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아사히나 마후유는 무감각한 인간이다. 그녀가 짓는 미소는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다. 그 어떤 것을 보더라도,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마후유는 웃음을 꾸며낸다. 그녀의 주변인이 그녀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기에 마후유는 제 눈길을 끄는 한 소녀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제대로 안 먹어 아담한 체구에, 언제나 다정한 목소리로 마후유, 하고 불러주는 은빛 머리칼의 소녀. 마후유에게 있어서는 옅은 파동 같은 존재였다. 한결같이 잔잔했던 호수에 퍼지는 물결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퍼져 나간다.
처음에 마후유는 그 손길을 거부했다. 외부와 단절되어 내면으로 침잠하려던 그때의 마후유에게 따스한 손길은 그저 방해물에 불과했다. 그래도 카나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네 번....몇 번이고 마후유를 찾아와 제 손을 내밀었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이렇게까지 내쳤는데 왜 날 떠나지 않지. 의아한 눈빛으로 올려다봐도 카나데는 마후유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저 마후유가 자신의 손을 잡아줄 때까지 기다렸을 뿐. 결국 마후유는 카나데의 끈기를 이기지 못했다.
그때부터 마후유는 25시의 동료 멤버로서 카나데가 작업하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다. 평소에는 조금 멍하고 차분한 파란색 눈동자는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물속에서 싱싱하게 튀어오르는 물고기가 되어 마음껏 곡조를 써내려갔다. 자신이 받은 축복을 아낌없이 펼치며 독특한 울림을 자아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동시에, 마후유는 그 물고기의 가장 어두운 면도 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병문안을 다녀온 날 카나데는 자신도 모르게 기운이 없어지곤 했다. 자세히 듣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만큼 미묘하게 가라앉은 음성이 들릴 때마다, 마후유는 희미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도 변함없이 웃으며 작곡하는 카나데의 모습에 마후유는 알 수 없는 아릿함을 느꼈다. 너는 왜 웃고 있는 거야? 내 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절망을 안고 있는데도, 왜 계속해서 곡을 쓰는 거야? 마후유는 목까지 차오르는 질문을 겨우 삼켰다. 그녀로서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카나데는 어떠한 이유에서 미소를 지을까. 25시 멤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일까. 혹은 자신은 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웃음 이외의 표정을 지을 기력이 없는 것뿐일까.
마후유는 마음 한구석이 저려오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오랫동안 눌렸다 회복된 부위가 그렇듯 그 감각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조금은 따뜻하고, 약간은 무거웠으며 기저에는 짙은 외로움이 깔려 있는 다소 생경한 느낌이었다. 카나데랑 왠지 닮았네. 마후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느새 마후유의 오른손은 비어 있는 일이 없게 되었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는 날에도 손만은 따뜻했다. 희다 못해 창백한 손이 마후유의 손과 맞닿을 때, 마후유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마치 손안에 들어온 것을 꼭 쥐고 놓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그럴 때마다 카나데는 조금 놀라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곤 했다.
둘의 맞잡은 손은 따뜻하고 결연했다. 카나데만 있으면 무엇이든 될 것 같다고, 마후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방해물로 다가왔던 카나데는 이미 마후유의 삶 일부를 차지하는 기둥이 되어 그녀를 떠받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내가 너의 버팀목이 되어줄게.
친절하고 상냥해서 정작 자기는 돌볼 줄 모르는 사람에게. 남에게 도움이 된다면 한없이 본인을 깎아내는 사람에게. 깊고 진득한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간신히 고개를 드는 사람에게.
마후유는 그날 처음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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