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

자캐 이야기 by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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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는 곧 파동이 된다. 기억 되지 못하는 파동 끝에서 또다른 파동이 일어, 연쇄가 일어나고, 그 중 하나를 기억하게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그 기억은 다시금 파동이 된다. 연속적이면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나는 안다. 자식을 키우면서 느꼈으니까. 분명 어릴적에 함께 왔던 장소를 아이는 기억 하지 못한다던가, 함께한 행위를 기억하지 못 하는 일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모너허이. 네가 세상에 눈을 빛냈던 계기는 꼬리깃이 우리에게 무슨 이점을 주는지 물었을 때였어. 그리고 그 질문을 세번인가 하더구나.' 그러니 뱜바가 논하는 '최초의 기억'에 대해서도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본다. "그게 처음은 아니었을거야."

그렇게 시선은 어긋난다. 애초에 뱜바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던 건 아니었으니 이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한다. 55년, 그리고 86년, 조드를 두번은 더 겪었을 세월의 차이 속에서도 자신이 더 잘 아는 분야를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네게는 최초였겠지." 뱜바에게 있어 그 이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아마 하칸의 말을 확인 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하칸은 단언해버린다.

뱜바. 우리는 스스로 표정을 보지 못하고 얼굴 근육의 미세한 변화를 기억할 나이는 훨씬 지났다. 그러니 아마 흘러나오는 것들은 거의 타자의 평, 그리고 자신의 기억이 진실의 조각이 되어 끼워맞춰진 것일테다. 부족의 상징이 되었을 때는 더욱이 그렇다. 보통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늙어가지만 뱜바는 늘 젊은 사람들을 만났다. ㅡ그의 기준으로ㅡ 젊어져 현재의 시대를 알기보단 과거의 잔재가 되어 존재 자체로 전통이 되어야했다. 기억하는 이여야만 했을테다. 부족 내의 노인들이 대우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있다. 뱜바는 옛 시대에 표류되길 기대 됐고, 그 기대를 충족하지 않기를 택했고, 결과적으로 존재만이 껍데기로 남아 상징이 되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기대를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삶을 조용히 반추한다.

"답답했을 것 같은데." 부족과 자신의 의견이 맞지 않았을 때의 외로움은 자신을 향한 의심마저 불러오게 된다. 하칸의 삶이 그랬다. 제비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한가지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삶을 전부 내던지는 일을 덕목으로 생각한다. 그 말은 삶을 수단으로 여긴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지금에서야 그 덕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날개를 내두를 수 있지만 의심에 사로잡혔을 땐 스스로를 탓하는 게 '옳은' 일로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 질문에는 ‘아니,아니, 잠깐만, 하나만 더.’ 하며 답잖게 물고늘어진다. 그리고 사뭇 진지해진 분위기에서 잠깐의 틈을 숨으로 채웠다. "외롭진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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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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