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차
인어가 되는 방법
참 이상한 일이야. 물속에서 살아갈 수 없는 많은 인간들이 바다를 좋아하지. 너무도 깊어 검은빛으로 보일 정도로 가장 큰 물웅덩이. 누군가는 물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바다를 그리워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 애는 그리워하는 쪽이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바닷속에서 살고 싶다나.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바다에서 살아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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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또 밤새웠어? 그런다고 방법이 찾아지는 게 아니라니까~.”
너라고 불린 사람은 찢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대답했다.
“밤에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하이고, 잘도 찾아지겠네.”
빈정거린 사람은 어깨를 으쓱이다 이내 의문이 생겨 물었다.
“그런데 정민, 그렇게까지 방법을 찾는 이유라도 있어?”
정민은 옆에서 닦달해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유라, 그걸 설명하려면 아주 어린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설명하기엔 너무 구구절절하여 오래 지나고 나서야 속내를 숨긴 채 웃으며 대답하는 선택을 했다.
“그냥, 재밌잖아요. 전임님은 안 궁금하세요? 인어란 존재가 무엇인지.”
“어휴 실없는 것, 그렇게 안 봤는데 계속 쓸데없는 데다가 시간 낭비나 하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주어진 일이나 따박따박하며 월급으로 연명하면 되는 거야. 자, 일하러 가야지.”
전임은 정민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연구실로 들어갔다. 정민은 잠시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바다를 잠시 응시하다 전임을 따라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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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정민의 어머니는 출장이 잦은 직업을 갖고 있어 하루 이틀 휴가를 끼워 가족들 다 같이 여행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강릉으로 출장 겸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모처럼 해안 도시에 왔으니 정민의 가족은 동해바다를 구경했다. 겨울이라 사람이 적어 나름 운치 있는 광경이었다. 당시의 정민은 바다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들어가지 못해 뿔이 났다. 그 서운함도 맛있는 식사에 잠시 밀려났다.
그 마음이 고개를 든 건 잠에 자려고 숙소로 들어왔을 때였다. 창가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는 아이를 달래서 재우려고 애쓰는 부모님, 결국 그 등쌀에 못 이겨 자려고 누웠지만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았다. 곧 정민은 바다를 또 보러 가겠다고 칭얼거렸고, 가족은 다시 바다로 나왔다. 낮에 본 바다와 밤에 본 바다의 분위기는 또 달랐다. 정민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바다를 말가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누군가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멀어서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저건 분명 두 팔을 휘젓고 있는 모양새였다. 두 팔이 달린 것이 바다를 헤엄친다, 정민의 눈에 사람으로 밖에 비치지 않았다. 아이는 눈치를 보다 부모님이 자신에게 눈을 뗀 그 잠깐을 노려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물속을 거니는 저 존재가 더 중요했다.
첨벙첨벙, 아이가 바닷물에 발을 들일 때에야 겨우 제지할 수 있었다. 그는 계속 발버둥 쳤지만 성인 두 명의 힘을 아이가 감당할 수는 없었다. 정민은 그 사람을 향해 손을 뻗고는 말했다.
“저기에 사람이 수영하고 있었어! 나도 들어갈래애!”
“무슨 소리니. 안 돼. 그것도 어두워서 잘못 본 거야. 지금은 엄마가 들어가도 위험해.”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미련이 남은 정민이 고개를 돌려 바다를 봤을 때, 바닷가에 앉은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양쪽 손을 모두 잡힌 아이는 마주 손 흔들어 줄 수 없어 그저 말갛게 웃으며 생각했다. 저 사람, 아래에 사람 다리가 아니라 물고기 다리가 달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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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민은 바다를 갈 때마다 그 인어를 찾아보곤 했다. 이 정도면 허상일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인어를 계속 찾아다녔다. 그것에게 홀려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그날 본 인어를 알고 싶어 해양생물학을 전공하고 연구소로 들어가기까지 했지만 그런 허무맹랑한 연구는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민은 스쿠버 다이빙을 배웠다. 그러나 이런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두르고는 인어에게 접근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장비를 최소한으로 착용하는 프리 다이빙도 연습했다. 인간의 몸으로는 깊이 들어갈 수 없었다. 잠수함도 거추장스러워. 남은 방법은 자신이 인어가 되는 것이었다. 영영 육지로 돌아올 수 없다 해도 좋았다. 그만큼 바다를 사랑했고, 인어에게 홀려 있었다. 그것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런 연유로 정민은 낮에는 연구소에서 주어진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밤에는 인어가 되는 방법을 찾아다녔다. 인간관계는 진작에 파탄 났다. 인어가 되는 방법을 찾겠다고 친구와 놀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의 곁에 남으려는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의 곁에는 출신도 불분명한 단 한 명만 남았다.
“있지 정민, 인어가 되어도 나랑 종종 놀아줄 거지?”
그는 정민을 말리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다. 어디서 살다 왔는지, 누구랑 지내왔는지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정민의 곁에 나타나 정민의 이해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 사람 앞에서 정민은 위안을 얻는다.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의 존재는 불가능도 계속 시도할 수 있게 만든다. 종종 그 사람의 눈빛은 묘해진다. 정말 정민이 인어가 되는 방법을 찾게 되길 바라는 것처럼, 혹은 찾을 수 있는 것처럼, 기대하는 눈빛이다. 정민은 그 사람도 인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모든 단서를 그 사람에게 공유했다.
몇 달 뒤, 정민은 자신의 이해자와 함께 사라졌다. 그를 알던 사람들은 소식을 들어도 정말 인어라도 됐겠지라며 넘겼다. 이제 와서 그를 찾아보기엔 그에 대한 애착이 사그라든 뒤였으므로. 정민의 가족만이 종종 실종자 전단지를 붙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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