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100일 챌린지

4일차

고집스러운 취향

일주일 전이었나, 친구와 사주를 보러 갔었다. 당시 사장님이 내게 가장 많이 하신 말이 까다롭고 고집스럽다는 얘기였다. 사장님은 썩 기분 좋게 말해주시지는 않았지만—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이다 같은 얘기를 바란 것이 아니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다— 이 부분만큼은 공감이 되어 기억에 남았다. 까다로운 성정은 어디서 온 지 잘 모르겠으나 나는 모친을 많이 닮은 편인데, 고집 하나는 확실하게 부친을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평소에 굳이 의견을 내세우지는 않아 내 고집을 자각한 건 내 취향에 대해 생각할 때였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듣는 노래는 인디 위주였고, 인디 가수들이 그렇듯이 그다지 유명세를 가진 경우는 거의 없다. 김마리, 음율, 터치드, 이츠, 마치, 달담 이 여섯 가수가 요즘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다.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나는 그 제각기 다른 매력들을 사랑한다. 하나하나 소개하려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테니 생략하기로 한다.

그렇다고 유명한 가수의 노래를 안 듣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내 주변엔 그 유명한 가수도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내 또래들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던데, 그 탓에 주변에서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것일까라는 생각도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페퍼톤스의 ‘노래는 불빛처럼 달린다’가 끝나고 자우림의 보컬인 김윤아 님의 솔로곡이자 동명의 드라마 ost인 ‘봄날은 간다’를 듣고 있다.

그들의 노래를 모아보니 장르를 크게 가리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취향의 목소리는 슬슬 설명할 수 있어진 걸로 느낀다.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라든지, 록이라는 장르 특유의 느낌이 목소리에 배어들어간 것이 좋다. 그러고보니 예전부터 누군가 내게 이상형을 물었을 때 딱히 없다고 대답하곤 했는데, 그래도 하나라도 있지 않냐고 할 때 겨우겨우 하나 내놓은 것이 목소리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은 도덕적 민감성을 가진 사람들이라, 정말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 도덕적으로 민감한 사람이 이상형이 아니냐고 한다면, 이걸 이상형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보단 내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모습에 가깝다고 해두겠다.

친구들은 아이돌을 좋아하고 인기 차트에 있는 노래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노래방에 가면 최신곡도 많이 듣는데 나는 여전히 내가 듣는 노래들만 듣고 있다. 내 취향의 노래들은 인기 차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가끔 내 취향의 노래가 인기 차트에 올라오곤 한다. 윤하 님의 6집 앨범에 수록된 ‘사건의 지평선’이 그랬다. 사실 같은 앨범에 있는 ‘오르트 구름’과 ‘troly’를 더 좋아했지만 사건의 지평선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종종 궁금할 때는 있다. 분명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긴 하는데, 인디의 무엇이 나를 인디 장르에 머무르게 만드는지. 이걸 생각할 시간에 앞으로 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해서 따로 풀어보지는 않았다. 이번 기회로 조금 생각해 보니 나는 인디 장르의 노래들을 더 다채롭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늘 다채로움을 사랑하니까. 또한 자신의 색채가 짙은 사람들을 동경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개성을 살린 것들 것 자신의 방식으로 아름답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소설 속 문장이 생각난다. 필리아로제라는 소설에서 한 학자가 인간의 존재에 대해 쓰면서 적은 말이다. 그는 가문의 서자로 태어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매일 코피를 흘려가며 공부했고, 그럼에도 차별받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그가 인간 존재에 대해서 3년간 글을 쓰면서 적은 문장이다. 그 문장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존재한다. 삶을 예찬하라, 살아있는 그대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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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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