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유기에 우정 담기
제목뭐하지
친구라는 건 어떤 존재일까? 우정은? 온백하는 생각했다. 어릴 때 배웠던이상적인 친구의 할 일은, 서로를 바른길로 이끌어주는 것. 친구의 잘못된 점은 바로잡아주고 선한 일을 같이 할 것을 권유하는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친구의 잘못을 덮어주거나 동조하기도 한다. 이것도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잘못된 일이라도 친구를 도와주는 게 진짜 우정 아닐까? 친구를 돕기 위한 일이었다는 말로 어느 정도까지 용서받을 수 있을까? 뭐가 됐든 온백하는 혼란스러웠다.
“안 부서지게 조심해.”
“응...”
철벅거리는 진흙 소리와 벅찬 숨소리뿐이었다. 백하와 건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길이 나지 않은 산이라 올라가는데 꽤 힘을 들였다. 달빛이 밝았지만 우거진 수풀에 가려져 주변을 살피기에는 부족했다. 백하는 기본 신체 능력이 받쳐주던 터라 괜찮았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건은 중간중간 뒤처졌다. 그럴 때마다 백하가 손을 잡고 이끌어주었다.
둘은 10분 정도를 그렇게 걸었다. 산 중턱에 들어서자 제법 평평한 땅이 나타났고 둘은 그곳에 멈춰섰다. 백하는 캐리어를 바닥에 내려놨다. 몇십킬로나 되는 무거운 캐리어였지만 올라오는 동안 무게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저 빨리, 아무도 모르게 캐리어 안의 것을 은폐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캐리어에는 백하가 죽인 사람의 시신이 담겨있었다.
- - - - -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빗소리가 큰 밤이었지만 그 소리는 적막을 뚫고 퍼졌다. 초인종 소리가 너무 컸는지 백하는 소리가 나는 부분을 손으로 가렸다. 동시에 주변에 누군가 있는지 살폈다. 복도식 아파트라 누군가 집에서 나온다면 바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에 젖어 조금 벗겨진 후드티 모자를 다시 고쳐 썼다.
백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다. 이번에는 소리를 가리려 하지 않았다. 집안의 사람이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발, 빨리...”
계속해서 손톱을 물어뜯으며 한쪽 발을 굴렀다. 안의 사람이 어서 자신에게 응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컥
“왜?”
“건아, 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건이 문을 열었다. 백하의 옆집에 사는 같은 반 친구였다. 새벽 중에 잠을 깨운 게 불편한 듯 반쯤 뜬 눈으로 백하를 째려봤다. 한 마디 하려고 했지만 백하의 말에 곧바로 막혀버릴 수밖에 없었다. 백하는 다급하게 말했다.
“사람을 죽였어.”
“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주변이 어두워서 표정도 보이지 않았지만, 조용하게 문을 마저 여는 건의 행동을 보고 백하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신발의 물을 대강 털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이 작게 끼익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아까 어제 집에 가는데, 걔가 와서...”
“잠깐, 그것보다...”
백하는 눈물과 빗물 때문에 엉망이 된 얼굴로 횡설수설 말했다. 바닥에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을 무시하고 건이 백하의 말을 잘랐다. 눈을 질끈 감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말을 이었다.
“지금 처리해야 돼?”
시신을 말이야.
백하는 뒤에 이어질 말을 예상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급하게 도움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도움이? 누군가를 죽였고 자수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하나밖에 없었다. 눈치 빠른 건이 의도를 확실하게 짚어냈다.
“시간 없어. 물건 대충 챙기고 나갈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건은 뒤돌아 방으로 들어갔고 백하는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옆집인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는 빗소리만이 울렸다.
- - -
“그거 써도 되는 거야?”
“되겠냐? 몰래 하는 거니까 모른척해. 깨끗이 씻어놓으면 모를 거야.”
건의 말에 백하는 순순히 입을 닫았다. 이번에는 백하의 집이었다. 둘은 경비실에서 몰래 가져온 삽을 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우비 두 벌과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낡은 캐리어가 있었다. 바닥에 깔린 신문지는 백하가 집에서 찾아온 것들이었다. 방금 막 시신을 집으로 옮겨온 참이라 바닥에 빗물이 흥건했다.
“솔이 자고 있으니까 소리 지르면 안 돼.”
“응...”
이미 죽은 시체가 살아나 비명을 지를 리는 없으니 백하에게 주의를 주는 말이었다. 둘은 백하의 집에 있었고, 건의 동생 솔은 바로 옆집에서 자고 있었다. 방음이 좋지 않아 큰 소리를 내면 깰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혼자 사는 백하의 집을 쓸 수 있어 다행이었다.
“후... 그럼 시작한다.”
눈앞 시신의 머리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다. 피와 빗물이 섞여 묻어있는, 시신이 눈도 못 감고 죽은 직후 백하가 씌워놓은 것이었다. 그 얼굴을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 봉지는 그대로 두고 작업하기로 했다. 사실 굳이 벗길 필요도 없었다. 곧 사지가 분해될 테니까. 건은 심호흡을 하며 식칼을 들었다. 남고생의 시신은 캐리어에 담기기에는 너무 컸다.
“욱...”
“우윽..”
둘은 얼굴을 찌푸렸다. 손을 몇 번씩이나 멈칫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살을 찢는 감각이 손 끝에서 느껴진다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백하는 어느새 훌쩍이고 있었다. 손이 떨려 칼을 몇 번 놓치기도 했으나 건은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백하는 마찬가지로 건의 손도 무척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참의 시행착오 끝에 캐리어에 담기 좋은 크기로 토막 내는 것을 끝마쳤다. 백하는 헛구역질을 했고 건은 그대로 멍하게 앉아있었다. 정신을 차린 후 결과물을 캐리어에 욱여넣고, 피로 더러워진 신문지를 대충 구석에 던졌다.
“이거 먼저 내다 버리고 와서 청소하자.”
건이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1시 30분, 백하가 찾아온 지 2시간 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해가 뜨기까지는 여유가 있어서인지 둘은 잠시 소파에 기대 말이 없었다. 어둑한 새벽에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혹시 꿈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중이었다.
“그래서 왜 죽였는데? 뭘로?”
건이 물었다. 백하는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말했다.
“걔가 먼저 치려고 했었어.”
그 시신은 백하의 중학생때 사귀었던 친구였다. 처음에는 친했지만 사이가 틀어져 어색해졌고 곧 백하가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받는 위치가 되었다. 건은 백하를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기에 이것에 대해 잘 몰랐지만 그 결과는 잘 알고 있었다. 소심하고 사람을 무서워하는, 백하의 대부분의 부정적 성격은 그때 생긴 것이었다.
백하는 어제 그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도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만날 일이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백하의 연락처와 주소를 알고 있었다. 그것을 포함한 온갖 것으로 협박해 백하를 불러내 원하는 것을 말했지만,
“싫다고 하니까 칼 꺼내 들더라.”
“그렇게까지?”
“미친놈이야, 그냥. 그래서 몸싸움 하다가...”
백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떠올리기 싫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
“옆에 있던 벽돌로 걔 머리를 쳤어.”
“너도 미쳤는데?”
“...”
그러게 내가 왜 그랬지. 백하가 중얼거렸다. 일반적인 상태였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그런데도 충동적으로 저질렀던 것은 백하가 패닉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살면서 가장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재현하려 하는데, 가뜩이나 멘탈이 약한 백하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죽은 시신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울 때도, 바닥에 흘러 번진 피를 겉옷을 벗어 닦을 때도, 시신을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고 건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백하는 계속 울고 있었다. 건이 침착하게 대응해줘서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너는 왜 나 도와줘?”
대충 처리가 끝나가자 그제야 백하는 의문점이 생겼다. 급한 대로 가장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오긴 했지만 건은 아무 질문도 없이 곧바로 백하를 도왔다. 신고는 애초에 생각도 안 해본 것 같았다.
“그럼 그대로 둘까? 신고해?”
“아니...”
건이 백하를 째려보고 말했다. 사실 건은 백하가 가장 어려워하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틱틱대는 시비조의 말투도, 화가 나면 앞뒤 안 가리는 성격도 어려웠다. 특히 사람을 어려워하는 백하에게 건은 기피 대상 1순위였다. 그런데도 건을 믿는 이유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건이 백하의 중학생 시절을 자세히 모르듯이 백하도 건의 과거를 잘 몰랐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생겨버린 버릇이라는 걸 알고 나서 조금씩 경계를 풀었다.
건은 질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지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조금이라도 바른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확실히 성격이 나아졌고 백하는 건의 그 점이 좋았다. 자신이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유형의 사람이었지만,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서 마음이 놓였다.
집이 가까운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옆집에 살아서 만날 일이 많았고 그럴 때마다 소소하게 대화하는 걸 좋아했다. 둘 다 잔잔한 성격이라서 서로 괜히 귀찮게 할 일도 없었다. 백하가 깊은 관계를 만든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백하가 건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 건은 든든한 존재였다. 자신감 없는 자신과는 다르게 자기 주관이 뚜렷해 먼저 나설 줄을 알았고, 가끔 독설을 내뱉기도 했지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아 곧바로 사과하곤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해결책을 찾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받쳐줄 것 같았다. 기댈 곳 없이 꽤 긴 시간을 보낸 백하에게 건은 편안한 휴식처였다.
극도로 냉정한 성격 탓에 방금 일이 익숙해 보일 수도 있었다. 물론 시신을 처리하는 일이 익숙할 리가 없었다. 건은 백하를 진정시키면서 핸드폰으로 시신 처리 방법을 찾아보고 있었다. 초조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는걸 봐서 분명히 많이 당황했겠지만, 티 내지 않고 침착하게 일을 끝낸 모습이 대단하게만 보였다.
작게 웃던 둘은 다시 현실을 마주했다. 방바닥에 놓인 피 묻은 캐리어를 처리해야 했다. 이번에도 건이 먼저 행동했다. 백하를 일으켜 세우고는 우비를 쓰고 나갈 준비를 했다. 목적지는 아파트 근처 산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갈 곳이 거기밖에 없었다.
건이 앞장서고 백하가 캐리어를 끌며 뒤를 따랐다. 바퀴 하나가 덜컹거렸다. 산에 도착하자 바퀴 소리는 흙길을 걷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어두운 산을 핸드폰 플래시에 의지하며 오르다 보니 몇 번 넘어지기도 했다. 건은 나뭇가지에 긁혀 흐른 피를 보고는 혀를 찼다. 화나 보이는 모습에 백하는 눈치를 봤지만 별 말 없이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정확한 위치를 생각해둔 건 아니었다. 그저 땅을 파기 좋은 장소를 찾다 보니 나온 곳이었다. 나무와 덤불들로 가려진, 좁지만 제법 평평한 땅이었다. 주변에 등산로가 없는지 한참을 살핀 후에야 백하가 캐리어를 내려놨다.
그 후로는 빠르게 진행됐다. 들고 온 삽으로 땅을 파 캐리어를 넣고, 다시 덮어 돌과 나뭇잎으로 최대한 감추면 끝. 제법 잘 숨겨서 웬만하면 티 나지 않을 것 같았다. 확인까지 몇 번 한 뒤에야 둘은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들키려나?”
”...”
백하의 말에 건이 침묵했다. 확신할 수 없었다. 시신이 된 그 아이가 백하를 만났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지, 피나 다른 증거물이 남지 않았는지, CCTV에 찍힌 것은 없는지를 알아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은 너무 지쳤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물론 백하가 건보다 훨씬 불안해했다. 건이 은폐를 돕긴 했지만 죽인 건 결국 자신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신 은폐에 동조했다면 형량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들킨다면 분명 같이 처벌을 받을 것이다. 자기 때문에 너무 위험한 일에 뛰어들었다는 걸 그제야 알아챘다.
“미안해.”
“참 빨리도 말한다.”
“만약 들키면... 내가 혼자 했다고 할게.”
“그래라.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건이 피식 웃었다. 속으로는 뭔가가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결국 나오는 건 웃음 뿐이었다. 어째서 곧바로 백하를 도와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는지 자기도 몰랐다. 그저 친구가 잡혀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냥 모른 척 했으면 연루될 일은 없었겠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건이 보기에 백하는 순진하고 정신이 연약한,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걱정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 좋았다. 누군가의 믿음을 받은 게 오랜만이었다.
어릴 적 가정환경과 질 나쁜 친구들의 영향으로 건은 사람을 순수한 눈으로 보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그랬듯이 다들 착한 척하고 마음에 안 들면 돌변할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삐뚤어진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삐뚤게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이것이 건이 친구를 만들지 않는 이유였다.
하지만 백하는 달랐다. 소심한 모습에 처음에는 한심하게 봤지만 더 알수록 생각보다 괜찮은 애라고 생각했다. 웃기게 보일 수 있겠지만, 겉과 속이 똑같이 연약하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일부러 자신을 꾸며내지 않았다. 평생을 비관적으로 살아온 건에게 백하는 꽤 충격적인 유형의 사람이었다.
화나도 많이 표현하지 않고 순진했다. 성격 탓에 사람을 무서워해서 그렇지, 친한 사람과 같이 있는 걸 좋아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백하 자신은 깨닫지 못한 것 같았지만 은근히 용기 있었다. 주춤하면서도 필요한 일에는 나설 줄 알았다.
이런 친구라면 곁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백하의 앞에서는 경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건에게 친구의 의미는, 그리고 백하의 존재는 ‘함께 있으면 편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 친구를 잃거나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백하를 도왔다. 건이 길게 생각한 끝에 낸 결론이었다.
비는 그친지 오래고 슬슬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둘은 색이 점점 바뀌고 있는 하늘을 바라봤다. 내려오기 시작한 새벽빛 아래에서 각자의 생각에 잠겨있었다. 다른 관점이었지만 공통점은 서로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정반대의 사람이었지만 결론은 같았다. 하룻밤 사이의 모든 일은 백하가 건을 믿었고, 건이 백하를 곁에 두고 싶어 했기에 일어났다.
둘은 전혀 상상치도 못하고 당황스러운 방법으로 진심과 우정을 증명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생각만 하는 시간이 꽤 길게 이어졌다.
이 아슬아슬한 사건을 두고 확인한 우정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이 일이 드러날지도, 만약 그렇다면 그때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도 알 수 없다. 깊다면 깊고 얕다면 얕은 애매모호한 이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발견된 캐리어가 열리는 그 순간에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낡은 캐리어에 담긴 우정이었다.
“가자, 해 뜬다.”
“응.”
잠시 후 건이 자리에서 일어나 백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백하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나 옷을 털었다. 산을 내려가는 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흙투성이 캐리어가 땅에서 끌어올려지는 순간을 상상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그때도 너는 지금처럼 내 손을 잡아줄 수 있을까...‘
고요한 산에 낙엽 밟는 소리가 울렸다. 떠오르는 해의 끄트머리를 보고서야, 둘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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