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IRIN
흰꽃은 밤에 아름답단 이유를 내게도 가르쳐줄 순 없소 이대로 날 잡아둘 뿐인지 아 그 누구보다 붉게 물든 이 마음을 왜이리도 창백하다 말하는지 캐스커, <비밀> 중에서 이제 막 취임 석 달 차를 맞이하던 날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병아리 티를 못 벗은 신입이지만 말이야. 남자- 이 혼마루의 주인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카슈와 눈이 마주치고는
호우키 국(伯耆国)의 상점 거리는 날을 가릴 것 없이 붐비곤 했다. 행인이라고 해 보았자 심신자와 그를 따르는 도검남사들, 그리고 정부 소속으로 보이는 이들뿐이었지만 그래도 인파는 제법이었다. 머릿수가 모이다 보면 이런저런 필요랄 것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상가가 생겨나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의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은 곳이지만 이런 모습만큼은 현세
카슈 키요미츠는 자신이 그 남자의 단 한 자루였던 시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츠쿠모가미로서 살아 온 세월과 비교하면 굳이 시절이라고 일컫기에도 무색할 만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일주일은 이상하리만치 생생했다. 누군가 눈꺼풀 안에 뜨겁게 달군 바늘로 새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눈만 감으면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먼지 냄새도, 텅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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