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phany - 9
짧은 단발을 한 여자가 서류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섰다. 기다리던 수애의 앞에 챙겨 온 서류를 내려놓고는 맞은편에 의자를 꺼내 앉았다.
“한번 볼래요? 요즘 사람들이 옛날 예능에 더 관심 있는 건 수애 씨도 잘 알거예요. 10년도 넘은 예능의 다시보기 클립에 몇 백만 조회수가 나오는 건 기본이고. ‘짝’이라는 옛날 예능이 ‘나는 솔로’라는 이름으로 포맷 그대로 끌고온거 알죠. 이것도 그런 느낌이에요.”
“저… 실장님. 그런데 이건 보통 아이돌이 많이 하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 요즘 아이돌 팬덤 무서워요. 그래서 그나마 연애에 환상이 덜 있는 연예인으로 시작을 하려는 것 같아요. 게다가 수애 씨는 전직 아이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화가 이렇게 잘 됐잖아요. 내가 알기로는 리웨이 씨랑 사이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고요.”
수애가 한참을 서류를 읽더니 머뭇거리며 고개를 들고 여자에게 물었다.
“선배님은 아는 내용이신거죠?”
“수애 씨랑 같이 하는 거라고 하니까 서류도 안 보고 오케이하던데요? 편성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그리고 OTT에도 동시에 업로드될거예요. 말이 정규지 거의 파일럿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돼요.”
“프로그램 이름은 옛날이랑 똑같네요. ‘우리 결혼했어요.’ …….”
“이거 정말 좋은 기회예요. 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 소속 배우 김수애를 위해서라도 꼭 잡아야하는 제안이에요. 함께 출연하는 다른 커플들보다 우리가 더 화제성도 있고, 진행하는 패널들도 요즘 인기있는 개그우먼, 젊은 가수나 아이돌 위주고요. 특히 예능이 아직 낯선 수애 씨가 시도해보기 딱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그렇긴 한데…. 저도 정말 좋은 제안인 건 잘 알지만요….”
“…혹시 연애해요…? 남자친구 있어요?”
여자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수애가 화들짝 놀라 쥐고있던 종이를 떨군 채 손과 함께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뇨…! 아뇨, 없어요. 제가 이런 관찰형 예능을 잘 할 수 있을지, 선배님께 민폐인 건 아닌지….”
“수애 씨는 분명 잘 할거예요. 못하면 못하는대로 그것도 좋구요. 지금 수애 씨 앞으로 들어오는 대본이 다 비슷한 느낌이에요. 솔직히 20대 초반 여배우한테 ‘한새영’ 같은 딥한 이미지는 오래 가면 안 좋아요.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으로 이미지 변신을 좀 하자, 라는 의도니까…. 큰 이유 없으면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해볼게요.”
“정말요? 무르기 없기예요. 저 바로 계약서 보내요.”
환하게 웃는 여자의 얼굴에 수애가 옅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여자가 벌떡 일어나 서류를 들고 회의실 밖을 나섰다. 가상결혼 프로그램이라. 수애의 얼굴이 다시금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여태까지 예능이라고는 출연해 본 적도 없었는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고개를 숙여 서류에 적힌 글자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옛날과는 조금 다른 진행방식이었지만 두 연예인이 가상으로 결혼을 하며 신혼생활과 데이트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메인 포맷은 예전과 동일했다. 공동의 신혼집 단지에 여러 커플이 생활하는 것이 아닌, 연예인의 집에 실제로 두 사람이 촬영기간 동안 거주하며 생활하는 방식이었다. 지난번 그의 연락을 오랫동안 모른 척 한 이후로는 나름 평범한 관계로 회복되었다. 매일 문자 조금 주고받고, 가끔 그의 집에 찾아가 식사도 하고, 연기 연습도 하고.
“…웨이 집에서 촬영하려나….”
“내 집에서 뭘 해?”
뒤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었다. 웃는 그녀의 얼굴에 입꼬리를 올린 웨이가 수애의 뺨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예능?”
“네. 웨이는 이 프로그램 본 적 있어요?”
“아니. 근데 안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대서 안 봐.”
“저 어색하게 굴면 어떡하죠…. 재미없으면 안되는데….”
“어색하게 구는 게 더 재미있다. 너 원래 하던대로 해.”
고개를 끄덕이는 수애의 손목을 잡아 일으킨 웨이가 회의실을 나섰다. 자연스럽게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모습에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조그맣게 속삭였다.
“우결이 가상결혼 프로그램 아니예요? 근데 왜 저 둘은 진짜 커플같지.”
“진짜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내커플 결혼하면 대표님이 냉장고 해주신다는거. 연예인도 포함이에요?”
“글쎄다….”
가상결혼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리턴즈’, 티저 최초 공개
VTN 새 오리지널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리턴즈’에서 유튜브를 통해 티저 영상을 최초 공개했다.
13일 토요일 첫 공개를 앞두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 리턴즈’는 지난 2010년 종영한 ‘우리 결혼했어요’ 이후 14년만에 돌아오는 새 시즌이다.
공개된 티저 속에서는 세 커플의 첫만남 장면이 차례대로 등장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힙합 서바이벌 우승자인 래퍼 란타와 댄스 크루 서바이벌에 출연한 댄서 배여강 커플. 최근 연애 토크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며 인지도를 높인 유튜버 윤소라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이름을 알려 한국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뮤지컬 천재 강송찬 커플. 마지막으로 영화 ‘흐름’에서 최고의 케미를 보여주었던 아시아의 스타배우 리웨이와 떠오르는 충무로 샛별 김수애 커플까지 공개되었다.
한 관계자는 서바이벌 커플다운 개와 고양이같은 모습을 보여줄 란타, 배여강 커플과 20대 초반의 현실연애를 보여줄 윤소라, 강송찬 커플 뿐만 아니라 이미 영화에서 진한 커플연기를 보여주어 가장 리얼리티한 모습을 기대한다는 리웨이, 김수애 커플까지 기존에 보았을 연애 프로그램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진행 패널로는 코미디언 장도영, 이용준과 래퍼 이연지, 배우 김예인, 아이돌 태리와 서영으로 밝혀졌다.
연예인들의 리얼리티 가상결혼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 리턴즈’는 오는 1월 13일(토) VTN 오리지널로 브라운관과 OTT 동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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