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

엔터프라이즈 탐색기 (1)

(가을박 마을.)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여기는 그리다니아 총사령부 '쌍사당' 집합소일세.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 비공정 '엔터프라이즈'를 찾고 있다고? 갈론드 아이언웍스의 배 말인가?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그래. 재해 전에 여기 상공을 지나간 적이 있네. 하지만 그대로 커르다스 쪽으로 날아가 버려서 그 후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군.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여기에서 서쪽에 있는 '플로렌텔 감시초소'에 가서도 다른 목격 정보가 없는지 알아보는 건 어떻겠나?

쌍사당 중사 이셀마어: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그 배를 찾지? 운 좋게 찾는다 해도 시드는 제7재해 이후 행방불명이니 제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아르네: …….

샤르자드: …… 아르네, 저어, 혹시.

아르네: 응.

아르네: 말하지 않아도 돼. 가자.

샤르자드: 네…….

샤르자드: (그의 등에 얼굴 묻는다.)

쌍사당 소위 보르트포르: 별일이군. 모험가가 이런 곳까지…….

쌍사당 소위 보르트포르: 이 너머는 커르다스 중앙고지라네. 재해 이후 갑자기 땅이 얼어붙기 시작해서 점점 악화되고 있지. 장난삼아 놀러 갈 만한 곳이 아니야.

쌍사당 소위 보르트포르: 재해가 일어났을 때 북쪽으로 날아간 비공정을 찾는다고? …… 그래. 기억나는군.

쌍사당 소위 보르트포르: 카르테노 전투가 일어나기 바로 전이었지……. 전쟁터로 불려가지 않고 혼자 감시초소를 지키던 내 머리 위로 대단한 비공정이 스쳐 지나갔다네.

쌍사당 소위 보르트포르: 이런 비상시국에 어딜 가나 하고 쳐다봤는데 금세 커르다스 산속으로 사라져버리더군.

쌍사당 소위 보르트포르: 커르다스는 종교도시 '이슈가르드'에서 다스리는 땅일세. 그 도시는 오랫동안 성문을 걸어 잠그고, 카르테노 전투에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

쌍사당 소위 보르트포르: 비공정이 어디로 갔는지 찾으려 한다면 커르다스 중앙고지 '아도넬 점성대'에 있는 위병한테 한번 가보게나. 그 녀석들은 거기서 하루 종일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야.

아르네: …… 넘어가면 눈이 오겠구나.

샤르자드: 확 추워졌네요.

아르네: 하하. 꼭 갈레말드 같은 날씨인걸.

샤르자드: …….

뤼도부아: …… 비공정 탐색 때문에 우리 관찰 기록을 보고 싶다고?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모험가인 모양이군.

뤼도부아: 이 커르다스 중앙고지는 우리 도시 '이슈가르드'의 앞마당이다. 통행은 어쩔 수 없이 허락했지만 외지인과 엮일 생각은 없어.

뤼도부아: 점성대 기록을 보여줄 생각은 더더욱 없지. 우린 모험가 도움을 바라지 않아. 그러니 너도 우리 도움은 꿈도 꾸지 말고 어서 여길 떠나라.

뤼도부아: …… 흠, 순순히 물러갈 생각은 없다 이건가? 그렇다면 적어도 방해는 하지 마라. 정말이지…… 오늘은 성가신 일만 일어나는군.

뤼도부아: 검은장막 숲 쪽을 둘러보러 간 내 동료가 정해진 시간이 돼도 안 돌아온단 말이지. 나하고 똑같은…… 멋있는 철가면을 쓴 녀석이다.

뤼도부아: 여기서 계속 얼쩡거릴 거라면 네가 어디선가에서 그 녀석을 볼 수도 있겠군. 혹시 보게 된다면 내게 알려주도록.

아르네: …… 이번에는 네가 고삐를 잡는 게 좋겠는걸.

샤르자드: 네. 제 등에 손 대고 계세요.

아르네: 부탁하마, 샤르자드.

부상당한 기병: 미안하군. 나 때문에 괜히……. 순찰 중에 수상한 놈을 봤는데, 갑자기 공격을 해오는 게 아닌가.

부상당한 기병: 놈들은 우리 원수인 '드래곤족'과 손을 잡고…… 이슈가르드인의 사명을 저버린 역적놈들이다.

부상당한 기병: 요즘 들어 활동이 왕성해졌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설마 이렇게 마을 가까이에 숨어 있었을 줄이야! 더럽고 비열한 '이단자' 놈들……!

아르네: …… '야만족'에 이어서, '이단자'?

아르네: 가지가지하는군.

샤르자드: …… 흠.

샤르자드: 다들 비슷한…… 분열을 겪는군요.

뤼도부아: 순찰 나갔던 동료가 돌아왔다. …… 그리고 네 녀석이 구해줬다는 이야기도 들었어.

뤼도부아: 우리는 긍지 높은 신의 병사들. 외지인을 가까이하지 않는 게 법칙이지만 보답을 안 할 수는 없지.

뤼도부아: 점성대 사람에게 널 소개하겠다. 1층에 있는 점성술사 '에드멜'에게 가서 사정을 설명해라. …… 점성대 입구는 마을 남쪽 언덕 위에 있다.

에드멜: …… 비공정을 찾으신다고요? 이런, 아무래도 잘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뤼도부아도 참 엉뚱한 분을 이리로 보냈군요.

에드멜: 여기에는 별들의 움직임을 적은 기록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드래곤족 활동주기를 가늠하기 위한 기밀 정보인지라 제 독단으로 보여드릴 수는 없지요.

에드멜: 음…… 맨 위층에 우리 소장님이 계시니 가서 한번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 쉽게 허락하실 것 같진 않지만요.

폴르모르: 비공정에 대한 정보라…… 그걸 이 아도넬 점성대에 와서 묻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군.

폴르모르: 우리가 드래곤족하고 싸우는 건, 그것이 '성전'이기 때문일세. 놈들을 멸절시켜야만 우리의 영혼이 주신 할로네 님의 인도를 받아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고 하지.

폴르모르: 이 점성대 또한 성전의 수행을 위해 세워진 것……. 설령 비공정에 대한 정보가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 점성대 사람들이 그런 데 관여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지.

기옘: 이런, 손님이 계셨군요. 이 근처에 '이단자'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아서 상황을 보러 왔습니다만.

아르네: (멸절이라니 거창한 단어군. 달마스카어로 중얼거린다.)

폴르모르: 오, 이단심문관님 아니십니까!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다른 손님이 있으니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지요…….

기옘: 흐음, 솜씨가 꽤 좋아 보이는 모험가로군요. 이 땅엔 뭘 찾으러 왔습니까? 글쎄, 원하는대로 찾아보도록 하십시오.

기옘: 하지만 우리 도움을 바라진 마시길. 이슈가르드는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차단하는 것으로 이 어지러운 시절에 간신히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기옘: …… 제 말이 이해가 가시는지요? 절대로 우리 일에, 깊이 파고들지 마시라는 뜻입니다.

폴르모르: …… 원한다면 점성대에 머물러도 좋네. 허나, 그 외에 다른 건 바라지 말게.

조시아: 으으, 어쩐지 일을 부탁하기 힘든 분위기군요……. 하지만 이런 건 모험가님 아니면 부탁할 데도 없고 눈치 보느라 그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으니까요!

조시아: 동쪽 낭떠러지를 관측하러 간 동료를 데리러 가주시면 안 될까요? 그 주변에 이크살족이 돌아다녀서 무척 위험하거든요. 본인은 괜찮을 거라고 하는데 걱정이 되지 뭐예요…….

샤르자드: 음…… (약간의 친밀감이 사그라진다.)

아르네: …….

샤르자드: 가요.

기품 있는 점성술사: 덕분에 살았어……! 슬그머니 몰래 관측을 하고 가려고 했는데 이크살족 눈에 띈 걸 보고 이제 끝이구나 싶었지 뭐야……!

기품 있는 점성술사: 응? 뭐야, 너 모험가였어!? 빨리 말했어야지! 하마터면 빚을 질 뻔했잖아……!

기품 있는 점성술사: 나도 엄연히 뒤랑데르 집안 남자거든? 바깥에서 성가신 일을 끌고 들어오는 모험가하고는 엮이지 않을 거라고! 흥!

아르네: 하하하.

샤르자드: …… 으응?

샤르자드: 이미 빚을 지신 거 같은데…….

아르네: 죽일 걸 그랬나.

샤르자드: 으악, 아르네.

아르네: …….

아르네: (어깨에 턱을 올리고 가만히 기댄다.) 이런 날씨엔 예민해져서 그래.

조시아: 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덕분에 그 사람이 무사히 돌아왔는데 모험가한테 도움을 받았다고 굉장히 기분 나빠하더군요…….

조시아: 이슈가르드에는 사대 명가라는 큰 귀족 가문이 있어요. 그중 뒤랑데르 가는 특히 외지인들을 꺼리는 집안이죠……. 제 동료도 그 집안 사람이고요.

조시아: 혹시 기병들 방패에 '경종의 의장'이 새겨진 걸 보셨나요? 그게 뒤랑데르 가문의 문장이랍니다……. 이 아도넬 점성대는 그들이 관리하고 있죠.

조시아: …… 모험가님은 비공정을 찾고 계시다면서요? 여기서 정보를 캐내려 해봐야 시간 낭비밖에 안 될 거예요.

조시아: 대기소에 있는 '포르틀렌' 대장이라면 다른 집안 사람들하고도 안면이 있으실 텐데 한번 상의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샤르자드: …… 하아.

포르틀렌: 뒤랑데르 가 말고 다른 사대 명가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그래. 우리 말고 다른 가문을 찾는 것이 그나마 예의 바른 행동이라는 걸 어디서 주워들은 모양이군.

포르틀렌: 딱히 너를 도와줄 이유는 없지만…… 언제까지고 눌러앉아 있게 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군. 그럼 마침 귀찮은 일이 있었는데, 일단 이것부터 도와주겠나?

아르네: …….

샤르자드: …… 귀찮은 일…….

아르네: …….

샤르자드: 일단……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해 보기로 해요……

아르네: (뻐근한 뒷목을 주무른다.) 어쩔 수 없지.

샤르자드: (즐거운 마음은 아니지만요, 하고 비에라들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아르네: 그런데 영 느낌이 좋지 않구나.

포르틀렌: 아까 아트보르그 요새지대를 향하던 짐꾼이 가는 도중 도적을 만났다며 도망쳐왔다.

포르틀렌: 도적을 만난 곳은 서쪽 큰길이라고 하더군. 당장 그곳으로 가서 빼앗긴 짐을 찾아와라.

포르틀렌: 그 짐은 사대 명가 중 하나, 아유나르트 가가 다스리는 '아트보르그 요새지대'로 갈 예정이었다. 짐을 무사히 찾아오면 그 요새 사람을 소개해주지.

아르네: …….

샤르자드: 으-음.

아르네: 고삐는 네가 잡겠니.

샤르자드: 네.

아르네: 오늘도 잘 부탁한다, 샤브디즈.

샤르자드: 음, 짐이 많네요.

샤르자드: …… 웬…….

아르네: …….

포르틀렌: 짐은 찾아왔나? 그럼 혹시 빠트리고 안 찾아온 건 없는지 확인해보자고.

샤르자드: …… 빠뜨리고 온 건 없는지?

습격당한 짐꾼: 정말 다행입니다! 제가 옮기던 짐은 이걸로 다……

습격당한 짐꾼: …… 어? 이 상자는 어쩐지 누가 억지로 열려고 한 듯한 흔적이 있군요. 이것도 프란셀 님께 보내드려야 하는 물건입니다만…….

아르네: …….

포르틀렌: 프란셀 경…… 아유나르트 가의 골칫거리 넷째 도련님 말이지. 흠, 하지만 밀봉은 제대로 되어있는 것 같은데. 그럼 미안하지만, 확인을 위해서 우리가 상자를 열어봐야겠군.

포르틀렌: 이, 이건…… '용안의 묵주'잖아!? 이단자의 증표! 이게 왜 여기에!?

포르틀렌: 그러고 보니…… 요즘 아유나르트 가 사람 중에서 이단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더군. 설마 프란셀 경까지……?

아르네: 억지로 열려던 흔적이 있고 이런 물건이 들어 있다면……

아르네: 당연히 합리적 의심을 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

포르틀렌: 아트보르그 요새지대 사람에게 널 소개해줄 순 없겠군. 왜냐하면 프란셀 경이…… 바로 그 '아트보르그 요새지대'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포르틀렌: 우리 이슈가르드에서 드래곤족하고 손을 잡은 이단자는 뿌리 뽑아야 할 존재. 당장 이단심문관님에게 보고해서 진상을 파헤치고 말겠다!

아르네: …… 날도 추운데 영 피곤하게 구는군.

샤르자드: (작게 중얼거린다. 바보들.)

카릴로: 쉿…… 조용히……. 포르틀렌 대장한테 들키면 일이 귀찮아집니다.

카릴로: 당신이 일하시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습니다. 무척이나 성실하고 믿을 만한 분이더군요…….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카릴로: 전 지금은 뒤랑데르 가의 기병으로 있습니다만 재해 전까지는 아유나르트 가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카릴로: 이단 혐의를 받은 '프란셀' 님은 아주 믿음이 깊으신 분입니다. 늘 드래곤족하고 싸우는 일만 신경 쓰고 계신 분이 이단자와 내통할 리 없습니다.

카릴로: 모험가님, 북쪽 '아트보르그 요새지대'로 가서 프란셀 님에게 이 사태를 전해주십시오. '솜다리'라는 암구호를 대면 알아주실 겁니다.

아르네: …….

샤르자드: (부탁 듣더니, 별 말 없이 장소를 나온다.)

아르네: (가볍게 마른세수했다.) 가자.

샤르자드: …… 저 사람이야말로 진국이네요.

아르네: …….

아르네: (대답 대신 조용히 기댔다. 이번에도 조금 망설이기는 했다.)

샤르자드: 믿음도, 종교도, 정치도…….

샤르자드: 다…… 눈을 가리는 수단일 뿐이군요.

아르네: 신은…… 인간이 아무리 빌어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샤르자드: (그가 불편하지 않게 기댈 수 있게 하며 중얼거린다.)

샤르자드: 듣지 않았나요? 신이요.

아르네: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프란셀: 아유나르트 가의 프란셀을 찾는다고? 내가 프란셀인데…… 자네는 누구지?

프란셀: '솜다리'…… 이 땅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이기 전에 우리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꽃 이름이지. 자네는 믿어도 되는 사람 같군.

프란셀: 내 앞으로 오던 짐에 '용안의 묵주'가 들어있었다고……!? 그렇군…… 우려하던 일이 결국…….

프란셀: '용안의 묵주'는 이단자들이 쓰는 장신구라네. 그들은 그걸로 서로 동지라는 걸 확인한다더군. 그게 내 짐에서 나왔다면 이단 혐의를 받는 것도 당연하지.

프란셀: 하지만 나는 아니야…… 우리 집안의 다른 사람들도…… 요즘 일어나는 이단자 소동은 수상한 점이 많네. 누군가 아유나르트 가를 함정에 빠뜨리려 하고 있어…….

프란셀: 나를 믿어준 카릴로와 자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군. 내 할 수만 있다면 자네 일도 도와주고 싶네만…… 이단자 혐의가 걸린 지금의 나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걸세.

프란셀: 그 대신 요새 북쪽에 있는 '용머리 전진기지'를 맡고 있는 기사, '오르슈팡'에게 가보게. 소개장을 써줄 테니.

프란셀: 그는 사대 명가 중에서도 용병이나 모험가에게 개방적인 포르탕 가 기사이자…… 내 친한 친구라네. 분명 자네를 도와줄 거야.

샤르자드: …… 없다고 생각하긴 해요.

샤르자드: 있는 건 고약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르네: …….

아르네: 꽤 많이, 오래 빌었거든.

샤르자드: …….

아르네: 그런데 들어주지 않더구나. 그게 있는데 듣지 않은 거라면 내가 그동안 소홀했던 탓이겠지.

샤르자드: 신은 듣지 않아도, 저는 들을 수 있어요.

아르네: …….

샤르자드: 안녕하세요, 오르슈팡 씨, 저어…….

오르슈팡: 보아하니 모험가로군. '용머리 전진기지'는 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 여기 머무는 동안 네 기술과 지식을 크게…… 응?

오르슈팡: 오오…… 좋아……, 아주 좋아……! 하아, 그 단련된 육체미가…… 내 가슴을 마구 설레게 하는군! 아름다운 비에라족이여, 무슨 일로 왔는지 말해보게나!!

아르네: …….

아르네: …… 이 사람 뭐야?

오르슈팡: 이건…… 프란셀이 보낸 거군. 이단 혐의를 뒤집어쓴 놈이 뭘 부탁하나 했더니 이슈타브, 널 도와주라고?

오르슈팡: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거절할 순 없지. 그 녀석도 걱정되긴 하지만 우선 네 용건부터 말해봐.

오르슈팡: 비공정 '엔터프라이즈'라…… 게다가 재해 전에 본 거라고? 음, 목격자를 찾아야 하는데…… 쉽진 않을 거다. …… 이슈가르드도 그때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웠으니 말이야.

오르슈팡: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우리뿐 아니라 이슈타브, 네 힘도 꼭 필요할 거야. 네 몸에서 나오는 힘을 속속들이 보여다오……!

오르슈팡: 아무튼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프란셀의 친구로서, 그리고 포르탕 가의 기사로서 이제부터 이 오르슈팡이 널 도와주지!

샤르자드: ……. (아르네의 육체미……를 본다.)

아르네: …….

오르슈팡: 자, 비공정이 어디로 갔는지 찾기 위해 일단은 사람을 보내 목격 정보를 모아야겠어.

오르슈팡: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지금은 너도 움직이고 우리 포르탕 가를 포함한 사대 명가의 협력을 얻도록 하자.

오르슈팡: 사대 명가는 각자 구역을 나눠 이 땅을 관리하고 있지. 이 넓은 커르다스 땅에서 목격 정보를 얻으려면 각지를 관리하는 명가에게 기대는 것 말곤 달리 길이 없어.

오르슈팡: 우선은 포르탕 가…… 이곳에 있는 '닌' 부인이다. 그다음엔 아유나르트 가가 맡은 아트보르그 요새지대로 가서 회계 담당 '크라벨랑'에게 물어봐.

오르슈팡: 그러고 나서, 뒤랑데르 가가 맡은 아도넬 점성대의 '폴르모르' 소장……. 내 이름을 대면 단칼에 거절하진 않을 거야.

오르슈팡: 제멜 가는 내가 직접 손을 써놓지. 자, 설원을 헤쳐나가며 그 멋진 근육을 힘차게 움직이고 오라고!

아르네: (미친 놈 아냐? 하고 중얼거린다. 다행히 이방의 언어다.)

아르네: …… 가자, 샤르자드.

샤르자드: …… 미친 사람 맞는 거 같은데…….

아르네: …….

아르네: …… 너 알아들었니?

샤르자드: 네? 뭘요?

아르네: 응?

샤르자드: 응?

아르네: …… 아니다, 아무것도.

아르네: …… 가자. 더 피곤해지기 전에.

샤르자드: (꺄웃.)

샤르자드: 네에.

닌: 갈론드 아이언웍스 비공정이요……? 포르탕 가 집안 사람들 사이에 도는 소문이라면 뭐든 알지만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었어요.

닌: 요즘은 어딜 가나 온통 이단자 이야기뿐이에요. 프란셀 도련님까지 이단 혐의를 받다니 아유나르트 가도 결국…… 하며 다들 수군대더군요.

샤르자드: …… 음. 아유나르트 가……가 정치 싸움에 밀린 거 같죠?

아르네: 듣자하니 그런 것 같구나. 다른 가문이 권력을 잡은 모양이지.

아르네: …… 눈이 그쳤나.

크라벨랑: 아아,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저를 부디 내쳐주세요……! 오르슈팡 님과 모험가님을 도와드리고 싶지만 아유나르트 가는 지금 경황이 없어서요…….

크라벨랑: 집안에서 이단자가 많이 나오는 바람에 이제는 변명도 못 할 지경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보를 모으라니 저는 도저히……!

샤르자드: 그렇네요. 눈은 그대로 쌓여 있지만…….

아르네: …… 내리던 것이라도 그치니 좀 낫다.

샤르자드: 일단 찬 바람이 멈추긴 했으니까요.

아르네: 응. (짤막하게 답한다.)

폴르모르: 그래, 포르탕 가 기사가 자네 쪽에 붙었다 이거지. …… 기사라 할지언정 태생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신념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건지 원.

샤르자드: …… 태생?

아르네: …….

아르네: 하하…… 재수가 없으려니까.

폴르모르: 몇 번이나 말했지만 이 땅은 지금 전란이 한창이네. 새로운 이단심문관으로 기옘 님이 부임하고 나서 숨어있던 이단자도 연이어 적발되고 있지…….

폴르모르: 우리 이슈가르드 사람은 비공정이나 찾아보고 있을 틈이 없어. 오르슈팡 경이 제 뜻으로 무엇을 하건 알 바 아니나 우리에게까지 같은 걸 기대하지는 말아 주게!

샤르자드: …… 태생.

아르네: 그런 게 도대체 뭐가 중요하다고.

샤르자드: 하하. 그러게요.

오르슈팡: 후후……. 거침없이 눈밭을 헤쳐온 그 모습, 아주 좋아…….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쓸 만한 정보는 못 얻었나보군.

아르네: …….

샤르자드: ……. (슬그머니 아르네 앞에 선다. 몸으로 가리려는 듯이.)

오르슈팡: 요즘은 고위 인사들도 이단 혐의를 받고 있어……. 온통 이단자 얘기로만 떠들썩하니 어쩔 수 없지. 일단 도시 쪽에서 뭔가 단서를 잡아 오기를 기대해보자고.

오르슈팡: 보초를 서던 기병의 보고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조금 전, 프란셀이 기병들을 데리고 폐허 '강철 경계초소' 쪽으로 떠났다는군.

오르슈팡: 우리 기병이 어딜 가냐고 물었더니 근처에서 날뛰는 드래곤족을 물리치러 간다고 했다는데……. 이 근방에 드래곤족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거든.

오르슈팡: 함정의 냄새가 나…… 누군가 프란셀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해! 미안하지만, 북쪽 강철 경계초소로 가서 녀석을 도와주지 않겠어? 아무래도 걱정돼서 말이야.

샤르자드: …… 음. 도와주러 가요.

아르네: …… 그래.

시드: 전 거점에 비하면 시선이 조금은 수그러든 듯한데…….

시드: 하지만 가끔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 뭘까…… 설마 또 제국 병사……?

알피노: '엔터프라이즈'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사건에 말려든 것 같군……. 그래도 조력자를 얻었으니 진전이 있다고 봐야 하나.

알피노: 하지만 야만신의 위협을 눈앞에 두고 다시 인간과 싸우게 될 줄이야…… 그애가 알면 화를 내겠군.

샤르자드: ……. (시드 옷차림 본다.)

샤르자드: …… 안 추워요? (기어이 한 마디 건다)

아르네: …….

아르네: 내버려 둬. 갈레안이다.

샤르자드: 갈레안은 뭔가 달라요?

아르네: 추위에는 익숙할 걸.

샤르자드: 아하?

아르네: …….

아르네: 더럽게 춥거든, 갈레말드는.

아르네: 한참 전에 긁혔던 뼈가 다시 아파올 정도로.

샤르자드: (곰곰 생각하다가) 스카테이 산맥도 추워요?

아르네: 스카테이…… 그래, 거기도 추운 곳이라고 들었다.

샤르자드: 아하.

아르네: 만년설이 쌓여있다고들 하니.

샤르자드: 아르네, 혹시…… 아프시면요.

샤르자드: 물러나 계셔도 돼요…….

아르네: …… 응?

샤르자드: 전투하게 될 것 같아서…….

아르네: …… 이런, 다들 많이 다친 모양인데.

프란셀: 이슈타브……!? 다가오지 말게. 여긴 위험해! 아직 놈이……!

당황한 듯한 기병: 프란셀 님은 무사하신가……!? 젠장, 그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그 거대 에이비스 말이야!!

동요하는 기병: 이건 함정이야! 드래곤족이 나타났다고 해서 온 건데 갑자기 뒤에서 놈이…… 우리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거라고!

샤르자드: …… 함정?

숨찬 기병: 으윽…… 저런 드래곤족의 졸개를 잡은 정도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이단 혐의를 풀려면 드래곤족을 직접 잡아야 해요!

프란셀: 미안하군…… 다들 나 때문에……. 결백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심쩍은 정보임에도 무작정 달려들었네…….

프란셀: 우리 아유나르트 가는 대대로 요새 방어를 맡은 집안이야. 옛날에는 이 강철 경계초소도 우리 영역이었지만…… 드래곤족한테 빼앗기면서 사람도 명예도 잃고 말았지.

프란셀: 게다가 이단자 혐의까지 받다니. 먼저 간 동료들과…… 아버님께 뭐라 사죄해야 할지…….

프란셀: …… 오르슈팡한테 이 말을 전해주게. 이단심문의 날이 머지않았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용안의 묵주'를 추적해다오…….

아르네: …….

아르네: (피곤한 한숨을 삼킨다.)

샤르자드: …… 저렇게 확신하실 정도면…….

아르네: 그리 이단이며 정교를 갈라 봐야 신은 듣지 않을 텐데.

샤르자드: 그런 건 별 의미 없어요. (중얼거린다.)

샤르자드: 이들에게 중요한 건, 신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샤르자드: 그 '신' 밑에 누가 제일 가까이 있느냐니까.

아르네: …….

아르네: 남의 일이다, 샤르자드.

아르네: 그것도 권력자들의. 신경 쓰지 마라.

샤르자드: 알아요.

오르슈팡: 그래…… 일단 무사해서 다행이군. 넌 내 친구 프란셀의 목숨을 구했어. 덕분에 비공정을 찾을 단서도 얻게 되겠지.

오르슈팡: 무슨 소리냐고? 사실은 도시로 조사를 나갔던 자가 제7재해 때 비공정을 봤다는 사람을 찾은 모양이야.

오르슈팡: …… 하지만 네가 프란셀의 소개로 여기 왔다는 걸 안 순간 태도가 싹 바뀌었다더군. 이단자와 무슨 관계인지도 모를 사람하곤 말도 섞기 싫다던가.

오르슈팡: 후후…… 눈 속에서 반짝이는 그 빛…… 아주 좋아……! 그래! 프란셀이 살았으니 이제 누명만 벗기면 내 친구의 명예도, 비공정에 대한 정보도 찾을 수 있다고!

오르슈팡: 프란셀은 '용안의 묵주'를 추적해달라고 했어……. 애초에 이단자로 몰린 게 그것 때문이라서 그런가? 타이밍 좋게 습격당한 짐꾼, 그리고 보란 듯이 나온 용안의 묵주.

오르슈팡: …… 그래, 한번 제대로 조사해봐야겠어. 그럼 우선 아트보르그 요새지대에 있는 '릭먼'에게 가봐. 커르다스를 오가는 짐꾼에 대해선 그가 제일 잘 아니까.

샤르자드: (자기 겉옷 한 겹을 벗어 그에게 건넨다.)

아르네: …….

아르네: 너 춥잖니.

샤르자드: 안 추워요.

아르네: 그럴 리가 없는데.

릭먼: 짐꾼들한테 뭐 미심쩍은 점이 없었냐고요? …… 프란셀 도련님도 그걸 물어보고 가셨는데 우리도 자꾸 의심을 받아서 아주 죽을 맛입니다.

릭먼: 설마, 에오르제아에서 제일 믿음직한 우리 짐꾼들이 프란셀 도련님한테 갈 짐에 그런 걸 집어넣었겠습니까?

릭먼: 아유나르트 가로 가는 짐에 대해서 끈질기게 캐묻고 다니던 여자가 있단 소린 들었는데 말이죠. 이단자 소동이 이렇게나 커졌으니, 아마 그 여자도……

릭먼: …… 네? 그 여자가 집어넣었을 수도 있다구요? 정 그렇다면, 한번 직접 가서 알아보시죠. 용머리 전진기지에 짐꾼들이 와있을 겁니다.

샤르자드: 진짠데.

아르네: …….

아르네: (버티려다 결국 겉옷을 입는다.)

성실해 보이는 짐꾼: 우린 동쪽 방향으로 순회하면서 차례차례 짐을 옮기고 있어. 이건 하얀테 전초지에서 아트보르그 요새지대로 가는 짐이지.

나른해 보이는 짐꾼: 짐을 검사한다고? 아, 그 이단자 소동 때문인가? 그래, 여기. 마음껏 살펴봐. 난 켕기는 게 없거든.

나른해 보이는 짐꾼: 검사는 다 끝났나? 이상한 물건 같은 건 없다니까 그러네.

나른해 보이는 짐꾼: 뭐? 내가 옮기던 짐 곳곳에서 '용안의 묵주'가 나왔다고!? 나, 난 모르는 일이야……! 난 하얀테 전초지에서 받은 짐을 그대로 실어오기만 했어!

나른해 보이는 짐꾼: 뭣보다, 내가 범인이면 가장 먼저 내가 의심받을 이런 수법을 쓰겠어? 그건 댁한테 줄 테니까 기사님한테 가져가서 보여주든지, 마음대로 해!

샤르자드: 손도 따로 덮으셔야죠.

오르슈팡: 릭먼이 뭐라고 하던가? 프란셀이 결백하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아. 누군가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는데…….

오르슈팡: 용안의 묵주가 아유나르트 가로 가는 짐마다 들어있었다고? 대체 이 뻔히 보이는 수법은 뭐야!? 마치 이건 음모요 하고 대놓고 말하는 것 같군!

오르슈팡: 하지만 이번엔 그 어리석음에 고마워해야겠어! 덕분에 이단 혐의는 누군가가 꾸민 짓이라는 게 명백해졌잖아! 프란셀에 대한 이단심문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오르슈팡: 잘했어, 이슈타브! 널 뭐라고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군. 조금만 기다려. 비공정에 대한 단서도 곧 들어올 테니!

오르슈팡: 오랫동안 나와 내 친구를 괴롭히던 이단 문제도 네 덕에 드디어 마무리될 것 같아!

오르슈팡: 누군가 아유나르트 가를 모함한 거라 말하고 프란셀에 대한 이단심문을 막아야지. 넌 밖에 있는 심문관 '브리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줘!

브리지: 프란셀 경에 대한 이단심문을 멈추라고요? 오르슈팡 경도 참, 성질이 여전하시군요…….

브리지: 안타깝지만 조금 전에 이단심문관 기옘 님이 프란셀 경을 데리러 가셨어요.

브리지: 이제 곧 마녀의 비탈에서 이단심문을 시작하시겠죠……. 오르슈팡 경한테도 친구가 결백하길 빌며 기다리라고 전해주세요.

샤르자드: 으-음.

오르슈팡: 이단심문이 벌써 시작됐다고!? 결백을 빌어주라니 참으로 뻔뻔스럽군……. 어차피 심문을 빙자한 처형이면서!

오르슈팡: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 난 서둘러 부하를 보낼 준비를 할 테니 너도 채비를 갖추고 '마녀의 비탈'로 가라.

오르슈팡: 나도 곧 뒤따라가마! …… 두고 봐라, 이단심문관 기옘!

샤르자드: …… 심문을 빙자한 처형?

아르네: …… 세력을 줄이려는 수작이 거창하구나.

샤르자드: 어…… 그게 어떻게 같이 갈 수 있어요?

아르네: 으음.

우를리네: 자네라도 늦지 않게 와서 다행이군. 심문관은 신전기사를 호위로 두고 있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있으면, 나 혼자선 역부족일 거야.

아르네: 첫 번째, 그 기옘이라는 자가 아유나르트…… 와 적대하는 집안과 손을 잡았다면.

샤르자드: …… 네에.

아르네: …… 음, 일단 일을 하고 이야기할까.

기옘: 피고인, 프란셀 아유나르트. 전쟁신 할로네의 이름 아래 심문을 시작하겠습니다.

프란셀: 몇 번을 말해야 알아주겠나. 난 이단자가 아닐세……! 건국 이래 드래곤족을 대적하는 데 목숨 바친 우리 아유나르트 가의 명예를 걸고 말하겠네!

기옘: 지금 우리는 그 명예를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기옘: 당신도 사대 명가 사람이라면 아시지 않습니까? 결백을 증명하고자 하신다면…… 뛰어내리세요.

기옘: 만약 당신이 죄가 없다면 신께서 영혼을 구원하시겠죠. 하지만 혹시라도 드래곤족 졸개가 된 이단자라서 사악한 날개로, 저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다시 날아온다면…….

샤르자드: …… 뛰어내리라고?

우를리네: 잠깐, 무기를 거두어주십시오!

우를리네: 기옘 심문관님. 오르슈팡 대장님은 프란셀 경의 이단 혐의를 누군가 조작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우를리네: 심문을 중지하고, 저희 대장님이 하는 말을 들어주십시오!

기옘: 포르탕 가 오르슈팡……. 두 분은 오랜 친구라 들었습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시는군요. 사대 명가의 기사라는 자가 이 무슨 개탄스러운 짓입니까?

기옘: 정의는 오로지 신께서 밝히시는 것! 이를 방해한다면 신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우를리네: 심문관에게 칼을 들이댈 수는 없어. 대장이 올 때까지 우선 주위에 있는 기사들을 묶어두자고!

샤르자드: 이건 애초에 '심문'조차 아니잖아요!

경건한 우를리네: 방패에 문장이 없군…… 넌 어느 가문의 기병이지?

완고한 알드리크: …… 흥. 알 것 없다.

경건한 우를리네: 저건…… 오르슈팡 님이 오셨다!

아르네: 독화살…… 인가.

은빛 검날 오르슈팡: 늦어서 미안하군. 우선 여기부터 정리하자고!

완고한 알드리크: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기옘: 포르탕 가 기사……. 집안 이름에 직접 먹칠을 하러 오신 겁니까.

은빛 검날 오르슈팡: 드래곤이라니!? 이럴 수가, 이 주위 경비는 빈틈이 없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여기에!

기옘: 저 이단자가 뭔가 수를 썼겠지요. 역시 저자는 죄인이군요.

아르네: …… 용?

샤르자드: 아니…….

샤르자드: …… 드래곤과 싸운다면서요?

샤르자드: 같은 편 아니야……?

아르네: …….

완고한 알드리크: 이 원한은, 우리 동료가…… 반드시…….

샤르자드: …… 하?

아르네: …….

오르슈팡: 기옘 심문관님…… 우리는 교황님 뜻을 거스를 생각이 없습니다.

오르슈팡: 하지만 이 심문은 잘못됐습니다. 신의 기사로서, 신성한 심문이 더럽혀지는 것을 잠자코 지켜볼 수는 없군요.

기옘: 호오, 신을 대행하는 우리의 심문이 잘못되었다고요……?

아르네: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야겠구나. (비에라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다.)

오르슈팡: 이, 이건 '용안의 묵주'……! 신전기사의 품에서 이런 게 나왔다는 건가!

기옘: 아닛!? 어…… 제, 제 기병들 품에서 이단자의 증표가……?

기옘: …… 오르슈팡 경. 당신이 한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둘러 돌아가서 진실을 알아내야겠어요.

기옘: 그리고 모험가여, 이 사건은 불문에 부치겠습니다만……. 점성대에서 한 충고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시기를 바랍니다.

프란셀: 오르슈팡, 이슈타브, 블라우……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샤르자드: …… 네에.

오르슈팡: 넌 믿음이 깊으니 주저 없이 뛰어내리는 건 아닌가 걱정했어.

프란셀: 오명을 씻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오르슈팡: 음. 일단 그 이야기는 용머리 전진기지로 돌아가서 하자고. 우리 은인을 눈 속에 세워둘 수는 없잖아?

오르슈팡: 이슈타브, 블라우. 전진기지로 돌아가서 좀 쉬다가 다시 나한테 와. 이번 일에 대해 정식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군.

아르네: 첫 번째, 그 기옘이라는 자가 이들과 적대하는 가문의 사람이라면…….

아르네: 요새를 맡을 정도로는 명망이 있는 후계자를 죽이는 일은 그 자체로 적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일이 된다.

알피노: '엔터프라이즈'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사건에 말려든 것 같군……. 그래도 조력자를 얻었으니 진전이 있다고 봐야 하나.

알피노: 하지만 야만신의 위협을 눈앞에 두고 다시 인간과 싸우게 될 줄이야…… 그애가 알면 화를 내겠군.

시드: 전 거점에 비하면 시선이 조금은 수그러든 듯한데…….

시드: 하지만 가끔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 뭘까…… 설마 또 제국 병사……?

샤르자드: 아하……

아르네: 하지만 번거로워. 그리고 아마 아닐 거다.

아르네: 두 번째는……

아르네: 그 자가 '이단'일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겠지.

샤르자드: …… 음. 역시 그렇게 되겠군요…….

오르슈팡: 돌아왔나, 후후……. 아니, 네가 싸우는 모습이 떠올라서. 후끈 달아오르는 전투였지…… 그 열기…… 아주 좋았어!

오르슈팡: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우선 인사부터 해야겠지. 정말 고맙다, 이슈타브…… 너희가 없었다면 난 둘도 없는 친구를 잃었을 거야.

오르슈팡: 이래서야 누가 누굴 도운 건지 모르겠군.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을 준비했어. 자, 네가 그토록 기다리던 비공정에 대한 정보가 드디어 왔다!

오르슈팡: 자, 그토록 기다리던 비공정 정보다! 목격자는 지금쯤 밖에 도착했을 거야……. 어서 가서 이야기를 들어봐.

아르네: …… 일단 우리는 우리 일을 하자꾸나.

샤르자드: 네에.

샤르자드: 정말 …… 어렵네요, 전부.

난처해하는 남자: 프란셀 경의 무죄가 밝혀졌다면서 절 갑자기 들쳐메더니…… 엄청난 속도로 여기까지…… 으……. 아무튼, 당신한테 얘기하면 되는 거죠……?

아르네: …… 세상살이가 쉽지 않지?

난처해하는 남자: 제가 아도넬 점성대에서 별을 관측하던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제7재해가 일어나기 바로 며칠 전, 북서쪽을 향해서 날아가는 푸른 날개의 비공정을 봤어요.

난처해하는 남자: 궤도상으로 보면 착륙 지점은 북서쪽에 있는 '돌방패 경계초소' 부근인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그런 곳에…….

난처해하는 남자: 돌방패 경계초소 역시 드래곤족의 손에 떨어진 요새니까요. 이건 저보다는 기사님과 상의하시는 게 좋겠네요.

샤르자드: …… 네.

샤르자드: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게 많은가, 싶기도 하고요…….

오르슈팡: 그래, 드디어 비공정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고! 네가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군!

오르슈팡: 하지만 하필이면 돌방패 경계초소…… 거긴 지금 뒤랑데르 가문이 탈환을 시도하고 있거든. 우리가 맡은 지역에 착륙했으면 일이 쉬웠을 텐데.

오르슈팡: 물론 내 이름으로 소개장을 써주겠지만 그자들은 아무래도 나를 좋게 보지 않는 듯하니…… 아트보르그 요새지대에서 '프란셀'한테도 하나 써달라고 해.

오르슈팡: …… 그나저나, 어때? 떠나기 전에, 오늘 밤만은 둘이서 느긋하게…….

아르네: …….

오르슈팡: …… 읏, 안 된다고? 바쁘다면 할 수 없지. 생각이 바뀌거든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뭐니뭐니해도 네가 최고로 좋으니까 말야!

샤르자드: 아니! 오르슈팡 씨! 자꾸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샤르자드: (귀 안쪽이 새빨개진 채 결국 한 소리 한다)

아르네: (이미 멀찍이 뒷걸음질쳤다.)

아르네: 너.

아르네: 이 자랑 친하게 지내지 마.

샤르자드: (아무리 내 스승님이 육체미가 있으셔도 그건 안 된다느니, 어쨌든 제자가 멀쩡히 있는데 무슨 소리냐느니, 제가 먼저 스승님 호강시켜 드릴 거라느니 하고 한참 대거리한다.)

아르네: 아니.

아르네: 제발 조용히 해.

아르네: 제발.

샤르자드: (그렇지만 스승님의 힘을 알아 본 건 좋다면서, 어차피 육체미 뽐내기를 하고 싶다면 자기한테 근력 운동을 가르쳐 주는 거나 해 달라고까지 한 후에야 후련하게 돌아본다.)

샤르자드: 응? 아르네?

아르네: …….

샤르자드: ……. (장난기 도져서, 육체미 넘치는 스승님- 이라고 외칠까 말까 고민한다.)

아르네: (얼굴을 감싼 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샤르자드: …… 다음엔 온천까지는 괜찮다고 할까요?

아르네: 시끄러워!

샤르자드: 하하!

아르네: 어른을 놀려……!

샤르자드: (빠안.)

샤르자드: 놀린 건 아닌데…….

샤르자드: 그냥…… 진실인걸요.

아르네: 나 가련다.

샤르자드: 어디로요?

아르네: 뭐야.

아르네: 따라오지 마!

샤르자드: …… 잉.

샤르자드: (어깨 축 늘어뜨리더니 구석으로 터덜터덜 간다)

아르네: …… 너……

아르네: 그러면 마음 약해져서 데리러 갈 줄 알고……

아르네: …….

아르네: …… 아…….

샤르자드: (시무룩.)

아르네: (@#$!#!#@#@#@#@##~!@!@)

아르네: …… 샤르자드.

샤르자드: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르네: …….

아르네: …… 샤르자드?

아르네: 샤…….

아르네: (사고가 멈췄다. 미친 듯이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샤르자드: 아- 이슈타브?

샤르자드: 헥. 헥. 왜 이렇게 빨라요.

아르네: …….

아르네: 너…….

아르네: 어딜……

샤르자드: 응?

샤르자드: 어, 용머리 전진기지 추웠잖아요……?

샤르자드: 추워서 피곤해하시나 싶어서…… 따뜻한 음식 사 왔어요.

아르네: …… 뭐……?

샤르자드: 방금 구웠대요! 크럼펫 덜 달고 따끈따끈해요.

아르네: …….

아르네: 지금, 그러니까…….

아르네: 이것…… 하나 때문에…….

샤르자드: 으응?

아르네: 너는…….

샤르자드: 먹는 건 중요하단 말이에요. 배고프면 춥고 힘들어요.

아르네: …….

아르네: (맥이 탁 풀렸다. 결국 한 번 휘청거린다.)

샤르자드: 앗. (황급히 팔 뻗어 받친다.)

샤르자드: 아르네, 왜 그래요? 어지러워요? 쉬러 갈까요?

샤르자드: 아까 모래늪에 방 있다고 했는데- 지금 갈까요?

아르네: …… 너…….

아르네: 아니, 내가…… 이게…….

아르네: ……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해……!

샤르자드: 네?

샤르자드: 제가 사라질 리가 없잖아요. 당신을 두고.

아르네: 아니, 잠깐만…….

샤르자드: (쫄쫄쫄.)

아르네: …….

샤르자드: (음식 식는데에. 하면서 힐금힐금.)

아르네: 네가 그새 사라진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니. (그새 가라앉은 목소리다. 목이 마구 갈라진다.)

샤르자드: 전 안 사라져요. 당신 두고 어디로 가요, 제가.

아르네: 그건 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야!

아르네: 난…….

샤르자드: 아르네.

샤르자드: 괜찮아요.

샤르자드: 저 여기 있어요. 죄송해요. 당신이 피곤하신 줄 알고, 피로를 풀 만한 걸 찾아오면 괜찮을까 했던 거예요.

아르네: …….

샤르자드: 괜찮아요. 안전해요. 저 아무 데도 안 다쳤고, 당신도 그래요.

샤르자드: 그렇죠? 저 봐 주시면 안 돼요?

샤르자드: (팔 벌린다. 자길 보라는 듯이.) 저 멀쩡한지 봐 주세요.

샤르자드: 네? 아르네.

아르네: …… 너까지 꺾어갔을까 걱정했어…….

아르네: …… 화내서 미안하다. 돌아가자. 일은 해야지.

샤르자드: 안 돼요.

샤르자드: 식사부터 해요.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 그 때 이후로, 아직 한 끼도 안 드셨어요.

샤르자드: 우리 계속 움직여야 해요. 그러려면 힘이 있어야 해요.

아르네: …….

샤르자드: …… 그리고 저도 배고파요. 네? 같이 먹어요.

아르네: (뒤따르는 말에 결국 무너졌다.) …… 그래.

샤르자드: …… 헤헤.

아르네: …….

샤르자드: 저 봐 주시면 안 돼요?

아르네: 안 돼.

샤르자드: (슬그머니 뒤에서 그를 껴안는다. 저 좀 봐 주세요, 응석부리는 아이처럼.)

샤르자드: 저 괜찮아요.

아르네: (껴안은 살갗 아래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떨리는 숨을 갈무리한다.)

아르네: …… 역으로 성을 냈구나.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샤르자드: 괜찮아요. 놀라실 만했는걸요. 더 신경쓸게요.

아르네: …….

아르네: …… 자, 가자.

샤르자드: 네!

샤르자드: (아이처럼 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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