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쩌다가
에나마후 마후에나
“하.”
입술을 떼니 열로 뜨거운 뒷목이 당겼다. 언제나 적응이 안 됐다.
얘랑은 한글도 못 뗀 어린아이를 건드는 느낌이 든다니까...
에나는 자기 삶에서 가장 나쁜 짓을 했던 순간보다도 얼굴이 홧홧했고 안구 윗부분이 저렸으며 약간은 울 것 같았다.
이런 속도 모르고 마후유는 시선을 내리깔고 에나의 입술을 바라봤다. 더 원하는 거겠지. 하, 흡. 키스따위는 이제 예삿일이라 숨 쉬는 법 정도는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배덕감이 몸을 긴장으로 몰았다. 얼굴도 몸도 성숙하고 몸짓도 예절이 밴 어른에 가까운 애가 왜 이리 나를 죄인으로 모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에나.”
미간을 찌푸린 에나에게 마후유가 재촉했다. 그토록 원하는 주제에 저 먼저 키스해오는 일은 없는지 모르겠다. 그랬다면 순순히 어른으로 취급할 수 있었을 텐데.
에나는 지그시 그 눈을 바라보다가 코가 부딪치지 않게 고개를 어긋나게 틀어 가까이 다가갔다. 진짜 내가 어쩌다가 얘랑 이런 관계가 됐지?
자신은 물론 객관적으로 모자람 없는 편이긴 했다만, 그림에 청춘을 쏟아붓는 통에 그런 건 일찌감치 단념했었다. 저와 비슷한 길일 것이 분명한 부친도 서른이 넘어서야 자신을 얻었으니, 자신도 비슷할 정도에 결혼할 상대를 구하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그게 마후유라고는 애초에 가능성에 넣지도 않았다. 사는 세상이 다른데 같은 서클이라고 겨우 접점을 가진 것 뿐인데. 이런 깊은 접촉을 하리라고는.
“하, 움…”
그런 마후유한테서 흘러나오는 얕은 신음이 에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마후유가 눈을 감았기에 망정이지, 에나가 꼴사납게 인상을 찡그린 걸 볼 뻔했다. 봐봤자 마후유가 에나에게 실망할 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마후유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은 아직도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어느쪽이 잘났니 못났니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그냥… 마후유를 건드는 자신이 밑도 끝도 없이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게 제일 문제였다.
이미 몸을 허락한 사이인데도 에나는 매번 이랬다. 그런 에나를 보고도 마후유는 별 언질도 없었다. 먼저 적응을 해버렸는지 그런 면까지 감싸안으려는지. 아마 에나의 속사정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건 제 바운더리에 얻어낸 사람이니까 안심을 안겨서 아예 정착시키려는 의도일지도. 알 방도는 없었다. 마후유가 속내를 드러내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약간 달아오른 마후유의 체온을 느끼며 에나는 다시금 자신이 이런 일을 하는 상대가 누군지 체감했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그 의문에 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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