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o

Riverasito

Proud Corazón 처음 발표하는 미겔

W by S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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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 상 【Héctor → 헥터 / Miguel → 미겔 / De La Cruz → 델라크루즈】로 표기합니다.

* 리베라시토를 델라크루시토처럼 표기하고 싶었는데 맞는 표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ㅜㅜ

툭툭, 아아, 무대 위에서 사회자가 관중들에게서 호응을 유도하는 소리가 계단 위에서 들려온다.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내 것으로 변모한, 역사가 깊은 기타를 그러쥐었다. 왜인지 손이 떨린다.

분명 나는 공연이 처음이 아닌데 너무 떨리고 또 떨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 봤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 계시고 할머니는 당연히 계실 리가 없다. 사촌들, 없는 게 돕는 편이다. 부모님이 내 어깨를 따스하게 붙잡고 ‘넌 할 수 있어, 미겔.’ 하고 다정히 속삭여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다. 하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소코로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결국 이 무대는 나 혼자서 거쳐나가야 하는 또 하나의 당면한 시련인 것이다.

나 혼자서, 온전히. 마른 침을 삼켰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오후, 신청 전까지만 해도 나는 분명 확신에 차 있었다. 나에게는 1년 전 겪었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과 나의 노래가 있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델라크루즈의 오명을 드디어 벗은, 파파 헥터의 기타가 있다.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떨고 있는 거지? 내가 두려운 게 뭘까?

문득 1년 전 죽은 자의 나라에서 헥터와 함께 했던 공연이 상기되었다. ‘Un Poco Loco’. 그때 나는 정말로 조금 미쳐 있었다. 노래에 미쳐 있었고, 즐거움에 취해 있었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올라가기 직전에 잔뜩 긴장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헥터의 처방전은 큰 도움이 됐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몸을 이렇게 털고, 자. 네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크게 외쳐 봐!’

무대 위에서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해결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는 헥터가 없었으니까. 처음으로 해 본 외침은 잘 되지 않았으니까. 나의 첫 무대는 엉망이 될 뻔 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렸을 때 헥터가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외침을 보였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불안했다. 그걸 한다고 정말 괜찮아져요? 또 아까처럼 이상한 소리가 나가서 모두 웃으면 어떡해요? 헥터, 어떡해요? 차마 말은 하지 못한 채 속으로 그렇게 읊조리며 고개를 다시 관중들에게 돌렸을 때 수많은 눈알이 나를 보고 있었다. 아직도 그 감정이 생생하다. 졸도할 것 같아.

심호흡했다. 델라크루시토라고 소개된 내가 엉망으로 굴면 분명 이상한 외침 소리보다 더 굴욕일 테야.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를 믿고 격려해 준 헥터에게 부끄럽지 않은 거래 상대가 되고 싶었다. 나는 반드시 델라크루즈에게 축복을 받고 돌아갈 것이었으니까. 그럴 생각으로 그 자리에 선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크게 외쳤다. 박수와 호응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내 표정은 비장하기만 했을 것이다. 기타를 쳤다. 자자자장, 하고 손이 움직였다. 실수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 순간 눈이 뜨였고 비로소 무대가 시작했다. 내 머리가 방해할 틈이 없는, 내 영혼의 독무대가.

“다음 순서인데요, 천재 싱어송라이터 헥터 리베라의 고손자입니다! 소개합니다! 미겔 리베라!”

또 하나의 독무대가 시작을 알렸다. 천천히 심호흡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내 걱정의 원인이 도래했다. “리멤버 미, 리멤버 미!” 하고 어디선가 소리쳤다. 내가 준비한 노래는 그게 아닌데, 어떡하지? 조금 움츠러들었다.

무대 위에 올라서서 광장 전체를 휘돌아 봤다. 적지 않은 인원이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았구나, 이 시간대에, 이곳에는. 손이 떨려 온다. 눈을 깜빡이며 여러 곳을 찾았다. 내가 무엇을 찾는 건지 나도 몰랐다. 어쩌면 이곳에 없는 헥터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바람이 휙 불어 모자를 붙잡았다. 공기의 흐름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들렸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어! 소리쳐!’

헥터. 기타를 꽉 붙잡고 시야를 고정했다.

아버지가 보였다. 소코로를 안은 어머니가 손을 흔들었다. “리베라시토! 저 아이가 내 손주예요!” 할머니께서 박수쳤다. 사촌들이 엄지를 들었다. 다시 공기가 말했다. 소리쳐! 소리치라고, 나에게 말했다.

헥터. 헥터, 내가 할 수 있기를 바라 줘요.

나는 막연한 두려움의 정체를 깨달았다. 내 노래가 모두에게 제대로 닿기를 원한다. 내가 겪은 이 비현실적이고 황홀한 경험이, 기억이 모두에게 와닿았으면.

다시 심호흡하고, 마지막 심호흡으로 남기며 소리쳤다. 아─아호─오이! 광장이 내게 집중했다. 바람이 불었다. ‘잘한다!’ 기타를 꽉 쥐고 자세를 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멀어졌다.

이제 나는 사람들에게 말할 것이다. 이것이 내 노래라고. 미겔의 노래라고. 내 무대는 그렇게 시작한다.

“다들 내가 미쳤다고 말하죠. 아니면 바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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