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게임 섭종 전에 쓴거 / 구상은 섭종 소식 발표 이후 게임 들어갔을때 느낀걸 구
건조한 바람이 무성히 자란 풀을 스치고 지나갔다. 곳곳이 갈라지고 패인 돌바닥 사이사이 난 풀과 녹슨 철문, 그리고 일부가 삭아버린채 삐걱거리는 나무간판 너머로 눈부신 빛이 빛나고 있었다. 황량하기에 더더욱 건조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빛. 그 빛을 향해 두 발걸음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를 땋은 잿빛의 소녀와 쓸쓸해보이는 표정을 한 금발의 소녀. 두 소녀는 그대로 공허하게 빛나는 판넬 앞에 멈춰섰다. 그렇게 멈춰선 채로 이질적으로 빛나는 판넬과 그 뒤에 놓인 불 꺼진 무대를 바라보았다. 한때 눈부시게 빛났던 무대. 모두 다함께 참가하는 연극. 그 연극 속에서 주인공이 되거나 혹은 주인공과 함께 싸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비록 어떤때는 억지로 끌려오기도 했지만 그 순간조차 그리워질정도로 불 꺼진 무대는 너무나도 짙은 적막에 감싸여 있었다.
그 짙은 적막을 뒤로 한채 두 소녀는 발걸음을 옮기며 천천히 유원지 안을 둘러보았다.
유원지 곳곳엔 여전히 천막이 남아있었다. 다만 그곳엔 사람이 없었다. 매표소도, 어트랙션도, 매점도, 천천히 유원지를 돌아보는 내내 그 둘이 느낄 수 있는건 사람이 있었던 흔적 뿐이었다.
한때 츠바메에게 끌려와 처음으로 다른 CAGE의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눴던 어트랙션 매표소엔 낡아 부스러진 기계만이 남아있었다. 그 낡고 황량한 그곳에서, 한때 북적였던 시기에 만났던 다른 CAGE의 자신을 떠올린 모즈는 한숨을 쉬며 츠바메가 바라보는 곳을 같이 바라보았다.
한때 다함께 요리를 만들었던 매점.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하쿠쵸와 카라스를 도와주다가 다른 CAGE의 사람들과도 만났던 그 곳, 때론 요리를 망치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어긋나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던 그 공간엔 식료품이 들어있었던 공간과 망가진 테이블만이 남아있었다. 그 외에도 다른 CAGE에서 온 요격부대원들과 함께 팀을 맺어 시련을 이겨내는 어트랙션도, 보물상자를 열기 위한 키를 찾지 못해 곤란해하던 동료에게 '기다렸지?' 하며 말을 걸며 키를 들고 나타났던 순간도. 키를 얻지 못해 포기할까 하던차에 키를 들고 나타나던 동료도, 극장에서 다함께 영화를 보고 웃고 떠들고 괴로워하던 나날도, 방명록에 영화 관람 후기를 남기던 기억도. 소중한 추억 하나하나가 담겨있기에, 더더욱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한때는 여기를 왜 오나 싶었던적이 있었다. 현실을 이겨내기에도 벅차다고 느꼈다. 하지만 어느샌가부터 옆에서 츠바메가 하는걸 적당히 맞춰주거나 다른 CAGE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때론 싸우기도 하는 생활이 자연스럽게, 깊게 스며들었다. 츠바메 또한 모두와 이야기하고 교류하고 같이 싸우고 요리하던 나날이 너무나도 즐거웠고 익숙했기에, 이 적막이 너무나도 쓸쓸하게 다가왔다. 일상이었기에 어떤떄는 즐겁고 어떤때는 따분하고 어떤때는 화도 나고... 그러면서도 꾸준히 찾아온 유원지였다. 모두와 함께 만나고, 움직이며 매 순간을 일상처럼 보내던 이 공간에서 즐기던 것들은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화를 냈던 순간조차 그리워지게 만드는 적막 속에 남은건 그때의 흔적과 희미하게 불을 깜빡이는 무인 매점뿐.
모즈와 츠바메는 무인 매점으로 향했다. 그곳에 남아있는 모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그곳에 남은 유일한 메뉴를 집어들고 그 자리에 조심스럽게 돈을 놓았다. 그렇게 사람이 없는 매점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간식을 사들고 모즈와 츠바메는 녹이 슨 놀이공원의 철문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더이상 올 수 조차 없게될 유원지를 추억하며, 그떄의 기억을 앞으로도 떠올리고자 마음먹으며, 언젠간 다시 놀이공원이 개장하기를 바라며, 한때 그랬다고 이야기하며 다시금 어트랙션을 비롯해 유원지에서 즐겼던 것들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유원지의 마지막을 함께한 그 둘의 손에는 한 전단지가 들려있었다. 그 전단지를 빤히 바라보던 모즈는 이내 츠바메를 바라보며 물었다.
"많이 쓸쓸하겠네? 생각 이상으로 이곳을 좋아했었잖아?" "...응. 부정은 못하겠어. 하지만 유원지는 이걸로 끝이 나지만... 분명, 이게 완전한 끝은 아니니까."
츠바메는 그렇게 전단지를 펼쳐들었다. 유원지 내에 있던 극장이 다른곳으로 확장이전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바라보며 츠바메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분명, 이것이 끝이 아니니까. 다시 모두와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믿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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