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봐
에나마후 마후에나
“에나가 좋아.”
“또 그거야?”
세카이에서 긴장감도 없이 퍼질러 누워있으니 들은 말이었다. 분명 열원도 없을 텐데 바닥이 차가운지 아닌지도 구분이 가질 않았다.
“또가 아니라 계속.”
“그런 말을 들어봤자…”
물론 나는 예쁘고, 상냥하고, 고백 받아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람이지. 하지만 고백의 발언자가 마후유라면?
“하아, 그래. 어디 한번 얘기해보자.”
“응.”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제법 자신감이 들어간 대답이었다. 과연 이 미스테리를 풀어줄 의사가 생겼나?
마후유가 숨을 부자연스레 삼켰다가 툭 뱉었다.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면 긴장의 증거로 볼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는 무작정 이쪽 손을 잡아왔다.
“좋아한다는 건, 잘 몰라.”
“그래.”
“하지만, 남들이 말하는 비유를 되짚어보면 이건 좋아한다는 게 맞는 것 같아.”
“이건? 어떤 게?”
“생각나고, 만나고 싶은 거.”
말문이 막혔다. 어린 아이의 고백같았다. 평소 가사로 엿본 면모와 사뭇 달라 낯설었지만, 한꺼풀 들춰보면 가끔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에나는 언제나 이런 마후유가 적응이 되질 않았고, 대하기도 어려웠다. 한평생 누나로서 살아온 탓인지 져주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도 예삿일이었다.
“…그랬구나.”
“사귄다는 것도 잘 모르지만, 자주 만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잠시 생각이 몰려들어 재차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마후유는 몇년째 함께한 서클 동료고, 그럭저럭 소중한 존재였다. 사정도 알고 있으므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일 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 못했다. 워낙 자아가 없는 애라 무언가가 좋다, 하고 싶다 하는 것이 음악 말고는 궁도 같은 것들뿐이었다. 새로 무언가가 생긴 것은 축하해줄 일이었다. 그러나.
“일단 말해두는데, 난 너랑 사귀진 않을 거야.”
“앗.”
드물게 마후유가 절망한 기색이었다. 왠지 재밌었다. 평소에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건 이쪽이었는데 반대가 되다니. 웃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네 부탁을 안 들어주진 않을 거야. 만나서 시간 정도는 보내줄 수 있어.”
뭐 그래봤자 카페에 가거나, 세카이에서 각자 할 일을 하거나겠지만. 덧붙인 말에 마후유는 얼이 빠진 눈치였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네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확신이 없으니까, 둘 중 하나로 정해질 때까지는 옆에 있어주겠다고.”
웃었다. 왠지 동생처럼 느껴져서 그랬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골라주었으니 그정도는 해줄 수 있지.
넋을 잃은 마후유가 가만히 이쪽을 빤히 바라봤다.
“왜, 싫어?”
미약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만 매달리는 것 같았다. 여태껏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얘가? 어쩌다가.
진짜로. 가능성도 아주 희박한데.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마후유가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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