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메의 꿈
2023년 10월 13일 연성 백업
"츠바메쨩" "츠바메군"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지금보단 다소 어린듯한 익숙한 목소리에 몽롱한 정신이 초점을 찾아간다.
"일어났구나?" "...코마...도리?" "응?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니...아니야."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얼굴과 목소리. 동시에 어제 본것같은 익숙한 목소리에 잠시 멍해진 사이 또다른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보같이 그렇게 있지 말고 같이 걷지그래? 모처럼만에 놀러온김에 즐겨야지."
여유로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거는 모즈. 평소와는 다른 것 같았지만 그런 의문은 훅 끼쳐오는 아름다운 향기에 사라져버렸다. 아름다운 향기와 함께 펼쳐진 새하얀 꽃밭. 지평선 너머로 길게 이어진 꽃밭을 따라 몽롱한 기분과 함께 걸어나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가던중 어쩌면 내가 바라던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엔 코마도리와 모즈가 있다. 그리고 그 둘이 사이좋게 웃고 나에게도 말을 걸고 나 또한 웃으며 말을 한다. 함께 웃으며 그 순간을 즐긴다.
이대로 계속 걷고싶었다. 이대로 영원히 시간이 멈춘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코마도리가 사라졌다.
"...코마도리? 코마도리.. 어디간거야...?"
코마도리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는데, 어느샌가 사라져버렸다.
"언제까지 코마도리를 찾으려는거지?" "모즈?"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모즈가 보였다. 아까와는 달리 훌쩍 커진 모습으로, 더 날카롭고 냉정한 모습으로 모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그대로 영원히 있으려고 한거야? 현실을 부정하면서까지?" "부정이라니..?" "너도 알고 있잖아. 코마도리는 죽었다는걸. 여태까진 잘 알고있었으면서 설마 잠깐의 유혹에 빠져버린거야?"
혼란스러웠다. 코마도리가 죽었다니? 방금 전까지 살아있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정신차려 츠바메군.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잖아? 부정하지 마. 코마도리는 죽었어."
점점 몽롱했던 정신이 초점을 되찾는다. 그렇게 꿈 속이 무너져갔다. 무너져 내리는 꿈을 훑어본 모즈가 그제서야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다시 지옥에 돌아온걸 환영해."
...
밝은 빛이 느껴진다. 그 빛을 못이기고 눈을 뜨자 익숙한 공간이 보인다. 그리고 익숙한 사람이 보인다.
"모즈?" "꺴냐?"
살짝 다크서클이 진 얼굴로 팔짱을 낀채 나를 내려다보는 모즈. 평소와 다를바가 없어보이는 모즈의 모습에 안심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 이상 움직이지는 마. 몸에 무리간다."
몸에 무리라니? 평소와 같을텐데 하고 생각한 순간 몸 곳곳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피묻은 붕대로 칭칭 감긴 몸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하... 아무튼 깼으니 간다." 한심하다는듯이 나를 바라보던 모즈가 방 문을 열었다. 그렇게 모즈가 문 밖으로 완전히 나가기 전, 모즈를 향해 여러 감정이 뒤섞인 한마디를 건냈다.
"어...응. 고마워 모즈." "고마우면 발목잡지 않게 빨리 낫기나 하라고."
그 말과 함께 모즈는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모즈가 사라지고 텅 빈 방. 그 방에 홀로 있던 나는 아까 전 그 꿈을 떠올렸다. 비록 꿈이지만 너무나도 생생했고 지금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꿈.
코마도리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이 현실과 뒤섞여 만들어진 꿈, 다같이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는 욕망이 만들어낸 꿈. 하지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코마도리를 그리워 하는것도, 미련도 아직은 남아있지만 나에겐 해야할 것들이 있다. 그리고 나의 곁엔 모즈가 있다. 혼자가 아니다. 모즈가 함께하기 때문에 꿈속에서처럼 주저앉지는 않을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꿈속에서처럼 방황한다면 모즈가 도와줄것이다. 그렇게 현실을 살아가다가, 혹시라도 먼 훗날이라도 코마도리의 흔적을 찾게되고 미련이 사라질때 코마도리에게 맛있는 차와 음식을 주고싶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중 새하얀 커튼이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며 얼굴을 쓸어넘겼다. 커튼을 걷자 모처럼만에 푸른 하늘이 보였다. 저 푸른 하늘같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리라 다짐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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