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커비

동일인물도 우리가 될 수 있을까 1

이전에 올린거 백업

글뭉치 by Bi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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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올린 동일 인물 연작을 모아 하나로 백업했습니다. 기승전결의 ‘기’를 거칠게 모아둔 거라 언젠가 전체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기왕이면 실물로…. 동일 인물 연작이 아닌 다른 이름을 생각해야 되는데.

중앙에 있는 구분선은 다른 포스트를 이은 것입니다.


"지금 난 어느 때보다 가까이 왔어."

쓰러진 몸을 겨우 일으킨 배신자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화재를 몸에 두른 듯 부풀던 마력 불꽃도 사그라들었다.

"너도 내 꿈이 뭔지 알잖아. 어째서 부순 거야? 나는 과거의 꿈을 포기한 너인데..."

지배인은 배신자의 물기 어린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난 절친한 친구들이 저지해서 실패했거든."

"실패했는데... 성공했다고? 이해가 안 돼."

"너도 이걸로 깨닫게 될 걸."

지배인은 상대에서 가까운 바닥에 울트라 스워드를 꽂았다. 그는 배신자의 왕관을 벗기느라 날아간 모자를 다시 찾아야 했다. 뒤에서 자신보다 한 톤 낮은 목소리가 힘없이 웃다 크게 한숨을 쉬었다.

'절대 인정하지 못 할 심리를, 내가 아니면 누가 이해하겠어.' 지배인 마버로아는 배신자인 자신의 심정을 알았다. 그때의 내가 힘에 눈이 멀었다는걸 확인하니 더욱 그랬다.

지배인의 실크 해트는 마버로아랜드의 광장, 그의 명패가 있는 곳에 정확히 놓여있었다. 그는 흙먼지로 너덜너덜한 자신의 모자를 털었다.

갑자기 열린 이공간 포탈 너머에 모를 수 없는 마력이 심하게 요동치는걸 느꼈다. 그래서 지배인은 급히 손님들을 유원지 바깥으로 안내할 것을 공지했다. 그의 반응에 직원들은 당황했지만, 곧 침착하게 할 일을 수행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손님과 직원은 로아에 태워 집으로 보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이 도움이 되어 다행이었다.

"지배인, 다치면 안 돼요!"

캐스터 웨이들 디들의 염려가 다시 생각나 미소가 번졌다. 로아는 분명 테마파크와 연결된 카메라를 통해 전투를 끝까지 지켜봤을 거다. '어쩌면 직원들의 부탁에 화면을 공유했을지도.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 친구도 걱정할 테니까.'

"아, 나중에 친구들이 알면 뭐라고 하지? 내가 이겼고 안 다쳤으니 괜찮아?" 변명을 웅얼거리던 지배인은 하늘배가 항상 정박하던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배인의 온 몸이 굳었다. 예쁘게 키워둔 나무가 부러지고, 화단이 무너졌다. 알록달록한 꽃잎은 전부 뽑혀 부서진 분수의 물을 타고 흘러갔다. 모자에 묻은 흙먼지와 자갈, 무슨 색이었지? 아까의 전투에서 느끼지 못한 불안감이 닥쳤다.

지배인은 랜드의 전경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항상 청결했던 벽돌길은 엎어지고, 가로등은 꺾여 불꽃이 튀었다. 지배인은 도저히 어트랙션이 있는 곳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모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마버로아아아아!!!"


배신자는 몸을 완전히 뻗었다. 온 몸이 쑤셔와 얼굴을 찡그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는 지배인인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지배인은 옷이 더러워지고 찢어졌을 뿐, 가벼운 찰과상에 그쳤다. 로아에 탄 하찮은 생명체들이 떠날 수 있게 지키면서도!

그의 로아는 언제나 승리했다. 행성의 토착종들은 배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옛 유물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정복 활동을 하면서 망가졌다. 그래서 이곳의 로아를 발견했을 때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나의 것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었고, 실제로 거의 그랬다.

'지킬 것이 있는 나는 그렇게 단단한 표정도 할 수 있던가.'

무한의 마력을 지닌 건 이쪽이지만, 모든 전투에서 밀렸다. 싸움을 봤던 직원들이 있었다면 그 괴물은 너무 무서웠다며 발을 굴렀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배신자는 깔끔하게 결론을 내렸다. 지배인은 옛날에 왕관을 얻기 위해 이용했던 일행의 슈퍼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모자를 이용해 시선을 분산하고 그의 왕관을 깔끔히 도려내서, 재도 남지 않도록 태웠다. 그가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오른 마법사였다.

그런 자의 공간에서 싸웠으니, 처음부터 자신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배신자는 고개를 돌려 거대한 검을 보았다. 서늘한 칼날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나도 그처럼 성취할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마스터 크라운을 찾지 않아도 되었던 걸까. 대체 무엇을 위해 원했던 거지...'

그때 멀리서 고함이 들려왔다. 배신자는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기에 깜짝 놀랐다. 한껏 꾸민 녀석이 무엇을 말했는지 모르겠으나, 전부 대피했으니 소리칠 이유가 없을 텐데. 배신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의 앞에 지배인이 한 손에 모자를, 다른 손에 무언가를 쥔 채로 무섭게 날아왔다.

"너!" 마버로아가 장대로 마버로아의 눈 사이를 가리켰다.

"마음이 바뀌었어? 시답잖게 자비를 베푸는 척 하더니!" 그는 남은 기력을 끌어모아 조롱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

"치워."

"응?"

"치우라고! 청소해!" 지배인은 쥐고 있던 빗자루를 온 힘을 다해 던졌다.

빗자루에 맞은 배신자는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초라한 끝을 맺을 줄 알았는데, 그는 빗자루를 지지대 삼아 몸을 반쯤 일으켰다. "컥, 뭐라고..."

"네가 부순 마버로아랜드의 자재, 어트랙션... 전부 다! 책임져!"


[여기까지 형식을 차린 썰입니다. 이후 자유 형식입니다]

"모든 걸 원상태로 되돌릴 때 까지 내 권속으로 있어. 그렇게 크면 우리 직원들이 놀란다고!"

"마력 제한한다는 소리를 귀엽게 하네."

그렇게 지배인 크기로 작아진 배신자 마버로아. 적-청-자주색이 섞인 옷을 입고, 귀가 아래로 꺾여있는 뿔처럼 생긴 것 외엔 똑같다.
(참고자료: 위럭스의 스토리모드 마버로아 1차전, 엑스트라모드 로아EX&마버로아)

직원들에게 사촌이라고 소개하며 직원으로 동등하게 대해달라 당부하는 지배인. 일꾼으로 강제 취업한 배신자에겐 험난한 앞날이 기다린다...

시야의 높낮이 적응부터 무언가 눈치챈 듯 불편함을 숨기지 못하는 기념품상 웨이들 디에 손님으로 방문한 커비의 일행과 마주치기까지!

지배인은 자신이 그랬듯 배신자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려고 하는데... 과연 마버로아들은 남남에서 벗어나 우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너-나 대립으로 진지하게 시작했지만 내면의 개그 본능에 패배했습니다. 계속 떠오르는 설정이 있어 까먹기 전에 정리했습니다.

이공간포탈에서 막 나온 배신자 마버로아 크기 참고자료 : 1926년 영화 "Faust" (아래 사진)


배신자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침구를 물끄러미 내려봤다.

'마스터 크라운은 부서졌고, 권속 계약에, 마력은 봉인.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지.'

그는 들고 있던 베개를 주물럭거렸다. 맑은 날의 냄새가 밴 상당히 좋은 물건이었다.

"로아의 방을 내 준다고?"

"그럼 비 오는 돌바닥에서 자라고 할까? 나 그렇게 잔혹하진 않아!"

지배인은 고개를 살짝 꺾은채 특유의 반짝이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때의 시선이 떠오르자, 배신자는 짜증이 치밀었다.

"너라면 테마파크 광장에서 취침하라고 할 줄 알았어."

"직원들이 보면 어쩌려고? 불미스러운 어떤 사건 때문에 최소인원으로 출근하는데."

"넉넉하게 휴가 줬잖아."

"그 기간 동안 너랑 나 뿐인걸. 오래 일 해야지."

누구 때문에 마버로아랜드를 닫아야 하는데, 배신자에게 핀잔을 준 지배인은 어딘가를 뒤적이다 자루 베개를 건넸다.

"게다가, 그런 곳에서 자면 온 몸이 뒤틀리듯 아프더라."

생긋 웃으며 건네는 모습이 정말로 보기 싫어 울컥했다. 확실히 그 녀석은 어떤 분기를 겪은 모습이었다.

'농담도 심하지. 그러니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구는 거야. 위선자 주제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로아의 신호를 따라간 배신자는 손님 방문 앞에 도착했다.

"아! 잘 자고 내일 봐!" 닫히는 문 너머, 멀리서 지배인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저렇게 완성하는 농담이라니. 마버로아는 자신의 마음에 제일 많은 상처를 내는 사람이었다.

"후우-,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래서 배신자는 당장의 화를 다스리는데 제일 도움이 되는 행동을 했다. 탄성이 좋은 베개를 꾹꾹 누르고, 잘 개어진 도톰한 이불을 덮었다. 천의 마찰 소리와 기계가 부드럽게 윙윙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기분이 이상해."

배신자는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가 마스터 크라운을 쓰고 세상이 모형 정원이 된 이래로, 로아에 타 본 지 꽤 오래되었다.

"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왜 다들 울고 비명을 지르는 걸까? 그렇지, 로아?"

광활한 우주는 대답이 없었다. 마음을 가진 배라니, 전설이란 시간이 지나며 과장되기 마련이었다.

'성능은 과소 평가된 부분이 있으니 다행이지.'

그렇게 세상에 지배를 베풀면, 눈앞이 붉어 따끔거리고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그는 그럴 때 마다 로아에 몸을 기댔다. 껴안은 채로 귀를 기울이면 장치들이 맞물리며 내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두근대는 심장 소리 같아서, 배신자는 그대로 잠들 수 있었다. 혹시라도 누군가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지금의 로아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니 알 수 있었다. 들어온 순간부터 깨달았으나 애써 무시했던 신호였다. 그를 잠재우던 울림과 확연히 달랐다. '이건' 건강한 자의 맥박처럼 뛰고 있었다.

마버로아는 장갑에 묻은 물기를 닦아냈다.

배신자는 손바닥을 멍하니 쳐다보다 이불을 조금 끌어올렸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침묵이 무서웠기에 눈을 감았다.

한동안 뒤척이다가 바른 자세로 누운 배신자는 간헐적으로 들리는 기계음에 집중했다. 포옹이라도 한 듯한 따스함에, 곧 고른 숨소리가 방을 채웠다.


지배인은 패널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심각해. 왕관이 공급하던 마력이 사라지니 몸이 불안정해졌어. 관을 쓴 자의 최후를 생각하면, 자아를 상실하기 전에 건진 게 다행이지."

키보드에서 손을 뗀 지배인은 바닥을 쳐다보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호옥시라도 내가 아프면 누가 보충하기 어렵고..."

마법사는 자신의 손을 맞잡았다.

"자신의 로아가 없는걸 보니 아무래도 정말 심하게... 다룬 거 같은데. 그때의 전투에서 널 빼앗길 뻔한 거 잘 알지."

마버로아가 화면을 올려다봤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하겠다고 말했는걸. 네가 나에게 기회를 줬듯이, 저 녀석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마버로아가 쳐다보던 화면에 진단서 서식이 나타났다.

"협조해줘서 고마워!" 지배인은 한숨 돌렸다는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잘 하면 귀찮은 일은 떠넘기고 여행이라도 갈 수 있겠지..."


[여기까지 형식을 차린 썰입니다. 이후 자유 형식입니다.]

배신자는 무한한 마력이라는 기체가 빠진 쭈그러진 풍선 같은 상태입니다. 아직은 본인 억울함이 더 커서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지금 시점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전부 깨달으면 뻥 하고 터질 연약한 몸입니다.

지배인이 권속 계약을 맺은 것도 크라운 후유증으로 허약해진 배신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동시에 마버로아라는 자원이 하나 더 생겨서 조금 신났을 수도... 지배인: 죽을 때까지 랜드에서 일하자.

조금 더 경계를 푼다면...

(시설 유지보수중인 지배인과 청소중인 배신자)

배신자: 나라면 용암구덩이를 넣었을 텐데.

지배인: 안돼.

배신자: 쳇...

지배인: 그냥 구덩이는 괜찮은 거 같아.

(둘 다 숨죽인채 사악하게 웃음)


"'나'니까 당연히 랜드를 위해 열심히 일하지~" ('해야지'아닌 '한다'가 포인트)

"너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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