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데아가 비치는 바다 1

카지푸름 성장 if

DLC 번외편으로부터 8년뒤

카지 22세, 푸름 20세 설정 (본편 14세/12세로 생각중이라…)

그뭔십 날조망상적폐해석, 양방향 짝사랑

시간나면 연재


카지는 제 목의 넥타이를 보고 다시 가다듬으며 거울을 보곤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이제 청년이 되어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카지는 남들이 보면 잘생겼다 생각하고 힐끔 쳐다볼 정도로 성장했으며 오늘은 기념비 적인 날이었다.

'이 정도면... 푸름이가 보고 좋아하려나?'

하나 지방에 있던 블루베리 아카데미에서의 유학이 끝난 뒤 카지와 푸름은 편지를 주고 받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보네, 푸름이도 많이 컸을까?'

카지의 키는 어릴 적 푸름과 비슷했지만 지금은 훌쩍 자라버렸다. 제 누나인 시유가 그렇게 키가 크니 카지도 예견된 수순과 다름 없었으며 그 뒤에 카지는 잠깐 머리를 다시 풀었다 묶고는 얼른 팔데아 챔피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늘 카지가 팔데아에 온 것은 어떠한 제의였고 그 제의에 바로 망설임 없이 동의했기에 비행기를 타고 온 팔데아 땅은 신기했다.

북신과 다르고 하나 지방과 다르다.

여기가 푸름이 다닌 그레이프 아카데미가 있는 테이블 시티가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뛰는 느낌이었다.

지금 푸름과 같은 대륙의 땅을 밟고 있다는 두근거림이 자신을 어린 시절의 푸름과 처음 만났을 때를 상기시키면서도 흑역사가 스쳐지나갔다.

"윽..."

역시나 그 흑역사는 기억하면 영 그러하다보니 카지는 넥타이를 다시 부여잡으며 똑바로 만들곤 머리도 이상이 없었다.

옛날과 다르다면 귀에 있는 피어싱이었다. 푸름이 떠나고부터 아직 반항기가 남아 괜히 뚫었는데 그냥 하다보니까 오래 유지하고 있었다.

"푸름이, 잘 있겠지?"

혼잣말을 중얼인 청년은 약속 장소를 향해 나가자 미리 준비해둔 공중날기 택시가 있었다.

앞으로 푸름과 카지가 만나기 전까지 3시간.

"너 왜이렇게 오늘따라 분주한거야?"

"오늘! 걔가 온다잖아!"

"걔?"

"카지!"

모란은 그 얘기에 생각해보다가 북신에 초대받아서 갔던 때를 생각하고 안경을 치켜 올렸다.

"아, 그 북신에서 보았던 애?"

"응!"

스마트로토무로 게임을 하던 모란은 멈추고 꽤나 들떠보이는 푸름을 보더니 피식 웃기 시작했다.

"흐음~ 그래, 그렇다 이거지?"

"...그 표정은 뭐야?"

"아니~ 그냥. 흠~"

푸름을 훑어본 모란은 평소보다 굉장히 신경 썼다는 걸 깨닫곤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이거 그게 확실해서 모란은 속으로 둘만 모르는 거 아닌가 싶었다.

"둘이 몇년 만에 보는거지?"

"음...... 한 5년도 더 되었으려나?"

모란은 지금 리그의 프로그래머였다. 그렇다보니 다 커서도 만날 일이 꽤 자주 있다보니까 여전히 친구였고 절친했다. 그런 푸름이 모란에게 얼굴을 조금 붉히며 오늘 자신은 어떻냐고 물어보는 것도 역시나가 역시나라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릴 때 카지 쪽이 엄청 티 냈는데 지금은 얘가 더 안절부절해 하는 것 같네.'

푸름만 모른다.

아무래도 유년기에서 청소년기의 첫사랑이 그렇듯 일시적인 것이라 생각했지만 꽤나 오래가는 느낌도 느낌인데 이건 아무래도 모란이 보기에는 그거 같았다.

"이번에 팔데아 리그에 더블 배틀 생기는 거 때매 더블 배틀로 유명했던 아카데미 출신을 부르는 것도 역시 네 추천이었잖아?"

"아. 응!"

모란은 넌지시 네가 카지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할려다가 말았다. 역시 이건 자각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뭐 힘내."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마저 다 마신 모란은 오늘도 할 일이 많다고 먼저 노트북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오늘 퇴근하면 브이브이랑도 놀아야하고 바빠. 너는 오늘 카지랑 오랜만에 만나니까 할 얘기도 많을거고."

그렇게 말한 모란은 푸름이 했던 말을 하나 생각했다.

'카지라는 녀석 가라르에선 과사삭벌레를 상대에게 선물로 주는건 무슨 의미인지나 알고 있으려나?'

마저 가방을 닫으며 모란은 얼른 가려고 푸름에게 손을 흔들었고 푸름 또한 손을 흔들었다.

"카지 많이 컸겠지?"

그리곤 기지개를 한 뒤 팔데아 챔피언이 끼는 장갑을 다시 매만지며 꾹 올렸다.

카지와 푸름이 만나기까지 앞으로 1시간.

공중날기 택시가 도착한 곳은 포켓몬 리그였다. 팔데아 리그는 치프 챔피언이 존재하고 거기에 챔피언 랭크가 존재한다. 싱글 배틀이 전부였지만 이번에 더블 배틀에 관심있다는 치프 챔피언의 생각에 더블 배틀이 주를 이루던 아카데미 출신인 카지가 초청받은 것이었다.

"후우..."

여기에 푸름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두근거리는 마음이 끝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푸름과 비슷한 키였던 카지는 이렇게 훌쩍 자라나서 청년으로 자라 앳된 모습이 성인이 된지 얼마 안된 느낌이었다.

성인이 되어도 마음 속에 품은 감정은 여전했다. 푸름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자주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오랜만이었다.

유학이 끝나고 돌아가고 나서 푸름은 굉장히 바빠졌다고 편지에서 그랬다. 돌아오고 나니 그레이프 아카데미에서 해야할 일, 챔피언 랭크에 들었으니 챔피언이 되어 할 일. 마지막 편지는 비행기 티켓과 함께 이번에 더블 배틀 부분을 치프가 의견을 묻고 싶어하길래 자신이 추진했다는 말이었다.

"어디 나쁜 곳은 없지?"

스스로 계속 자신을 신경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 변화를 푸름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얇은 걱정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미안해! 카지, 기다렸어?"

"아...!"

익숙한 목소리가, 카지의 귀에 꽂혔다.

이건 분명히 푸름이었다. 카지는 반가움에 등을 돌렸고 거기에는 너무나 그리운 사람이 있었다.

가끔 사진을 보내주었지만 최근 2년은 사진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지금 눈앞의 짝사랑하는 사람의 큰 모습은 카지에게 있어서 치명적이었다.

한쪽 옆머리를 땋은 것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머리가 좀 길어진 푸름은 앳된 모습이 아직 남아있는 성인의 모습이 카지랑 비슷했다.

"우와... 카지 진짜 많이 변했다. 사진 꼭 나만 보내곤 해서 카지는 어떻게 컸나 했거든. 키도 진짜 많이컸다. 시유가 키가 커서 그런가?"

"니헤헤..."

카지는 빙긋 웃었다. 푸름이 다행히 제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으니까.

"예전에는 그냥 전부 머리 묶었는데 이젠 앞머리는 그냥 내렸네?"

"응. 자꾸 다 묶으니까 누나가 반항기라고 자꾸 말해서 이것만 내렸어. 평소에는 그냥 풀고 다니는데 배틀할 때라던가 그럴땐 묶어."

카지가 묶는 것은 진심을 다할 때였다. 지금은 진심을 다하는 시간이다보니 머리를 묶었던 것이었다.

"피어싱도 뚫고 카지라는 걸 확실히 느꼈는데 변한 부분도 많네."

"니헤헤, 사실 자꾸 누나가 반항기냐고 물어서 홧김에... 했어."

"카지는 아닌 것 같으면서도 그런 면이 꽤 있다니까. 블루베리 아카데미때도."

"쉿... 쉿! 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

카지는 다짜고짜 푸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는 제 흑역사가 들춰지는 기분이라고 생각하곤 입이 비죽 나와선 푸름을 힐끔 쳐다 보았다.

푸름은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잡힌 손 때문일까? 카지는 순간 미안하다며 손을 빼내었고 푸름은 잡혔던 손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리곤 몇번 주먹을 쥐었다가 펴보기를 반복했다.

"저기 푸름아. 내가 무슨 잘못 했을까?"

"어!? 아냐! 아니야!"

그렇게 대답한 푸름은 고개를 흔들면서 왜이리 얼굴이 붉은 지 몰랐다.

"푸름이가 날 초대해줘서 좋아. 니헤헤, 더블 배틀하면 내가 먼저 생각났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푸름이의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거든."

카지는 그렇게 말하며 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어린 시절부터 쭉 있던 버릇은 커서도 그대로였다. 변치 않은 것도 있고 변한 것도 있고. 성인이 되어서 갖는 만남은 그러했다.

"아, 손님을 계속 밖에 둘 수 없지. 얼른 들어와."

푸름은 먼저 자동문 앞으로 서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카지 또한 그 안으로 들어갔다.

더블 배틀하면 푸름이 자신을 먼저 생각해 준 것도 전부 기뻤다. 아무래도 카지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푸름에게 꽃 피운 마음이라는 것이 여전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여기가 팔데아 리그야. 예전에도 봤겠지만 이분은 치프 챔피언인 테사 님."

"오랜만입니다."

카지의 눈앞의 치프 트레이너는 우아하게 웃어보였다.

"챔피언 푸름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더블 배틀의 강자라고 하시더군요. 블루베리그의 챔피언이기도 했다고..."

카지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뜨고 깜빡였다가 대답했다.

"지금은, 아니에요."

"아, 그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챔피언 푸름께서 어찌나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 지방에 있는 아카데미에 정말 포켓몬을 좋아하고 강한 친구가 있다고 했거든요."

"......"

카지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제 머리를 만지작였다.

테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카지는 어렴풋이 푸름을 몇번 보았다.

금빛의 눈동자가 푸름을 담았다. 그 눈에 푸름을 가둬보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지만 카지는 푸름만 보였다. 마치 자신이 바다를 담은 것처럼.

언제나 소녀일 것 같던 푸름은 곱게 자라 있었다. 그 시선의 끝에 항상 두었던 것이 자신에게 돌아와 있었다.

'푸름이... 예쁘다...'

으레 첫사랑이 그렇고 지금도 사랑하는 것이 그렇듯 약간의 울렁임과 함께 카지는 여전히 자신이 푸름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두 분 친하신 것 같으니...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편히 이야기 하세요."

"네? 아, 네!"

푸름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사라진 테사를 보고 카지를 힐끔 쳐다보았다.

키는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자신이 올려다봐야했다.

'180은 이미 넘었을 것 같아...'

"푸름아."

"응?"

"내가 그때 주었던 과사삭벌레 말야."

"왜?"

"잘 있어?"

그 말에 푸름은 눈을 크게 뜨다가 답했다.

“응. 지금 과미르야.”

카지는 그말에 니헤헤, 하고 웃더니 씩 웃었다.


제목은 고향별이 비치는 바다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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