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마후]이른 생일

카미시로 루이×아사히나 마후유

프세카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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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작년보다 확연하게 높은 기온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게 되는 날이었다. 편의점에서 구매한 아이스크림의 포장지를 뜯으면 직전에 꺼내온 것인데도 벌써 표면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황급히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문다. 입안 가득 퍼지는 냉기와 소다의 단맛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찰나, 녹은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려 손에 하늘색의 줄무늬를 만들었다. 평소처럼 라무네 사탕이나 살 걸 그랬나 약간의 후회를 가지며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는다. 빨리 집에 가서 손을 씻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여 순간 움직임을 멈춘다.

“...아사히나 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처럼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나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연자로서의 체면이라고 해야 하나, 아사히나 씨는 특히 신경 쓰이는 관객이기에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미 늦은 것으로 보이지만. 아사히나 씨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손수건을 내밀었다. 손에 들려있던 아이스크림은 이미 녹아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아, 손수건은 괜찮아요. 제 거 쓰면 돼서.”

아이스크림이 묻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주머니에 들어있던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는다. 끈적거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만족하며 손수건을 도로 넣는다.

“아사히나 씨는 집에 가던 중이었나요?”

그는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이미 하교 시간은 한참 지난 뒤였고 아마도 학원이 끝난 뒤 돌아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추측했다.

“네. 학원에 다녀와서… 아.”

“무슨 일 있나요?”

“그게… 조금 이르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그렇게 말하며 아사히나 씨는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나에게 내밀었다. 손바닥 두 개 정도의 크기인 종이봉투 안에는 리본으로 묶인 상자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뒤면 내 생일이었지. 아사히나 씨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넘어가더라도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서 조금은 놀랐다. 아사히나 씨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는 멋쩍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있으면 생일이라고 미즈키한테 들었거든요. 당일에는 시간이 안 날 거 같아서요. 제 생일 때의 답례예요.”

아사히나 씨의 말에 몇 달 전의 일을 떠올린다. 나와는 반대로 겨울의 한가운데 있는 아사히나 씨의 생일날 간단하게 축하 선물을 해준 적이 있었다. 당일날 준비한 선물이었고, 아사히나 씨는 인기가 많으니 나의 선물이 크게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작은 호의마저 잊지 않고 돌려주려고 하는 마음은 아사히나 마후유의 상냥함일 것이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않으며 친절에 화답한다.

“선물 감사합니다.”

쇼핑백에 담긴 선물 상자를 꺼내려다 손이 묻어있던 아이스크림을 기억해 내곤 쇼핑백의 끈을 고쳐잡았다.

“신경 써서 고르긴 한 건데 카미시로 씨가 맘에 들어 하실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를 위해 준비해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선물인걸요.”

쇼핑백을 한 쪽 팔로 옮기고 주머니에서 아무런 무늬가 없는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의아해하는 시선 앞에서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살짝 움직이면 순식간에 종이가 작은 토끼 피규어로 변한다. 아사히나 씨는 놀라움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카미시로 씨는 마술도 할 줄 아시나 봐요.”

“간단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요.”

아사히나 씨에게 토끼 피규어가 들린 손을 내밀면 당황하면서도 내가 건넨 피규어를 받아 든다.

“이건 선물에 대한 보답이에요.”

“하지만 그건 카미시로 씨의 생일 선물이었는걸요. 보답을 주실 필요는 없었는데…”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즐길 줄 모르는 관객에게도 쇼의 즐거움을 전하는 게 나의 역할.

“아사히나 씨.”

“네?”

“저희 같은 사람들에겐 관객의 미소가 최고의 선물이에요. 봐주는 사람이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거든요.”

살짝 윙크하며 물론 아사히나 씨가 주신 선물도 기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평소보다 웃는 표정에 신경 쓰며 말하면 나를 바라보던 아사히나 씨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건 정말… 카미시로 씨 다운 말이네요.”

폭소도 비웃음도 아닌 잔잔한 미소. 순간 아사히나 씨의 미소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에무 군이 언젠가 말했던 진짜 웃음을 나로선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지금의 미소만큼은 진실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느낀 감정이 설명되지 않았으니까.

내 눈앞에서 쇼를 보고 웃었던 어떤 관객의 웃음보다도 아사히나 씨의 미소가 강한 인상을 줬다. 이것은 우울해 보였던 관객의 미소를 본 기쁨일까? 뿌듯함일까? 그랬다면 기쁜 마음만이 들었겠지만 어째서인지 아사히나 씨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기 어려웠다.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그 보라색 눈동자에 나조차 모르는 감정이 그에게 흘러 들어갈 것 같아서.

혼란에 빠져있던 시간도 몇 초, 아사히나 씨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선물 드리려고 온 건데, 아까 아이스크림 떨어뜨려서 못 드셨죠? 저 때문도 있으니까, 제가 하나 사 드릴게요.”

그런 말을 하며 편의점 입구로 걸어가는 아사히나 씨를 바라보다 따라 걸어갔다.

“그럼 제가 아사히나 씨 몫을 사드려야겠네요. 아이스크림의 답례로.”

싱긋 웃으며 대답하자 방금보다 장난기 어린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이러다간 답례가 끊이지 않겠는걸요.”

가볍게 던져진 말에 드는 기대감도 그가 나의 관객이기에 드는 감정인 걸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며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척 시선을 돌린다.

“저는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똑같이 장난기가 담긴 목소리로 답을 돌려주면 커지는 웃음소리. 다음에도 계속해서, 이 사람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건 특이한 관객을 마주한 연출가의 열정일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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