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과 실탄의 무게
죽은 사람의 심장과 실탄 둘 중 어느 것이 더 무게가 나갈까.
매우 아쉬운 사실 하나. 다비안은 아주아주 오래 전- 조금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서는 보안관의 된 이후 어느 순간부터, 그리고 알란 콘라드에게 존대를 쓰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기대를 놓고 있었다. 친구라는 관계성을 옛 말로 치부해버린 보안관이 이제와서 내 친구니깐, 내 의견에 순순히 따라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니였을까. 다비안이 알란 콘라드의 시선을 한 번 따라가본다. … … 다비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아했다. 답지 않은 옛 친구-이자 부관-의 모습. 당혹과 걱정, 약간의 절박? 그 따위 단어들을 찾아냈다한들 그것을 조합하여 ‘자신이 죽은 것을 여러번 본 친구’라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은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할 사항이다. 다비안은 이만 자리를 일으켰다. 고개를 떨군 제 부관에게 다가갔다.
“아니요. 당신은 원래부터 그랬잖습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꼴과는 속내가 꽤 달랐죠. 사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듣고 싶지도 않고요. 오늘따라.”
소파에 앉아 제 두 손을 쥐고 고개를 떨굴 무서운 인상의 남자를 보라. 그 남자에게 공포따위를 느끼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시간과 정이였을 뿐인데, 정이 때어나간 지금은 왜 이렇게 됐을까. 정 때문일까. 정 덕분에 무섭지 않았던 것이였을까, 정 때문에 두렵지 않은 것이였을까. 덕분과 때문이라는 두 표현법은 상극이였으나 다비안에게 있어 가장 구분하기 어려운 단어였다.
“알란 콘라드. 살인은 무거운 중죄입니다. … …. 왠 핑커톤 같은 이야기인지, 이제와서 정의 흉내라도 내는가 싶겠지만. 나는 그것만큼은 내 마을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을 뺏어가잖습니까. 알란 콘라드. 살인범의 목숨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그 살인범에게 아내를 잃고선, 그 자괴감에 못 이겨 자살한 사람의 목숨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밤중에 도끼를 들고있는 남자를 마주친 죄밖에 없던 열살배기 아이의 목숨이 중요합니까? 저울질을 해보세요. 부관이라면 이런 판단은 언젠가 하게 될겁니다. 제가 없는 순간이 온다면 오로지 당신만이 이 결정권을 갖게 될것이란 말입니다”
그러고선, 제 허리춤의 레그홀스터로 손을 옮겼다. 약 네 발의 실탄이 들어있는 리볼버는, 본래 실탄 다섯 발 만큼의 무게였어야하지만 하나가 빠지며 약간의 무게감축이 일어났다. 실탄 한 발의 무게는 어떻게 되는가. 그것을 누군가는 가볍다 할 수 있고 누군가는 무게감은 있으나 무겁진 않다고 발언할수는 있으나, 누구에게나 이 한 발의 실탄에게 걸린 목숨의 무게는 무겁다 하였다. 다비안은 그 리볼버를 제 손에 빼들었다. 잘 움직이지 못하는 팔로 잡은 탓에 무언가 엉성해보였다. 그러고서는 알란 콘라드, 네 앞에 불쑥 내밀었다.
“아까부터 정신 팔려있던게 이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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