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신에게서 벗어나는 방법 3화(1)
3-1. 넌 뭐야?
“어이. 넌 뭐야? 일어나.입 돌아간다.”
그레이스의 말에 놀란 토끼눈을 한 하인델이 허둥지둥 털고 일어나 머쓱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저, 하인델이라고 합니다. 그… 신관이고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레이스님? 하하…”
악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리숙함에 그레이스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세상에 자길 죽이겠다고 방심시키려던 놈은 여럿 봤지만, 이토록 순수하게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녀석은…, 예상 밖이었으니.
“…그래. 이름은 알겠고, 신관인 것도 알겠다. 그래서, 용건이 뭐지? 길을 잃은 것 같진 않은데. 왜 이 앞에서 자고 있었는지 말해봐.”
애써 당황한 기색을 감추곤, 침착하게 의문을 표했다. 사실 침착하다기엔 말이 길었지만,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이렇게나 속이 투명한 상대를 대하는데, 지나치게 날을 세우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 함정을 파는 일이 될 수도 있었으므로 살짝 당황한 것처럼 보였더라도 그레이스에겐 불리할 것이 딱히 없었다.
…물론 그의 체면은 좀 구겨지겠지만.
“아…! 그렇지, 혹시 그레이스님께서도 신탁에 대해 전달받으셨을지요?”
“그래. 신전에 당도하자마자 대신관이 그 신탁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으니, 모를 것도 없지.”
“그럼 그 내용에 대해서도 이미 아시겠군요! 다행입니다.”
안도하는 듯한 표정에 들뜬 태도. 하인델이 지금 보이는 이것은, 흡사 탐구를 즐기는 학자의 그것이었다.
그레이스는 의아함을 거둘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꺼내려고 내게 신탁에 대해 묻는 거지?’
“하…, 말이 길어지겠군. 그렇지?”
“네…? 하하! 너무 긴 시간을 빼앗진 않을 겁니다! 아마…도요.”
하인델은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자주 말이 길어졌기에, 보통은 스스로 양해를 구하곤 했지만 방금 처음 본 사내가 먼저 그렇게 얘기할 줄은 몰랐던 듯했다.
“들어와. 앉아서 얘기하지.”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영광을 누리다니…!”
진심으로 감명받은 듯한 하인델의 빛나는 눈빛에 질린다는 듯한 짧은 감상을 남긴 그레이스는 대충 탁자에 놓여 있던 맹물을 잔에 따라 한 잔은 제 앞에, 한 잔은 하인델에게 거기 앉으라는 눈짓을 하며 그 앞에 놓아두었다.
그러고서 자리에 앉자마자, 의자에 기대며 잔뜩 들뜬 듯한, 그러나 방금 일어나 부스스한 상태의 하인델을 가만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신탁에 대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때까지 기다린 거지?”
“이건,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냥 제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하긴 합니다만-”
“아아-, 남들이 들어선 안 되는 얘기인가?”
“따지자면…, 그렇습니다. 자칫 신전에 해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신전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거 재밌군.”
신탁에 대한 이야기라길래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그레이스는, 그의 “추측”에 관심이 생겼다. 어쩌면, 자신과 이해관계가 맞을지도 모르고.
흥미를 보이는 듯한 그레이스의 반응에, 하인델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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