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별의 용과 별을 구한 영웅의 대화



란비는 남동생 호노아를, 브리트라는 누이 아주다야를 잃었다. 정확히는, 헤어진 것이었다.

먼저 말을 건 것은 의외로 빛의 전사 측이었다.

그는 동료들에게는 자기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새벽'이었던 동료들에게는 무엇이든 비밀 하나쯤은 있었으니 '모험가'인 그가 자신의 비밀을 꺼낼 일은 0에 가까울 확률과도 같았다.

그러나 사람은 의외로 쉽게 마음을 열어 비밀을 보여주는 존재였다. '모험가' 또한 사람이기에 그런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기나긴 가족의 부재, 끝나지 않는 그리움과 후회. 어떤 종류의 감정들은 일상에 스며들어 작은 연관성 하나에도 그것을 떠오르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제 7 재해 때 피난을 가다 손을 놓쳤어. 그렇게 동생이랑 헤어지게 됐지. 모험가가 된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 돌아다니다 보면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마음에."

모험가는 그때를 생각한다. 도망치던 사람들과 마물들. 그 사이에서 자신 또한 동생을 데리고 도망쳤다. 떨어지는 운석과 파괴로 인해 분노한 정령을, 재해를 피해서 도망치던 와중 미끄러지던 손의 감촉을. 영영 놓게 된 작은 손을 기억하고 다시금 말을 잇는다.

"...떨어질 당시의 나이가 너, (이때 모험가는 잠시 브리트라의 분신, 바르샨을 바라봤다.)랑 비슷했어. 그래서 지금도 그 나이 또래의 애들만 보면 잠시 눈이 가게 되더라. 이미 성인이 됐을텐데도 아이들만 보면 자꾸-"

돌아보게 돼.

"...그런 이들은 적잖이 봐왔다. 이 섬의 아이들 중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었지. 나도 누이가 어떻게 변했을지 먼 옛날에 상상했던 적이 있지만, 계속 떠오르는 것은 헤어졌을 때의 그 모습이었다."

모험가는 그의 말에 끄덕였다. 한동안 말이 오가지 않았다. 양쪽 둘 다 그다지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었을 뿐더러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가령 이별 이후의 감정이나 그 이후에 살아오면서 느꼈을 것들 같은 것이었다.

다시금 입을 연 것은 모험가였다.

"당신이 꼭 누이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

새삼스러운 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영웅'인 채로 걸어와서... 동생에 대한 정보 같은 건 아는 게 없어. 내가 처음으로 모험을 한 것도 재해가 지난 지 5년이 되던 시점인데다가... 이제와서 만난다 하더라도 이미 내가 기억하는 그 아이의 모습이 아녔을 거야. 어쩌면 이미 서로가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고. 하지만 당신은 누이가 어디로 갔는 지도, 그곳을 갈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잖아? 물론... 영혼 수호비늘의 보강과 인조 아토모스 제작이 성공해야 하는 거지만, 그걸 못해낼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그러니까..." 모험가는 인형 너머의 용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아주다야를 만나서, 다시 데려오자. 아무리 보이드가 '무'로 변했다 하더라도, 용의 비늘은 그걸 막을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여전히 버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일단 넘어가면 이런저런 일이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용 정도의 덩치면 꽤 멀리서도 보일테니까. 더 찾기 쉬울지도 모르지."

물론 아주다야를 찾더라도 야슈톨라의 탐구욕이 충족될 때까지 나나 에스티니앙은 좀 더 머물지도 모르지만.

모험가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용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험가를 바라보았다. '영웅'이란 존재는 용인 자신보다도 강인해 보일 때가 있구나, 라고 생각한 용은 입을 뗐다.

"그래. 그럴 수 있으면 좋겠군... 그렇게 된다면 나도 조금은 도와주마. 보답을 해야하니까."

그의 말에 모험가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따지고 보면 나랑 에스티니앙이 보물을 찾아서 그런 건데 뭘, 오히려 이쪽이 보답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잠시 그런 모험가를 본 브리트라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란비 페누아, 그대 또한 언젠가 그대의 동생을 찾길 바라네."

가족을 잃는 슬픔은, 나 또한 잘 아는 것이니.

눈을 동그랗게 뜬 모험가가 용의 분신을 바라봤다. 아마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던 것이겠지.

그 말을 끝으로 용과 모험가의 짧은 대화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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