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린님네(109호)

[히자무명] 동상이몽

피린(@ Pirin_Honmaru)님네 가내드림 적폐날조 3차창작

주인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히자마루는 생각했다.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무명'은 본질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응시하는 남자를 멀찍이에서 바라보며, 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는 너와 나 뿐이야. 너는 지금 여기서 네 할 일을 하면 돼.

언젠가의 그 말이, 저도 있는 줄도 몰랐던 무언가를 흔들어 깨웠다고 생각한다.

소중히 여겨지고 싶다. 그것은 물건이기에 가지는 욕심인가. 가장 소중히 여겨지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타인에 비해 불안정한 영력을 가진 제 주인이 저를 현현시킬 때 불온한 것을 함께 깨워버린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이 불온한 것을 깨운 주인이 아닌가. 그리 생각하며 주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합리화하기에, 히자마루는 지나치게 성실했다. 도검남사로서 지켜야할 규칙과 규율 상기한다. 겐지의 중보로서의 명예와, 사니와의 가신으로서의 의무를 잊지 않는다. 히게키리의 동생에 어울려야하는 자신을 유념한다.

그 모든 것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해지는 수 밖에 없다고, 히자마루는 생각한다. 이 혼마루에 있는 어떤 남사보다도 강해지면, 주인에게 어울리는 검이 되면, 무명도 저를 제일 소중히 여겨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히자마루는 스스로에게 무명에게 걸맞는 검이라는, 네번째 족쇄를 채웠다.

비록 그것이 그의 주인이 바라지 않는 형태라 할지라도, '무명의 히자마루'는 지나치게 성실하여 비틀린 성정을 가진 자였기에.

일그러졌기에 아름다워보일지도 모르는 그 족쇄의 이름은 분명 사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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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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