具
禽虐
간질거리는 음성은 그가 가진 제일 큰 특징이었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울 만큼 독특하고 통통 튀는 음성이었다. 많은 웃음기와 장난기는 그 목소리에 제법 어울렸다. 호탕하게 웃는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웃음을 안으로 삼키는 소리는 얼핏 들으면 서늘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러한 평에 그는 목소리 때문인가 보다, 하고 또다시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는 남이 놀라는 모습을 좋아했다. 대화 도중에 갑자기 책상을 치거나 손뼉을 쳐 크고 작은 소리를 내곤 했다. 상대가 놀라면 활짝 웃으며 좋아했고 웃지 않아도 코웃음을 치며 재미없다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런 그의 성격을 아는 작자들은 종종 놀라지 않아도 놀란 척을 했는데, 그럴 때면 그는 한동안 침묵하다 이내 혀를 한 번 차고 내 성격을 너무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나름 대화하기 편한 사람에서 언제 갑작스러운 행동을 할지 모르는 이상한 사람, 이어서 예민해 보이고 대하기 어딘가 불편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이들에게만 적용되는 일이었다. 그는 사람과 만나는 것, 대화하는 것, 스킨십하는 걸 좋아했다. 상대가 본인을 어려워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이 눈에 훤히 보여도 가볍게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이 때문인지 그에게 모든 인간관계는 원만했다.
그는 옷에 관심이 많았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했다. 그와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들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액세서리 또한 빠질 수 없었다. 반지, 팔찌, 목걸이, 귀걸이, 피어싱, 안경. 모두 그가 착용하기 즐기는 것들이었다. 스스로를 패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 칭하지는 않았으나 관심이 많은 사람 정도로는 소개했다.
그는 식품 유통업에 종사했다. 자세하게 알려진 건 없었다. GH의 대표. 전부였다. 동종업계의 사람들도 그런 회사가 있었나 의아해 할 만큼 정보는 비어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식품 유통이니 뭐니 그런 것 따위는 전부 허상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된 업은 그게 아니었다. 그는 유통을 주된 일로 삼고 그 회사의 대표 자리에 앉을 정도로 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건달이었다. 사업을 하고 있는 건달. 사실 합법적인 사업도 아니었다. 제품에 마약을 숨겨 이를 밀매했다. 사기도 하고, 팔기도 했다. 물론 그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 약쟁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그들을 이용해먹고. 그런 게 업이었다.
무언가를 유통하긴 했으니 거짓된 직업을 수면 위로 끌어당긴 건 아니었다. 오히려 진실에 가까웠다.
스스로를 건실한 사업가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필요에 의해선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질 나쁜 건달임을 시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정한 건 또 아니었다. 누군가가 사업가냐 건달이냐 물으면 ‘그냥, 뭐. 이것저것 하는 사람.’이라는 답이 끝이었다. 그는 완전한 사업가도 건달도 아니었다. 정말 그 중간 어딘가였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조현수는, 뭐랄까. 그에게 적당한 놀잇감이었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기보다는 지루할 때 한 번씩 눌러보는 버튼 같은 존재였다. 놀랐을 때 반응이 유난히 재밌는 사람이었다. 욕설을 섞어가며 툴툴거리긴 했지만 마다하는 일이 없었다. 또 깡패치고는, 아니, 그냥 사람으로서도 머리가 꽤 봐줄만했다. 그래서 가까이 두기를 택했다. 적당히 잘 굴러가는 식품 유통 회사로 둔갑한 조직에서 조현수는 변수가 되어줬다. 예측할 수 없는 정신 나간 놈. 그는 조현수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현수를 마음에 들어 했기에, 그의 의사를 존중했다. 관두고 싶다기에 기꺼이 보내줬다. 조금은 아쉬웠으나 그뿐이었다. 인재는 다시 찾으면 될 일이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에게 조현수는 좋게 보내준 아꼈던 직원 1 이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든 받아줄 것이고,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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