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제연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기어이 심부 깊숙이 안고 있던 진심 한 조각을 내뱉고야 만다. “나도 주인에게 상냥하게 굴고 싶어.” 더할 나위 없는 사랑과, 더할 나위 없는 야속함과, 더할 나위 없는 다정과 더할 나위 없는 쓸쓸함을 담아서. “하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 그렇지?” 이 남자의 첫 태도가 자신임을, 쇼쿠다이키리
아키라와 무명의 대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선배와 했어.” 무명의 말을 들은 우구이스마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느때처럼 차를 홀짝이며 그렇구나, 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무명은 제 선배와 사람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제법 즐거웠던 지라,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종종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 주
그것은 겐지의 중보라 불리는 명예를 지닌 물건. 그 남사는 지켜야할 규칙과 해야할 의무에 엄격한 자. 그는 히게키리의 동생이라는 존재에 어울려야하는 자. 그는 스스로가 인지하는 세 가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은 족쇄가 되어 그를 옥죄어왔다. 그러나 그는 답답해하기는 커녕 기꺼워하였다. 그는 겐지의 중보로서의 명예를 중히 여겼다. 히자마
살아있음은 느닷없이 흩어지는 법이다. 그리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히게키리의 주인은 그리 생각하는 이였다. 히게키리로 말하자면, 그런 주인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 신기했고,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가 들리면 즐거웠다. 물건인 채로 있었다면 지난 천년과 앞으로의 천년이 그리 다를바
무명 자신은 왜 새로운 우구이스마루를 깨울까 고민했던가. 그것은 궁금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동소체들을 보았으나 그것은 다른 이의 손에서 현현된 다른 이의 남사. 제 영력으로 현현된 같은 남사는 아직까지 없었으므로, 무엇이 다를까, 하고 순수하게 궁금해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런 인간의 마음 같은 것
주인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히자마루는 생각했다.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무명'은 본질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응시하는 남자를 멀찍이에서 바라보며, 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는 너와 나 뿐이야. 너는 지금 여기서 네 할 일을 하면 돼. 언젠가의 그 말이, 저도 있는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