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미망의 세계

[토우아키] 이상의 세계를 버리고

아오야기 토우야 X 시노노메 아키토

* 상실과 미망의 세계 후속 소설.

* 상실과 미망의 세계

* 녹턴 이전 시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

그날도 어느날과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시라이시의 제안으로 켄씨의 가게에서 모두 모이기로 했고, 그러기 위해 아키토와 함께 가게로 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조금, 달랐던 것은 아키토가 새로운 이어폰을 샀다는 것 정도?

사소한 칭찬에 목덜미를 붉히는 아키토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린 토우야는, 저 앞에서 걸어가는 아키토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토우야는 흐릿한 시야 너머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녹색눈과 마주쳤다.

아니, 세상이 뒤집힌 게 아니라 내가 쓰러진 거구나.

그런데 있지 아키토,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거야?

그 표정은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온 사람 같아.

아오야기 토우야는 의식을 잃으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

“토우야”

“어이, 토우야.”

“아키...토?”

토우야는 눈을 깜빡였다. 푸른 하늘이 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제 정신 차렸어? 아까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하여간, 사람 걱정 시키기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아키토는 제 허벅지에 눕혀둔 토우야를 억지로 일으키려고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말을 해”

아직도 힘들면 두 사람한테 연락할 테니까 집에 가서 쉴래?

그 말에 토우야는 퍼뜩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저으려다 잠시 어지러워 자신의 이마를 한 손으로 짚었다.

“아니, 괜찮아. 그 정도는 아니야.”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뭐, 네가 괜찮다면 다행이지만.”

아키토는 벤치에서 일어나며 자연스럽게 이어폰 케이스를 꺼내 이어폰을 자신의 귀에 꽂았다.

아키토가 자주 사용하던 무선 이어폰이었다.

어라? 아까 잃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토우야는 자신도 모르게 아키토의 귓가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아키토, 이어폰은...”

그 손길에 아키토가 의아한 표정으로 토우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손을 피하지는 않았다.

“이어폰이 왜?”

“아니, 아까까지만 해도 다른 이어폰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

“응? 그 사이에 꿈이라도 꿨어?”

그렇게 말하는 아키토의 얼굴이 어쩐지 굳어있어서, 토우야는 순간,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 아니야, 내가 잘못 알았나 보네.”

“실없기는. 어서 가자. 그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토우야는 아키토를 따라가면서도, 기억 속의 줄 이어폰을 낀 아키토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히 이어폰을 새로 샀다고, 했었는데. 그게 꿈이었다고?

...왤까, 그때의 아키토랑은 뭔가 다른 사람 같아.

사방을 감싸는 위화감을 애써 무시한 채로, 토우야는 다시 한번 발걸음을 옮겼다.

**

“뭐? 이벤트에 참여?”

시끌벅적한 가게 안에서, 아키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은 그런 아키토를 바라보며 발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응! 오늘 한 팀이 갑자기 빠지게 됐다지 뭐야.”

“그래서?”

“그래서 우리가 참여하겠다고 말하고 왔어!”

“어이, 멋대로 그런걸 정하지 말라고.”

“그래도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 마침 준비해둔 세트리스트도 있고, 우리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

그렇지 코하네~ 그렇게 말하며 안은 방긋 웃었다.

“으..응!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

코하네의 대답이 기쁜지 안은 코하네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키토는 두 사람에게 핀잔을 주었다.

“나 참, 결국 나가겠다는 거잖아.”

왜 물어본 건데? 아키토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그럼 토우야도 오케이인 거지?”

코하네를 놓아준 안은 토우야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그렸다.

하지만 생각에 잠겨있던 토우야는 그런 안의 말을 듣지 못하고 말았다.

“...”

“아오야기 군?”

토우야가 대답하지 않자, 코하네가 토우야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토우야가 정신을 차린 듯 퍼뜩 고개를 들어 안과 코하네를 바라보았다.

“아, 미안해. 잠시 생각을 좀 했어. 나는 찬성이야.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

“좋아, 그럼 다시 한번 오케이라고 연락하고 올게~”

기운차게 자리에서 일어난 안은 스마트폰을 들고 잠시 일행에게서 멀어졌다.

그런 안을 바라보던 토우야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토우야는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키토와 눈이 마주쳤다. 아키토는 토우야를 관찰하듯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토우야가 알던 아키토의 눈빛이 아니었다. 낯설고 차가우며, 그저 무언가를 관찰하는 공허한 눈빛...

하지만 그 시선도 잠시, 아키토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자 어느새 그 눈빛은 평소의 까칠하지만 다정한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내가 잘못 본 걸까?

“왜 그래 토우야? 아까부터 멍하니 있고 말이야. 할 말 이라도 있어?”

그 말에 토우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야, 어떻게 본인에게 네가 내가 알던 네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토우야는 자신의 진심을 다시 한번 깊은 곳에 숨겨 놓곤, 얼버무리기를 택했다.

“아니, 그냥... 세트리스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서.”

지금의 아오야기 토우야에겐 그 방법밖에 없었으니까.

**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무대에 오르면서도 토우야는 방금 전 느낀 위화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아키토가, 아키토가 아닌 것 같다니... 아키토를 앞에 두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토우야는 스스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아키토에게 큰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 간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

눈치 챘을 때는 이미 토우야의 파트가 흘러가는 도중이었다.

침묵이 무대를 감싸려 했다. 그때, 아키토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토우야의 파트를 불렀다.

마치 토우야가 그런 실수를 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그 모습이 너무 당연하기까지 했다.

그런 아키토를 따라 토우야는 다급히 자신의 파트를 이어 불렀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모두의 무대가 자신 하나 때문에 무너지게 둘 수는 없었다.

안과 코하네의 파트로 넘어가면서, 노래는 다시 안정되었다.

“....!........!”

“..!...!!!.....!”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토우야는 다시끔 떠오르는 생각을 무시하려 하며 무대에 집중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 모든 걸 망칠 뻔했다.

토우야는 이를 악물었다.

“....!!”

무대가 끝나고, 토우야는 객석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분명 그들도 제 실수를 눈치챘을 것이다. 평가가 나쁘더라도 모두의 탓이 아니야, 전부 내 탓이다. 받아들여야만 해.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사람들은 그의 실수가 처음부터 없었던 일처럼 이야기하며 그들에게 열광했다.

“역시 Vivid Bad Squad였어! 오늘도 최고인걸!”

“이 기세라면 정말로 RAD WEEKEND를 뛰어넘을지도 몰라!”

객석의 열기가 무대를 가득 채우고, 기쁨으로 가득 찬 동료들의 사이에서, 토우야는 또다시 위화감을 느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데도, 이곳에 홀로 남겨진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안이 기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무대도 정말 최고였어! 그렇지 코하네?”

안의 말에 코하네도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모두 정말 대단했어... 나도 좀 더 노력할게!”

그 말에 안이 기운을 불어넣듯이 코하네의 등을 두어번 팡팡 쳤다.

“에이 무슨 소리야 코하네도 완벽했는걸! 그래도 코하네가 노력한다면 나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는걸~”

그렇게 말한 안이 아키토와 토우야를 바라보며 밝게 말했다.

“갑작스러웠겠지만, 오늘도 수고 많았어~ 내일 연습도 힘내자!”

그럼 안녕~ 그렇게 두 사람이 먼저 걸음을 옮기고, 저 멀리에서도 보이지 않게 되자 아키토가 토우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깐 같이 걸을끼?”

“... 그래.”

오늘 라이브에서 있었던 실수에 대해 말하려는 거겠지. 토우야는 아키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었다. 두 사람은 말 없이 저벅저벅 한참을 걸었다.

토우야는 아무 말 없이 제 앞을 걸어가는 아키토를 바라보았다.

침묵 속에서 생각은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오늘의 나는 정말 엉망이었어. 몸이 좋지 않았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니까. 아키토가 화가 났더라도 이상하지 않아.

인기척이라곤 두 사람밖에 느껴지지 않는 적막한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는 그 순간, 아키토가 입을 열었다.

“있지 토우야.”

“응, 아키토.”

“만약 한 가지를 버리는 대가로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아?”

라이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야? 토우야가 의아한 표정으로 아키토를 바라보자, 아키토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였나?”

“못 들은 걸로 해줘.”

머쓱한지 뒷머리를 매만지던 아키토는 토우야를 흘끔 바라보더니 작별 인사를 하듯 손을 가볍게 까닥거렸다.

“그럼 잘 가. 토우야.”

그 시선이 자신을 또다시 관찰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건, 왜였을까?

토우야는 저 너머로 사라지는 아키토를 가만히 바라보다 자신도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

“오늘도 늦었구나.”

“그건...”

대답하려는 토우야의 말을 그의 아버지가 끊으며 말을 이었다.

“이벤트가 있었다지? 그래, 알고 있다.”

평소처럼 날선 말로 쏘아붙이겠지,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토우야를 향해 토우야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거냐”

“네가 뭘 하든, 나는 널 응원하고 있다고 했을 텐데.”

“열심히 하거라.”

토우야의 아버지는 말을 마치자마자 응원한다는 듯 토우야의 어깨를 두드리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토우야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지금, 아버지가 응원하겠다고 하신 건가?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원했던 상황일 터였지만 토우야는 오히려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래, 이건 정말로... 이상했다.

**

오늘은 정말로 이상한 날이었다. 토우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로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때, 토우야의 스마트폰이 여러 차례 점멸하더니, 화면 위로 익숙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안녕, 토우야]

“미쿠?”

이 시간에 왜 이렇게 연락을 한거지? 의아한 표정으로 홀로그램을 바라보자, 홀로그램 속 미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앞을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이건 일방적인 메시지야 토우야]

[이게 도착하는 것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위화감을 느끼고 있지 않아?]

미쿠의 말에 토우야는 자세를 고쳐 잡고 화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위화감이라면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분명 실수했는데도 최고였다고 말하는 사람들, 갑자기 태도가 바뀐 아버지, 그리고... 이상한 질문을 하던 아키토까지.

혹시 이 상황을 알고 있는 걸까?

그런 토우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홀로그램 속 미쿠는 턱을 괴던 손을 풀었다. 그리곤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건 아마, 네가 다른 ‘세계’에 있어서 그럴지도 몰라]

[누가 네 존재를 이곳에서 빼갔거든]

[지금 이 세계는 ‘초기화’가 진행 중이야]

[우리도 곧 널 잊어버릴지도 몰라]

[어느 세계에 머물지는 네 선택이니까, 존중하겠지만.]

[만약 돌아오고 싶다면 너를 여기서 빼간 존재를 찾아야 해]

[아마 그 존재는 토우야의 주변 사람으로 숨어있을 확률이 높아]

[토우야라면 그가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을거라고 생... 각, 하... 지, 마... ㄴ...]

마지막 말을 끝마치지 못한 채로, 미쿠의 홀로그램 화면이 뚝, 끊기며 노이즈와 함께 사라졌다.

토우야는 홀로그램 화면이 사라진 후에도 한참 동안 제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세계가 바뀌어? 나를 빼갔다고?

도대체 왜?

그게 진짜라면 나는...

하지만 금세, 토우야는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쿠의 말이 사실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결심한 듯 스마트폰을 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뭐야, 토우야. 이 시간에 갑자기 불러내고 말이야.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었어?”

그렇게 말하는 아키토는 정말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하는 듯 보였다. 토우야는 그런 아키토를 바라보며 이곳에 오기 전 정리한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아키토.”

“응. 왜?”

“만약 한 가지를 버리는 대가로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아?”

“응?”

“라고 말했었지.”

“아, 그거 말이야?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본 거였어. 잊어달라고 했잖아.”

그것 때문에 보자고 한 거야? 아키토는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꼈다.

“아니, 나는 대답을 해야겠어 아키토.”

“아니 진짜 별거 아니었다니까 토우야. 갑자기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면 나도 당황스럽거든?”

“그 한 가지가 뭔지... 계속 생각해 봤어.”

“...”

“있지 아키토.”

“너는, 아키토가 아니지?”

그 말에 아키토가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토우야. 그럼 내가 누군데.”

그림자가 져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에 섞인 당혹스러움을 토우야는 느낄 수 있었다.

“미안, 그건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적어도 너는 내가 알던 아키토가 아니라는 건 알아.”

그 대답에 그는 고개를 들어 토우야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달빛이 그 얼굴을 비추었다.

“그럼,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데?”

“돌아가고 싶으니까.”

“돌아가? 어째서?”

그는 성큼성큼 토우야에게 다가갔다. 토우야는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네가 바라던 게 모두 여기 있잖아.”

“너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아버지에, 너를 믿어주는 동료들,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 순탄히 이루어지고 있는 꿈까지. 어디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었잖아.”

“이 세계가 네 진짜 세계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녹색눈에 깃든 의아함에 대답하듯, 토우야는 입을 열었다.

“응, 사실은. 나도 한때는 이런 상냥한 세계를 원했을지도 몰라.”

“그럼 대체 왜...!”

“모른척했더라면, 계속 행복했을지도 모르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되돌아가. 그럼 모든 게 없던 일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어째서?”

“아키토가 그곳에 있으니까.”

“...”

“나는 아키토를 버릴 수 없어.”

“그 녀석 하나만 버리면 네가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고 해도?”

“응. 그러니까, 나를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 줬으면 해.”

그렇게 말하는 토우야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해 보였다. 그 얼굴을 바라본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토우야를 노려보다, 토우야를 향해 중얼거렸다.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그 녀석도 이미 널 잊어버렸을걸.”

“그래도 괜찮아.”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 담담한 대답에 더 화가 나는지 결국 그는 토우야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젠장! 당장 여기서 꺼져 버려!”

쩌적.

그가 소리를 지르자 마자, 토우야는 세계가 쪼개지는 소리를 들었다.

공간이 비틀리고, 하늘과 땅이 거꾸로 뒤집히고,

저 멀리서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아 이끌고 있었다.

토우야는 어느새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앞을 바라보니 저 멀리서 여전히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로,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품은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토우야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정말로, 아키토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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