

아르네: ……. (불안이 엄습한다.)

긴장한 시민: 당신, 이 건물에 볼일이 있어서 왔나? …… 마침 잘 됐군. 안에 들어가서 무슨 일이 있나 확인 좀 해줘. 비명 소리가 난 뒤로 갑자기 조용해졌거든…….

샤르자드: …… 비명이요?

(두 사람, 급히 모래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

아르네: …… 없어.

샤르자드: 타타루 씨도…….

아르네: …….

샤르자드: …….

아르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왼손을 거머쥔다.)

샤르자드: 제국군 …… 의 시체가 ……

샤르자드: 우나 타윤 씨 ……

샤르자드: (아는 얼굴들이다. 전부, 전부 아는 얼굴들이다. 필사적으로 '여기 없는' 얼굴들을 찾는다.)

아르네: (거친 숨을 몰아쉰다.)

샤르자드: 노라크시아 씨……!

노라크시아: 무사해서…… 다행이……닷치…….

(회상.)

민필리아: 일단 '모래의 집'으로 와줄래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해봐야죠. …… 기다릴게요!

민필리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샤르자드: …… 어떡…… 어떡하…… 잠시만요, 치유를……

민필리아: 루이수아 님, 보고 계세요……? 당신이 남긴 고귀한 뜻은 용감한 모험가를 통해 다시 온 에오르제아에 퍼질 거예요.

민필리아: 앗!?

새벽의 혈맹원: 너희는 누구냐!? 크헉…….

리위아: 야만신 '이프리트'와 '타이탄'을 물리친 모험가는 어디 있느냐!

리위아: 당장 나와! 안 나오면 이놈들을 다 죽일 줄 알아!

타타루: 하아…… 하아…….

샤르자드: (손을 덜덜 떨며 영창한다. 삐끗 비틀리려는 목소리를 간신히 붙들고 주문을 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치유술을 써도 노라크시아의 이파리는 싱그러워지지 않는다.)

민필리아: …… 하아.

민필리아: 당신은 여기 숨어있어요. 알겠죠……?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내 말을 전해주세요.

민필리아: 얌전히 따라갈게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한테는 손대지 말아요.

리위아: 아니 이게 누구야? '새벽'의 대장님 아니야?

리위아: 맨손으로 나와? 용감하기도 하지.

민필리아: 그 사람은 여기 없어요. 찾아도 소용없을 거예요.

리위아: …… 정말인 것 같네.

민필리아: 그런데 여길 어떻게 알아냈죠……? 설마!?

리위아: 잡담은 그만하지.

민필리아: 안 돼…….

리위아: …… 재미없어졌어.

민필리아: 그만해요!

리위아: 이제 됐어. 멈춰라.

리위아: 모험가는 못 찾았지만…… 대신 '새벽'의 대장님을 붙잡았으니 오늘은 이 정도로 봐주지.

리위아: 그 힘은 대장님도 가진 것 같으니 됐어. 후후후……. 기대되는걸.

리위아: 멈추라고 했을 텐데.

리위아: 철수한다. 끌고 와!

(아르네, 회상에서 빠져나온다.)

노라크시아: 전해……달라고…… 칫치…….

노라크시아: 민피…… 부탁……. 전해줄…… 말…… 있닷치…….

노라크시아: 동부 다날란……. …… 성 아다마 란다마 교회에……. 몸을 숨겨…… 치…….

노라크시아: 미안하닷치……. 민피를…… 사람들을…… …… 지켜주지 못했닷치…….

노라크시아: 겨우…… 친구가…… 됐는데…….

노라크시아: 친구들을…… 구해……줘…….

아르네: (테이블을 짚으며 휘청거린다.)

샤르자드: 아아. 안돼…… 안돼……

노라크시아: ……. (작은 손이 떨어진다.)

아르네: …….

샤르자드: (시든 몸에 몇 번이나 치유술을 써도, 멎은 목소리가 돌아오진 않는다.)

아르네: …… 유니우스…….

아르네: …… 하하하!

샤르자드: (노라크시아의 손을 붙들고 머리를 푹 숙이고 있다가, 아르네를 돌아본다.)

아르네: 기어이 내 인생을 또 망쳐놓는구나! 열이며 스물에 서른은 부족했단 말이냐?

아르네: …… 남은 하나마저 기어이 앗아갈 셈이냐? …….

아르네: (눈에 핏발이 섰다.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다 또 흐흐, 하고 웃는다. 고개가 떨어진다.)

샤르자드: (그 심정을 차마 셈할 수 없었다. 머리 숙인 채 떠나간 이의 차가운 몸을 어루만진다.)

샤르자드: …… 아르네. 교회로……

샤르자드: 교회로 가요. 몸을 숨겨야 해요.

아르네: …… 하하하! 아니지……. 내 손에 친히 죽어주려고 여기까지 찾아왔구나, 그렇지?

아르네: …… 유니우스……!

샤르자드: …… 우리가 들어오는 걸 본 사람이 많아요. 가야 해요……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샤르자드: 네, 저 여기 있어요.

아르네: 저기 편하게 드러누워 있는 적의 목을 매달지도 않고 떠나자는 말이냐?

아르네: 달마스카의 마녀가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모르니 도망을 치자고?

아르네: (다시 고개를 숙인다. 흐느끼고 있는지 혹은 웃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샤르자드: (그게 누구지? 샤르자드는 아르네를 바라본다.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것을 읽었는지, 온전히 닫힌 책일 뿐인 샤르자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두면 안 된다는 건 알았다. 샤르자드가 무릎으로 기어 아르네의 소맷단을 잡았다.)

아르네: (어느샌가 검을 뽑아든 채다. 피눈물이 흐르기 직전의 눈으로 샤르자드를 돌아본다.)

샤르자드: 아르네…… 노라크시아가 전달해 달라고 했어요. 성 아다마 란다마 교회로 가라고…… 민필리아가 전해달라고 했다고……

샤르자드: 거기 가야 해요. 가서…… 가서……

샤르자드: (머리 뚝 떨어뜨린다.)

아르네: ……. (순간 숨이 멎었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모르겠어요, 가서 뭘 해야 좋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이대로 멈출 순 없는 거잖아요.

샤르자드: 가면 안 될까요. 제대로 일어서기 위해 지금은…… 지금만은…… 잠깐만……

아르네: …….

아르네: (아……, 하는 탄식이 샜다. 시야가 아찔하다. 휘청거린다.)

아르네: (줄 끊긴 인형처럼 주저앉는다. 기어이 피눈물이 흐른다.)

샤르자드: (흐윽, 하고 울음이 터진다. 주저앉은 그를 더듬더듬 그러안는다.)

샤르자드: 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이들이 뭘 잘못했다고……

아르네: (품 안에서 축 늘어진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서야 힘없이 등을 마주안는다.)

아르네: …… 왜? 그런 건 없어.

아르네: 제국군은…… 악의로 가득 찬 집단이고…… 리위아 사스 유니우스는…….

샤르자드: 그게 누구예요? 그 사람은 누구인데 이렇게 악한 짓을 해요? 왜요?

아르네: 하하하하.

아르네: 달마스카의 마녀. 가이우스 반 바일사르의 번견.

아르네: 저주받은 종자. 단두대. 최악의 고문관…….

아르네: …… 그러게. 그 자는 누구지?

아르네: 왜 내가 키운 것들을 전부 꺾어가지? (아주 무력하게 중얼거린다.)

샤르자드: (눈물로 흠뻑 젖은 뺨을 애써 문지른다.)

샤르자드: 저는 안 꺾였어요.

샤르자드: 저는 안 꺾였어요. 안 꺾일 거예요.

아르네: (피가 묻어나는 눈으로 멍하니 올려다본다.)

샤르자드: 그러려면 당신도 꺾이지 않아야 해요.

샤르자드: 일어나요. 가요. 우리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민필리아의 부탁을 들어 주기 위해 움직이는 거예요.

샤르자드: …… 여기 없는 이들도 많아요. 아렌발드 씨도, 빅스 씨와 웨지 씨도…… 브레몽다 씨도……

샤르자드: 우리는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파파리모 씨, 이다 씨, 야슈톨라 씨, 산크레드 씨, 위리앙제 씨……

샤르자드: 전부 여기 없어요. 찾으러 가야 해요.

샤르자드: 우린 아직 다 안 끝났어요. 가요.

아르네: (산크레드, 라는 말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웃다가 그마저도 그만둔다.)

아르네: …….

아르네: …… 일으켜 줘…….

샤르자드: (휘청거리는 무릎에 힘을 주며 일어나서, 그의 오른팔을 양손으로 잡아 힘껏 일으킨다.)

아르네: (휘청거리며 일어선다. 실핏줄이 모두 터진 눈으로 샤르자드를 올려다보다가 당겨 안는다.)

아르네: …… 내 뒤에 바짝 붙어 있어야 한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그를 꽉 안는다. 품 안에 아직 요동치는 삶이 있다는 게, 이토록 안심된 적이 없었다.)

샤르자드: 네, 꼭 붙어 있을게요.

아르네: (계속해서 흐르는 실소를 삼켜낸다. 토하던 피를 삼키는 것보다는 쉽다.) 가자.

샤르자드: (눈물 뚝뚝 듣는 눈을 거칠게 문지르고 뒤따랐다.)

아르네: 샤브디즈.

아르네: …… 고생했다, 샤브디즈. 오늘은 이만 쉬어도 좋다.

일리우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여긴 보시다시피 허름한 교회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일리우드: '들장미'라고요……!?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시기에 그 암구호를…….

일리우드: 그런 일이 있었다니…….

일리우드: …… 그렇다면 민필리아 님을 비롯한 '새벽'에 계신 분들이 어디로 끌려갔는지도 모르시겠군요.

일리우드: 아아, 신이시여……. 부디 그들을 지켜주십시오…….

아르네: (신? 또다시 헛웃음을 삼킨다.)

일리우드: 당신들도 정말 큰일을 겪으셨군요…….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일리우드: 저는 민필리아 님과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그분이 아직 어렸을 때는 자주 어울려 놀았지요.

일리우드: 또 그분이 '새벽의 혈맹'을 결성하고 나서는 저도 조직의 일원으로서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일리우드: 그러니 사양하실 것 없습니다. 당분간 이 교회에 계십시오.

일리우드: …… 아, 그 사람도 소개하는 게 좋겠군요. 마르케스, 잠깐 이쪽으로 오십시오.

마르케스: …… 예, 신부님.

일리우드: 이 사람은 마르케스라고 하는데, 지난 제7재해 때 기억을 잃고 말았답니다. 지금은 이 교회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일리우드: 말수는 적지만 선량한 사람입니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마르케스에게 말씀하십시오.

일리우드: 마르케스, 이분들을 부탁합니다.

마르케스: …… 알겠습니다.

샤르자드: (기억을 잃은 남자. 마르케스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르네: …….

아르네: 미드 난 갈론드……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아르네: 아들이군.

샤르자드: …… 아는 사람이에요?

아르네: 아니. 하지만 저 얼굴은 알고 있다.

아르네: (빗물에 섞인 피눈물을 닦아낸다.) 신부의 말대로 조금 쉬는 것도 좋겠다.

아르네: …… 네가 많이 놀랐겠구나, 샤르자드.

샤르자드: (옷소매의 부드러운 부분으로 그의 뺨을 문질러 닦는다.)

샤르자드: …… 당신도 놀랐잖아요.

아르네: 나는…….

아르네: …… 놀란 게 아니라 화가 난 거야.

샤르자드: (그의 말을 가만히 듣는다.)

아르네: …… 내가 정신을 놓았던 모양이구나. (숨을 깊게 마셨다 뱉는다.)

아르네: 앉자. 다리에 힘이 없다.

(두 사람, 자리에 앉는다.)

아르네: …… 예전에…… 제국이 아직 쳐들어오기도 전에…….

아르네: 나는 제자들을 제법 많이 두었다. 그 중 절반은 내 손으로 직접 키웠어.

아르네: 정원을 만들려던 생각은 아니었다. 언젠가 내 둥지를 떠나 스스로의 것을 꾸릴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겠다고, 늘 그렇게 생각했어.

아르네: 보통은 그렇게 되었다. 갈레말이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샤르자드: (침음.)

아르네: 50년 전 갈레말이 처음 쳐들어왔을 때는 열이 죽었다. 그 뒤로 나와 같은 감옥에 갇혀서는 스물이 죽었다.

아르네: 내가 갇힌 동안에도, 그 뒤로도 달마스카는 계속해서 항전했다. 최근의 항전에는 늘 그 리위아 사스 유니우스가 왔다.

아르네: (입술을 달싹인다. 목이 탔다.)

샤르자드: (가만히 들으며, 그의 왼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겹쳤다.)

아르네: 계속 새로운 제자들을 가르쳤어. 혹시 내가 너무 유약하게 가르쳤을까, 그래서 죽었을까 하는 마음에 점점 더 엄하게 가르쳤다. 일말의 다정 따위는 줄 여유도 없었다.

아르네: 그런데 그들도 모두 죽었다. 유니우스의 총에 맞거나, 유니우스의 발에 밟히거나, 유니우스의 손에 고문을 당하면서.

아르네: …… 나는 내 새끼들을 전장에 보내 팔아넘기면서 연명한 거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다.)

샤르자드: 아르네. 당신은 그들을 죽인 게 아니에요. 팔아넘긴 것도 아니에요.

아르네: 그럼?

샤르자드: (잠시 생각을 고른다. 어렵게 입을 연다.) 아르네. 전……

샤르자드: 당신이…… 제자들을 죽였다, 팔아넘겼다, 연명하려고 썼다…… 라고 하면. 제자들에게는 모욕일 거라고 생각해요.

아르네: (지친 눈으로 바라본다.)

샤르자드: 전…… 싸울 거예요. 제국에, 유니우스에, 지배자와 억압과 폭력에 맞서서.

샤르자드: 그렇지만…… 그러다 제가 어떤 결말을 맞이한다면…… 그건 제가 선택한 일이에요.

샤르자드: 당신의 화폐로 팔려나간 것이 아니라.

샤르자드: …… 만약 제가 맞이한 결말이 당신에게 일말의 시간이라도 벌어다 주었다면…… 전 기쁠 거예요.

샤르자드: 그걸…… 당신이, 당신을 무너뜨리는 데 쓰고 있다면……

샤르자드: 저는 분노할 거예요. 아주 슬플 거고요.

샤르자드: …… 알아요. 당신은 그들을 키웠으니까.

샤르자드: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샤르자드: …… 분노의 화살을 당신에게 돌리지 않았으면 해요. 단지 그뿐이에요……

아르네: …….

샤르자드: 사랑한 만큼 상처가 됐지만, 상처받으려고 사랑한 건 아니잖아요……

아르네: …… 나도 알아. (목소리를 쥐어짜낸다.)

아르네: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 건 알아. 사령관으로서 그 때 그 결정이 최선이었다는 것도 안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을 때 후회하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아르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내가…….

아르네: …… 너무 지쳐서…….

샤르자드: 알아요.

샤르자드: …… 지쳤기 때문에 없는 말을 한 게 아니라, 지쳤기 때문에 속엣말을 했다는 것도 알아요.

샤르자드: 아르네. 이기적이라고 느낄 거 알지만……

샤르자드: 축복받을 수 없는 죽음이 있단 걸 알지만…… 사실은, 사실은 저도 아직은…… 아마 한참은…… 저를 탓하게 될 거 같지만.

샤르자드: 우리…… 지금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살면 안 될까요?

아르네: …….

아르네: (길고 깊은 탄식이 샜다. 웃음도 함께 샜다. 곧 표정을 짓던 것도 포기하고 무력하게 팔을 벌린다.) 안아줄래.

샤르자드: (팔을 뻗어 그를 꽉 안는다. 굳센 체 말했지만, 샤르자드의 몸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샤르자드: (그를 끌어안으며, 샤르자드는 예지이거나 깨달음이거나 또는 확신인 것을 얻는다.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겠구나, 하고.)

아르네: (덜덜 떨리는 몸에서 그 역시 뜨거운 피와 살을 가진 어린아이임을 깨닫는다.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내뱉는다.)

아르네: (다시 줄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져 잠든다.)

샤르자드: (잠든 그를 한참이나 어루만지다가, 조심스럽게 받쳐 안는다. 신부에게 부탁해 얻은 빈 침대에 그를 눕혔다.)

샤르자드: (아르네가 잠든 사이, 마르케스에게 말을 건다.) 죄송하지만, 부탁하실 게 있다면 저에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 스승님이 지금 많이 피곤해 하셔서.

마르케스: …… 이걸 좀 봐주게. 이건 시계…… 그중에서도 들고 다니는 '회중시계'라는 거야. 마른뼈 황야에 묻힌 사람이 가지고 있던 물건인데…….

마르케스: 이미 망가져 있더군……. …… 시계 주인이 죽으면서 시간도 함께 멈춘 거지.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이거라면 내가…….

마르케스: …… 고치려면 전용 도구가 있어야 하네. 끝이 뾰족한 정과, 작은 펜치. 이걸 부디 구해주게.

마르케스: 이런 도구는 에오르제아라면 보석공예가가 사용할 거야. 마침 마른뼈 야영지에 '여행 중인 보석공예가'가 와 있는 모양인데.

마르케스: 미안하네만 '끝이 뾰족한 정'하고 '작은 펜치'를 '여행 중인 보석공예가'와 교섭해서 구해줄 수 있겠나?

샤르자드: (마르케스에게 부탁을 받고, 혼자 마른뼈 야영지로 내려왔다.)

여행 중인 보석공예가: 뭐…… 끝이 뾰족한 정하고 작은 펜치가 필요하다고? 여유분이 있으니 대금만 지불하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여행 중인 보석공예가: 흠…… 이 정도 금액이면 합리적이군. 자, 원하는 도구다. 어서 가져가!

아르네: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잠에서 깬 뒤다. 짧은 잠 동안 머리칼이 식은땀이 젖은 채로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아 있다.)

샤르자드: (성당으로 돌아왔다가 그를 본다.) 어, 깨어 계셨어요?

아르네: …… 어디 다녀왔어.

샤르자드: (곁에 다가앉아 그의 이마를 쓸어 준다.) 마르케스 씨가 부탁해서요. 당신이 잠드신 사이에 다녀오려고 했어요. 곧 장례를 한다고 해서.

아르네: …… 그래…… 그렇구나.

아르네: …… 고생을 끼쳤구나. 미안하다. 눈을 떴는데 네가 없어서 좀 놀란 모양이다.

샤르자드: 괜찮아요, 아무 일 없어요…… (그를 살핀다.) 걱정시켜서 죄송해요.

아르네: 사과하지 마.

샤르자드: 제 마음 편하려고 멋대로 하는 사과예요.

아르네: 그러면 마음이 좀 편해지니.

샤르자드: 음…… 아뇨, 하지만 당신을 놓고 가지 않겠다는 다짐은 더 생기죠.

아르네: …….

아르네: (왼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이게 무서웠던 거야.

샤르자드: 응?

아르네: 내가 네 앞에서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릴까봐.

아르네: (가만히 보다가 옆자리를 두드린다.)

샤르자드: (그의 옆자리로 가 앉았다. 그에게 허락을 구하기 전에 먼저 꼭 끌어안는다.)

아르네: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려던 몸을 억누른다. 가만히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숨을 내쉰다.)

샤르자드: 괜찮아요, 라고 먼저 말해 둘게요.

아르네: 약속 하나만…… 아니, 두 가지만 해라, 샤르자드.

샤르자드: 말씀하세요.

아르네: 내가 네게 기대는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면 꼭 이야기해.

아르네: 그리고……

아르네: 만약 우리가 동행하는데 지난번처럼 위험한 일이 생기면……

아르네: 도망쳐.

샤르자드: (그를 껴안은 상태로 눈을 데구륵, 굴렸다.) 네, 약속할게요.

아르네: 도망치지 않을 거지, 너.

샤르자드: 하하.

아르네: (온기를 뺏기라도 하듯 찬 몸을 조금 더 기댄다.) 완전히 도망치라는 게 아니야.

아르네: 지난번처럼 가서 사람들을 좀 불러와.

아르네: 응? 그래야 나도 안전하게 자리를 뜰 게 아니냐.

샤르자드: 음…… 알겠어요.

아르네: …….

아르네: (자세를 고쳐 다시 기댄다.) 춥다.

샤르자드: (그의 몸에 이불을 덮고 꼭 안았다. 자신의 체온이나마 전달되길 바라면서.)

아르네: (가느다란 숨을 내쉰다. 행여나 이러다 잠들까 싶어서 왼손을 까닥인다.)

아르네: 갈론드가 뭐라더냐.

샤르자드: 누구요?

아르네: …….

아르네: 그…… 묘지기.

샤르자드: …… 아, 마르케스 씨요?

아르네: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샤르자드: 회중시계를 고치고 싶다고, 그러니 기구를 구해다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보석공예가에게 부탁해서 도구를 받아 온 참이에요.

아르네: …….

아르네: 시계…….

아르네: …… 하하, 그래.

아르네: 진귀한 구경이 되겠구나. 가자.

샤르자드: 걸으실 수 있겠어요?

아르네: 못 걷겠어도 걸어야지.

샤르자드: 받쳐 드릴게요…… 자요. (어깨를 빌려준다.)

아르네: (평소 같은 망설임이 없다. 군말 없이, 이전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무게로 기댄다.)

샤르자드: (한숨을 삼키고, 그를 예배당으로 데려간다.)

아르네: …….

마르케스: …… 어서 와. 도구는 구해왔나?

마르케스: …… 고맙군. 덕분에 고칠 수 있겠어. 그럼 곧바로 수리에 들어가지.

마르케스: …… 시계는 다 고쳤네. 이 시계를 가지고 있던 사람의 시간은 멈췄지만 이 세상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어…….

마르케스: 하지만…… 영문을 모르겠군. 내가 도대체 지금 뭘 한 거지?

마르케스: …… 나는 왜…… 이 시계를 고칠 수 있는 걸까? 정교하게 포개진 용수철에 앵커……. 치밀하게 계산된 뚜르비용 탈진기가 울리는 소리…….

마르케스: 이 모든 구조를…… 난 알고 있어. 그리고 내 손이 이걸 고치기 위해 멋대로 움직였지. …… 도대체 난…….

마르케스: …… 미안하군. 내가 조금 지친 모양일세. 이 시계를 '엘룬드'한테 가져다주게. 그녀는 지금 이 시계 주인을 위해 명복을 빌어주고 있을 거야.

아르네: …… 봐라. 진기한 구경을 할 거랬지.

샤르자드: …… 우와.

아르네: 그러면 그렇지. 내 눈이 틀릴 것 같으냐.

아르네: 누구 아들인데…….

샤르자드: 누구 아들인데요?

아르네: 미드 난 갈론드.

샤르자드: (헤, 하는 표정.)

아르네: 보즈야를 통째로 '삭제'한 전범이다.

샤르자드: …… 아, 갈론드 아이언웍스…… 에?

아르네: 갈레말의 수석 기공사…… 였지.

아르네: 시드 갈론드는 그런 아버지를 떠나 정식으로 에오르제아에 귀화했다고 들었다.

샤르자드: …… 아하?

아르네: 그러니 '난'…… 은 빼고 말하는 게 맞겠지. 그게 맞을 텐데.

아르네: …… 얼굴이 너무 똑같아서…….

샤르자드: ……. (보즈야는 어디고 삭제는 뭐지, 그러니까 원래 제국이구나, 아하 그래서 제국 비공정이라고 했구나, 따위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짜맞춰지는 참이다.)

아르네: …….

아르네: …… 내가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했구나.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해 주마.

아르네: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힘은 없어서.

샤르자드: …… 네!

샤르자드: 어, 일단 이거 가져다 드리고 와요.

아르네: 그래, 그래야지.

엘룬드: 아, 모험가님. 여기까진 어쩐 일로 오셨나요?

엘룬드: …… 어머나, 이건 시계인가요? 어쩜 이렇게 작을 수가……. 이런 건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

엘룬드: 분명 갈레말 제국에서 만든 것이겠지요. 제국의 기계 기술은 에오르제아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엘룬드: 어쩌면 이 시계 주인은 제국 사람…… '갈레말 제국'에서 온 첩자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불멸대'에 신고하는 게 좋을까요…….

엘룬드: …… 그나저나, 이런 정교한 물건을 고칠 수 있다니 마르케스 님은 도대체 뭘 하던 분일까요……?

엘룬드: 그러고 보니 저녁별 만 주민들이 거둘 사람이 없는 시신을 저희 교회에서 받아달라고 부탁을 하시더군요.

샤르자드: …… 저녁별 만이요?

엘룬드: 친인척이 없는 분들의 장례를 맡는 것도 저희가 할 일이죠. 그래서 물론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만…… 시신이 너무 많아 여기로 옮기는 게 큰일입니다.

엘룬드: 혹시 시신 운반하는 걸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녁별 만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부탁합니다.

샤르자드: (턱, 하고 막힌 듯한 얼굴이 된다.)

아르네: …….

아르네: (샤르자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샤르자드: …… 다행이네요.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돼서……

아르네: 힘들면 남아있어도 돼. 내가 다녀오마.

샤르자드: 아뇨, 가요.

샤르자드: …… 가요. 가야 돼요.

아르네: …… 그래.

샤르자드: (숨 크게 들이내쉰다.)

(저녁별 만.)

샤르자드: (저녁별 만에 온 것만으로도 손이 떨렸지만, 그 손을 꾹 모아 잡기만 했다.)

저녁별 만 상인: …… 엇, 당신 혹시……. 성 아다마 란다마 교회에서 온 사람인가? 일이 일이다 보니 묘지기 같은 사람이 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저녁별 만 상인: 벌써 이야기는 들었겠지만 시신을 교회로 옮겨야 해. 수가 너무 많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하더라고. 시간이 더 지나면 부패하기 시작할 테니 빨리해야지.

저녁별 만 상인: ……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거 왜 있잖아, 제국 병사가 갑자기 쳐들어온 사건. 그 사건으로 죽은 사람들이야.

저녁별 만 상인: 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차마 쳐다도 못 볼 정도로 끔찍하더군. 그러니 교회에 제대로 묻어주기라도 하고 싶어서.

아르네: …….

저녁별 만 상인: 응? 그런데 자네, 이 근방에서 많이 보던 얼굴 같은데? …… 음, 뭐. 아무렴 어때.

저녁별 만 상인: 시신 운반에 쓸 초코보 마차를 마을 입구에 대기시켜 놨어.

저녁별 만 상인: 시신은 다 해서 8구 있고. 한꺼번에는 못 옮길 테니 몇 번 왔다갔다 해야 할 거야. 그럼 잘 옮겨다 짐마차에 실어줘.

저녁별 만 상인: 자 미안하지만, 뒷일은 그쪽한테 맡길게. 나는 좀 바빠서…….

아르네: …….

아르네: 이번에는 묻어줄 수 있겠구나.

샤르자드: …… 하하.

샤르자드: (조심스럽게 시신을 안는다. 어쩐지, 눈앞이 부옇다.)

아르네: …….

언짢아 보이는 마부: 당신, 교회에서 도와주러 온 사람인가? …… 어서 안치소에 가서 시신을 운반해 와.

언짢아 보이는 마부: …… 음, 지금까지 옮긴 게 4구로군. 아직 4구가 더 남아있을 거야. 나머지 시신도 어서 옮기라고.

샤르자드: …… 나머지 4구.

아르네: …….

샤르자드: (결국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닦으며 걷는다.)

아르네: 편지를 써야 할 텐데.

샤르자드: …… 연고가 없댔어요.

샤르자드: 쓸 데가…… 없을 거예요.

아르네: …….

샤르자드: 노라크시아가 너무 가벼워요…….

샤르자드: …… 수장님에게 얘기해야겠죠?

아르네: 정말 그렇구나.

아르네: …….

아르네: 전해야겠지. 그들도 서로 가족일 테니.

언짢아 보이는 마부: 아, 정말 안 내키는 일이군. 아직 4구가 더 남아있을 거야. 나머지 시신도 어서 운반해 와.

언짢아 보이는 마부: 좋아, 이제 마지막이군. 조심해서 실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언짢아 보이는 마부: 난 슬슬 교회로 가 보실까. 그쪽도 고생했어. 교회로 돌아가서 잘 마쳤다고 보고하면 돼.

샤르자드: (뚝뚝 흐르는 눈물을 자꾸 닦는다.)

아르네: (차마 울지 말라고 할 수가 없어서 조용히 있는다. 그는 울지 못한다.)

엘룬드: 모험가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금 전 초코보 마차가 도착해서 시신 옮기는 걸 다 마친 참이었습니다.

엘룬드: 듣자하니 이 시신들은 제국 병사한테 살해당한 거라더군요…….

엘룬드: 시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나 이 상처로 보아 아마도 몹시 괴로웠겠지요……. 달 신이 계신 곳에서 편히 잠들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샤르자드: 괴로웠죠. 괴로웠을 거예요…….

엘룬드: 이번에 수습한 시신 중에 실프족이 있더군요. …… 이 시신을 검은장막 숲 '실프 임시 주거지'로 모셔주시겠습니까?

엘룬드: 실프족은 우리와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졌다고 하지요. …… 분명 이 실프족도 자기 고향에서 편히 잠들고 싶을 겁니다…….

아르네: …….

샤르자드: (다시 노라크시아의 시신을 받고선 눈물이 뺨에 흠뻑 얼룩진다. 하지만 껴안은 시신이 상할까 두려운지 눈물을 닦지도 못했다.)

샤르자드: 가요. 잘 됐어요. 보내줄 수 있게 돼서…….

아르네: (가만히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준다.) 그래.

코무시오: 어서 와랏치! …… 그러고 보니, 모래의 집에서 일하는 노라크시아는 잘 지내냣치?

샤르자드: 코무시오 씨…….

코무시오: …… 후아? …… 이건 노라크시아……냣치!? 무무무, 무슨 소리냣치!? 도도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냣치!?

프리크시오: 코무시오, 무슨 일이냣치? 소란스럽닷치.

코무시오: 수장님! 마침 잘 오셨닷치!

프리크시오: 모험가 선생 아니냣치. 어서 와랏치.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냣치?

프리크시오: 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냣치!? …… 자세히 말해달랏치.

프리크시오: …… 그랬구낫치……. 노라크시아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냣치…….

코무시오: 노라크시아…….

프리크시오: 노라크시아를 모래의 집에 보낸 건 나였닷치……. 새벽 분들이나 모험가 선생은 잘못이 없닷치.

프리크시오: 모험가 선생……. 노라크시아는 마지막까지 용감하게 싸웠냣치?

프리크시오: …… 다행이닷치. 노라크시아도 도움이 되어서 기쁘다고 생각할 거닷치.

프리크시오: …… 모험가 선생, 고맙닷치. 노라크시아의 장례는 우리가 잘 치르겠닷치.

프리크시오: 신세를 진 교회 분들한테도 고맙다고 전해달랏치.

코무시오: 노라크시아를 죽인 건 '제국' 놈들이냣치? ……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닷치…….

코무시오: 당신이 언젠가 '제국'과 싸우게 될 때 우리 실프족이 힘을 빌려주겠닷치. 노라크시아가 이루지 못한 일은 우리 모두가 이루고 말 거닷치!

아르네: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아르네: …… 가자.

샤르자드: (말없이 머리만 끄덕인다.)

엘룬드: 검은장막 숲까지 다녀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걸로 저희가 맡은 시신은 모두 떠나보내 드렸네요. 그 실프족도 이제 고향에서 편안히 잠들겠지요.

엘룬드: …… 실프족 수장님이 저한테 고맙다는 인사를요? 저는 그저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이를 통해 남겨진 분들이 조금이라도 슬픔을 더신다면 좋겠군요.

아르네: …….

아르네: …… 가자.

샤르자드: (머리만 끄덕인다.)

마르케스: 이슈타브……. ……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요즘 이상하게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져…….

마르케스: ……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자분이 날 쳐다보는 건…… 아닌 것 같아. …… 굳이 말하자면…… 감시당하는 느낌이랄까.

마르케스: 방금 전에도 그랬어. 아무래도 교회 근처 묘지에 숨어있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밖에 나가서 보고 와주겠어?

아르네: …….

샤르자드: …… 스토커?

아르네: 제국군이 제 기공사를 찾으러 온 모양이구나. (왼팔을 쓸어내린다.)

샤르자드: …… 싸울 준비를 해야겠네요.

아르네: 그래.

샤르자드: …… (속으로 욕 같은 걸 읊조린다.)

아르네: (진정시키듯, 혹은 기대듯 조용히 손을 붙잡는다.)

마르케스: 알아낸 게 있어? …… 습격을 당했다고? 심상치 않군……. 다친 데는 없어?

마르케스: …… 그나저나 갑자기 무기를 휘두르다니 그자는 역시 날 감시한 건가……?

마르케스: 하지만 기억도 없는 날 뭐하러 감시하지……. …… 혹시 내 과거와 관련된 사람……?

마르케스: …… 어쨌든 교회 주변에 그렇게 위험한 녀석이 돌아다닌다니 큰일이야……. 일리우드 신부님께도 말씀드리는 게 좋겠군…….

일리우드: 두 분이 말씀하시던 걸 들었습니다. 저도 조심하도록 하지요. …… 습격자의 정체에 대해, 짚이는 점은 없으신가요?

일리우드: 아니, 이건 설마 '갈레말 제국'의……. …… 제국군이 마르케스를 감시하고 있었던 걸까요? 도대체 그의 정체는…….

일리우드: 어쨌든 예배 드리러 오시는 분들의 안전을 위해 '불멸대'에도 연락해두겠습니다.

알피노: 찾던 사람을 한꺼번에 둘이나 발견하다니 나도 제법 운이 좋은 모양일세.

알피노: 이런 곳에 숨어서 제국을 겁낼 때가 아니야. 우리 손으로 '새벽'을 재건해야 하네.

알피노: 그러기 위해선…….

알피노: 갈론드 아이언웍스 대표이자…… 전설의 기공사 시드! 자네의 힘이 꼭 필요해!

일리우드: 뉘신지 모르겠으나, 이 사내는 '마르케스'입니다. 재해 때 마음을 다쳐 여기서 요양하고 있지요.

일리우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마르케스: …… 아아…… 아아아…….

알피노: 지금 이 세상에는, 자네의 힘이 필요해! 이런 곳에 숨어있을 때가 아니란 말일세!

일리우드: 마르케스…… 아니, 시드라고 했지요? 이걸 가져가세요. …… 당신 겁니다.

일리우드: 시드…… 당신과 함께 지내면서 평범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일리우드: 잠시나마 제 아들이 살아돌아온 것 같아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일리우드: 이제 당신을 이 세상에 돌려줄 때가 왔군요.

시드: 넌 대체 누구지…….

알피노: 내 이름은 '알피노 르베유르'.

알피노: 돌아가신 조부님의 뜻을 이어받아, '새벽의 혈맹'에서 야만신과 제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지.

알피노: '새벽'이 습격당한 건 나도 아네…… 이미 온 에오르제아에 소문이 퍼졌어.

알피노: 에오르제아 각 나라는 지금껏 재해 복구와 국내 문제 해결에 주로 힘썼지.

알피노: 그러면서 비교적 소홀해진 야만신 문제를 도맡은 게 바로 '새벽의 혈맹'일세.

알피노: 그런데 그 '새벽'이 무너졌어……. 각 나라 지도부도 크게 동요하고 있네. 그렇기에 더욱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어!

알피노: 이크살족이 야만신 '가루다'를 소환했어. 지금 커르다스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네.

알피노: 야만신 '가루다'는 야만신 중에서도 유독 사납고 난폭하지.

알피노: 위원회에서 조사하기로는 '이프리트'나 '타이탄'보다 훨씬 강하다는군……. 아예 격이 다르다고 해야 할 걸세.

알피노: 그렇기 때문에, '가루다'를 물리치면 다른 야만족들도 동요할 거야. 야만신이 절대적 존재가 아님이 드러나게 되니 말일세.

알피노: 야만신 '가루다'가 머무는 제단은 사방이 폭풍의 벽으로 가로막혀 있네.

알피노: 시드, 자네가 나설 차례야. '엔터프라이즈'를 찾으러 가세.

시드: ……. '엔터프라이즈'…… 라고? 설마 그건……?

알피노: 맞아. 시드, 자네의 비공정일세.

알피노: 그 배는 재해가 일어나기 전 그리다니아를 떠난 뒤로 모습을 감췄지. 그걸 다시 찾는 거야.

시드: 내…… 비공정……. …… 아아…… 아…….

시드: …… 잠시만 기다려주게.

샤르자드: (가만히 생각한다. 저 치의 '상실'은, 상실이라기보다는 잠시간의 단절이었을 뿐이구나, 하고.)

알피노: 오랫동안 이어진 야만신과의 싸움도 마침내 끝이야. 우리가, 에오르제아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온 세상에 보여주세!

시드: 엔터프라이즈……. 그곳에 내가 필요해…… 내 힘이 필요해……!

아르네: …….

알피노: 자네가 야만신 '타이탄'을 물리치러 갔다는 말을 듣고 다음 야만신 '가루다'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네.

알피노: 바로 모래의 집으로 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만…… 그래도 살아남은 자는 앞을 향해 나아갈 의무가 있다네.

시드: 비공정…… '엔터프라이즈'……. 무엇하나 기억나지 않는데 이 그리운 느낌은 도대체 뭐지……?

일리우드: 그래요…… 설마 마르케스가 갈론드 아이언웍스의 시드였을 줄이야. …… 당신과 그는 분명 같은 운명의 배에 올라있는 거겠지요.

일리우드: 참, 이제부터 '엔터프라이즈'를 찾으러 간다고 말씀하셨지요?

일리우드: 제7재해가 일어나기 바로 전에 그 엔터프라이즈가 그리다니아에서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목적지까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만…….

일리우드: 검은장막 숲 북부삼림의 '가을박 마을'에 있는 '쌍사당' 집합소라면 목격자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거기 가셔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일리우드: 저도 '새벽의 혈맹'의 일원입니다……. 힘이 닿는 대로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마르케스…… 아니, 시드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르네: (조용히 눈을 내리깐다.)

아르네: 일리우드 신부는 대단한 사람이구나.

샤르자드: 어떤 부분 때문에요?

아르네: …….

아르네: 나라면 못 돌려줬을 것 같거든…….

샤르자드: …… 으음.

샤르자드: …… 글쎄요.

아르네: …….

아르네: …… 잘 어울리는구나, 그 안경.

샤르자드: 하하.

아르네: …….

아르네: …… 화제 전환이 안 되는구나. 움직이기나 하자.

샤르자드: 당신은…… 돌려주실 거예요. 당신 살이 뜯겨나가는…… '기분'이 아니라, 정말로 뜯겨나간다 해도요.

아르네: …….

샤르자드: 그런 부분에서 당신이 강한 거지만……

샤르자드: 당신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그냥, 그렇게만 이야기할게요……

아르네: (내 살은 멀쩡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그렇게 말하려다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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