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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 직후의 마버로아 망상
* 위디럭스 발매 이전에 쓴 소설. 원작 설정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 별의 커비 wii 직후, 로아에 쓰러진 채로 발견된 마버로아를 커비가 팝스타로 데려왔다는 설정.
마버로아는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깊고 무거운 어둠을 느끼며 마버로아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회상했다.
성가신 랜디아를 쓰러트리고 마침내 얻었던 마스터 크라운, 그 무한한 힘을 얻었을 때의 쾌감은 참으로도 짜릿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한때는 친구라고 믿었던, 순진하기 짝이 없었던, 그러나 나보다 훨씬 강했던 그 커비가 나를 쓰러트렸다.
커비의 검에서 무지갯빛 섬광이 다가왔을 때, 그때의 감정은 체념이었다.
도저히 저 녀석은 이길 수가 없겠구나, 나는 또 이렇게 실패해 버리는구나, 하는 체념. 그리고 왠지 모를 약간의 안도감. 그것이 마지막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죽는 거겠지.'
마버로아는 어둠 속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죽음이 이렇게 깜깜한 어둠뿐인 것이라면, 지루하지만…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겠는걸.'
차가운 바닥이 느껴졌다. 마버로아는 정신이 몽롱했다.
'뭐야… 여긴…… 저승인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흐릿하게 몇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그리고 맨 앞에 있는 분홍빛 형체는…
커비였다.
언제나와 같은 푸른 눈동자에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보자 마버로아는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자기가 저질렀던 그 모든 악행이 후회스럽게 느껴졌고, 눈앞에 서 있는 그에게 강한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무거운 감정이 그에게 몰아닥쳤다.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어.'
마버로아는 쥐어짜내듯 한 마디를 뱉어냈다.
"미…안해…… 커비……."
그 후 마버로아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어느 푹신한 침대 위였다.
마버로아가 눈을 뜨자 둥그런 돔 형태의 천장이 보였다. 옆에 나 있는 창문에서는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버로아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눈이 부셔서 바깥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여긴 어디지? 난 살아있는 건가….'
마버로아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곳엔 커비가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순간 그 모습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커비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분홍빛 머리 위에 초록 모자를 쓰고, 오랜 싸움에 지쳤을 것임에도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던 그 모습. 그리고 치켜들었던 거대한 검까지.
그때를 떠올리자 마버로아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왜? 왜 커비가 내 앞에 있는 거지?'
다시금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그와 함께 몸의 감각이 돌아오면서 몸 전체가 욱신욱신 아파왔다. 마버로아는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으윽……."
그 소리에 커비가 반짝 눈을 떴다. 자신을 쳐다보는 푸른빛 눈동자에 마버로아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 마버로아!"
커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기세에 의자가 뒤로 넘어져 우당탕 소리를 냈다.
'이제 진짜로 죽겠구나….'
마버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버로아가 살며시 눈을 뜨자, 그의 옆에 서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커비가 보였다.
"…커비?"
"……."
"저, 커비? 지금 우는 거야?!"
하지만 커비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마버로아는 당황했지만 일단 커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커비는 그 손을 잡더니 갑자기 그를 끌어안았다.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무섭게….'
마버로아는 커비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커비는 그를 더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온몸 전체가 아파왔다. 이대로 더 있다간 몸이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이걸 어쩌지, 하다가 마버로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커비…? 조, 조금 아픈데……."
"아! 미안…."
커비가 살짝 머쓱한 듯이 포옹을 풀고는 눈물을 쓱쓱 닦았다. 그러고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가 깨어나지 않을까 봐 얼마나 걱정했다구! 사실 그때 너를 쓰러트리고 난 뒤에 네가 사라지길래 완전히 소멸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로아에 가보니까 거기 네가 쓰러져 있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여기 푸푸푸랜드로 데려온 거야. 혹시나 해서 데려오긴 했지만, 진짜 깨어날 줄은……."
"커비, 잠깐만! 너, 너는 나한테 화도 안 나?"
"응? 왜?"
"왜냐니…. 나는 널 속여서 마스터 크라운을 얻고… 너희 별을 지배하려고까지 했었잖아……."
"어, 그랬지!"
"그런데 왜? 그렇게… 그렇게 나쁜 짓을 했는데 왜 날 살려준 거야?"
"음…. 물론 처음엔 좀 화가 나기는 했지. 우리를 전부 속인 데다가, 팝스타를 지배하려고까지 했으니까. 랜디아도 쓰러져 있는 널 보고 없애버리려고 했어."
"그러면 어째서…?"
"그런데 로아에서 널 발견한 그때, 네가 어렴풋이 말하는 걸 들었거든. 미안하다고.“
마버로아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정신이 없어서 헛소리를 했나?'
마버로아는 빨개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커비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얘기했다.
"나는 말야, 나쁜 짓은 나쁜 거니까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커비는 그 부분에서 잠시 숨을 들이쉬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사과를 한다면, 그건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거니까 용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너를 구해준 거야. 마버로아는 용서를 구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커비는 마버로아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천진난만하게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정의로운 신념과 의지가 있음을 마버로아는 깨달았다.
"마버로아, 그치? 그거 사과한 거 맞는 거지?"
아무렇지 않은 척 커비는 그렇게 묻고 있었지만, 혹시나 아니라고 할까 봐서인지 긴장한 티가 났다. 마버로아는 살짝 웃었다.
"응, 맞아. 나 너한테 사과한 거야. 미안해 커비. 지금까지 속여서, 정말 미안했어."
그러자 커비는 다시 한번 마버로아를 꽉 끌어안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우리 이제 진짜로 친구인 거다? 또 거짓말하면 가만 안 둬!"
"그럼, 물론이지. 우린 진정한 베스트 프렌드잖아?"
마버로아는 미소를 지었다. 여태껏 지어온 거짓 웃음이 아닌,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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