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연성 백업 - 코마도리 관련

기억

심야의 환상

 어슴푸레한 어둠이 점차 깔리는 시간.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한적함 속에서 주홍빛 호박과 알록달록한 사탕, 그리고 다양한 귀신장식이 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그 가운데 거리를 돌아다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듯 소녀는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어두운 천자락이 흩날리며 부드러운 목소리가 소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트릭 오어 트릿!"

 머리끈을 길게 늘어뜨린 베이지빛 머리를 가진 소녀의 목소리에 기다리고 있던 소녀, 히나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이카...?"

 마이카는 그런 히나타에게 다가오면서 '할로윈이니까.' 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히나타의 손을 잡아 자신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면서 길거리를 향해 다른 한쪽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모처럼만에, 같이 즐겨보지 않을래?"

 마이카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왁자지껄한 거리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머릿속에 어떤 이름이 스쳐지나갔지만 이내 그 이름이 마이카로 바뀌며 머릿속에 단단히 고정되었고, 그렇게 히나타는 순간 들었던 의문을 잊어버린채 마이카와 함께 할로윈 축제를 즐겼다.

 마녀복장을 한 마이카와 히나타는 거리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에게 사탕도 주고, 귀신 분장을 한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호박으로 만든 디저트도 나눠먹는 등 밤이 깊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참을 즐기다가 어두웠던 하늘이 점차 어슴푸레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코마도리는 피곤하다는듯이 하품을 했고, 이내 츠바메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오늘 즐거웠어. 츠바메와 이렇게 축제를 다시 즐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나도 오늘 즐거웠어. 그럼 오늘은 슬슬 헤어지는건가?"

 "응.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나를 잊지 말아줘. 잘있어."

 그렇게 코마도리는 골목 건너로 사라져갔다. 츠바메는 코마도리가 사라진 골목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골목에서 모즈가 나타났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거야?"

 "....어? 어... 모즈...?"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거야? 평소보다 더 멍해보이는데?"

 "..응? 아.. 모즈, 혹시 방금 어떤 사람 보지 못했어?"

 츠바메의 말에 모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본적도 없거니와, 애초에 여기엔 우리 말곤 올 사람이 없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모즈는 손가락으로 거리를 가리켰다. 거리엔 불빛이 드문드문 켜져있었고, 아직 개장을 준비중인 상점들과 장식들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렇게 츠바메는 환상처럼 왁자지껄하게 빛났던 거리를 한동안 조용히 바라보았다. 


여우 머리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소재 지팡이 위에 마녀 모자가 씌여져있다. 안쪽엔 할로윈 호박이 빛을 발하고 있으며, 모자 주변으론 할로윈에 맞춘듯한 호박 장식과 고양이 장식이 보인다. 

히나타와 함께했던 할로윈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히나타이자 츠바메인 그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억을 전한다. 하지만 환상은 영원하지 않기에 환상인법. 전하고 싶었던 것을 전한 뒤엔 안녕을 고하며 더이상 오를 수 없는 무대를 닫는 것 까지가 나의 할로윈. 

마이카의 손짓을 따라 마주했던 환상은 너무나도 따스하고 그리웠다. 어쩌면 그 환상 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마도리는 '안녕'이라고 했으니까(さよならを告げたから), 아름다웠던 환상은 환상으로 둔 채, 현실로 돌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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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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