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

[토우아키] Tempo Rubato

2022.08.24

빈 페이지 by 김청장
24
0
1

아키토를 만나지 못해 클래식을 전공한 성인 토우야

X

애착 아키토가 없는 토우야의 세계에 떨어진 고딩 아키토

토우아키로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내용은 논커플링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편한 쪽으로 봐 주세요.

글 연성 오랜만인 데다가 퇴고도 안 했습니다.

캐해석 아직 미숙한 프세카 뉴비...입니다. 캐해석 이상했다면 죄송.


유난히 몸이 묵직하다고 토우야는 생각했다.

어제 조금 무리를 했을까…….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어제 일을 되짚어 보며 몸을 뒤척였다.

……뒤척이려 했다.

“…….”

몸이 묵직한 게 아니라, 몸 위에 묵직한 게 있는 것 같은.

토우야는 불현듯 드는 위화감에 억지로 눈을 뜨고 누운 몸을 살폈다. 그러자 뜻밖의 무언가가 몸 위에 늘어진 게 보였다.

“……?”

사람?

“……!”

“……악!”

깜짝 놀란 토우야는 초인의 힘으로 몸 위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을 밀치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토우야의 몸 위에서 굴러떨어진 사람은 밀쳐진 대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침대 아래로 낙하했다. 덩치로 보나 목소리로 보나 절대 어리지 않은 남자였다.

토우야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움켜쥐고 주위를 살폈다. 무기……. 무기로 쓸 만한 게 필요했다.

여차하면 방 안에 있는 연습용 바이올린이라도 들어 내려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낯선 남자가 어깨 부위를 감싸쥐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주홍빛 머리, 작지 않은 덩치, 귀에 걸린 피어싱, 그리고……근처 고등학교 교복 재킷.

……가출한 비행 청소년?

“어이, 토우야, 잠버릇 한 번 고약해졌네…….”

“…….”

‘비행 청소년 하나가 가출하고 어떠한 연유로 이 집에 와 몸을 숨기고 있다’는 소설 한 편을 그려 나가던 토우야는 제 이름을 부르는 상대에게 의문을 느꼈다. 분명 처음 보는 아이인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으며, 왜 꼭 친한 사이인 것처럼 부르는지 모르겠다.

눈동자만 도륵도륵 굴려 상황을 살피던 토우야는 경계하는 투로 물었다.

“누구……십니까?”

“……하?”

 물음을 듣자마자 남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 토우야를 향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사람을 짐짝마냥 던져 놓고 갑자기 누구십니까아? 너 농담하는 솜씨가 많이 늘었…….”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던 남자가 토우야를 쳐다보고 나더니 목소리 성량이 점차 줄어들었다. 이내 말이 끊기고 방 안이 조용해지자 토우야는 다시 한번 연습용 바이올린의 위치를 상기했다.

그리고 다행이게도 남자는 토우야의 생각과 다르게 차분한 목소리로, 그러면서도 다소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어물거렸다.

“토……우야? 아니, 잠시만, 여긴 토우야 방이 아닌데?”

“……토우야?”

“……호, 혹시 토우야 형……되시는 분이신, 가요?”

자기만큼이나 당황한 듯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토우야는 조금 차분해진 상태로 되물었다.

“토우야는 저입니다만……, 그쪽은 누구신지. 절 아십니까?”

“……토우야? 토우야라고?”

생판 모르는 낯선 사람이 제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네가 토우야라고?’ 하고 연신 묻는 상황에 토우야는 잠시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생각했다. 하지만 금방 기각됐다. 아무리 잠에 취했어도 꿈과 현실을 구분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쪽이 누군지, 왜 여기에 있는지 밝히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토우야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단호하게 말했다. 상대가 학생이고 자시고 일단 무단으로 남의 집에 들어온 게 맞으니 상황을 설명 듣고 돕든 내보내든 결정해야 했다.

남자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무어라 말을 하려다 말기를 반복했고, 토우야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나……그러니까, 저는 시노노메 아키토……라고 하는데, 모르시나요?”

어딘가 불안해하면서도 기대하는 눈빛. 무얼 기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입에서 나올 답이 그를 만족시켜 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토우야의 예상대로, 아키토라는 남자는 대답을 듣자마자 절망적인 얼굴을 했다.


“아오야기 토우야, 라고 하는 동급생과 함께 스트리트 음악을 하는 중이고, 어제 그 아이의 집에서 잠깐 잠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여기에 있었다?”

“응, 아니, 네…….”

어째서인지 기가 죽은 듯한 아키토를 식탁에 앉히고 맞은편에 앉아 상황을 들어 보고 있었다. 이상한 이야기였다. 학생인 자신과 만나 BAD DOGS라는 그룹을 만들어 스트리트 음악 활동을 하고 있었다니. 자신은 아키토를 만난 적도, 스트리트 음악을 해 본 적도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나타난 아키토는 학생, 자신은 대학교도 졸업한 성인이라는 것이다.

“꼭 소설 같은 이야기네요.”

“그, 그렇지만 전부 사실입니다. 토……아오야기 씨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만큼 저 역시 당혹스럽고요.”

그러면서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 ‘토우야’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토우야는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을 이야기하는 듯한 아키토의 말에 더욱 난감해졌다.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인 걸까.

“그 녀석이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지 않게 됐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마찰이 잦았는데…….”

“……시노노메 군의 말을 들으면 그쪽은 시노노메 군을 만난 ‘토우야’가 있고, 여긴 시노노메 군을 만나지 않은 ‘제’가 있다는 뜻이 되겠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아키토의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공상 같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저 아키토를 만나고, 다른 음악을 하게 되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일생을 아버지와 클래식 음악에 붙잡혀 살아온 자신이 듣기에는 꽤나 참신하고도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렇군요……. 시노노메 군을 만난 세계의 저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군요.”

“……믿어 주시는 건가요?”

“시노노메 군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요.”

토우야는 턱을 매만지며 곰곰이 생각했다.

“무슨 이유가 되었든 갑자기 이쪽 세계로 오게 됐으니 돌아갈 때까진 머무를 곳이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 돌아가는 방법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제 집에서 생활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돌아가는 방법은 차차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이런 일을 믿어 줄 사람이 없어 도움을 청할 데가 마땅치 않지만요.”

“……돌아갈 수……있겠죠?”

아무래도 불안한지 아키토가 시선을 내리깔며 작게 물었다. 토우야는 그가 안쓰러워 보여 자리에서 일어나 아키토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고 가볍게 쓰다듬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가만히 토우야의 위로를 받고 있던 아키토는 머리를 옆으로 슬쩍 비켰다.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그러는 게 좋을까?”

아키토는 학생이니 어른이 계속해서 존댓말을 쓰면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니까……. 토우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토……아니, 아오야기 씨.”

게스트 룸에서 조용히 지내게 된 아키토는 토우야를 부르는 게 어색한지 자주 실수를 하곤 했다. 동급생인 데다가 파트너였으니 ‘토우야’라는 이름으로 부를 때가 훨 많았겠지.

토우야는 아키토의 부름에 응하는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시노노메 군.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아.”

“아? 하지만…….”

“이곳에 익숙해진 나머지 다시 돌아갔을 때 그쪽 ‘토우야’에게 아오야기 씨, 라고 해 버리면 아무래도 곤란할 테니까.”

“……그건, 그렇죠.”

“되도록이면 존댓말도 빼는 게 좋지 않을까.”

아키토는 망설이는 듯 어색하게 서 있다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토우……야?”

“응, 그게 좋겠어.”

딱히 나이 차이가 난다고 해서 형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은 없는 토우야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범한 반응에 아키토는 조금 안심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토우야도, 시노노메 군, 말고. 편하게 이름을 불러 주면 안 될까?”

그 말에 토우야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늘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습 때문에 시간에 쫓겨 가까운 사람이 몇 없었던 터라 누군가를 이름으로만 부르는 일이 없었기에 아키토의 부탁은 낯선 일이었다.

토우야는 조금 색다른 감정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키토라고 부를게.”

“응!”

고작 이름으로 불리는 것인데도 아키토는 꽤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토우야는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가 자신을 불렀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키토, 날 찾은 이유가?”

“아.”

아키토는 다시 난처한 표정으로 돌아와 볼을 긁적였다.

“옛날에 살던 집과 비슷한 곳에 살고 있다고 해서, 내가 알고 있는 동네가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데……. 내가 활동했던 비비드 스트리트도 가 보고 싶고. ……안 될까?”

요컨대 밖에 나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아키토가 아는 동네가 맞다면 다행이지만, 아닐 경우 아키토 혼자 돌아다니면 길을 잃을 위험성이 있으니 토우야가 동행할 필요가 있었다.

아키토는 지금 단벌뿐이니 갈아입을 옷도 필요하고.

“그렇게 하자. 옷도 사야 할 것 같고.”

“아, 고마워.”

이러한 연유로 방에서 가볍게 나갈 채비를 하고 아키토와 밖으로 나오게 됐다. 토우야의 집이 있는 골목을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보던 아키토는 스크램블 교차로에 들어서자마자 금세 밝아졌다.

“스크램블 교차로! 다행히 내가 살던 동네가 맞는 것 같은데. 몇 군데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다행이네. 이쪽으로 가면 있는 고등학교가 아키토네 학교인 건가?”

“응. ……혹시 토우야, 카미야마 고등학교 다니지 않았어?”

“아니. 다른 학교였어.”

“……그렇구나.”

잠시 생각에 잠기던 아키토는 고개를 털었다.

“이쪽으로 가면 비비드 스트리트야.”

“비비드 스트리트로 가기 전에 옷부터 몇 벌 사는 게 좋겠어.”

비비드 스트리트 방향으로 튀어나가려던 아키토를 붙잡은 토우야는 우선 쇼핑몰로 향했다.


“너무……많이 산 것 같은데, 토우야.”

“며칠 동안 있을지 모르니 넉넉히 사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늘 깔끔한 옷, 아니면 정장만 사 입어 본 토우야에게 아키토의 패션 센스는 낯설고 신기했다.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자신과 다른 느낌의 옷만 쏙쏙 골라 가는 걸 보면 자신과 다른 사람이란 걸 새삼 느끼게 되는 거였다. 게다가 겉으로는 편한 것 위주로 아무렇게나 입고 다닐 것 같았는데 의외로 옷을 고르는 데에 신중을 기한다는 점도.

다른 세계의 나는 이런 사람과 함께하고 있는 거구나.

“비비드 스트리트는 이쪽.”

육교 아래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자 여기저기 페인트로 낙서된 벽들이 보였다. 늘 깔끔하게 다듬어진 길만 걷던 토우야에겐 어색한 장소였다.

“WEEKEND GARAGE도 있을지 모르겠네.”

혼자 중얼거리며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는 아키토를 따라 토우야도 비비드 스트리트로 깊이 들어갔다. 아키토는 벽에 낙서된 페인트 하나하나도 꼼꼼이 살피면서 이건 처음 보는 거네, 저건 조금 낡았네, 하고 평을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이곳은 미래니까. 이세계에 떨어지게 된 고등학생에겐 재미있는 경험일 것이다.

그렇게 쭉 걸어가자 카페 하나가 나왔다. ‘WEEKEND GARAGE’. 아키토가 얘기하던 곳이 이 카페인 모양이었다.

“있다.”

감탄하듯 내뱉은 아키토는 예상외로 카페에 들어가 보지 않고 주변에서 안쪽을 기웃거렸다.

“들어가 보는 게 어때, 아키토.”

반응을 보니 자주 가던 곳인 것 같아 토우야가 먼저 권해 봤지만 아키토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뭔가……켄 씨까지 날 모른다고 얘기해 버리면 조금 무서워질 것 같아서.”

내가 다른 세계에 떨어졌다는 게 너무 크게 실감 나잖아. 아키토는 작게 말하면서 카페를 바라보던 시선을 뗐다. 있는 걸 확인했으니 됐어, 라며.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는 아키토의 뒷모습이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토우야는 WEEKEND GARAGE를 한 번 바라보고, 쇼핑백을 다시 고쳐 잡은 후 그의 뒤를 따랐다.

아키토를 따라가다 보니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이 보였다. 아키토 역시 이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잘 부르네.”

노래를 들은 토우야가 간단히 평했다. 팔짱을 끼고 감상하던 아키토는 음, 하고 말을 골랐다.

“잘 부른다고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냥 평범해.”

“그래?”

꽤 잘 부르는 것 같았는데. 토우야는 노래를 끝마치고 박수를 받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리가 비자, 들고 있던 쇼핑백들을 토우야 근처에 내려놓은 아키토가 성큼성큼 그 앞으로 걸어갔다.

“……아키토?”

토우야가 말릴 새도 없이 자리를 잡은 아키토가 가볍게 목을 풀었다. 이전 사람의 노래를 듣고 자리를 뜨려던 사람들은 새로운 가수의 등장에 관심을 가졌다.

“……――!”

“……!”

엄청난 발성이었다. 토우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키토를 응시했다.

스트리트 음악을 해 왔다는 말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고음, 앞사람을 능가하는 성량, 노래가 이루는 큰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곡을 재해석해 표현할 줄 노련함. 클래식만 배워 온 토우야가 듣기에도 아키토의 실력은 비상했다. 공연을 지켜보던 사람도,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도 아키토의 노래에 매료돼 멈추어 섰다.

아키토가 노래를 끝마치고 감사 인사를 할 때까지도, 자리에서 나와 다시 동행인에게 다가올 때까지도 토우야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토우야 없이 자란 시노노메 아키토가 과연 이곳에서 명성을 떨쳤을까 궁금해져서 불러 본 건데. 날 알아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아서 서운하네.”

다시 생각해 보면, 이곳 사람들에겐 내가 꽤 옛날 음악을 한 것처럼 보이겠지? 머리를 긁적이는 아키토는 다시 주섬주섬 쇼핑백을 들었다.

토우야는 아키토를 내려다보다, 불쑥 물었다.

“아키토……랑 내가. 함께 음악을 했다고?”

“응? 아아. 중학교 때부터.”

내가 할 줄 아는 건 피아노와 바이올린뿐인데……, 어떻게? 토우야는 혼란스러웠다. 아키토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어서, 그와 함께할 만큼의 실력이 자신에게도 있었는지 의심스러웠다.

“내가 노래를 했었던 건가?”

“물론이지. 클래식만 해 온 토우야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내가 인정할 정도면 엄청 잘하는 거라고.”

꼭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아키토는 자신이 공연했던 장소를 바라보며 마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토우야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성장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 난……이쪽으로 재능이 전혀 없었으니까. ‘RAD WEEKEND’라는 이벤트를 보고, 그 이벤트를 뛰어넘는 공연을 하기 위해 아득바득 노력하는 동안 몇 번씩이고 무너질 뻔했지만, 그 녀석만이 내 꿈을 믿어 주고 묵묵하게 함깨해 줬으니까. 실력 이전에 내 버팀목이 되어 줬어.”

“…….”

“……그런데 있지, 그런 녀석이, 어딘가에선 멀끔하게 자라 클래식을 하며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문득 의문이 생기더라고. 내가 그 녀석을 끌어들인 게 정말 잘한 짓인가, 하고.” 

아키토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토우야는 그런 아키토를 내려다봤다.

“그 녀석이 나와 함께하는 걸 선택했고, 나와 노래하는 걸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지만. 막상 클래식을 하고 자란 토우야의 모습을 보니까 자신이 없어져.”

“…….”

“토우야. 클래식, 어때?”

노래를 부를 때의 기상은 온데간데없는 아키토의 모습을 보며 토우야는 천천히 말했다.

“아키토의 세계의 토우야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어.”

“……부럽다고?”

“내가 클래식을 하는 이유는 온전히 아버지의 영향이야. 한 번도 내가 원한 길을 걸어가 본 적이 없어. 그런데……아키토의 세계의 토우야가 아키토를 만나고, 아버지의 말을 반항하면서까지 내가 하고 싶은 걸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미치도록 부러워. 난 그럴 용기를 가져 본 적도, 가져 볼 생각조차도 못했으니까.”

분명 아키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 이 소년을 만나고 안 만나고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아키토를 만나지 못해서……자신의 선택권을 모두 잃어버렸단 걸 생각하면. 그쪽 세계의 토우야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아키토. 난 행복하지 않아. 행복한 건 그쪽의 토우야일 거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껴 온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비교 대상이 생기자 자신은 비참해졌다. 나도, 나도 아키토를 만났었다면…….

“……그럼, 이쪽 ‘토우야’도 이제 날 만났으니 행복해질 수 있으려나?”

점점 수그러들던 토우야의 고개가 번쩍 뜨였다. 시선이 마주친 아키토는 쑥스러운 듯 살짝 볼을 붉히며 버릇처럼 뒷덜미를 매만졌다.

“그게, 꼭 내가 원인이 아니더라도……. 토우야는 행복했으면 좋겠으니까.”

“…….”

“설령 지금은 너무 늦었다고 해도, 토우야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거잖아?”

그럼 이제 토우야도 조금씩 행복을 찾아 나갈 수 있게 된 거니까……. 아키토는 말을 흐리며 얼버무렸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명확했다.

토우야는 아키토의 말을 곱씹었다. 아키토를 만났으니, 이제 자신이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선택하면 행복해질 것을 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다.

아키토는……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스스로 선택할 용기를 줄 상대가 어느샌가 사라지게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키토는 믿고 있는 듯했다. 토우야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토우야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결국 ‘아키토’가 필요했다.

토우야 혼자 다른 길을 걸어 봤자, 태어나서부터 남이 갈고닦아 준 길만 걸어온 그가 거칠고 험한 길 위에서 무얼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막연히 행복해지겠다는 마음으로 나서 봤자 크게 다치기만 하고 갈팡질팡 헤맬 게 분명했다.

“……응. 그랬으면 좋겠네.”

……그렇지만 아키토의 믿음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자신이 이렇게 겁쟁이라는 걸……들키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애매한 대답만을 건넸다.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날, 밤에 악기를 연주할 때가 종종 있어 만들어 두었던 방음실을 아키토에게 소개하며 이곳에서 노래 연습을 해도 된다고 하자 그의 얼굴이 꽤 밝아졌다. 일정한 생활 패턴이 있어 대체로 낮에 악기를 연주하는 바람에 딱히 쓸 일이 없었던 방음실에 주인이 생기자 토우야도 만족스러웠다.

이후로 아키토는 시간을 정해 놓고 방음실에서 노래를 연습했다. ‘RAD WEEKEND’ 이벤트를 뛰어넘기 위해서라고 했었지. 아키토는 재능이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실력을 겸비하고 있는데도 연습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매사에 열심인 아이였다.

꼭 부모가 된 것처럼 토우야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과일을 몇 가지 사 와 아키토의 연습이 끝나면 건네 먹였다. 아키토는 딱히 필요 없다고 하면서도 곧잘 받아먹었다.

최근 들어선 식사 종류도 꽤 다양해졌다. 필요한 영양소만 채우던 반찬은 아키토의 입맛을 참고해 변형됐다. 자신은 가리는 게 별로 없으니 아키토가 먹고 싶어하는 걸 먹이고 싶어서였다.

이런 식으로 서로 달라진 삶에 서서히 적응해 나갈 즈음, 토우야는 계속 집에만 있는 아키토가 신경 쓰였다. 노래 연습도 좋지만, 한창 성장기인 아이인데 햇빛도 쬐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아키토.”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아키토를 부른 토우야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오랜만에 같이 밖에 나가 보는 건 어때.”

“밖?”

“아키토가 살던 곳의 미래이니 구경할 거리도 꽤 있을 거야.”

아키토도 거절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전자기기가 없으니까 심심했을 테지.

“토우야만 괜찮다면…….”

“물론. 준비하고 나오면 잠깐 산책 나가는 걸로 하자.”

그렇게 두 사람의 나들이가 결정됐다.


“이 옷 가게, 내가 아르바이트 하던 곳이야.”

“아르바이트?”

“응. 아직까지 남아 있다니 신기하네.”

다니는 곳마다 자신이 다녔던 곳, 혹은 그쪽의 토우야가 자주 다녔던 게임장, 없어진 장소를 얘기하는 아키토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혹 자신이 낯선 곳에 떨어졌다는 위화감에 불안해하거나 우울해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리고, 여긴 토우야랑 자주 가던 디저트 가게가 있었는데. 닫고 다른 가게가 들어왔나 보네.”

“디저트 가게에 자주 갔었다고?”

“아, 토우야는 단 걸 안 먹어서 생소하겠지만 내가 자주 먹거든.”

그 말을 들은 토우야가 그럼 오랜만에 먹으러 가는 것도 좋겠다며 근처 디저트 가게를 찾았다.

남자끼리 다니기엔 사회적으로 어색한 곳이었지만, 아키토는 뻔뻔했고 토우야는 눈치가 없었기에 두 사람은 카페에 들어온 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쌓아 올린 팬케이크와 달달한 음료수, 그리고 토우야의 몫인 커피가 내어졌다.

“너무 많나?”

토우야가 걱정했지만 아키토는 태연하게 말했다.

“시킨 건 남기지 않고 다 먹으니까 걱정 마.”

그리고 팬케이크를 입에 넣으며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키토의 표정에 토우야는 빠르게 알아차렸다. 팬케이크, 정말 많이 좋아하는구나. 그리곤 머릿속에 그 모습을 저장했다. 아키토는 팬케이크를 좋아한다. 별표에 밑줄 찍찍.

아키토가 팬케이크를 비워 가는 동안 토우야도 흐뭇하게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가끔 너무 피곤할 때 강장제처럼 찾는 커피가 지금은 정말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마시는 차 같았다.

남들이 일상을 즐긴다고 말하는 게 와닿지 않았는데,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이게 남들이 말하는 일상이구나. 토우야는 실감했다.

남은 캐러멜 소스까지 팬케이크 빵에 잘 적셔 한입 가득 먹어 치운 아키토는 기분 좋은 얼굴로 토우야를 바라보았다. 토우야도 그의 속도에 맞춰 커피를 모두 마신 참이었다.

“맛 괜찮았어.”

“그럼 다행이네. 조금 더 쉬다 갈까?”

“아냐, 날 밝을 때 좀 더 돌아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

노래 연습을 할 때도 느끼는 거지만, 절대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 아이였다. 처음엔 비행 청소년이라고 오해할 만큼 꽤 불량해 보였는데 이렇게 성실한 아이일 줄은.

디저트 가게를 나서면서 토우야가 물었다.

“아키토는 학교 성적이 어때?”

그러자 아키토의 표정이 묘해졌다.

“……으음…….”

성적은 별로구나. 토우야는 서둘러 흐름을 끊었다.

“괜찮아. 아키토는 노래를 잘하니까.”

“……그런가. ‘그’ 토우야는 시험 성적이 나올 때마다 날 달달 볶아서.”

역시 그렇겠지. 아키토를 걱정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와 비슷한 성과를 내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게 좋다고 생각할 테니까. 계속 함께하려면 최대한 활동 범위를 겹치도록 하는 게 좋겠지.

“……역시 그래도 성적은 챙겨 두는 게 좋아, 아키토.”

“누가 같은 사람 아니랄까 봐…….”

투덜투덜, 삐친 것처럼 나란히 걷던 발걸음에 속도를 붙여 먼저 앞서 나가기 시작하는 아키토를 보며 토우야는 살포시 웃었다.

조용히 아키토를 따라 걷다 보니 악세사리를 파는 가게에 도착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아키토가 발걸음을 멈춰서 토우야 역시 그를 따라 가게 앞에 섰다.

매장 밖에 전시된 악세사리가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걸까, 가늠해 보고 있을 때 아키토가 손을 뻗어 화려한 장신구가 아닌 조금 투박해 보이는 피어싱을 건드렸다.

“이거 좀 괜찮네.”

“……마음에 들어?”

“음. 아마 원래 세계였다면 샀을지도.”

마치 ‘자신의 세계가 아니어서’ 미련이 없다는 듯한 모습에, 토우야는 가슴이 철렁임을 느꼈다. 확실히, 아키토는 하루 빨리 본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이곳에서 어떤 추억이 쌓이든 한여름 밤의 꿈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지겠지. 꿈처럼…….

……역시 그건 싫어. 이곳 또한 현실이었고, 이런 토우야가 살아왔다는 걸 아키토에게 새겨 주고 싶었다.

“……토우야?”

토우야는 아키토가 마음에 들어 한 피어싱을 집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와 아키토에게 작은 봉투를 건넸다.

“아키토. 선물.”

“사, 산 거야? 사 주지 않아도 어차피 난 돌아갈 테니까…….”

“괜찮아. 돌아가더라도 추억으로 남을 만한 게 있었으면 좋겠어.”

물러서지 않을 것처럼 단단한 말에 아키토는 망설이다가 머뭇머뭇 손을 내밀어 봉투를 건네받았다. 바스락거리는 봉투를 몇 번 만져 보던 아키토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마워.”

사실 자기 욕심 때문에 사 준 거니까. 토우야에겐 얌전히 받아 준 아키토가 고마웠다.

돌아갈 때 꼭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아키토가 노래 연습을 하는 시간은 토우야에게도 피아노 연습을 하는 시간이 됐다. 방음실이라곤 해도 미처 막지 못한 노랫소리가 새어 나오곤 했는데, 아키토의 음색과 템포를 들으며 늘 같은 방식으로 연주하던 곡을 따라 쳐 보면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요즘 토우야의 낙 중 하나였다.

“토우야.”

오늘도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를 넘겨 보고 있는데, 아키토가 웬일인지 방음실에 나와 다소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왜? 아키토.”

“클래식만 해 왔다고 하니 무리한 부탁일지도 모르겠는데, 혹시……노래 불러 줄 수 있어?”

“……노래?”

아키토의 세계의 토우야에게 노래를 부탁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직접 부르는 노래와는 거리가 먼 이곳 토우야에게 노래를 부탁하는 건 의아한 일이었다. 못하는 사람의 노래보다 잘하는 사람의 노래가 더 배울 점이 있지 않나?

“난 노래를 못해, 아키토.”

“물론 초짜라서 잘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냥 궁금해져서. 클래식만 해 온 토우야의 노래는 어떤 노래일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빛내니 토우야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키토가 저렇게 부탁하는 거니까. 어려운 일도 아니고.

“……――.”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노래 하나를 천천히 불러 보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말을 한 적이 얼마 없어 목도 조금 잠겨 있었고, 애초에 노래는 살면서 불러 본 적이 얼마 없어서 자신은 없었다. 그저 아키토가 듣고 싶어하니 한 음 한 음을 신중히 잡고 적당히 강약을 조절했다.

이쯤이면 됐을까 하는 시점에 노래를 멈추고, 아키토를 바라보았다. 아키토는 방금 전보다 훨씬 반짝거리는 눈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확실히 클래식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그런지 음이 어긋나지 않고 또렷해. 적절하게 강약을 넣을 줄도 알고. 물론 이쪽 토우야도 그랬지만, 그게 좀 더 성숙한 느낌이야. 목소리도 학생 때보다 어른스러워져서 느낌도 조금 다르고…….”

들뜬 목소리로 감상을 늘어놓는 아키토를 토우야는 빤히 쳐다보았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또한 그쪽 세계의 토우야 역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남들이라면 그저 비슷하다고 넘겼을 부분까지 세세하게 짚는 걸 보면 토우야의 사소한 점 하나하나를 꿰고 있다는 거겠지. 토우야는 또 다른 토우야가 다시금 부러워졌다.

“토우야도 노래를 배워 보면 잘할 수 있을 텐데. 생각 없어? 너랑 노래해 보고 싶어.”

아키토가 물었을 때, 토우야는 비비드 스트리트에서 들었던 아키토의 노래를 떠올렸다. 아키토와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아키토의 노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다면.

“……아키토가 가르쳐 준다면.”

“정말?”

아키토는 기뻐 보였다. 다시 돌아가게 될 거란 걸 알고 있는데도. 잠깐 머무르고 말 세계의 토우야일 뿐인데도……함께 노래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선택해 주는 걸까.

그저 그의 세계의 토우야를 대신하는 것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키토를 만나지 못해 노래를 잘 못 부르고, 스트리트 음악도 모르고, 클래식만 지겹도록 배운, 그런 시시한 토우야라도 괜찮아서 그가 선택해 준다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럼 토우야 일정 끝나면 오늘부터 알려 줄게. 내일도 괜찮고.”

“오늘 괜찮아.”

“그래, 그럼 오늘부터.”

잔뜩 신이 난 아키토의 모습을 보며 토우야는 작게 웃었다.


아키토에게 노래를 배우는 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클래식이 아닌 다른 음악을 배운다는 것 역시 이점이었다. 틀에 박히지 않아 사람마다 다르게 각색해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자율성이 높았고, 그러면서도 너무 난잡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키토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토우야. 거기 파트는 하이라이트니까 좀 더 터뜨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좀 더 강하게……부르라는 건가?”

“그것도 맞지만, 음……퍼포먼스 같은 건데.”

아키토는 설명이 어려웠는지 얼굴을 찌푸리고 머리를 긁적였다. 스트리트 음악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자유도가 높다 보니 이론을 배운다고 모든 걸 알게 되는 게 아니었다.

“이건……역시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직접?”

“매주 비비드 스트리트에 공연이 있는데, 마침 오늘이 그날이거든. 오늘은 현장 학습이 어때?”

그렇게 오늘은 비비드 스트리트 현장 체험 학습 날이 되었다.

저녁이 되고 비비드 스트리트는 어둑어둑했지만 사람은 붐볐다. 토우야는 아키토를 놓치지 않으려 그의 어깨를 꼭 붙잡아 당겼다.

아키토를 따라 간 곳엔 막 공연을 시작하는 세트장이 있었다. 아키토에게 듣자 하니 관객의 반응으로 누가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는지 겨루는 공연이라고 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공연을 보고 즐겼다. 세트장에 울리는 노래를 따라 몸을 움직이기도 하고, 어느 파트에선 함께 따라 부르기도 했다. 모두가 조용히 숨죽이고 앉아 연주자들의 공연을 감상하는 클래식 음악과는 딴판이었다.

“어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토우야를 알아챈 아키토가 물어 왔다.

“조금……정신 사납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 재미있을 것 같아.”

“아하하, 확실히 클래식에 익숙하면 정신 사납게 느껴질 수 있겠네. 아, 저 부분!”

아키토가 불쑥 토우야의 팔을 붙잡고 손가락으로 노래 부르는 사람을 가리켰다. 가리킨 건 사람이지만 아키토가 말하고자 하는 건 노래라는 걸 토우야는 알고 있었다.

“아까 얘기했던 터뜨린다는 부분이 저런 식으로.”

“확실히……강약과 성량만 커지는 게 아니라 몸짓도 커지고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네.”

“잘 이해했어.”

토우야는 잠시 음악을 듣느라 조용해진 아키토를 힐끔거렸다. 노래를 감상할 뿐만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하고 분석하는 모습이었다. 어느 사람은 이 부분이 약하고, 어느 사람은 이게 강점이고. 사소한 것까지 캐치하며 감각을 늘려 나갔다.

“다 처음 듣는 노래네. 역시 미래라서 그렇겠지. 미래엔 이런 풍의 음악이 뜬다는 것도 새롭네.”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구나. 토우야는 아키토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키토, 오늘은 내가 사 준 피어싱 해 줬구나.

토우야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아키토의 귓볼과 피어싱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그 손길에 놀란 아키토가 파드득 몸을 떨며 거리를 벌렸다.

“뭐, 뭐, 왜 그래?”

“아니, 피어싱. 아키토랑 잘 어울려서.”

그리고 살짝 웃었다. 그 얼굴을 본 아키토는 제 귓볼을 연신 만져 대며 시선을 들지 못했다. 무어라 웅얼거리는 것 같은데, 소음이 큰 세트장 안에서 그 소리가 남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토우야는 아키토에게서 여전히 눈을 떼지 못했고, 아키토는 그런 토우야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다 다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 무대를 가리키며 횡설수설 말을 걸었고, 토우야는 아키토의 헛소리를 가만히 들으면서 스트리트 음악 수업을 수강했다.

여러 차례의 무대가 지나간 후 진행자가 우승자를 뽑을 때즈음, 토우야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키토.”

“……응?”

“다음에도 같이 보러 오자.”

꼭 공연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어디든.

두 사람의 끝이 불안정했기에 꺼내어진 기약이었다.


“다녀왔어.”

클래식 공연 미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이젠 익숙해진 인삿말을 건넸다. 구두를 벗어 정리하며 답을 기다렸지만 어째서인지 집 안은 삭막한 공기만 흐를 뿐 돌아오는 메아리가 없었다. 평소라면 노래 연습을 하거나 집에 돌아온 이를 반기며 달려오는 아키토가 있어야 하는데.

토우야는 의아해하며 실내화를 신고 거실을 지나 아키토가 있을 방음실 앞으로 걸어갔다. 닫힌 문을 똑똑 두드려 봤지만 마찬가지로 안에서 들리는 인기척이 없었다. 혹여나 피곤해져서 잠깐 자고 있을까, 조심히 문을 열어 본 토우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음실에 없으면, 아키토가 묵고 있는 게스트 룸? 아니면 화장실?

그렇게 아키토를 찾아 집 안을 돌아다녔다. 물 소리가 들리지 않는 욕실, 불이 꺼진 화장실. 깨끗하게 정리됐지만 최근까지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게스트 룸과 텅 빈 발코니.

“……아키토?”

점점 빨라지는 걸음걸이로 자신의 방문까지 열었을 때 토우야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리고 집 안 어디에도 아키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토우야의 손이 작게 떨렸다.

집에 없다면, 어디에? ……밖에 나갔을까?

어쩌면 집에만 있기 답답해진 아키토가 혼자 산책을 하러 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무려 성인을 코앞에 둔 고등학생이었다. 비록 다른 세상에 떨어져 신분이 모호해진 상황이라 해도 감금되어 있는 것도 아닌 사람이 집 근처를 걸어다니는 것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아키토가 문을 열고 들어와 벌써 온 거냐고 물어 올지도 모른다.

아키토를 너무 애로 보는 건 좋지 않아. 때문에 토우야는 기다리기로 했다. 침대에 앉아 제 손만 만지작거리며, 틈틈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초침과 분침은 아키토가 돌아오기엔 빠르게, 토우야가 기다리기엔 너무 느리게 움직였다.

날이 저물어 방 안에 스며든 노을빛이 어두운 그림자에 서서히 좀먹혔다. 그럴수록 토우야의 머릿속까지 까마득해졌다. 아키토가 돌아오지 않았다.

길을……잃었을까? 하지만 아키토가 살던 동네와 다르지 않다고 했었다. 길을 잃을 리가 없어. 비비드 스트리트나 좋아하던 디저트 가게에 가는 길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설령 몰랐어도 몇 번이고 자신과 다녔던 길을 그가 까먹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분명 눈꺼풀을 들어올렸는데도 캄캄했다.

아키토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토우야는 확신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물론 이렇게 될 거라 예상한 적이 있었다. 그가 나타난 건 불시였으니, 사라지는 것도 갑작스러울 것이라고. 하지만 준비가 너무 늦었다. ……준비를 미뤘다.

준비가 늦었다고 변명하기엔, 언젠가 이별하리란 걸 알면서도 정을 주었고 너무나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기에 아키토와 이별하는 것을 미뤘다. 미룰 수 있다고 믿었다. 아키토는 아직 더 옆에 남아 있을 거라고 되뇌면서.

그 잠깐 사이에 제 삶에 아키토가 난입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시야가 달라졌고, 노래를 듣는 목적과 방식이 달라졌다. 집 안의 온기가 달라지고, 대충 끼니만 때우던 식사는 맛을 찾아갔다. 아무 관심 없던 디저트를 보면 아키토가 생각났고, 지겹다 생각하던 피아노를 칠 땐 아키토가 관심 있을 법한 노래를 찾기 시작했으며, 이전까진 적막뿐이었던 밤은 다음 날 아키토와 무얼 할지 고민하며 설레는 시간이 됐다. 그렇게 달라진 삶은 곡의 화음이 다양해진 것처럼 다채로운 감정을 일깨웠다.

차라리, 이 모든 게 너무나도 익숙해져서……아키토가 없어도 그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잔향을 음미할 수 있을 때 가 버렸다면. 그랬다면 한결 나았을 것이다. 그땐 충분히 마음의 준비가 됐을 것이고, 아키토의 온기가 남아 있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을 테니까.

마음에 드는 피어싱을 골라 보는 아키토의 모습과, 겹겹이 쌓인 팬케이크를 먹는 모습, 비비드 스트리트에서 공연하는 걸 지켜보는 모습도 다시 한번 마음속에 담고 싶었다. 하루하루를 열성껏 지내다 지쳐 골아떨어진 모습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에 모든 열정을 쏟을 줄 아는……, 누가 뭐라든 자신만의 음과 템포를 찾아 멜로디를 이어나갈 줄 아는. 타인의 멜로디에 파묻혀 따라 흐를 줄만 아는 자신에게 새로운 음계를 가르쳐 준 아이를.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아키토와의 추억을 하나라도 더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생 제 곁에 있어 주는 건 너무 큰 욕심일지라도, 틀에 박힌 삶에서 작은 변조가 될 수 있을 기억이 가득 남아 있다면 이 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방 안은 결국 그림자에게 완전히 점령당하고, 창에서 옅은 달빛이 들이쳤다. 여전히 침대에 걸터앉은 토우야는 방에 불을 켤 생각도, 애당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앉아 시간을 죽였다.

이렇게 무력한 적이 있던가……. 아버지께 반항하며 뛰쳐나갔다가 갈 곳이 없어 되돌아와 결국 순순히 클래식 음악을 배우게 됐을 때. 그때도 절망적일 정도로 무력하다 느꼈었다. 무력하고, 의지할 곳마저 없다. 그저 흐르는 대로 따라 흘러가야 하는. 내 의지와 반대되는.

“…….”

토우야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힘겹게 게스트 룸에 들어섰다. 여전히 아키토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느릿한 걸음으로 침대 옆으로 걸어가 작은 탁자 위에 손을 가져갔다. 투박하지만 정교한 디자인의 피어싱. 자신이 아키토에게 선물해 준 피어싱이 남아 있었다.

이것도 가져가지 않고 남겨 두었구나. 가져갈 겨를도 없이 가 버린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그나마 덜 씁쓸했다.

가슴에 꽉 막힌 숨을 내뱉었다. 그마저도 짧게 끊어진 한숨은 무거운 공기와 함께 내리깔렸다.

D.S. al Coda. 이전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토우야는 요즘 잠에 들지 못했다. 며칠 밤을 꼬박 새고, 몸이 버티질 못하다가 아키토가 지내던 게스트 룸에 들어가면 기절하듯 잠을 청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것도 아니면, 다음 날 있을 일정을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입에 잘 대지도 않던 술을 마시기도 했다.

정신 병원도 생각해 봤지만 아버지가 아는 순간 난리가 날 게 뻔했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뿐이었다.

음악 활동 역시 사정이 좋지 못했다. 공연에서 실수나 안 한 게 다행일 정도였다. 다들 토우야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해 오기도 했다.

오늘도 겨우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이젠 자신의 방이라도 해도 무방할 게스트 룸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아키토의 체향은 이미 날아간 지 오래였다. 탁자에 피어싱과 아키토의 옷이 없었다면 정말 꿈을 꾼 것이라 해도 순순히 긍정할 수 있었을 터였다. 아니, 어쩌면 저것들도 자신이 산 것이니, 혹시 모를 일이었다.

아키토는 잘 돌아갔을까. 나와 있었던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쪽 토우야와는 다시 만났겠지. 어설프게 노래를 배우는 자신보다 파트너로서 오래 활동해 온 토우야와 다시 노래하며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들어 하던 피어싱을 가져가지 못한 건 아쉬워하고 있을까…….

토우야는 눈을 꾸욱 감았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걸쳐 입고 집 밖을 나왔다. 아키토가 없던,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가 왔음에도 당장 잠에 드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오늘도 도무지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오늘도 아키토가 있던 그 방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을 터였다.

대학 시절에나 겨우 마시던 술이 요즘은 달가울 따름이었다. 근처 편의점으로 가 맥주 몇 캔을 사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집어넣으며 무작정 달렸다. 운동과 인연이 적은 토우야는 금세 숨이 차올랐다. 폐가 꽉 매인 느낌에 토우야는 고개를 숙여 울컥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 탓에 토우야는 곧 꺾인 골목이 나오는 걸 보지 못했다. 거기서 사람이 나온다는 것 역시.

서로 충돌하기 직전 반사 신경이 뛰어난 맞은편 남자가 두 팔을 뻗어 그의 어깨를 빠르게 붙잡았다. 달리던 충격으로 크게 흔들린 토우야는 헉 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퍼뜩 고개를 들었다.

“깜짝이야. 뛸 거면 앞 좀 보고 뛰어.”

그리고 좀처럼 변화가 보이지 않는 토우야의 얼굴에 감정이 드러났다.

“……아키토?”

비록 어두웠지만 근처에 선 가로등 불빛으로 비춰 보이는 머리색과 얼굴은 분명 아키토였다. 앞머리에 시그니처처럼 염색한 노란 브릿지까지.

하지만 조금 달랐다. 아키토보다, 조금 더……어른스러운.

“날 알아?”

남자는 제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 놓고 오히려 더 당황스러워하는 토우야의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꼭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구네. 살아오면서 나름 험악하진 않은 상판이라 생각했는데, 이 사람한텐 해당이 안 되는 걸까. 막연하게 흘러가듯 생각했다.

정작 토우야는 정신이 없었다. 자기 세계로 돌아갔을 거라 확신했던 아키토가 제 앞에 있는데, 어딘가 다른 인상이었다. 어린 티가 보이던 얼굴은 보다 선이 굵어졌고, 키 또한 자랐는지 눈높이가 조금 달랐다. 게다가 자길 아는 눈치도 아니었다. 어쩌다 마주친 사람처럼―상대 입장에선 어쩌다 마주친 게 맞지만―데면데면하게 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내가 알던 아키토가 아니다. 하지만…….

“……스, 스트리트 뮤직…….”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용케도 알아들은 남자가 아! 하고 호응했다.

“내 공연 봤었던 사람?”

“……응.”

거짓말이었지만. 아니, ‘그’ 아키토가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봤으니 아주 거짓말은 아닌가.

토우야는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하는 입술을 적셨다. 혹시, 라는 생각으로 타 들어가는 토우야의 속내를 알지 못하는 아키토는 사람 좋은 미소를 입에 걸었다.

“오늘 공연 보려고 그렇게 뛰어가는 거였어?”

“……아, 그게.”

원체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어서 쉽게 입을 떼진 못했지만 토우야는 고개를 간신히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떻게든, 눈앞의 아키토를 붙잡아야 했다.

똑같은 얼굴, 체격, 목소리, 스트리트 음악. 아키토.

아키토였다. 자신의 세계의……시노노메 아키토.

“그래? 가는 길이 나랑 같았네. 나도 비비드 스트리트에 가던 참이었거든. 오늘 구성원이 꽤 나쁘지 않대서, 요즘 추이도 봐 둘 겸.”

이러나 저러나 아직 ‘RAD WEEKEND’를 넘을 순 없겠지만. 중얼거리며 한 손을 후드 주머니에 찔러 넣고 뒷머리를 쓸어내리는 아키토의 모습은 그 아이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노력으로 가다듬어진 노래하는 이의 목소리도, 꿈을 위해 달려나가 치열하게 싸우는 아키토의 그것이었다.

토우야는 더욱 간절해졌다.

“아키토는……아키토는 오늘 공연, 안 하는 건가?”

“나? 난 오늘 쉬어.”

간단하게 답한 아키토는 토우야를 멀뚱히 올려다보다가 불쑥 내뱉었다.

“그런데 나 되게 편하게 부른다?”

“아, 미, 미안. 그, 시노노메 씨……?”

“아니, 됐어. 따지자고 꺼낸 소린 아니고.”

꼭 친구처럼 굴길래.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말이 기꺼웠다. 토우야는 딱 잘라 선을 긋지 않는, 마치 ‘다가가도 된다’고 허락하는 듯한 아키토의 모습에 용기가 생겼다. 이 세계에서도 여전히 오색찬란한 음률을 가진 너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 아, 키토. 아키토만 괜찮다면……오늘 공연 같이 보러 갈 수 있을까?”

내가 배운 건 클래식 음악뿐이라, 스트리트 음악은 생소한 점이 많아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는 토우야의 말에 아키토는 눈을 끔뻑거리다 픽 웃었다.

“뭐. 그러든가. 스트리트 음악은 생소하다면서 내 공연 봐 준 게 고맙기도 하고. 이쪽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거절하기도 그렇네.”

아키토는 예사로운 태도로 토우야를 이끌며 골목을 걸었다. 비비드 스트리트로 가는 길. 그 아이와 함께 가 본 적이 있었지만, ‘이곳’의 아키토와 함께하는 건 처음이었다.

“……아오야기 토우야? 나도 편하게 불러도 되지?”

“응.”

“클래식 음악 하는 거면, 악기 연주?”

“아아……, 피아노랑 바이올린 정도…….”

거기서 말을 끊으려던 토우야는 급하게 덧붙였다.

“……노래도. 조금.”

“노래? 어떤 노래? 클래식이면 성악……같은 거려나?”

“노래는 클래식이 아니라, 그냥.”

눈동자를 굴리며 꾸물꾸물 말을 흐렸다. 노래라고 해 봐야 옛날에 흥얼거리던 것과 아키토와 연습한 노래가 전부였으니.

하지만 아키토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관심을 보였다.

“오? 한 곡 뽑아 주시지?”

“지금, 갑자기?”

“골목인데다 밤이어서 무리려나?”

아쉽게 됐네. 그렇게 말을 흘리는 아키토에게 토우야는 선뜻 입을 열었다.

“괜찮다면, 나중에……들려 줄게. ……나도 아키토의 노래 들었으니까.”

얼핏 비장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목소리에 아키토는 발걸음을 멈추고 토우야를 보다 크게 웃어 버렸다.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아키토를 보고 토우야는 왜 웃는지 몰라 속으로 우왕좌왕했다. 너무 엉뚱한 말을 해 버린 건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아키토가 웃음소리를 가라앉히며 토우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좋아, 날 잡아서 언제 한 번 들어 보자고.”

토우야는 속이 울렁이는 걸 느꼈다.

D.S. 그곳부터, 다시.


글을 쓸 땐 몇 가지 생각해 둔 후일담이 좀 있었는데 밤을 샜더니 지금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네요. 나중에 생각나면 적으러 오거나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 주셨다면 인내심 개쩌는 분인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을? 여기까지? 읽어 주신다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댓글 1


  • 코딩하는 북극곰

    아니 이렇게 재밌는걸요. 다 읽었습니다!! 와 일케 안 끝났으면 대성통곡할뻔 했어요.... 토우아키를 파진 않기에 논컾에 가까운거 같다고 하셔서 읽었는데 사건이나 흐름 문장 캐해.. 다 좋아서 정말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후일담도 궁금하네요. 건필하세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