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음성 #14

까마귀가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냅니다.

진짜 모르겠어요. 어쩌다 보니 붙잡혔고, 벌을 받으라는데. 전 착하게 살아왔단 말이에요.

상황 설명도 못하겠어요. 그냥 눈 떠보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지하 감옥에 갇혀있었어요.

신종 납치인가 싶어 벌벌 떨면서 쫄아있었죠.. 눈을 감아도 시끄러운 날붙이 소리는 막을 수가 없어요. 어디선가 사람들이 갈려나가고 형용할 수 없는 소리까지.. 가끔 웅장한 오르간 소리도 났어요. 뭔가 위층에서 나는 것 같았는데.

운이 좋았던거겠죠?

갑자기 총성이 3번 들리더니 엄청 큰 경보음이 들려서 귀가 찢어지는줄 알았다니까요.

경보음? 다시 생각해 보니까 소리가 이상했는데.. 무슨 괴물 소리 같았어요.

전 갇혀있어서 확인할 순 없었지만 계속해서 그 소리가 들리고, 비명소리가 나더라고요.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와그작.. 거리는 소리도 들린 것 같고요. 아, 총소리가 계속 규칙적으로 3번씩 들렸어요. 노이로제 걸릴 만큼요.

동시에 감옥문이 자동으로 전부 열리고 사람들은 벙찌다 도망가기 바빴어요.. 다들 도망가고 전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멀리서 어떤 여자가 피범벅인 채로 다가왔어요. 생긴것만으로도 너무 무섭게 생겼는데 피까지 묻히고오니 기절할뻔했죠. 그녀가 절 일으켜세워주며 말하더라고요.

정말 미안하다고요. 그녀는 저에게 나가는 곳을 알려주곤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듯 반짝이며 사라졌어요. 저에게 흰색 장미를 주고 떠났는데 이곳을 나가고 한동안 절대 버리지 말라더라고요? 아니, 당연히 수상해 보여서 그냥 바닥에 버렸죠..

밖을 뛰쳐나가니 저를 잡으러 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어요.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죽어있더라고요. 특히 그녀와 똑같은 옷을 입고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만요. 어떤 사람들은 물어뜯긴 것처럼 갈가리 찢겨있고, 총알들은 널브러져 있고..

도와줄 거면 끝까지 도와주지 그런 곳을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는 도중에 토만 몇 번 한지 모르겠어요. 시체 밭을 걸었다고요.

돌아다니다 엄청 큰 늑대가 머리 두 개만 잘려서 덩그러니 놓여있는걸 봤어요. 늑대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그런 건 처음 봐서.. 개과인건 확실해요.

모르겠어요, 제가 뭘 잘못해서 그곳에 간 건지.. 미안하다는 건 뭔지, 아직도 그때가 생생해요. 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미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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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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