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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샤르자드: 아르네, 잘 주무셨어요?

아르네: 오랜만에 푹 잤다. 너는.

샤르자드: 아침인데 계속 …… 번개가 치네요. 비는 안 와서 다행이지만.

샤르자드: 저는 어디서든 잘 자요.

아르네: …….

아르네: 잘 잔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만…… 그래.

아르네: 번개가 치니 초코보들도 예민해져 있을 거다. 조심해서 가자.

샤르자드: 네에, 일단 버스카론 씨 말을 들어볼까요?

아르네: 그러지.

버스카론: 실프족 수장의 행방에 대해 드디어 정보가 들어왔어. 임시 주거지의 수장 '프리크시오'를 본 녀석이 있다는군.

파파리모: '실프 임시 주거지'에 사는 실프족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장로, '프리크시오'는 옛날부터 그리다니아와 대화해왔어.

이다: 프리크시오 수장님이 지금까지 실프족과 인간을 잇는 역할을 해오셨다 이거지?

버스카론: 이곳 남부삼림에는 '토토라크 감옥'이라고 하는 아주 옛날에 폐쇄된 지하 감옥이 있는데, 그 부근에서 수장을 봤다는 얘기가 있어.

버스카론: …… 방금 막 들어온 정보야. 수장은 분명 아직 그 근처에 있을 거다.

노라크시아: 누누누누, 누구 도와줄 사람 없냣치!? 크크크크, 큰일 났닷치!!

버스카론: 응? 실프가 어디서 나타났지? 좀 진정한 다음에 말해. 침착하게 말해도 알아듣기 어렵단 말이지, 실프 말은.

노라크시아: 큰일 났닷치! 우리 수장님이 '토토라크 감옥' 안으로 도망치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오신닷치!

버스카론: 이런, 정말 큰일이로군……. 아니, 왜 그런 위험한 곳에 들어간 거야?

버스카론: 거긴 버려진 지 30년도 넘게 지나서 지금은 완전히 마물 소굴이 됐을 텐데.

노라크시아: '제국'이 쫓아오는 걸 피해 몸을 숨기려고 들어간 거닷치! 아무나 좋으니까 빨리 구해달랏치!

파파리모: 야단났군……. 우리에게 우호적인 실프족 수장을 잃으면 대화할 길이 완전히 끊어질지도 몰라!

파파리모: 저 실프족도 다친 것 같군. 내가 치료를 할 테니…… 이다는 쌍사당에 지원을 요청해줘.

이다: 알겠어! 실프족이랑 대화를 못 하게 되면 큰일이지!

파파리모: 이슈타브. 너는 먼저 '토토라크 감옥'으로 진입해서 실프족 수장 '프리크시오'를 구하러 가줘. 할 수 있겠어?

아르네: …… 제국이 또 일을 하나 친 모양이구나.

샤르자드: …… 우아.

샤르자드: 마물 소굴…… 우아.

아르네: 하지만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와중에 실프족과의 대화를 먼저 생각한다는 건…….

아르네: …… 글쎄, 기이한 일이구나. 일단 가자.

샤르자드: …… 그런 게 정치일까요?

아르네: 그러니 너나 나는 정치를 할 인물이 못 되는 게지.

샤르자드: 안 하실 거잖아요. 안 할 거고요.

블루아지랑: 앞에 있는 '토토라크 감옥'은 그리다니아의……. …… 응? 실프족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냐고? 설마 내가 쉬느라 잠깐 눈을 뗀 사이에…….

블루아지랑: 큰일인데……. 재해 이후 이 안에는 흉악한 마물들이 우글거리거든. 빨리 찾으러 가는 게 좋겠군.

블루아지랑: 좋아, '토토라크 감옥' 출입을 허가하지. 하지만 자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 안은 위험지역이야. 충분한 인원을 모아서 수색대를 편성해와.

아르네: 당연하지.

아르네: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샤르자드: 하하…….

(토토라크 감옥 입성.)

샤르자드: …… 뭔가,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고요.

아르네: …….

아르네: 감옥이 이렇게……

아르네: …… 화려해봐야.

샤르자드: …… 원랜 화려한 데가 아니었을 거 같긴 해요.

샤르자드: 저 벽의 알은 뭐지…….

아르네: 거미전갈.

샤르자드: …… 싫어요. 어쩐지.

샤르자드: 조금 끈적거리네요…….

아르네: …….

???: 후후…….

???: 화염신을 물리친 모험가여, 드디어 왔는가.

???: 오……? 내 말을 알아듣는 것이냐.

???: 언어의 벽을 뛰어넘다니……. 정말로 '그 힘'을 가지고 있군.

???: 직접 만난 건 처음이로구나. 이제부터 너희 언어로 말해주마.

아씨엔 라하브레아: 내 이름은 '아씨엔 라하브레아'. 진정한 신의 종이다…….

아씨엔 라하브레아: 너는 참으로 재미있는 존재다. ……너와 네 안에 있는 존재라고 하는 게 맞겠군.

아씨엔 라하브레아: 오랜만이구나, 빛의 존재여……. 아니, 별을 좀먹는 병균이여!

아씨엔 라하브레아: '초월하는 힘'에 더하여, 에테르계에 간섭해 빛의 크리스탈까지 불러낼 수 있다니.

아씨엔 라하브레아: 정말 흥미롭구나. ……하지만.

아씨엔 라하브레아: 너는 신의 영역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

아씨엔 라하브레아: 그러니 사라지거라……. 그 크리스탈과 함께.

아르네: …… 느낌이 안 좋아.

샤르자드: (거대한 거미전갈. 턱, 숨이 막힌다.)

아르네: 조심해라, 샤르자드. 곁에서 떨어지지 마라.

아르네: …….

샤르자드: …… 흐읍.

아르네: …… 샤르자드?

샤르자드: 흐읍. 헉.

아르네: …….

아르네: (그는 이 반응을 안다.) 샤르자드.

아르네: 나를 봐라, 샤르자드. 눈 떠.

샤르자드: (기어이 시퍼렇게 질려서 바닥을 붙잡고 헛구역질한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숨이 막힌다. 뭐지? 왜지? 왜 이러지? 머리를 도리질한다.)

아르네: (급히 앞에 주저앉아 머리를 끌어안는다.) 샤르자드.

아르네: 괜찮아. …… 다 괜찮아.

샤르자드: 괜. 괜찮…… 괜차, 저, 저도, 왜, 이러는……지, 모르……

아르네: 내가 여기 있다. 아무도 죽지 않았어. 괜찮아…….

아르네: …….

아르네: (천천히 등을 쓴다. 손의 떨림은 역으로 멎은 지 오래다.)

샤르자드: (숨은 불규칙하고 얕다. 몇 번이나 도리질한다.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데, 그에게 안긴 눈은 도무지 영문을 몰라 자꾸만 흔들린다.)

아르네: (안은 오른팔에 힘이 들어간다. 압박하듯 끌어안는다.) 괜찮아. …… 괜찮아. 내 호흡에 맞춰, 알겠지…….

샤르자드: (머리 끄덕인다. 그의 품에 푹 머리 대고, 그의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느끼려고 애쓴다. 그 예민한 귀에서도 이명이 울린다. 호흡이 부족해 몽롱해지는 와중에도, 자기 영혼에 어떤 상처가 새겨져 있기에 이런지 모르겠다- 는, 자기 몸이 아닌 것으로부터 오는 듯한 이질감을 느낀다.)

아르네: (호흡이 잡히도록 머리를 더욱 꾹 눌러안는다. 그는 자식이 열병을 앓는 부모처럼 중얼거린다.) 괜찮아. …… 괜찮아, 아가. 괜찮아…… 돌아가자. 괜찮아.

샤르자드: (그의 품에 안긴 채 현실로 돌아오려 애쓴다. 난 괜찮아. 그가 여기 있고,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난 괜찮아. 전부 괜찮아.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간신히 호흡을 그에게 맞추자, 몸의 온기는 서서히 돌아온다. 힘이 풀려 버들버들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팔꿈치를 꾹 잡았다.) 죄……송해요. (말을 절지 않으려 애써 힘을 준 목소리다.)

아르네: 괜찮아. (목소리가 갈라졌다. 제게 안긴 몸에 온기가 돌아오는 걸 느끼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등을 쓴다. 그러지 않으면 영영 놓칠 것만 같다.) 괜찮아.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잘하고 있어. 괜찮아…….

샤르자드: 저…… 괜찮아요. 정말로…… 그냥, 어, 아마, 갑자기…… 저기. 독 때문……일 거예요…… (스스로도 가늠할 수 없기에 그 변명 아닌 변명은 초라하다.)

아르네: …….

아르네: 그래. …… 돌아가자. 여기는 너무…….

샤르자드: (머리를 끄덕인다.)

아르네: …… 독기가 짙구나. 가자.

???: 푸하아아……! 드디어 빠져나왔닷치!

???: 나를 고치에 가두다니 무엄한 놈이닷치! 숨이 막혀서 하마터면 기살의 야채가 될 뻔했닷치!

???: 그나저나 운이 좋았닷치! 그 무엄한 놈은 사라진 것 같닷치……. ……이 틈에 당장 여기서 나가야겠닷치!

???: 응? 모험가 양반이 날 구해준 거냣치? 당신이 그 마물을 물리쳐준 거냣치?

프리크시오: 나는 '실프 임시 주거지'의 수장인 프리크시오닷치! 아주아주 고맙닷치!

제국군 전령장: 보고드립니다! 종달새의 지저귐 방면 부대,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제국군 백인대장: 알았다. …… 쳇, 대체 어디로 숨은 거야.

네로: 야만신 '라무'는 아직 못 찾았나?

제국군 백인대장: 예, 면목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수색해도 안 보일 줄은……. 범위를 넓힐까요?

네로: 아니, 됐다. 더 들어가면 그리다니아의 감시망에 걸릴 거야. 각하께서 충돌은 피하라고 하셨어.

네로: 실프족은 정말로 한동안 야만신 '라무'를 소환하지 않은 것 같은데……. 흠. 일단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군.

네로: 아무래도 이 에오르제아의 신께서는 쉽게 소원을 들어주는 성격이 아닌 모양이야. ……더럽게 쓸모없는 신이로군.

네로: 참. 아까 붙잡은 실프족은 어떻게 됐지? 팔팔한 놈이 몇 마리 있었잖아.

제국군 백인대장: 예, 야만신 '라무'가 어디 있는지 자백받기 위해 '심문'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죄송합니다.

네로: 야, 야…… 설마 그걸 다 죽였어? 생긴 건 저래도 단순한 식물 나부랭이는 아니란 말이다. 인질은 죽이지도 말고 살리지도 말라고 안 배웠어?

네로: …… 에이, 됐다. 어차피 야만족인데. 신도 못 부르면 짐승이나 다름없는 놈들이지. 아, 얘네는 푸성귀라고 해야 하나?

네로: 곧 해가 질 거야. 오늘 밤 야음을 틈타 철수한다. 서둘러 준비해.

네로: …… 아, 저 멍청한 놈들을 도대체 어디다 쓰지.

네로: 이래서야 완성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군.

네로: 세계의 멸망을 초래하게 된다 하더라도 눈앞의 가능성에 도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

네로: 마도 기공사의 슬픈 숙명이란 말씀이지. 안 그래? 시드 난 갈론드.

네로: …… 시드, 이제 너의 시대는 끝이야. 앞으로의 마도 기술은 바로 나, 네로 톨 스카이와 님이 만들어갈 거라고!

네로: 가이우스 각하의 '궁극 병기'도 내 앞길을 위한 수단이 될 거야! 하하하하하핫!

노라크시아: 수장님, 들으셨냣치? 사라진 노키시아는 틀림없이 놈들 손에 죽은 거닷치!

프리크시오: 그게 다가 아닐 거닷치……. 납치된 다른 아이들도…….

노라크시아: 역시 '인간' 따위는 믿을 수 없닷치! 우리 실프와는 다른 생물이닷치! 위험한 놈들이닷치!

프리크시오: 저건 '제국'에서 온 인간들이닷치. 같은 인간이라도 그리다니아 백성들과는 다르닷치……. 어쨌든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겠닷치.

프리크시오: 왜 넋을 놓고 있냣치?

프리크시오: 그건 그렇고, 모험가 양반은 이런 데서 뭘 하고 있었던 거냣치? 혹시 나를 찾고 있었냣치?

프리크시오: 그랬었구낫치. '라무' 님 이야기를 들으러……. 알겠닷치!

프리크시오: 내 경호원인 '노라크시아'도 같이 구해주고, 정말 고맙닷치. 신세를 졌닷치.

프리크시오: 나는 이제 괜찮닷치! 모험가 양반도 일단 동료들한테 돌아가는 게 좋겠닷치.

프리크시오: …… 그리고 이렇게 하잣치. 나중에 '실프 임시 주거지'로 찾아와랏치. 그때 사례도 하고 라무 님 이야기도 해주겠닷치!

프리크시오: 그럼 어서 탈출하잣치. 출구까지 같이 가잣치~

아르네: …… 그래, 일단 죽은 사람은 없구나.

아르네: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르네: …… 너 괜찮니.

샤르자드: 괜찮아요. 진짜로…… (아직 약간 푸른 빛은 남은 입술로 씩 웃는다.)

아르네: …….

샤르자드: 보세요. 나오니까…… 멀쩡하잖아요. 독기 때문이라니까요.

샤르자드: 아, 맞다.

아르네: 뭐가 많구나.

아르네: 다 못 먹어.

샤르자드: 먹어져요.

아르네: 사람 위가 그렇게 고무줄처럼 늘어날 리가 없잖니.

샤르자드: 따뜻한 스튜는 하나 있어야 하고. 스튜 찍어 먹을 빵하고. 빵에 얹어 먹을 사이드하고. 음료 하나인걸요.

샤르자드: 딱 1인분이에요.

아르네: …….

아르네: …… 못 말리겠다, 정말.

샤르자드: 헤헤.

아르네: …… 고맙게 먹으마. 가자.

아르네: …….

샤르자드: 응, 가요!

아르네: 네가 잡아 볼래, 고삐.

샤르자드: …… 샤브디즈가 제 말을 들어줄까요?

아르네: 샤브디즈는 착한 아이니까 들어줄 거다.

샤르자드: …… 네!

샤르자드: 샤, 샤브디즈, 착하지.

아르네: 괜찮아. 잘 갈 거다.

샤르자드: (고삐를 아주 느리게 당기자, 천천히 샤브디즈는 걷기 시작한다.)

샤르자드: …… 자, 그, 어, 다, 달려 보자!

샤르자드: 우아아.

아르네: 봐라.

아르네: 누가 길들인 초코보인데.

샤르자드: …… 샤브디즈, 착하다! 착하고 멋진 초코보야!

샤르자드: 헤헤.

버스카론: 드디어 왔군! 실프족 수장은 어떻게 됐어!?

버스카론: …… 흠, 그런 일이 있었군. 그래도 수장을 찾아서 다행이야! 이제 한숨 돌려도 되겠군.

버스카론: 자네 동료와 '쌍사당'에는 내가 연락해두지. 드디어 실프랑 대화를 할 수 있겠군그래. ……어서 '실프 임시 주거지'에 다녀와!

버스카론: 정말 자네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나중에 또 와. 키키룬의 술과 함께 언제라도 기다릴 테니!

버스카론: 아, 깜빡할 뻔했군! '실프 임시 주거지'에 갈 거면 가는 김에 하나 부탁 좀 하세.

버스카론: 장로가 무사히 돌아온 기념으로 실프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거든.

버스카론: 재해 이후로 숲을 지키는 정령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때문에 인간의 힘만으로 숲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네. ……실프도 그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할 거야.

버스카론: 지금은 인간과 실프가 서로 손잡고 함께 숲을 지켜야 해. 그런 내 바람을 이 선물에 담았네.

샤르자드: 어, 이건 향이 좋네. (킁킁.) 젖뿌리보다 십만 배 낫네요.

아르네: …… 너 정말 괜찮니.

샤르자드: 네, 정말 괜찮아요.

아르네: …… 그래.

샤르자드: 어- 이제 햇빛도 따뜻하고? 식사도 했고.

아르네: 그래…… 다행히 날이 맑구나.

아르네: …… 가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테니.

샤르자드: 그러게요! 습기도 적고요.

샤르자드: 네에.

놀레크시아: 버스카론이 우리한테? 그게 뭔뎃치?

놀레크시아: 향기가 아주 좋닷치! 버스카론의 마음은 잘 받았닷치! 물론 가져다준 너도 고맙닷치!

놀레크시아: 버스카론은 좋은 인간이닷치. 너도 좋은 인간이닷치.

놀레크시아: 인간 중에는 무서운 인간도 있지만…… 버스카론이랑 너는 믿어도 될 것 같닷치. 앞으로도 계속 사이좋게 지내잣치!

코무시오: 모험가! 왔구낫치! 지금 장로님 불러오겠닷치. 장로님~ 기다리던 사람이 왔닷치~

프리크시오: 모험가 선생! '토토라크 감옥'에서는 당신 덕분에 살아 돌아왔닷치.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겠닷치.

파파리모: 어, 이슈타브잖아. 그동안 활약이 대단했다면서?

프리크시오: 동료분들도 노라크시아를 구해줘서 정말 고맙닷치!

파파리모: 그런데, 왜 그런 곳에 계셨습니까?

프리크시오: …… 얼마 전 일이닷치. 숲에 '제국' 놈들이 나타났닷치. 그래서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감시하러 다녔닷치.

프리크시오: 그러다 놈들한테 들켜서 한참 도망치다 보니 어느새 남부삼림까지 가 있었닷치.

프리크시오: 일단 나는 거기서 '토토라크 감옥'에 숨었닷치. 그런데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나쁜 놈이 덮쳐와서 마물 밥이 될 뻔 했닷치!

이다: 검은 옷을 입은 자……. 설마…….

파파리모: 그래, 맞아. …… 장로님. 저희는 그리다니아의 사절 신분으로 이곳에 찾아왔습니다.

프리크시오: …… 생각했던 대로닷치. 그리다니아의 백성들은 '라무' 님을 경계하고 있는 거 맞냣치?

파파리모: 솔직히 말해 장로님 생각이 맞아요. 하지만 라무 때문에 싸움을 벌이려는 건 아닙니다. 그리다니아도 평화를 원하고 있으니까요.

이다: 실프들은 예전에 한 번 '라무'를 소환한 적이 있죠? 그때 이후로 통 소식이 없어서 다들 불안해하고 있어요.

프리크시오: …… 카느 에는 마음 착한 사람이닷치. 그리다니아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우리 역시 싸우고 싶지 않은 건 똑같은 마음이닷치.

프리크시오: 우리 일족이 예전에 '라무' 님을 소환했던 건 '제국'으로부터 숲을 지키기 위해서였닷치. 하지만 그때도 나는 반대했닷치…….

아르네: …… 그래.

프리크시오: 신을 부르면 다들 이상하게 변해버린닷치. '라무' 님을 소환한 친구들 또한 모두 신도가 되고 말았닷치.

프리크시오: 우리처럼 임시 주거지에 있는 실프들은 '라무' 님의 힘에 의지하는 것을 거부한 이들이닷치.

프리크시오: 신도화된 실프 친구들을 어떻게든 원래대로 돌아오게 하고 싶닷치…….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닷치…….

프리크시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려줄 수 있닷치. '라무' 님은 수호와 조정의 신이닷치.

프리크시오: 만약 다시 소환되더라도 실프들 땅에 들어가지 않는 한 '심판의 벼락'은 떨어지지 않을 거닷치.

프리크시오: 우린 그리다니아와 싸울 생각은 없닷치. 그러니까 모쪼록 시간을 주길 바란닷치.

아르네: 누구든 한 번쯤은 신을 찾게 되지. 그건 또 여러 두려움을 낳고……

파파리모: 신도들은 그 주인인 야만신의 영향을 크게 받게 돼. 예컨대 '라무'라면 무언가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강하기에 신도들은 완강하게 자신들의 영지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거지.

이다: 그래서 '말썽쟁이 실프'들은 영지에 누가 들어오면 그렇게 거세게 저항하는 거구나. …… 그럼 임시 주거지에 있는 실프를 납치하는 건 뭔데?

파파리모: 그들로서야 신의 말을 듣지 않는 실프를 '조정'하려는 셈이겠지. 어쨌든 야만신과 신도들도 각자 특징이 다르고 사정이 있어. 무턱대고 다 없애려드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거야.

파파리모: …… 아무튼 장로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실프족이 어떤 생각인지 확실히 전하겠습니다. 이제 그리다니아 사람들도 한시름 놓겠군요. 다행입니다.

프리크시오: 서한에 우리 생각을 적어줄 테니까 이걸 그리다니아에 전해달랏치.

파파리모: 휴, 당분간 안심해도 되겠군. 일단 실프족과 '라무'에 대해서는 관망해도 될 것 같아.

이다: 장로님이 말이 통하는 분이어서 다행이야! ……어때? 파파리모도 좀 본받아 봐!

파파리모: 네 입으로 할 소리냐? 그러니까 야슈톨라한테 사람 만들어주겠다는 말이나 듣지!

이다: 우리는 먼저 '모래의 집'에 가 있을게! 민필리아한테는 우리가 보고할 테니까 걱정 마!

파파리모: 이번 대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건 다 네 덕분이야. 그 서한은 네 손으로 직접 '쌍사당'에 전달하도록 해.

파파리모: 장로님.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리크시오: 나야말로 신세 많이 졌닷치. 고맙닷치! 앞으로도 계속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잣치!

샤르자드: 신을 찾을 수밖에 없을 만큼 두려웠던 건 아닐까요?

프리크시오: …… 모험가 선생, 잠깐만 기다려랏치. 프리크시오: 당신에게는 날 구해준 보답을 해야 한닷치. 이걸 받아줬으면 좋겠닷치.

프리크시오: 이 크리스탈은 예전에 '라무' 님이 소환됐을 때 그분이 주신 거닷치.

아르네: 그랬을 거다. 사람은 두려울 때야말로 신을 찾게 되니까.

아르네: …… 그래도 잘 해결된 것 같아 다행이구나.

샤르자드: 초월적인 존재에게밖에 의지할 수 없는 두려움이란 건…… 어떤 걸까요.

샤르자드: 그러게요. 음, 쌍사당…… 가야겠죠……

프리크시오: 오오……. 내 예감이 맞았닷치.

아르네: …….

프리크시오: 모험가 선생……. 당신은 내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가혹한 운명의 길을 걸어가고 있닷치.

프리크시오: '라무' 님의 크리스탈이 당신 몸속의 '빛'과 융합하는 모습이 내게도 보였닷치.

프리크시오: 언젠가 분명 그 크리스탈이 쓸모 있을 날이 올 거닷치. 그때까지 잘 간수해 달랏치. 그 크리스탈은 우리가 당신을 신뢰한다는 증표이기도 하닷치.

코무시오: 너한테 잠깐 부탁할 게 있닷치……. 그리다니아로 돌아가기 전에 '실프 영지'에 있는 말썽쟁이 실프들을 한번 보고 갔으면 한닷치.

코무시오: 말썽쟁이 실프들은 신도가 되더라도 이쪽에서 간섭하지 않으면 실프 영지에서 나오지 않는닷치.

코무시오: 그러니 그리다니아와 실프가 싸울 필요가 없다는 증거가 될 거닷치…….

코무시오: 자, 지도에 표시했닷치. '실프 영지'에는 무서운 마물이 많지만 거기에서라면 안전하게 관찰할 수 있을 거닷치.

샤르자드: …… 우와, 분위기가…….

아르네: …… 공격성은 없는 것 같구나.

샤르자드: 그건 다행이네요…….

샤르자드: 괜히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게…….

쌍사당 대령 보르셀: 어서 와, 고생했네. 실프족이랑 이야기는 해 봤나? …… 뭐? 실프족한테서 가져온 게 있다고?

쌍사당 대령 보르셀: 이건 실프족이 쓴 서한이잖아! 다행히 장로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나 보군. …… 어디 보자.

쌍사당 대령 보르셀: …… 과연, 임시 주거지에 사는 실프족은 그리다니아와 싸울 의사가 없단 말이지. 야만신을 부활시킬 계획도 없고.

쌍사당 대령 보르셀: …… 흠, 야만신 '라무'의 신도가 된 실프도 우리가 먼저 손대지 않으면 그냥 지켜봐도 되겠군.

쌍사당 대령 보르셀: 그렇다면 야만신 '라무'에게 신경쓸 이유는 없다. 우리와 실프족은 앞으로도 공생할 수 있을 걸세. 이번 일은 카느 에 님께도 소상히 전해드리도록 하지.

쌍사당 대령 보르셀: 큰일 치르느라 고생 많았다! 그대들에게는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야!

아르네: …… 그래, 천만다행이지.

샤르자드: (보고하고 나서 자기 팔 주무르다가.) 이슈타브. 오늘은 혹시 여기서 쉬어도 될까요?

아르네: 이만 들어가는 게 좋겠다. 좀 쉬어둬라.

샤르자드: 그럴게요.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아르네: …… 그래, 들어가자.

아르네: 푹 자고…… 잠에 못 들겠거든 꼭 연락하고.

샤르자드: 저어,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오늘…….

아르네: (부드럽게 고개를 젓는다.) 괜찮아.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샤르자드: …… 그래도요.

아르네: 정말 괜찮다는데도.

아르네: 어서 들어가자. 들어가서 둘 다 한숨 자는 게 좋겠다.

아르네: 아니면 옆에서 재워줄까.

샤르자드: 그! 그거까지는 괜찮아요! 진짜로!

아르네: 그래? 아기 재우듯 해 줄까 했는데.

샤르자드: 당신도 피곤하실 텐데……!

아르네: 괜찮다는데도 그러는구나.

샤르자드: ……. (입 다물고 꾸물꾸물.) …… 그러면, 저기, 오늘만, 잠깐만 방에 계시다가 가시면 안 돼요?

아르네: (가만히 보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그래. 가자.

아르네: 너 잠드는 것 보거든 그 때 가마.

샤르자드: 헤헤.

샤르자드: (마주잡은 손끝이 살짝 차다. 그의 손을 꼭 그러쥔다.)

아르네: (찬 손끝을 제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 부드럽게 이끈다.) 가자, 샤르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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