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린님네(109호)

[우구무명] 시계는 오늘도 똑딱똑딱

아키라와 무명의 대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선배와 했어.”

무명의 말을 들은 우구이스마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느때처럼 차를 홀짝이며 그렇구나, 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무명은 제 선배와 사람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제법 즐거웠던 지라,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종종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 주제에 대해서 다른 이들과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도검남사에게 꺼내기에는 적절치 못한 주제임을 알아 함부로 묻진 않았다. 이미 카슈가 둘이 만나면 늘 머리 아픈 이야기를 한다고 불만스럽게 이야기한 터라, 더욱 그러하였다. 히게키리라면 어울려줄까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원정을 떠나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띈 것이 우구이스마루였다.

무명의 우구이스마루는 그 성정이 보통의 우구이스마루와는 다르다. 정부에서 그리 말했지만, 무명으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는데, 흥미로운 주제를 만나고 나니 ‘보통의 우구이스마루와는 좀 다른’ 그의 우구이스마루가 어떤 대답을 해줄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질문했다.

“네 생각에 사람의 영혼이 머리에 있을 것 같아, 가슴에 있을 것 같아? 영혼은 기억을 담고 있는 무언가일까, 혹은 동력원에 지나지 않는 걸까?”

제 주인이 즐겁게 재잘재잘 떠드는 양을 가만히 바라보던 우구이스마루가 모처럼 대화에 어울려주는 답을 했다.

“나는 머리에 있는 것 같구나.”

“기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목이 떨어지면 몸과 영혼이 분리되니까.”

“그렇게 치면 어딜 갈라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래도 그 대답이 도검남사 다울지 모르겠다. 무명은 허허,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를 마주보며 방긋, 미소 지은 우구이스마루가 다시 시선을 돌리고는 찻잔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잔을 입에 대기 전에 아, 하고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꼭 영혼이 아니더라도 괜찮더군.”

그러니 머리에 있을 것 같네. 하는 의미심장한 말에 무명이 의미를 헤아리려 우구이스마루를 바라보았으나, 그의 태도는 이미 무명이 어떤 반응을 하든 상관없다는 양 하늘, 혹은 더 먼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소한 건 신경쓰지마렴.”

시계가 몇 바퀴를 돌았는지 같은 건, 세어도 의미가 없으니까.

기이한 침묵이, 따뜻한 차를 알맞은 온도로 식힌다.

똑딱, 똑딱. 시계는 오늘도 그런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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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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