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마후]그들만의 크리스마스

카미시로 루이×아사히나 마후유

프세카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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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나왔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약속 시간까지 10분 정도 남아있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주변 사람들의 발소리와 말소리 그리고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아사히나 씨!"

돌아보면 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 보였다. 그는 단발 정도의 길이를 하나로 묶은 채였는데 급하게 왔는지 삐져나온 잔머리가 보였다. 벌써 저만큼이나 길어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카미시로 씨."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요. 저도 온 지 별로 안 됐어요."

내 앞에 멈춰 선 그는 머리카락을 정돈하듯 쓸었다. 그는 평소와는 달리 차분한 색감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마주 보며 웃는 그의 눈에 괜히 어색해져 시선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옷은 다른 사람이 골라준 것일까. 나도 비슷하지만. 나는 코트소매를 만지작거렸다.

"손이 이렇게 차가운데요."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루이의 손이 내 손을 감쌌다. 온기가 손에서 손으로 옮겨온다. 올려다보면 그가 내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

"잘랐네요, 머리."

목 언저리에 손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는 손길이 간지럽다.

"잘어울려요."

"...감사합니다."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이 떠나가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던 찰나 목에 포근한 천의 감촉이 스쳤다. 루이는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나에게 둘러주었다.

"요즘 상당히 추워졌으니까요. 따뜻하게 하고다니세요."

"...저한테 이걸 주시면 카미시로 씨가 추우시잖아요."

"저는 이거면 돼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 손을 잡아 왔다. 내 손이 그의 손보다 훨씬 차가울 텐데도 루이는 손을 놓지 않았다.

*

손을 맞잡고 걸어가면 거리의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온다. 둘러보면 곳곳에 장식된 크리스마스용 소품들이 보였다. 반짝거리는 전구들이 곳곳에 매달려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빨간색과 초록색의 장식이 설렘을 더해준다.

"조금 있으면 벌써 크리스마스네요."

흥미롭게 거리를 둘러보던 루이가 입을 열었다. 시선은 거리에 머문 채였다. 이럴 때면 그가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보이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표정이 좋았다. 내가 작게 웃으니 그는 내 쪽을 돌아봤다. 문득 그가 기념일 시즌마다 바빠진다는 게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가 얼마 뒤인데 바쁘지 않으세요? 무리하시는 거면…"

"괜찮아요. 쇼 관련해서는 거의 정리가 돼서 어느 정도 여유는 있어요. 그리고,"

그는 나와 맞잡은 손을 고쳐잡아 깍지를 꼈다.

"저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아사히나 씨와 같이 있고 싶은걸요."

"…"

따뜻했다. 정말로 따뜻한 사람이었다. 잡혀있는 손을 놓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말인데 아사히나 씨, 크리스마스에 시간 괜찮으세요?"

"크리스마스에요?"

"그날에 피닉스 원더랜드에서 특별한 쇼를 할 예정이거든요. 원더쇼 멤버들도 모일 거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원더랜즈 쇼타임은 모두 각자의 목표를 위해 흩어졌다고 들었다. 그 뒤로 그들이 모여쇼를 하는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그에게도 특별한 날일 것이었다. 나도 함께하고 싶었지만, 나는 크리스마스에에 선약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그날에는 니고와 함께 보내기로 해서… 일정을 조정해 보면 다 같이 보러 갈 수도 있기는 할 텐데, 한 번 물어볼게요."

"그런가요? ...아쉽네요. 에무 군도 아사히나 씨가 오시면 좋아했을 텐데. 저도 꼭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거리 광장에는 올려다보면 목이 아플 정도로 커다란 트리가 세워져 있었다. 그 주변에는 사진을 찍는일행과 대화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보였고 작게 버스킹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아직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거리엔 이미 들뜬 감정이 맴돌았다.

"그러면… 이브 날에는 어떠세요?"

"저는 괜찮은데 카미시로 씨는…"

"저도 괜찮아요. 무리하는 것도 아니고요. 크리스마스 쇼를 보러오실 수 없다면 다른 선물을 드리고 싶거든요."

그는 잡고 있던 손을 입가로 가져가 내 손등에 짧게 키스했다.

"오직 당신만을 위한 크리스마스 쇼를 준비할게요. 주인공은 아사히나 씨고 상대역은-"

"카미시로 씨겠네요."

"맞아요."

우리는 마주 웃었다. 찬바람 때문인지 붉어진 그의 얼굴에는 행복이 묻어나왔다. 나도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사히나 씨."

"네?"

"사랑해요."

"...저도요."

사랑한다는 말에는 힘이 있었다. 영하를 내려가는 온도에도 녹아버릴 듯이 따뜻해진다. 아직은 사랑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에 담겨있는 무게는 충분히 느껴진다. 아마도 이런 걸 행복이라고 부르는 거겠지. 서로에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편안함. 그도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마주 잡은 손의 힘이 들어갔다.

"아사히나 씨, 이쪽으로 와보세요."

그가 이끄는 곳으로 가보니 쌓여있는 흰 눈이 보였다. 주변에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듯한 눈사람 몇 개가 보였다. 루이는 눈이 쌓인 곳에 쪼그려 앉아 눈을 뭉쳤다. 만들어진 눈사람은 작은 구 두개가 붙어있을 뿐인 모양이었지만 귀엽다고 느껴졌다. 돌아보면 눈을 만지느라 빨갛게 물든 루이의 손이 보였다.

"손 시리지 않으세요?"

바로 옆에서 손을 뻗어 손을 감싸면 눈이 녹아 생긴 물기와 함께 차가움이 느껴졌다. 손을 잡고있으니 루이가 내게 살짝 기대왔다.

"...아사히나 씨, 저 추운데 안아주시면 안 돼요?"

"...손만 잡고 있으면 괜찮다면서요."

"눈 만져서 더 추워졌어요.

"..."

무릎을 구부려 앉아있던 자세를 바로 하고 팔을 살짝 벌리면 루이가 따라 일어나 안겼다. 그의 체격이 더 크기 때문에 내가 안긴듯해 보이겠지만. 두 팔로 그의 몸을 감싸니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한쪽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 내 어깨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왜요?"

"...오늘따라 귀여워 보여서요."

"평소에는요?"

"음…"

그의 웃음소리 뒤로 입술에 따뜻한 것이 닿았다.

"아사히나 씨가 더 귀여워요."

그 순간만큼은 그 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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