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옆 경찰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법

호개 사망 if

EAND by M0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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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끼니만큼은 챙겨 먹어야 한다고, 그래야 나쁜 놈 잡는다고. 그래서 필은 도진이 세상을 떠난 날도, 순복이 살해당한 날도 입 안에 무언가를 밀어 넣었다.

오늘은 호개의 발인식이었다. 성치 않은 제 몸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다며 웃어 보인 필은 아픈 내색 하나 없이 호개의 관을 들어 올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방팔방에서 곡소리가 났다. 필은 울지 않았다. 지금 울면 호개를 떠나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몇 시간 남지 않은 도시락을 샀다. 시간이 시간이라 남은 것은 하나였기에 선택지가 없었다.

집 현관문을 열고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은 필은 곧바로 사온 도시락을 뜯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버튼을 누르자 렌지 조명의 약한 불빛이 얼굴에 닿았다가 띵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덮여 있던 뚜껑을 열자 밖에서 사온 밥 특유의 향이 약하게 흘러나왔다. 봉지에 같이 담겨 있던 나무젓가락을 당기자 한 쪽이 쪼개지다 말아서 젓가락질을 하기 힘든 모양새가 되었다. 덩어리진 채로 데워진 밥을 작게 뜯어 입에 집어넣자 기분 나쁜 축축함이 입 안에 퍼졌다.

"윽... 우욱..."

숨이 죽어 흐물해진 채소를 삼키고, 양념이 말라버린 고기를 씹었다. 넘어가지 않는 것을 물 한잔을 전부 비워서 욱여넣자 금세 속이 더부룩해졌다. 그래도 필은 젓가락을 놓지 않고 조금씩 도시락을 비워나갔다.

평소였다면 금세 비웠을 밥을 한 시간씩이나 걸려 먹은 필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오늘도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아파트 벽에서 누군가의 생활 소음이 귀를 때리고 있었다.

"형......"

이렇게나 시끄러운데도 듣고 싶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어두운 집안만큼이나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마음에, 결국 필은 두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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