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안 나오는 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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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by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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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윤여원->온백하->소이담->주찬아

유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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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찾고 있습니다. 떼지 말아주세요.

유라온, 이걸 언제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써본다. 우리는 지금, 그러니까 임건, 온백하, 윤여원 셋은 학교에 모여있어. 너랑 떨어지고 나서 급하게 이리로 왔는데 꽤 지낼 만하더라.

우리 헤어졌을 때 집합 장소 학교로 정한 거 기억나지? 그때 좀비 잡느라 급박하긴 했는데, 나는 니가 들었을 거라고 믿는다. 너 눈치 좋잖아. 귀도 좋고. 괜히 찾아다니지 말고 한곳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여기에 있을게. 혹시 학교로 오는 길에 이 쪽지 볼까 싶어서 붙여두는 거야. 이거 보면 곧장 학교로 와.

-며칠이더라? 세상멸망 5일째. 임건이 보낸다.

('천솔고등학교' 로 올라가는 길 표지판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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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아 오고 있어? 안 와서 걱정되네. 우리는 아직 학교에 있어. 여긴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나름 체계도 잡혔고 식량도 꽤 있어. 네 것도 충분히 준비해 뒀으니 오기만 하면 돼. 혹시 네가 더 좋은 지낼 곳을 찾았다면 잘 된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 같이 다니기로 했으니 학교에서 만나자.

물론 너는 꼭 우리를 보러 올 거란 걸 알아. 아직 여기까지 못 와서 그런 거겠지? 기다릴게.

-6일째, 여원이가.

(둥글고 예쁜 글씨체로 보기 좋게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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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온에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지? 상황이 이런 만큼 불길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제발 아니길 바라. 이제 진짜로 걱정되니까. 우리 있는 곳 자체는 지낼 만한데, 확실히 너 빠지니까 분위기가 안 살더라. 이 상황에서 분위기 챙기는 게 웃기긴 하지만... 어쨌든 돌아가면서 여기에 쪽지 붙여놓고 가기로 했어. 제일 최근 쪽지가 이틀 내라면 우리는 아직 학교에 있는 거야. 보고 잘 찾아와.

-7일째. 온백하가 썼어.

(학교로 올라가는 길 쪽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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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지 3일째다, 유라온. 살아있지? 학교가 산인 만큼 좀비가 많이 없긴 한데 사람도 찾아오기가 힘들어. 그래서 더 이상의 인원 증가는 없을 것 같아. 네 자리 하나쯤은 충분하다는 얘기야. 안심하고 와도 돼. 전처럼 피해주기 싫다 어쩌구 하지 말고. 너 우리한테 피해준 적 없어. 도움은 많이 됐지만. 3일... 그래, 이 정도면 얼마 안 지난 거지 뭐. 천천히 와. 다치지 말고.

-8일째 임건.

(마지막 문장이 강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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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아 나 이담이야! 어제 나랑 찬아도 합류했어. 너도 함께 있었으면 좋을 텐데... 사거리에 xx약국 보면 내가 지내던 흔적이 있을거야. 거기 계산대 오른쪽 두 번째 서랍에 구급상자가 있는데, 필요하면 꺼내서 써! 쓸 일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내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빨리 만나자!

-9일째, 담이가!

(다람쥐 캐릭터 그림이 아래에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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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온 하이~ 나 주찬아. 어제 쪽지에 써있듯이 나랑 이담이도 왔어. 둘이 지내니까 심심했는데 한 층 더 북적해져서 좋다. 진짜 너만 오면 됨 이제. 설마 우리 빼고 어디 다른데서 놀고 있는 거 아니지? 그럼 진짜 좀비한테 던져버릴거임. ㅋㅋㅋㅋㅋ. 아 지금 글씨 개판인 건 손 다쳐서 그래. 그래서 길게는 못 쓰겠다. 심한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이거 보면 빨리 와라~~

-10일째. 좀비랑 싸워서 이긴 주찬아가.

(꽤 엉망인 글씨로 삐뚤하게 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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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앞에서 한참 불렀으니 생략할게. 오늘은 운동장에 고라니가 나타났어. 여기 다니던 우리한테는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많이 놀라더라. 진짜 웃기고 재밌었어. 지금 상태만 보면 웃을 상황이 아닌데, 이런 일이라도 있어 다행인 것 같아.

점점 일기처럼 되어가고 있네. 이렇게 된 김에 앞으로는 그날 있었던 일을 써볼까 해. 내 친구들이 이렇게 지내고 있구나, 하면서 가볍게 읽어 봐.

-여원이가 12일째에.

(다른 쪽지를 가리지 않게 가지런히 붙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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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좀비로 난리인데 어째 여기만 조용한 것 같네... 그냥 어디 산속 마을에서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 여긴 이제 농사도 짓고 평화로워. 아예 여기서 정착하려는 사람들도 있어. 우리는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지만...

좀비는 너한테 줄 쪽지 붙이러 산 아래로 내려갈 때에나 종종 봐. 그 중에 네가 있을까봐 얼마나 불안한지 몰라. 어서 와서 너 잘 있다고 확인시켜줘. 제발 건강하게 왔으면 좋겠다.

-온백하, 13일째.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강아지 스티커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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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쪽지네. 며칠 전에는 비가 왔는데, 알다시피 우리 학교로 올라가는 길이 가팔라서 쪽지는 건너 뛰기로 했었어. 그러니까 3일치 것들이 없는 건 우리 의지 아니야...ㅠㅠ 네가 걱정할까봐 말하는데, 우린 괜찮아. 표지판이 지붕 안쪽에 있어서 다행히 쪽지도 안 젖었을 것 같아! 엄청난 폭우였는데 너는 괜찮아? 건강하게 잘 지냈길 바라.

-17일째에 이담이가!

(물에 젖어 글씨가 번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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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에 썼던 게 벌써 일주일쯤 지났네. 전에 손 다쳤다고 했는데 그게 좀 심해져서 지금 윤여원이 써주고 있다. 내가 부르는 거 그대로 따라 쓰는 중~ 온백하가 붕대 찾으러 아래 내려갔다 왔는데 여기랑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네. 위에는 괜찮으니까 안심하고 와라!

윤여원한테 미안해서 길게는 못 쓰겠다. 어쨌든 우린 잘 지내고 있어.

-18일 주찬아!

(둥근 글씨들 끝에 마지막 두 줄과 날짜, 이름만 악필으로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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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상치 않아. 좀비들 몇이 위로 올라왔어. 여태까지 멀쩡하다가 이제 와서 왜 이런진 모르겠는데 어쨌든 위험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거 보면 조심해서 와. 아니, 어쩌면 오지 않는 게 안전할수도 있어. 그 사이에 우리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니까. 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확신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애초에 오고 있는 거지? 그렇게 믿을게. 기다리고 있다.

-19일째. 임건.

(종이 끝에 흙을 털어낸 자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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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점점 여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 우리는 아마 남아있을 것 같아. 보수만 잘 하면 좀비들이 더이상 안 올라오지 않을까 싶어서. 원인이 비로 인한 작은 산사태 때문이란 걸 알아냈거든. 떠난다 해도 이만한 곳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어. 기다릴게.

-20일째, 여원이가.

(포스트잇들이 표지판을 빼곡히 채우고 ’천솔’이라는 글자만 겨우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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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 난지 3주째야. 언제 이렇게 됐는지... 이제 나름 적응된 것 같아. 3주라는 시간이 짧은 건지 긴 건지도 모르겠어. 그러다가도 너랑 헤어진지 2주 넘게 되었다고 하니까 확실히 체감이 되더라. 3주는 긴 시간이 맞아.

이런 말 하기 정말 싫지만 이젠 네가 살아있는지도 모르겠어...

-21일 온백하가.

이제 제발 와주면 안 될까.

(이름 밑의 문장은 뒤늦게 추가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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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아 상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서 내가 내려가야 할 것 같아. 위험하니까 유단자인 내가 가야지! 꼭 잘 다녀와야 해. 찬아가, 아니 모두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우리는 6명이 모여야 완전체잖아. 네가 빠져서 5명인데 나까지 없으면 얼마나 허전하겠어. 이것만 붙이고 바로 떠날 거야. 가서 너를 마주칠 수 있으면 좋겠다.

-22일째, 이담이가.

(‘다녀올게!’ 라고 작게 아래에 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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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담은 아직 안 돌아왔고. 지금 4명인데 분위기 우중충해... 나도 점점 그래가는 것 같아. 눈치보여서 여기다가 쓴다. 어차피 나중에 쪽지 붙이러 갈 때 볼테니까.

얘들아 힘내자. 유라온 만나야지. 계속 버티다 보면 될 거야. 왜인지 얼굴 보고 말할 용기가 안 나서 여기다 말할게.

-23일 주찬아.

(우는 표정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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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찬아 지금 거의 죽어가고 소이담 여전히 불명. 온백하도 거의 한계인 것 같다. 애가 말이 없어졌어. 윤여원이랑 나만 제정신 유지하고 있어. 근데 제정신이 맞을까 이게.

나도 직접 말하고 싶지 않아서 여기다 쓴다. 얘들아 정신 차리자. 소이담은 며칠 걸릴 수도 있다고 했으니까 찾는 쪽지를 붙이기엔 아직 이르겠지.

네가 없는데 어딜 가. 우리 6명 다 모일 때까지 안 가. 그러니까 유라온, 빨리 와라.

-24일 임건.

(망설인듯한 공백이 몇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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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례네. 이제 몇 번째지? 어제 보니 붙일 공간도 없던데, 조금씩 밀려 붙이서 정리하면 되겠지. 라온아, 쪽지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점점 불안해져. 너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이담이는 언제쯤 오려는지, 찬아는 왜 계속

그래도 그만두지는 못하겠어. 네가 와서 이걸 볼까봐. 이거라도 해야 안심이 되는 것 같아.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매일 쓰고 싶네.

-25일째에 여원이가.

(중간에 볼펜으로 그어 지운 자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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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 윤여원 온백하, 이거 봐라. 이게 내 마지막 쪽지가 될 거야. 이제 떠나려고. 여기 온지 거의... 아 며칠이냐ㅋㅋㅋㅋ 모르겠네. 앞 쪽지에 써있으니 조금만 생각하면 되는데 그냥 머리 굴리기가 싫다.

사실 나 손만 다친게 아니야. 일주일 전쯤에 다리도 다쳤어. 발목 좀 부었는데, 손 다쳤다는 이유로 일도 잘 안하니 다들 몰라. 움직일 일이 없어서. 가리려고 긴바지만 입으려니 더워 죽겠어. 여름에 이게 뭔 짓이냐. 그래도 윤여원은 좀 눈치챈 것 같더라. 알아봐줘서 고맙다.

어쨌든 난 이거 붙이고 간다. 계속 밥만 축내며 지내기는 미안해서. 내가 쪽지 붙이러 갔다가 안 오면 아마 찾으러 내려오겠지? 이거 처음 본 사람이 다른 애들한테 말 좀 전해주라. 나가서 어떻게든 잘 살아볼게. 6명 다 모이자는 약속 스스로 깨서 미안해 얘들아.

-26일째. 아마 앞으로 못 볼 주찬아가.

(포스트잇 두 장을 이어붙인 장문의 편지이다. 공간이 없어 쪽지 몇개가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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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사람 찾는 글이 아닌 것 같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이나 해야지.

주찬아 개새끼. 니가 가면 어떡해. 이제 우리 셋만 남았다. 유라온이랑 헤어졌을 때처럼.

유라온 살아있어? 어디 있냐고. 그냥 죽었다고 생각해야지 이제.

3일 정도 지난 것 같다. 임건.

(글씨가 예전같지 않게 휘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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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포기했어야 했는데. 사실 다 알고 있었잖아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 정작 보라는 사람은 안 보는데 이거 적어야 해?

-온백하.

(볼펜으로 꾹 눌러 쓴 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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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어차피 이걸 보는 사람은 날 빼면 둘뿐이겠지만, 백하야 건아.

조금만 더 버텨보자 제발 조금만. 아직 애들 살아있을 거야. 그렇게 믿어야지. 우리가 여기 남아있어야 이걸 보고 찾아올 거 아냐.

-여원이가.

(예전과 다르게 힘빠진 글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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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원이 물렸어. 아니 정확히는 죽었어. 아니 자살했ㅇ 씨발 좀비들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물리고 변하기 전에 자기 죽여달라길래 온백하가 못하겠다고 울고 나는 잠깐 나가있다가 들어왔더니 윤여원은 어디 갔는지 없고 정원은 피투성이여서

옥상에서 뛰어내렸더라 감염돼서 우리 물기 싫다고. 온백하 존나 울고 나도 지금 심장이 너무 뛴다. 이거라도 써야 정신이 돌아올것같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휘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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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축하해 라온아.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길 바라.

백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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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보니 40일째더라. 오래도 버텼네. 오랜만에 산책할 겸 붙이러 나왔다. 온백하랑 하는 대화는 하루에 몇 번 안 된다. 나 왜 이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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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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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일째. 온백하 죽음. 윤여원이 죽었던 자리에서. 미안하다는 말 열 번쯤 한 것 같은 유서 남기고. 다 허탈하고 빡치는데 그래도 친구니까 뒷산에 묻어줌. 윤여원 자리 옆에. 그걸 원하는 것 같아서. 혼자 묻으려니 더럽게 힘들더라.

나 혼자 남았다 이제

보고싶다 얘들아

라온아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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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그만두려고.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만큼 허무한 게 없더라.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어. 뭘 해야 할지도. 그냥 더이상 여기 있기가 힘들어. 다른 애들도 없는데 혼자 학교에 있기 싫다.

윤여원, 온백하. 햇빛 잘 드는 데 묻어 줬으니까 이제서라도 편하게 지내라.

소이담, 주찬아. 내려가서 둘이 만났길 바란다. 더 좋은 곳 찾아서 잘 지내고 있다고 믿을게.

유라온.

만약 네가 살아서 이걸 본다 해도 우린 다시는 못 만나겠지. 이번엔 내가 떠날 거니까. 이후에 난 죽을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최악에는 좀비가 될지도 모르니까.

널 많이 원망했어. 그런데 한 번만 더 만날 수 있다면 다 괜찮을 것 같아. 진짜로.

그래도 혹시라도 아주 적은 확률로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땐 절대 떨어지지 말자 우리.

보고싶다, 라온아.

랑해.

(공책 한 장의 분량의 편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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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아 백하야, 떠나지 않아줘서 고마워. 종종 들를게.

이담아 찬아야, 학교 얘기 남겨줘서 고마워. 이제 편히 쉬어.

건아, 마지막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모두들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

이제 내가 널 찾으러 갈게, 건아.

나도 사랑해.

(이후로는 다른 쪽지가 붙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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