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할 수 있으려나
환승연애 안 봤음 사실
-저의 X를 만나실 분에게
X는요, 눈이 정말 예뻐요. 보통 성격에 대해 말하는데 왜 냅다 외모 얘기냐 싶으실 수 있는데,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서 그래요. X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졌어요. 처음 봤을 때도 X의 눈에 반했어요. 맑고 투명한 호수같은 느낌. 정작 본인은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요. (X의 동생도 눈이 꼭 닮았어요! 엄청난 유전자인 듯.) 동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X는 동생을 정말 아껴요. 아마 세상 사람들 중 1순위가 자기 동생일 거예요. 사귀는 동안은 제가 1순위가 되고 싶었지만 뭐, 어린애를 질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쿨하게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물론 X가 저를 소중히 대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예요. 평소에는 무뚝뚝하지만 자기 사람에게만은 확실한 타입이죠. 여기서 재밌는 건, X는 이걸 겉으로 티내지 않아요. 애정표현도 잘 없고 딱히 애칭이라거나 하는 걸 부르지도 않는 편이라서, 사귀고 나서 생긴 호칭의 변화는 이름 석 자에서 성 빼고 두 자로 바뀐 것 뿐이었어요. 하지만 이건 X가 신뢰하는 사람들에게만 하는 행동이라는 걸 알았기에 저는 꽤 만족했습니다! 또 같이 생활하다 보면 사소한 행동들에서 배려가 보일 거예요. 예전에는 거절했던 부탁을 순순히 들어준다거나 길을 갈 때 저를 안쪽으로 걷게 한다던가…(제가 특히 차를 무서워해서도 있지만 X라면 다른 사람에게도 분명 그렇게 할 거예요.) 특히 저를 보고 웃어주는 게 좋았어요. X는 평소에 잘 안 웃는 편이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X는 무뚝뚝합니다. 잘 안 웃고 조용해서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어요. 사귀고 나서도 주변에서 저 혼자만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알고 있었습니다. 제 애정표현이 언제나 치는 잔잔한 파도라면, X의 애정표현은 가끔씩 오는 쓰나미 같았어요. (비유가 좀 과격한가요? ㅋㅋㅋㅋ) X는 애정표현을 아껴서 하는 타입이에요. 보다 확실한 마음을 한 번에 전해주는 게 X가 생각하는 애정표현이에요.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좀 답답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꽤나 즐거워요. 원래 저는 그런 거 못 참는 타입인데, 그걸 이겨내게 할 정도였어요. 그 덕에 저는 X를 가질 수 있었죠!
아, 마지막으로 X는 내면이 강한 사람이에요. 자기를 향한 말에 흔들리지 않고 앞만 보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의지할 만한 든든한 사람. 그 정석이 바로 X입니다. 그렇지만 큰 태풍에는 몇십 년 된 나무도 부러지듯이 X라고 항상 무던한 것만은 아니예요. 거기까지 닿는 길이 남들보다 조금 멀 뿐이지 물론 상처받을 때가 있으니, 그럴 때는 그저 말 없이 곁에 있어주세요. X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서 자기가 겁먹은 걸 들키고 싶지 않아 할 거예요. 생각을 다 정리한 후에 당신에게 말할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X와 만나게 되다니 당신은 정말 운이 좋네요. 이런 사람과 사귈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비록 저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되겠지만, X가 행복하기를 바라겠습니다. 멋진 연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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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행복하게 해 주실 분을 찾습니다.
X를 행복하게 해 주세요. 저와 있었던 시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아름답게요. 저는 X와 있던 시간이 정말 좋았지만 X에게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서요. X가 저를 좋아하는 건 선명하게 느껴졌지만 그걸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저와 사귀는 동안 X가 행복했다는 건 확실하지만 X를 더 웃게 해주고 싶어요. 전에는 몰랐었는데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인가 봐요.
제 성격이 본래 소심한지라 X를 대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요, X는 그런 저를 이해해 줬어요. 말도 안 했는데 마치 마법사 같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에 나타나서 저를 세상에 꺼내 주었으니 아마 천사일지도요. X는 천사라 불릴 자격이 있어요.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부드럽게 대해주니까요.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대하니 처음에는 X가 저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헷갈리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무언가 수상하고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었을 때 확신했죠. X는 꽤 계획적인 사람이에요. 썸까지 그렇게 꼼꼼하게 계획할지는 몰랐지만요.
X가 저와 사귀어준 것에 감사해요. 그렇지만 X는 저에게 이런 말을 하지 말라고 했죠. 왜 스스로를 낮추는 말을 하냐며, 자신감을 갖고 살아도 된다면서요. X는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어요. X로 인해 저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런데도 제가 다시 이 말을 하는 걸 보니 제 본성은 바뀌지 않았나 봐요. 그래서 X에게 미안해요. 저 자신이 밉고요. 이게 헤어진 이유인 것 같기도 해요. 결국 남은 건 X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뿐이네요.
X는 항상 자기 전에는 동화를 한 편씩 읽고 자요. 어린이용 동화라 아름답게 끝난다는 점이 좋대요. X의 집에는 세계 어린이 명작 동화 전집과 카세트 테이프가 있어요. 유치원생일 때부터 있던 거라고 하더라고요. 음질이 안 좋고 중간중간 끝기는 부분이 있었지만 듣다 보면 마음이 안정돼요. X가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의 동화는 X였어요. 함께 있을 때면 언제나 편안했으니까요. 누구든지 안정시킬 수 있는 X만의 분위기, 직접 겪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X는 제가 본 존재 중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외면도 그랬지만 내면은 더더욱이요. 웃는 모습이 아름다웠고 저에게 해주는 말은 달콤했어요. X와 어떻게 끝났든지 간에 평생 그 시간들을 못 잊을 거예요. 비록 그게 저는 아니었지만, 분명 자신과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확신해요.
그 상대가 당신이 되길 바라요. X가 꼭 행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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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주의 X의 주의사항
X는 연약해요.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기간이 있을 수도 있고 쉽게 우울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라진다 해도 당신이 지겨워졌다는 뜻이 아니고, 우울하다 해서 당신을 좋아할 기운까지 빠진 건 아니예요.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뿐인데, 그럴때마다 적극적으로 X를 끌어내 주세요. 햇빛도 쬐고 바깥 공기도 좀 맞게. 얘는 혼자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럴 틈이 없게 만들어야 해요. 막상 끌어내서 같이 놀다 보면 즐거워할 거예요. 아, 그렇긴 해도 X는 밖보다는 집을 더 좋아하니 참고해주세요.
X는 세심해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어쨌든 자기 마음 빼고는 다 압니다. 타고난 공감능력이 좋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 만큼 정말 신중하고요. 저한테는 부족한 면이라 거기에 끌렸어요. 사람을 좀 경계해서 그렇지 한 번 마음을 열면 밑도 끝도 없이 다 퍼주고 싶어해요. 자기 몫을 덜어가면서 까지도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면 자제시켜야겠지만, 저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당신이 X와 교제하게 된다면 귀엽게 봐주세요. X는 온몸 온마음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힘쓸 겁니다. 물론 저한테도 그랬고, 저는 X와 연애했을 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다고 말해 둘게요. X는 그것도 모자라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X는 가능성이 많아요. 잘하는 것도 많고 마음도 곱습니다. 겸손한 건지 본인은 부정하지만 제 눈에는 똑똑히 보여요. X는 분명 무엇이든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요. X는 뭐가 되든지 자기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옆에서 계속 칭찬해 줘야 해요. 그래야 본인 실력을 잘 안답니다. 그럼 안 피곤하냐는 사람이 있었는데 막상 X와 지내보면 그런 말 못 할 걸요. 얘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데요. 칭찬하면 할수록 쑥쑥 자라나는 식물 같아서 귀여워요. 만약 당신이 저 사람과 같은 생각을 가진다면 X와의 연애는 깔끔하게 그만두는 걸 추천합니다. X는 상대가 자신과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길 원해요. 아무리 제 전 애인이라 해도, X가 행복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네요.
X는 당신에게 순수한 사랑을 줄 거예요. 낯을 많이 가려서 친해지기 어려울 수 있는데, 잘만 공략하면 그 대가로 X의 웃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놀라지 않게 조용하고 천천히 다가와 주세요. 마치 경계심 많은 길고양이를 대하듯이요. 쌓여있던 벽이 하나씩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X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 거예요. 축하드립니다.
X는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예요. 아름다운 유리 공예품같이 섬세합니다. 웃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니, 웃게 해줄 자신이 있는 사람만 X와 사귀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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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 대하여.
X는 신비한 사람입니다. 마치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만 같았거든요. 제 이상형과 전혀 다른 타입인데도 결국 사귀게 된 것을 보니 초자연적 현상 같기도 합니다. 제가 마법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믿는 편이 아닌데, 이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X와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새 함께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분명 내 취향 아니었는데. 얘랑 사귈 생각 없었는데. 이런 생각 하다가 정신 차리니 이미 한창 연애 중이었습니다. 매력, 알 수 없는 매력이라는 말이 알맞겠습니다.
한 번도 안 해 봤던 정신 나간 사고나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게 바로 X입니다. 저도 X를 만나기 전까지는 제가 살면서 스카이 다이빙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밤 새려고 체육창고에서 몰래 숨어있던 적도 있었는데, 결국 경비 서시던 분께 들켜 집으로 돌아갔던 어이없는 일도 있었고요. 이상하게 그 애랑만 있으면 뭐든지 할 용기가 생깁니다. 워낙 활기찬 성격이라 제가 깊게 고민할 시간을 안 주기 때문일지도요. 결과가 항상 좋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즐거웠습니다.
X의 주위에만 항상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후광이라고 하던가요. 본인이 좋은 사람이어서인지 주변 사람에도 좋은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여름에 태어나 밝고 뜨거운 성격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X의 탄생화 꽃말도 '빛을 찾다' 더군요. 이름은 어려워서 기억이 안 나지만 분명 아름다운 꽃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X를 닮았다면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X가 MBTI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아서 알게 된 건데 저랑 X는 MBTI가 정반대였습니다. 완전 다른 타입인데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건가 싶던 중, X가 '블루 오렌지에이드' 라는 노래를 들려줬습니다. 어떻게 정반대인 애를 만났는지는 자기도 모르겠지만 서로에게 끌린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저희 얘기 같아서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X는 장점이 많습니다. 활기차고 긍정적이고 또 배려심 많습니다. 밖에 나가서 최대한 많고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 걸 좋아하지만 고맙게도 저를 위해 참아주기도 합니다. 주위의 변화를 잘 알아채고 소외된 사람을 귀신같이 잘 챙겨주는데, 누구에게나 인기 많은 이유가 아마 이것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X를 보며 감탄했습니다. 대체 어쩌면 저렇게 햇살같이 살 수가 있는지, 성질 더러운 저로서는 그저 신기하게만 보였거든요. X와 지내다 보면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았습니다. 제 성격에 안 맞아서 포기했지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저까지 X를 닮아가는 느낌이 들었다면 착각이었을까요.
여기까지 X에 대한 얘기를 해 보았습니다. 받은 것에 비해 애정표현을 많이 못 해준 것 같아서 미안하니, 당신이 대신 차고 넘치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X는 정말로 멋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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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얘네 이러고 결국 지들 X랑 손잡고 웃으면서 집에 갈 듯. 잘 먹고 잘 살아라 이것들아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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