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Mask
델라 인성 파탄 지지합니다.
데스 마스크: 사람이 죽은 직후에 밀랍이나 석고로 그 얼굴을 본떠서 만든 안면상
내 곁에 놓여 있는 섬뜩한 틀 하나, 그것은 어제까지 살아 있던 돈독한 친구의 얼굴이다. 사실 나는 가품(假品)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석고 가면이 썩 유쾌하게 다가오지도, 그렇다고 마음에 강하게 와닿지도 않는다. 허나 시신을 언제까지고 숙소에 둘 순 없는 노릇이 아니겠나. 어젯밤 그를 흘려보냈다. 그것은 매우 아쉽고도 안타까운 유기(遺棄)였다. 차디찬 강물에 그의 주검을 떠내려 보내며……. 오, 친구. 내 마음도 그 밤의 물결처럼 냉골이었다네. 우리의 우정이 한두 해 얕은 것이 아니건만 그리 보내게 되어 유감이야.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들은 데스 마스크 덕분에 이렇게 친구의 얼굴을 본떠 그를 영영 기리고 또 비웃을 수 있으니. 나는 아무리 해도 자네가 있어야겠다. 말을 못하니 더는 내 의견을 부정할 수도 없을 테고, 눈을 감고 있으니 내게 비난의 시선을 보내지도 못할 테고, 웃고 있는 만큼 어떤 일이 닥쳐도 나를 온전히 위로만 해 주리라.
가면을 들어 손으로 더듬어 본다, 어디 보자. 내 친구, 오랜 벗, 헥터. 헥터, 순진한 헥터…. 언젠가 한 번 자네에게 청산가리를 건네고야 말겠다고 종종 생각했었지. 가령 우리가 싸운 날 잠시간. 자네는 지금 편안히,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 있군그래. 상한 초리조가 복통의 원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점, 그것 하나는 진심으로 미안케 생각하는 중이야. 소시지 따위에 골로 가다니 하하! 아무리 자네라 해도 퍽 자존심이 상하겠지? 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게 맞는 일이었잖나. 내가 자네에게 청산가리 소시지를 주느니 청산가리주(酒)를 주는 게 도리 아닐까? 게다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게 안에서 그런 흉측한 생각을 할 리도 없고. 덧붙여 그때의 자네는 아주 내 마음에 흡족했거든. 왜, 자네 그 연약한 마음이 향수(鄕愁)로 얼룩지기 전에 말일세. 그놈의 가족이 만악의 근원이다, 벗이여. 필연적으로 인간은 결국 혼자 나와 혼자 가는 한평생이지 않은가?
가면의 귀를 손가락으로 막는다. 나의 내면의 소리를 그가 들었으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이건 그저 얼굴 모형일 뿐이니까. 단지 이 행위는 글쎄…, 아마 망자에 대한 예의일지도 모르지. 홀쭉한 얼굴형을 더듬는다. 맙소사, 너구나. 정말이지 차갑다. 진짜 죽었는가. 결국 죽어 버렸네.
문득 홀가분했다.
잘 가게, 친구. 딱딱한 틀을 얼굴에 올려 덮는다. 이제 나는 새로운 노래로, 자네의 노래로 재탄생하겠지.
¡Nuevo Ernesto de la Cr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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