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연성 백업 - 코마도리 관련

관조

코마도리가 츠가이의 정원에서 츠바메를 관찰하는 이야기 / 대사 없음 / 4장 포함 최신 메인스 대량스포 주의 / 날조 주의

* 코마도리의 바람을 하쿠쵸가 이룰 수 있도록 츠바메에게 페어가 되는걸 제안했으나 츠바메가 거절했다는 날조 포함

* 츠가이에 대한 공간에 대해선 

해당 가설 '츠가이가 죽더라도 츠가이를 기억하는 한 츠가이의 혼과 그 공간이 남아있는게 아닐까?' 사용

*최신 메인스(4장 1부 3절)까지 스포일러 대량으로 포함  


 바람이 부드럽게 손 끝을 간지럽혔다. 바람을 따라 느껴지는 풀내음과 따스한 햇살에 어쩐지 평소보다 더 가볍고 개운한 감각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여기는..?"

 주변을 둘러보자 새하얀 탑이 보였다. 그리고 탑 아래로 이어진 넓은 들판이 펼쳐져있었고, 근처 숲속엔 작은 나무벤치와 그네가 있는 평화로운 정원이 보였다. 자주 왔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이 공간.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유독 이 공간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이곳이 내가 원래 살던 곳인것처럼.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어딘가 자유로우면서도 제한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모순된 감정의 원인을 찾아 정원 곳곳을 평소처럼 걸어나가며 이 위화감을 느끼던중 어딘가에서 츠바메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랑은 다르게 너무나도 슬프고 괴로워하는 목소리였기에 나는 츠바메를 찾아 정원을 멤돌았다.

 그러다가 이내 그 목소리가 정원의 어느 한 지점이 아닌 정원 전체에서 들려오고 있다는걸 알아차릴 즈음,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그 장면속에 있던건 곳곳이 훼손된 나의 모습. 마치 전자기기 화면 너머를 보는것처럼 다소 이질적인 감각과 함께 빗소리, 츠바메의 괴로운듯한 목소리, 그리고 나의 차가운 몸이 느껴졌다. 눈을 감았음에도 느껴지는 그 감각은 생생하기보다는 이질적이고 나의 감각과는 다르게 느껴졌지만, 본능적으로 그게 현실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죽었고, 나의 시체를 츠바메가 발견했다. 그리고 나는, 츠바메와 함께 하던 우리만의 공간에 홀로 남게 되었다. 어쩌면 갇힌것일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까지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적어도 이렇게 츠바메를 느낄 수 있다면, 츠바메를 볼 수 있다면, 츠바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이 공간을 통해 츠바메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적어도 죽어서 사라지고 잊혀지는것보다는 나은 것일테니.

 그렇게 나는 잔잔한 햇빛이 비추는 벤치에 앉아 향긋한 풀내음을 맡으며 조용히 공간 전체에 울려퍼지는 츠바메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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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에서 홀로 지내게 된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 사이 츠바메는 사령에 의해 거두어지고 사령의 날개중 하나가 되어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다가 하쿠쵸가 카라스 라고 하는 토리와 페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그 페어를 확인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사람이라는걸 정원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며 츠바메가 잘 지내고 있음에 안심해나가는 일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츠바메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똑같이 반복되던 정원의 흐름이 뒤바뀌고 정원 곳곳에 균열이 늘어났다. 분명 츠바메는 안정적인척을 하면서도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느낀 순간 내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이 들려왔다.

 '코마도리가 죽은 이상, 굳이 삶을 위해 발버둥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 생각을 들은 순간 츠바메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분명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걸 전할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전하고자 하면 전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변수를 선택하기엔 츠바메는 너무나도 불안정했다. 전하기 위해 시도하는 순간 어쩌면 그대로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던 순간에 하쿠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츠바메에게 부탁을 하는 목소리도. 

 

 아무리 츠바메쪽에서 거절했다고는 하나 임시로나마 페어가 되어주지 못해서, 그렇게 츠바메의 붕괴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걸까? 그래서인지 하쿠쵸는 더더욱 슬퍼보였고, 평소엔 잘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보여주며 츠바메를 설득해나갔다. 그런 하쿠쵸가 있기에 너무나도 고마웠고,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둘에게 있어서 나는 이미 죽은 존재. 아니, 그 둘에게 있어서가 아니라 이 세계에 있어서 나는 죽은 존재다. 그렇기에 전할 수 없었고, 그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담아 그 둘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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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그때는 너무나도 놀랐다. 어째서 모즈가 츠바메와 페어가 되었어야 했던걸까? 사령은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이상할정도로 모즈에 대한 분노는 없었다. 어차피 모즈도 그렇고 CAGE에 속한 이상 모두가 사령과 부사령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기에, 모즈 또한 명령을 따르는자의 일부일뿐인걸 알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즈가 츠바메의 페어가 되길 바란건 아니었다. 사령도, 부사령도 분명 내가 처분당했음을 알고 있을텐데도 굳이 츠바메와 페어를 맺게 했던걸까? 

 그렇게 의문을 가지며 정원을 멤돌던 나는 그 둘이 츠가이가 될거라는 확신을 하면서도 그렇다면 잊혀지게 되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여전히 생생했고, 그 공간속의 나 또한 너무나도 선명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츠바메가 나를 잊지 않는 한, 나는 츠바메의 곁에 항상 함께 할 수 있다. 

 그래, 이렇게 모즈와 서로의 생명을 구하면서 츠가이가 된다 할지라도..... 이렇게 이 공간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한, 츠바메가 나를 기억해주는 한,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는 한, 나는 이 공간에서 츠바메를 느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

 

  시간이 흐르며 나는 모즈를 향하는 츠바메의 마음이 깊어짐을 눈치챌 수 있었다. 사실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와중에도 츠바메는 나를 잊지 않았다. 어떠한 행복한 일이 있어도 어느샌가 나를 그리워했고,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억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죽음이었기에 상당히 긴 시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만약 모즈가 나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츠바메는 이대로 무너지게 되는걸까?

 솔직히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괴로워할지언정 무너지게되는 츠바메를 보고싶지 않았다. 아마 츠바메라면 나의 복수를 이유로 모즈에게 날을 향할것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쌓여온 모즈와의 연이 그 날이 파고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겠지. 그렇게 피로서 복수를 하지도 못한채 그저 괴로워할지도 모른다. 만약 날이 모즈를 파고들어 피로서 복수를 한다고 할지라도, 츠바메는 그대로 삶의 의욕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연달아 두 명의 츠가이를 잃게 되는 것일테니, 특히 그중 한 명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것이 츠바메에게서 삶의 의지를 앗아갈지도 모른다. 

 츠바메가 죽으면 나 또한 사라지고 츠바메와 함께했던 이 공간 또한 사라진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언젠가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질때, 츠바메에게 전할 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검은 안개가 츠바메에게 나의 형상으로 다가와 나의 모습을, 나의 목소리를 보여줄때, 마찬가지로 이 정원에도 그 형상이 그대로 보였으니까.

 그렇게 나는 츠바메가 보는 장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츠바메, 나는 츠바메가 이렇게라도 진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지금보다 더 모즈와 가까워졌을때가 아니라 아직 무너지지 않을 기회가 있을때, 미리 진실을 알고 무너지지 않고 일어서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렇게 무너지지 않고 일어선 츠바메에게 기억되고 싶어. 츠바메가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동시에 괴로워했으면 좋겠어. 

 츠바메의 고통으로 내가 기억될 수 있다면, 츠바메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면... 하지만 역시, 동시에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어차피 츠바메는 모즈를 죽이지 못할테지.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불러보자. 모즈가 죽으면 츠바메도 괴로워할테고 죽이지 않아도 괴로워할거라면, 그 고통을 통해 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괴로움을 통해 나를 기억하고, 그걸 통해 츠바메 자신도 그 고통에 의미를 가지며 조금은 안정될 수 있도록, 이 공간도 사라지지 않고, 츠바메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모즈를 이용해서 츠바메의 행복과 자신이 기억되는걸 목적으로, 또한... 단죄는 꼭 피로만 이루어지는게 아니니까.

 그렇게 나는 정원의 한 켠, 눈부시게 빛나는 문을 열었다. 적어도 이 공간이면 괜찮을것이다. 이 공간에서, 잠든 츠바메를 맞이하자. 어쩌면 이걸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나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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