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야호 by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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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에 대해서 말하자면요, 그 애는 미쳤어요. 얼마 전부터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그냥 부엌 식탁에서 손톱을 깎고 있더라고요. 별로 신경 쓸 일 아니잖아요. 어린애도 아니고 거의 성인 다 된 애의 손톱을 부모가 깎아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기르더니 드디어 깎네, 하는 생각만 조금 들었어요. 그러고 그냥 흘깃 보고 지나가려는데 깜짝 놀랐다니까요. 딸이 자기 손에 피가 나도록 손톱을 깎고 있더라고요.

바짝 깎아서 더 남아있지도 않은 손톱에다가 계속 딸깍거리며 손톱깎이를 들이대는데 피가 안 날 수가 없잖아요.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손톱깎이를 뺏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요즘 가위가 눌리는데 거기서 귀신이 나온대요. 네, 그냥 귀신도 아니고 손톱 먹는 귀신이요. 자다가 이상한 소리에 눈을 뜨면 옆에 놓여있는 왼손을, 푸석한 산발을 한 뭔가가 씹고 있었다는 거예요.

분명 비명을 질렀는데 소리도 안 나고 몸도 안 움직여지는걸 보고서는 가위에 눌린 걸 알아차렸대요. 어쩔 수 없이 계속 가만히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물어뜯고 있던 게 손도 손가락도 아니라 손톱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바닥에 앉아있는 건지 목까지만 보이는 상태로, 침대 끝을 손으로 잡고서는 이로만 잘근잘근. 그 뒤로는 기절했는지 기억이 없대요. 일어나보니 뜯긴 흔적이라던가 그런 건 없어서 그냥 헛것이구나 싶어서 넘겼는데 그 후 며칠째 계속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했어요. 손톱을 깎으면 이제 안 나오겠지 싶었는데 소용이 없었다고 해요. 그것 때문에 정신이 나갔던 거죠.

걔는 원래 손톱 기르는 걸 좋아했어요. 네일아트라거나 그런 걸 하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요. 제가 맨날 귀신 손톱이다, 보기 안 좋다, 불편하지도 않냐 등등 깎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지지리도 안 들었다고요. 그러면 걔가 하는 말이 요즘 애들 다 그렇다, 내 마음인데 엄마는 신경쓰지 마라, 표현의 자유다 어쩌구 저쩌구. 사춘기 애들 그런거 있잖아요. 뭐라고 말하든 안 들을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뒀는데, 그러던 애가 갑자기 이러니 당황했죠. 저는 귀신을 믿지도 않았으니 특히 그랬어요. 당분간 손톱깎이 압수니까 방에 들어가라 했는데 할 말이 많은 표정이긴 했어도 순순히 들어가긴 했어요.

그랬더니 다음날부터는 이로 손톱을 물어뜯었어요. 그 후에도 계속 가위에 눌렸나봐요. 시도때도 없이 밥먹는 시간 빼고 하루종일. 밥먹으면서도 습관적으로 물어 뜯으려다가 흠칫하고 손을 내려놓더라고요. 딸 친구한테 물어보니 학교에서도 그랬대요.

저는 딱 딱 하는 그 소리가 너무 신경쓰였어요.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그칠 기미가 안 보였어요. 달래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면서 여러 방법으로 막아봤지만 소용 없었어요. 손톱이 자랄 틈을 주지 않았으니 뺏었던 손톱깎이를 다시 줄 필요도 없었죠. 제 꿈에서도 그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어요. 분명 문을 닫고 귀를 막았는데도 계속 들리는 거예요. 이번엔 제가 미칠 지경이더라고요. 집에 있는 내내 딱 딱, 잠에 들어도 달각 달각. 정신병원도 생각해 봤어요. 딸을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내가 병원을 가야하나 고민했을 정도라니까요.

그때부터 예민해져서 별 거 아닌 일에도 쉽게 화내고 그랬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사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딸을 싫어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도 갑자기 걔가 하는 모든 게 기분나쁘고 그랬는데, 걔도 그걸 느꼈는지 더 까칠해지고 싸움도 잦아졌어요.

이게 일주일 쯤 전의 상황이에요. 무려 일주일이라고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 그때까지 제가 참았던 게 다시 생각해도 신기해요. 그만큼 걔는 광적으로 손톱에 집착했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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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형사님, 죽은 제 딸의 손톱이 전부 빠져있던 건 전부 자기 스스로 한 거예요. 손톱 물어뜯기에 지쳐서 결국 뽑아버린 거라니까요.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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