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구무명] 鳥足之血(조족지혈)
피린님네 우구 먹방을 보고 생각이 나서 적폐날조
무명 자신은 왜 새로운 우구이스마루를 깨울까 고민했던가. 그것은 궁금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동소체들을 보았으나 그것은 다른 이의 손에서 현현된 다른 이의 남사. 제 영력으로 현현된 같은 남사는 아직까지 없었으므로, 무엇이 다를까, 하고 순수하게 궁금해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런 인간의 마음 같은 것을, 과연 신은 꿰뚫어보는구나.
누군가는 습합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도검남사의 그릇을 확장시키는 일이라고 하였다. 현현시키기 전의 검에는 보이는 혼도 마음도 없으니, 그저 물건과 물건을 잇는 행위라고. 무명은 궁금했다. 똑같은 그릇에 같은 힘이 들어가 마음을 깨우면, 그 둘의 성질은 같아야하지 않는가? 같은 모습과 같은 성정을 지녀야하지 않나?
그것을, 새로이 얻은 검이 알려주기를 바란 것이다.
합리와 효율 따위의 명분도 내세우지 않고 그저 의문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사소한 마음을, 무명의 검은 한 눈에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도리어 아쉬운 마음이 사라졌다.
“사소한 것은 신경쓰지 마려무나.”
방긋 웃은 무명의 우구이스마루는 무명의 어깨에 손을 얹어 자신을 바라보기를 종용하였다.
“네가 궁금해하던 우구이스마루는 여기에 있으니까.”
그 말의 의미를 헤아리려 무명이 우구이스마루의 눈을 들여다보았을 때, 우구이스마루는 그 답지 않게 말을 길게 이어나갔다.
“봐라, 주인. 네가 궁금해하던 우구이스마루는 여기에 있다. 내 안에 스며든 것이지. 처음부터 하나였던 양, 그 일부가 잠시 떨어져나갔던 양, 그것이 다시 내 안에 들어온 것 뿐이다.”
그 말을, 무명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러니 주인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면 나를 들여다보면 된다. 나의 눈빛이 궁금하면 내 눈을 바라보고, 내가 어떤 말을 하는지 궁금하면 내 말을 듣고 있으면 된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 궁금하면 그 움직임을 보면 돼. 그것으로 주인의 의문은 해소할 수 있다. 그것이 곧 나니까.”
“습합을 하는 것으로, 너는 많이 변할까? 변했어?”
우구이스마루는 무명의 질문에,
“그것은 새발의 피와 같다.”
고 대답하고는 방긋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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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작은 늑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앉아서 차근차근 다시 읽어봅니다 >.< 해가 떠 있는 낮에 읽으니 또 다른 느낌이 드네요 ㅋㅋㅋㅋ '합리와 효율 따위 명분 없이 그저 의문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마음' <- 다시 읽어보면 바로 이 사소함이야말로 무명 군이 우구의 동소체를 현현시키려고 했던 시도의 본질이 아닌가 싶어요. 새로운 우구이스마루를 보고 싶어서? 우구이스마루란 '원래' 어떤 존재인지가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니고, 정말로 '동소체'란 무엇인가? '습합'은 무엇인가? 가 궁금하기 때문에. ㅋㅋㅋㅋㅋ 어떻게 보면 다른 남사라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사실 혼마루에 따라서 도검남사가 자신의 동소체를 현현시키는 데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게 당연한 곳도 있겠죠. 현현과 도해는 사니와의 권리니까요) 우구이스마루는 바로 "무명의 의도가 순수한 궁금증 그 자체였기 때문에" 이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ㅋㅋㅋㅋ 질투가 나서도 아니고, 불안해서도 아니고, 그저 "너는 궁금해할 이유가 없어. 내가 너의 전부니까." 라는 식으로요 ㅋㅋㅋ 평소에는 무명을 닮아서 말도 그리 많지 않고, 필요한 말만 하고, 웬만한 건 그러려니.. 하는 식으로 넘어가던 우구이스마루가 드물게(!) 무명군의 어깨를 붙잡고 자기 할 말을 조곤조곤 늘어놓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다시 봐도 넘 좋았어요ㅠㅠㅠ 멋진 로그 감사합니다..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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