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글을 있는대로 읽지 못할까

해외로 이주하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쓴 글을 읽고 남들은 어떤 답글을 남겼는지 구경하기도 한다. 현재 진행형이고 이 짓을 지금 몇 년을 해왔다. 2년? 3년? 정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글을 읽고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사는지 열쇳구멍 너머로 조금씩 엿본 지 연 단위가 되니 의외로 한탄만 나오더라. 그리고 또한 나 스스로의 글 쓰기에 대한 고찰도 하게 됐다.

1. 석박사들의 질문 수준

그들이 얼마나 멋지고 전문적인 내용으로 점철된 논문을 몇 편이나 써내리고 세상이 그 논문을 수백 수천번 인용했으면 무엇하나… 되/돼 헷갈리는 건 이제 신경도 안 쓰인다. 자기가 무얼 물어보는 지도 모르고 뭘 질문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적으면 너무 난해하니까 대충 예시를 하나 들어볼까?

“랜딩시 공항에서 어찌하나요?” (중간에 단어 하나 표준어로 바꿈)

이게 끝이다. 뭘 대답해주고 싶어도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 지 모르는 질문이다. 공항에서 ‘뭘’ 하려고 하길래 그 방법을 묻는걸까? 진짜 HUH? 다… 그래서 결국 친절한 사람들이 해주는 답변은 랜딩부터 공항 나올때까지의 순서를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정도. …다른게 뭐가 있는지 궁금하면 구글에 한 번이라도 좀 검색해보면 안되나? 싶다.

사실 제목을 ‘석박사들의’ 질문 수준이라고는 했는데 그냥… 대부분의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거의 다 똑같았다.

99%는 구글에 검색하면 꼭 하나쯤은 답변이 나오는 질문이며, 무언가 특수한 상황이 적용돼서 대답하는 사람도 머리를 써야 하는 질문이면 항상 그 ‘특수한 상황’을 누락해놓고 물어본다. 카페 활동량의 원천이 되는 것들이니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의 생각하는 능력, 질문하는 능력, 직접 찾아보려는 노력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진짜 ‘그런 것’ 하나 직접 찾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해외에서 유창하지도 않은 언어로 살 수는 있는걸까?

뭐, 가끔은 그러한 무모함(?)이 있기 때문에 개척이라는 걸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리고 사실 그 사람들이 불편을 겪든 말든 내가 알 바는 아니다. 난 그저 그런 사람들에게 답변을 달아주며 나 스스로의 효능감을 느끼는게 목적이라서.

2. 질문을 읽고 그에 대해 주제에 맞는 답을 하지도 못함.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물어보지도 않은 부분에 대해 답하지를 않나, 물어본 것은 알 바 아니라는 듯 딴 소리 - 주로 자기 주장 및 남 고나리질/깔보기 - 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그냥 살면서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목격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글을 주고받으니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소리를 내고 듣는 종류의 대화를 하는 도중에 동문서답을 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 들었거나, 잠깐 집중력이 흐트러져 질문을 기억하지 못해 뇌가 대충 앞뒤를 기워 질문을 만들어냈는데 잘못 프로세싱 됐다든가.

하지만 문자로 작성된 질문에 대해 완전히 다른 대답을 하는 건… 이대로 괜찮은가 싶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물어본 것에 대해서 그 연장선상의 대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예를 들어보자면 질문이 ‘여러분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저는 이렇게 합니다.’ 라는 질문을 받으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답한다.

“그 기업이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을 만들수밖에 없고 그게 이 곳의 문화예요”

그러면 이 대답을 보는 나는 머릿속에 물음표밖에 띄울 수가 없다…

1) 내가 이 문화를 모른다고 언급을 했는가?

2) 내가 기업에 대해 뭐라 언급을 했는가?

3) 그 상황에 대하여 호오를 언급했는가?

3번은 뭐… 상황을 설명하고 이 상황에서 남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물어봤다는 점에서 싫어하는 상황이란 걸 암시할 수 있긴 하겠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대체 이 답변을 달아둔 사람은 내 글의 어디에서 1, 2를 읽어내고 나를 가르치듯 말을 하는걸까?? 2022년 말에는 이런 식으로 내가 묻지도 않은 말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나를 훈계하고 내 말은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어 지긋지긋한 마음에 그 커뮤니티를 나왔었는데… 또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걸 참 어쩐다.

저 질문 말고도 이런 일이 또 있었다.

“여행 갈 때 ㅇㅇㅇ (음식) 꼭 챙기시는 분들은 왜 그걸 챙기시는건가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1, 2, 3 이 있는데 이게 맞나요?” 라는 질문에 참 많은 사람들이 답을 했는데… 절반이 ‘여행’이 아닌 상황을 가정해서 얘기했다. …8개월, 6개월, 1년 3개월 이런 기간동안 해외에 머무르는 걸 여행이라고는 하지 않을텐데, 그 기간을 기준으로 답을 하더라.

나머지 절반 중 3개 정도의 답변만 내가 물어봤던 내용에 대해 내가 궁금했던 바를 해소해주고 나머지는… 무언가 꼭 한 요소를 잘못 이해한 채 답을 하더라. 예를 들어 이미 말한 것처럼 절반은 ‘여행’ 부분을 아예 오독하거나, 여행의 대상을 그 커뮤니티가 주로 다루는 국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식이었다. 아니면 ㅇㅇㅇ (음식)을 꼭 챙기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질문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자기의 추측을 남겨놓기도 하고 (그리고 그 추측은 내가 이미 본문에 남겨둔 내용이기도 하다), 정말 다양했다.

기억에 남는 답 중 하나는 “나이가 nn대로 접어드니까 외국 음식은 짜고 느끼해서 못먹겠어요~” 였다. 한국을 제외한 지구 상 모든 국가의 음식은 짜고 느끼한가…? 한국의 음식은 짜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은건가…? 당장 대표음식 김치만 해도 짜서 밥 없이는 못 먹는데 대체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걸까…? 컵라면 하나 국물까지 다 먹으면 그 날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다 섭취하는 건데 그건 안 짠건가…? 김은? 다른 국 종류는???

이정도까지 글을 쓰다 보니 이젠 조금 깨달은 것 같다.. 다들 공통점이 있었다.

3. 자기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거나 생각해보지 않는다?

동문서답 하는 사람들,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 전부… 자기가 쓴 글을 보고 다시 생각해보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왜냐면 보통 질문에는 자기가 들을 수 있는 답이 이미 들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을 해줄까?

“nn시에 인터뷰 시작인데 언제 쯤 끝날까요? 후기를 찾아보니 다 천차만별이라…”

여기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은 “저는 어느정도 걸렸는데 인터뷰 내용 따라서 다를 수 있어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답이 대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하지만 애초에 질문한 사람도 알고 있지 않은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라는 결론 말고는 나오지 않는다는걸…

이미 위에서 말했듯 “99%는 구글에 검색하면 꼭 하나쯤은 답변이 나오는 질문”이다. 그 답변을 읽고 어떠한 액션을 취할지 그 결정을 남에게 미루려고 다시 의미 없는 질문을 하는 건 아닐까. (사실 이미 그런 글도 여러번 봤다. 이 커뮤니티에서 들은 답으로 했는데 안됐다 어떡할거냐 책임져라 어쩌구…) 정말 한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ㅇㅇ를 들고 가야 할까요?

네, 라는 사람의 말을 듣고 싶은건지, 아니오, 라는 사람의 말을 듣고 싶은건지… 결국 결정은 자기 몫이고 책임도 자기 몫인데 대체 무얼 물어보려고 한걸까? 무슨 대답을 듣기 원했던걸까? 답을 들은대로 실행에 옮겼을 때 그걸 후회할지 아닐지 상상이 되지 않는걸까?

사실 할 말은 더 많은데…

질문이라는 것 자체가 상당수 무언가를 위한 Troubleshooting 과정의 시작 단계이고, 나는 그런 것들을 분석/대응하는 걸 업으로 하다 보니 사람들의 질문을 보면 해결해주고 싶은 본능(?)이 꿈틀댄다. 그러니 일 할때처럼 항상 더 많은 단서를 원하고, 그러다 보면 그냥 간단하게 단어 하나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보면 속이 터지는 그런 불상사가……

그저 사람들에게 바랄 뿐이다.

의견을 물으면 의견만 말하고, Yes/No 질문을 하면 Yes/No 와 그 근거만 말하고, 질문을 하기 전에는 직접 찾아보자고... (이래서 내가 타인과 잘 지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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