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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Cassiopeia, It's Stardays

해결되지않아도옆에있어주는거란사랑이야

BGM/ 걷어차버린 담요 - 계속 한밤중이면 좋을 텐데. (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창문 틈새로 흐리게 스며들어오는 새벽빛에 모란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빛이 계속 기숙사 창가로 새어들어오는 바람에 그는 반쯤 억지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한 번 흔들린 눈동자는 다시 감기지 않은 채로 계속 목적 없이 허공을 응시했다. 오랜 칩거 생활로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된 그에게 눈을 떴다 바로 잠든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잠이 오지 않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무언갈 하고 싶지도 않았다. 요즈음 모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한 생활을 보내면서도 때때로 절대영도가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갑게 가라앉은 공허에 시달렸다.

가끔씩 앞날에 대해 생각하다 애써 고개를 저어 마음마저 떨쳐버리는 일은 있었지만, 오야 호수에 갑작스럽게 추락할 때 생기는 물의 파동처럼 그의 마음은 잔잔하다가도 갑작스레 요동치기를 반복했다.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것의 즐거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마음. 그런 두근거리는 일들의 이면엔 완전히 반대의 감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제대로 함께할 수 없다면, 학교생활을 계속 잘해나가지 못하게 된다면... 이유 있는 불안의 씨앗이 모란의 정신력을 조금씩 깎아내리고 있었다.

이러단 전부 갉아먹혀 0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생각한 순간 모란은 저도 모르게 침대에서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이대로는 안 된다. 이래서는 방 안에만 틀어박혀 모든 것을 해결하던 예전의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시비꼬 한 마리도 날아다니지 않을 듯한 새벽이었지만 모란은 후드를 뒤집어쓴 채 조용히 기숙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이 많은 밤이라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건 평소의 그라면 전혀 하지 않을 행동이었으나 그날따라 왠지 어디든 먼 곳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마음에 모란은 아무 망설임 없이 공중날기택시 위로 올랐다. 행선지는 마리네이드마을. 이유는 바닷바람을 쐬고 싶으니까. 복잡한 고민 끝에 이유 모를 단순한 생각만이 그의 머리에 남았다.

그냥 생각을 흘려보내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할 때마다 모란은 창문을 통해 별을 보면서 멍하니 있곤 했다. 그러면 마음에 쌓인 먼지를 차분히 걷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파도에 잡념들을 태워도 어디로든 흘러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지금, 그는 그저 방 안에서 별을 바라보는 걸로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고민의 주체는 지극히 뻔하면서도 어려웠다. 스타단 친구들과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우린 제대로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까? 정답이 없는 질문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란은 끊임없이 해답을 갈구했다. 마치 일정한 답이 정해진 수학 문제를 푸는 것마냥.

아까보다 복잡해진 머리의 어지러움을 감당할 수 없어진 모란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바닷가 코앞까지 발을 질질 끌며 부둣가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았다. 머리에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먼지가 쌓여있었기에 앉은 자리가 얼마나 지저분한지는 그가 생각할 바가 아니었다. 생기 잃은 눈을 통해 바라보는 새벽별은 빛이 없는, 그저 하늘에 놓인 무수한 점처럼 보이기만 했다. 무심결에 애써 크게 내쉬어지는 숨을 모란은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비치는 푸르고 투명한 바닥에 고개를 박은 채로 천천히 흘려보냈다.

숨을 내쉰 만큼의 각도로 고개를 들어올리자 모란의 눈에 들어온 건 점이 아닌 네모난 면이었다. 갑작스레 얼굴을 움직이는 바람에 면과 면이 부딪힐 뻔한 걸 모란은 간신히 정신줄을 잡고 피했다. 모란의 눈앞에 있는 면은 발광하며 잠시 그의 눈을 멀게 했다. 겨우 다시 눈을 뜬 모란이 마주한 건 스마트로토무에 와 있는 메시지였다.

모란아. 오늘 점심에 시간 괜찮아? 괜찮으면 다같이 점심 먹으면서 느긋하게 얘기나 할까 해서. 일어나면 연락 줘!

굳이 이름을 확인하지 않아도 발신인이 누군지 모란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일어나 있을 리 없다는 걸 확신하는 사람, 새벽에 일어나서 무언갈 할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 상대에게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는 다정한 말투. 비파였다. 바로 답장하려고 알겠다는 말까지 쓴 모란은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 바로 답을 보내면 왜 이 시간에 깨어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까? 나중에 일어난 척 그때 답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여러 생각들이 잠시 모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얼어붙은 모란의 손을 다시 녹인 건 다름 아닌 그의 마음이었다. 비파 언니에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 모란의 뿌리 속 깊게 박힌 생각이 그가 손끝을 움직이도록 했다.

응. 점심에 학생식당에서 보자.

답장을 보낸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또 답장이 왔다.

안 자고 있네? 무슨 일 있어?

모란은 잠시 고민하다 메시지를 보냈다.

그냥, 잠깐 바람 쐬고 싶어서 나와있어.

비파의 답은 단순했다.

어디에?

마리네이드마을. 바닷바람 맞고 있어.

이후 비파의 답은 없었다. 모란은 오지 않는 연락을 걱정하면서도 내버려두었다. 그는 내심 비파를 신경 쓰이게 한 것 같아 미안했지만 굳이 지금 자신이 어떤지를 숨기고 싶지도 않았다.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혼자만의 비밀을 더 이상 만들어선 안 될 것 같았다. 무슨 답장이 올지 모란은 알 수 없었지만 뭐라 말하든 이 시간에 깨어있는 자신을 혼낼 것 같진 않았다.

한동안 차분히 가라앉은 고요가 맴돌았다. 물 밑에서 맨돌핀이 지나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부둣가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란의 스마트로토무도, 마음에도 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모란은 다시 학교로 돌아왔던 날부터 지금까지 변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고 모든 게 드라마틱하게 변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더 이상 스타단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훨씬 더 컸기에 결국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 굳이 밖까지 생각을 정리하러 나온 의미가 없네... 라고 생각하며 모란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 찰나였다.

"모란아."

"응?"

나긋하지만 다정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모란은 뒤를 돌아보았다.

"나 왔어."

"비, 비파 언니......"

모란의 앞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운동복 차림의 비파였다. 공중날기택시를 타고 급하게 날아왔는지 이마 부근에 아주 미세하게 땀이 맺혀있었다. 얼음 상태가 된 것 마냥 모란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오지 않는 답장에 신경쓸 새도 없이 깊게 생각에 잠겨있다 잊고 있었던 비파의 존재는 스마트로토무 화면을 넘어 모란의 앞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새벽에 잠깐 운동하려고 나왔는데, 네가 메시지에 바로 답장을 해서. 모란이가 그렇게 일찍 일어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네가 굳이 이 시간에 밖에 나갔다길래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 왔어."

모란은 비파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투명한 바닥에 비친 넘실거리는 자신의 얼굴 때문에 모란은 자신이 어떤 표정인지도 알 수 없었다.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비파가 찾아온 이상 더 숨길 말도 없다는 생각에 간신히 눈을 맞추며 모란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 오더라고."

"무슨 생각?"

"그냥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응. 잊고 있다가도 가끔씩 떠올라서... 답답해져서 충동적으로 나온 거야."

모란의 말을 듣자마자 비파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의 곁에 앉았다. 갑작스럽게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모란이 움츠러든 것도 잠시, 이내 편안히 비파의 곁에 살짝 기대며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 둘을 스쳐지나갔지만 둘 중 누구도 서로 말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에게 조금씩 기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닿은 부분보다 더 넓은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모란아. 혹시 예전 일 기억나? 우리가 아직 서로 스마트로토무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던 때."

"아, 응. 기억나."

"그때 내가 너를 통해 봤던 게 뭔지 알아?"

"나를 통해 보았던 것?"

"가능성이었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무수한 날들의 가능성."

"가능성이라니..."

모란은 비파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사뭇 진지한 태도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비파의 고요한 눈동자에 모란의 잔상이 한 방울 떨어져 일렁이는 듯했다. 스타단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고 대화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서 비파와 하는 대화가 모란은 낯설었지만 싫지 않았다.

"모란이 널 만나기 전엔 앞으로의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 앞날을 생각하며 마음이 부풀어올랐던 때가 까마득했고... 나중을 생각하면 버겁기만 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 그땐 오늘보다 내일이 괜찮아질까를 더 많이 생각했거든."

"......"

"그때의 난 과거와 미래에 전부 사로잡혀 있었어. 과거의 일에 괴로워하며 어떨지 모를 미래의 일에 비관적이기만 했지. 정작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거야. 그러던 중 너를 만났어."

"언니......"

"너는 우리랑 똑같이 괴로워하면서도 과거를 발판 삼아 미래를 만들며 현재를 살아나가려고 노력했었지. 누구보다도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네가 있었기에 스타단이 있었어."

"아니야, 언니, 난 그렇게까지는......"

"너와 다른 친구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재에 충실하며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었어.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좋았어. 어떤 빛도 들어오지 않는 까만 하늘에 별들이 하나둘씩 생기며 환한 밤하늘이 된 느낌?"

모란은 비파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동시에 마음의 구김살은 조금씩 펴지고 있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비파의 진지한 속내를 듣자니 모란은 조금 어색하면서도 나쁘지 않은 기분에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내 삶은 더욱 어두워질 뿐이라고,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날 밝혀주면서 그 길이 전부가 아니라고, 내 앞에 우주의 별들만큼 수없이 많고 반짝이는 날들이 있다고 말해준 건 모란이 너야. 난 거기서 가능성을 봤던 거야. 매일매일이 반짝이는 날이 될 수 있을 거란 가능성."

""나, 난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없는데..."

"행동으로 보여줬잖아? 가장 앞에서."

비파는 줄곧 흔들림 없이 말을 이었다. 그의 태도는 말의 무게에 비해 덤덤했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요동치고 있는 건 오로지 모란의 마음뿐이었다. 그 넓이는 돌을 떨어트려 생기는 한때의 파동이 아니라 오랫동안 밀려온 파도와도 같아, 그는 밀려오는 파도를 속절없이 온몸으로 맞으며 편안하게 자신을 부르는 그 속에 뛰어들어 자유로이 헤엄치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눌러야 했다.

"그러니까 모란아, 내가 지금 네 고민에 대한 답이나 해결책을 줄 수는 없고 막연하게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말해줄 수도 없어."

"상관없어. 그런 걸 바라고 꺼낸 말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함께 고민해줄 수는 있어. 네가 우리를 위해 그래왔던 만큼."

"비파 언니, 난......"

그 정도가 아니라는 말을 하려던 모란은 내뱉기 직전까지 밀려온 말을 애써 삼켰다. 지금 그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다면, 비파는 더 진지하게 아니라고 할 것만 같아 그냥 아무 미동 없이 듣고 있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정말 많은 일들을 헤쳐나가며 하루하루를 만들어갔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함께 만들어나가자. 앞으로의 수없이 빛나는 날들을. 그러면 분명 네가 보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게 될 거야.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이 열릴 테니까."

"......"

모란은 차마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지금 어떻게든 입을 연다 해도 흐리멍텅한 소리만 나올 거 같았다. 시야도 목소리도 전부 흐릿해져 엉망진창이 될 뻔한 걸 그는 겨우 바로잡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는 애써 고개를 들고 숨을 죽이며 조용히 비파의 곁에 기대있었다. 모란의 입에서 바닥으로 계속 의미 모를 진심이 흩어져나오는 바람에 그도, 비파도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비파는 괜찮냐는 말을 그의 떨림이 멎을 때까지 조용히 어깨를 내주는 걸로 대신했다. 큰 파도가 가라앉고 잔물결만이 모란의 발을 건드렸을 때 모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고마워, 언니.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데... 거짓말같이 기분이 후련해졌어."

"다행이다."

"나도 언니랑 다른 스타단 친구들이 있어서... 이때까지의 날들을 만들어올 수 있었어."

"그건 무엇보다 네가 시작한 일이었기에 가능했어."

"아니, 언니. 그렇지 않아.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서로가 서로를 도와줘서 할 수 있었어. 함께하지 않았으면 분명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겠지."

모란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올곧은 자세로 비파를 바라보고 있었다. 곧은 마음이 주는 안정감에 비파도 미소지었다.

"나도 고마워, 모란아."

"나... 앞으로도 노력할게.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이 있더라도 그보다 즐거운 날이 훨씬 많아질 수 있도록."

"응. 모란이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네."

모란은 환한 미소로 대답 대신 웃어보였다. 그에 보답하듯 저 멀리 환하게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앞으로 살아갈 무수히 많은 날들 중 하루의 시작이었다. 모란은 결국 아무런 답도 얻을 수 없었지만 하나의 확신만은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자신은 살아가면서 친구들과 매일매일을 함께 만들어 나갈 거라는 것. 서로가 있어서 다행이야. 모란도 비파도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분명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우정은 더 이상 불안한 마음을 해소시켜 주는 감정이 아니었다. 불안함을 안고서라도 그대로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우정임을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분명 지금보다 더 많이 생길 거라는 이유 없는 낙관이 그의 마음에 자리했다. 그는 동이 트기 전과는 달리 조금은 기운찬 발걸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짧은 잠을 청하고 일어나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았다. 몸이 아닌 마음에서 비롯된 피로라는 걸 알았으니까. 모란은 기숙사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아무것도 없는 천장에 별이 떠 있었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고마워. 모란아. 네가 있었기에 스타단으로서의 날들이 있었어.

말은 달리했지만,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비파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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