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a가, 아니, 미즈키가 죽었다. 여름날의 함박눈 같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식을 접한 지 이제 막 하루가 지나고 있다. 이변을 눈치 챈 건 오늘 25시 때였다. 영상 편집만 끝나면 바로 올릴 수 있는 신곡이 하나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미즈키에게서 파일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업에 관련된 시간 약속을 어긴 적도 별로 없었고, 만약 시간을 맞
*전 글 '꿈-자각몽과 악몽'에서 이어지는 부분이 조금 있습니다. 읽고 읽으시면 조금 더 원활한 이해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아키야마 미즈키는 오랜만에 기분이 안 좋았다. 안 좋다고 해 봐야 평소에 단전에 담겨 있는 우울 위에 울적이 몇 숟갈 얹어졌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즈키는 그것에 불행까진 아니더라도 불쾌함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루이.” “왜 그러니, 네네?” “잠깐…….” “잠깐?” “같이 밖에 나가 줄 수 있나 해서.” 쿠사나기 네네의 제안에 카미시로 루이는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네네는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었다. 이유는 무겁고도 간단했다. 처음으로 주역을 맡은 공연에서 저지른 단 하나의, 단 한 번의 실수가 바로 그것이었다. 네네는 그
세카이에 앉아 머릿속을 부유하던 악상을 정리해 나가고 있는데, 돌연 뒤에서부터 감싸 오는 부드러운 중량과 향기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이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존재가 미쿠들과 나이트코드 멤버들뿐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튀어나온 생리적인 반사 반응이었다. “미, 미즈키……?” 목과 어깨에 둘러진 두 팔 위로 보이는 옷차림의 편린
“졸업 축하해, 선배.” “후후, 감동적이네.” “그럼 말만 감동적이라 하지 말고 눈물이라도 흘리지 그래?” “오야?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인데, 혹시 안 보이니?” “네, 네. 나쁜 사람이라 그런지 하나도 안 보입니다~.” 졸업식 당일,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이르게 고개를 내민 분홍빛 꽃잎을 품은 많은 벚나무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 나이트코드 멤버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여 있었다. 무슨 중대한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신곡 업로드를 끝낸 뒤의 뒤풀이로써 모인 것이었다. “역시, 이번 곡에도 댓글 엄청 많이 달렸네~.” 스마트폰으로 영상에 달린 반응을 확인하며 아키야마 미즈키가 입을 열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시노노메 에나가
미즈키의 핸드폰이 울린 건 그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가볍게 학교를 빼먹고 집에서 영상 작업을 하고 있던 정오를 조금 지난 때였다.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한 미즈키는 “별일이네.”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루이?” “야아, 미즈키. 오늘도 어김없이 땡땡이 중이니?” “뭐, 그렇지~. 랄까,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했어?
*두 사람이 성인이 된 시점입니다. *전 글의 번외격 글입니다. 이 글을 읽지 않으셔도 전 글을 이해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으나, 이 글을 원활히 이해하시기 위해서는 전 글을 읽으시는 게 좋습니다. 후, 하고 얕은 숨을 내뱉자 희뿌연 입김이 사뿐히 허공에 번져 나갔다. 눈 한 번 깜빡인 틈에 자취를 감춰 버린 입김이 어딘가 나처럼 느껴져서 나도
*'쇼타임 룰러'에서 루이의 두 번 다시 고독해지지 않을 거라는 가사와, 미즈키 성우 분께서 '너의 밤을 줘'를 녹음할 때 루이를 생각하며 녹음했다는 것을 듣고 끼적여 봤습니다. *등장인물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입니다. —- 시침이 ‘11’이라는 숫자를 가리키는 늦은 밤. 딩동, 하고 맑고 투명한 초인종 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몇 십 분 전에
1교시부터 수업을 빼는 건 이제 예삿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등교하자마자 옥상으로 향하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어떤 특별한-당연하겠지만 부정적인 의미에서의-일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오늘따라 옥상에 가고 싶다는 충동이 심장과 뇌를 거세게 때렸다는, 이성이나 논리 따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탓이었다. 처음에는 한숨과 함께 잡았던 밋밋한 옥상의 출입문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사고사, 모브 캐릭터의 자살 요소가 있습니다. *캐해가 미흡해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키야마 미즈키는 버스 창문에 기댄 채, 별 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고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풍경을 무감정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가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은 후부터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미즈키의 태도는 마치 “저는 이것밖에 못
"오, 오오오오!!!!" 주변의 안목이 모두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 시선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떠나갔다. 그는 다름 아닌 텐마 츠카사로, 과장된 몸짓이나 큰 목소리, 격양된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언제나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그가 늘 그럴 때마다 시선을 돌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오늘 아침에 소리를 지른 건 제법 타당한 이유였다
크리스마스. 축복이 오가는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날,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날. 슬슬 찾아오는 두통에 헤드셋을 벗자 한숨이 흘러나왔다. 온 거리가 반짝이고 캐롤이 범람하는 이 계절에는 늘 곡이 써지지 않았다. 이제 카나데는 예전처럼 조급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사람들이 있었다. 선물을 받고 나서는 활짝 웃었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
시노노메 아키토는 미술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 시노노메 신에이의 성을 물려받았음에도 그랬다. 아키토는 아버지와 에나가 삐그덕거리고 틀어지다 결국은 언성을 높이는, 그 지겨운 갈등을 한 번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 둘의 세계였고 아키토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에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것 뿐이었다. 전시회
마후유가 돌아오는 꿈을 꾸곤 했다. 마후유가 활동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된 시점에는 같이 작업을 하는 꿈을 꿨다. 나이트코드로 주고받는 연락마저 조금 뜸해질 시점에는 세카이에서 만나는 꿈을 꿨다. 미야마스자카의 기말 시험이 가까워져, 호나미나 이치카로부터 소식만 겨우 전해 들을 때 쯤에는 메일을 받는 꿈을 꿨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둘로부터 들려오는 소식
장례식장은 추웠다. 어머니는 꽤 발이 넓은 사람이었고 그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마후유의 몫이었다. 마후유는 냉기가 도는 바닥 위를 바삐 돌아다녔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인사를 나눈 뒤 다과를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얼어붙을 것 같았다. 두 발이 어머니의 영정사진 앞에 영영 묶여 버릴 것 같았다. "안쓰러워라..." 향수 냄새가
"마후유, 아프진 않아?" 미즈키는 옆에서 걷고 있는 마후유를 흘깃 쳐다보았다. 안드로이드, 그것도 아사히나 사의 최신식 안드로이드가 통증을 느낄 일은 없다. 그걸 알면서도 입에서 질문이 불쑥 튀어나온다. 마후유의 외형이나 말투가 인간과 같기 때문일까. 괜찮아. 마후유가 전보다 묘하게 힘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각 센서에는 이상 없어. 아니다. 다른
피로하다. 관성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아사히나 마후유는 그렇게 생각했다. 책상 위에는 아직도 선물이 꽤 많이 쌓여 있었다. 마후유는 초콜릿 박스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사히나 선배, 생일 축하해요. 그렇게 말하던 후배의 얼굴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그 말이 어쩐지 자신의 몫 같지가 않았다. 선물도, 축하도, 케이크도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이고 자신은 다만 그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